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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가즈키, 櫻庭一樹 지음 |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월

 

 소설 ‘내 남자, 私の男’는 형식도 내용도 매우 독특한 소설이었다. 작가를 소개하는 책 표지에서 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 점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두 남녀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야기 방식도 그렇고, 소설 ‘쌍둥이 별, My Sister’s Keeper’에서처럼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도 보통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다. 물론 소설 속 내용도 유별한 형식만큼 이나 독특하다.

 

 책을 읽어가는 초반 부에서는 작가 소개 글에서 본 영화 ‘박하사탕’ 이야기로 계속 영화를 떠올리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사실 영화를 떠올린다고 해서 9년전 봤던 영화의 기억을 제대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영화 속 플래시백(flashback)을 떠올리며 이 책 ‘내 남자’도 영락없이 영화의 플래시백과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나 싶었다.

 

 이야기는 내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하나의 결혼식 전날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양아버지인 준고는 자신의 것도 아니면서 그냥 집어 와버린 우산을 하나와 함께 쓰고 하나의 약혼자 요시로가 기다리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하지만 앞자리의 요시로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말과 태도는 보통 결혼식을 앞둔 딸과 아버지 같지가 않다. 이렇게 해서 이 책 ‘내 남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들의 이야기를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된 시선,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선,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그리고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작중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준고와 하나가 어떻게 부녀관계가 되었고, 현재의 기묘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리고 그들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그들의 과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책 ‘내 남자’는 퇴폐적이라는 느낌이다. 거기에 남녀의 인연이란 질기고 또 질긴 것이라는 책 속의 이야기 역시 머리 속에 남는다. 아울러 작가가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와 준고의 행동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이야기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와 오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과 함께, 정신분석학 책을 다시 읽어 본 다음, ‘내 남자’ 역시 작가의 의도를 거슬러 시간 순으로 다시 읽어나간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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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계 지음 | 멘토press | 2008년 9월

 

 먼저 솔직해 지자. 나는 사실 철학(哲學)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는 한 명의 과학도(科學徒)다. 솔직히 말해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호기심과 ‘철학’ 알고자 한다는 지적 허영심(虛榮心)에 끌려 이 책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를 읽어 볼 요량(料量)이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책에서 소개하는 3명의 저자가 가졌던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한 채, 그저 책의 행간(行間) 따라 읽어 내려가는데 급급(急急)했다. 게다가 철학도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분명한데, 철학에 무지한(無知漢)인 과학도의 눈으로 본 이 책은 읽어나가기가 수월하지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만만(漫漫)하지도 않았다.

 

 책의 구성은 매우 좋았다. 본문 설명에 있어서 긴 서술을 가급적 배제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어구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함축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금세 알 수 있는데다가, 군데군데 위치한 삽화와 본문의 설명을 다시금 요약 정리하는 각 위인(偉人) 별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까지 편집에 신경 썼다는 사실을 역력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 니체, 그리고 프로이트 모두 그들의 행적(行跡)을 따라가 보면 기존 사상에 가지고 있는 강점(强點)을 충실히 따르다가 그것들의 약점(弱點)을 알아차리고는 반박하고, 끈질긴 탐구(探求)를 통해 결국은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저자는 우선 마르크스를 살펴본다. 사실 우리는 이미 학교 교육을 통해 깊지는 않더라도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 꽤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부분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한 되새김질과 잘 알지 못했던 사항에 대한 익힘의 기회였다고 말할 수 있다. 마르크스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 정신에 근거한 관념론을 철저히 배격했다는 점이다. 과학적 유물사관에 입각해 사회는 단계적으로 성숙하고 결국은 사회혁명을 통해 공산(共産)사회가 도래할 것임을 예상했다. 하지만 책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에만 머물지 말고 마르크스 이후에 실제로 사회주의가 변천(變遷)해간 모습에 대한 철학적 견해도 함께 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니체 또한 관념론을 부정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경제의 병폐를 진단하고 노동하는 인간이 주체가 되는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현실 경제적 삶의 유물론을 주창(主唱)했다면 니체는 소크라테스주의, 플라톤주의, 칸트 철학, 쇼펜하우어주의 그리고 바그너의 사상등은 허구과 기만을 가상으로 날조하는 일존의 합리론 내지 관념론으로 보고 창조적 ‘힘에의 의지’를 통해 완성된 인간인 ‘초인’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역시 앞선 두 사람 못지않게 의식의 해체와 무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정신분석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수많은 뱀장어 해부를 통해 인간의 뇌나 개구리의 뇌 그리고 뱀장어의 뇌는 모두 똑 같은 신경세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단지 신경세포의 구성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따라 인간, 개구리 그리고 뱀장어로 나뉘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변태 성욕자의 연구를 통해 히스테리와 노이로제의 연구로 나아간다.

 

책은 이렇게 마르크스, 니체, 그리고 프로이트의 사상을 천천히 살펴본다. 아울러 그들의 생애까지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의 사상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독자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이 내게 읽어 나가기에 수월한 책은 아니었다. ‘철학’에 대한 개괄서의 모습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약한 사전 지식으로 읽어나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Commented by 초하(初夏) at 2009/01/09 11:44  

긍정적인 평가네요. 저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리뷰에 대한 부담으로 좀 쉽지 않은 책장 넘기기를 해야했지만, 나름, 또 하나의 깨달음과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습니다. 
관련하여 글 엮어놓습니다. 

좋은 하루 엮어가시죠?
위블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고맙고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뵈어요~~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1/09 12:58 
사실, 읽어가기가 힘들었던 책이었습니다. 
아마도, '철학 사상'이 중요한 시대가 아닌 것이 난독에 큰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소통의 블로그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덧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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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셴린, 季羨林 지음 | 허유영 옮김 | 추수밭 | 2008년 12월


 책 읽기를 가끔이나마 취미(趣味)로 소개할 수 있을 정도는 되게 하려고, 책을 자주 읽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데 내 독서 목록을 살펴보다가, 20세기 중반 이후에 출판된 고전(古典)이 아닌 중국 서적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중국이20 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른 공산주의(共産主義) 사회로 바뀌고 서로 교류가 없었다는 점과 조악(粗惡)한 품질로 인식(認識)된 중국산 공산품(工産品)으로 인해 중국 작가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가져 볼 기회마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차에, 운 좋게도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다 지나간다’를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 ‘다 지나간다’를 읽어 가면서,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가 바로 그것인데, 사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는 단어의 기원에 대한 고찰과 해석을 통해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들어 현대 중국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에 이야기 하는 책으로, 이 책 ‘다 지나간다’와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서 이중톈의 책을 읽으면 현재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장(少壯) 학자와 존경 받는 원로(元老) 학자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필치(筆致)를 통해 노학자가 보여주는 담담(淡淡)한 평정(平靜)심을 더 잘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共感)하며 반성했던 내용이 바로 팔고문(八股文)에 관한 부분이다. 팔고문은 옛날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썼던 글로, 성인을 칭송하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교훈을 인용한 구절이 가득한 글이다. 하지만 이는 고리타분하고 쓸데없는 말을 나열해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뜻 보면 번지르르하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내용이 없는 말로, 그런 글은 필요 없을 뿐더러 써서 종이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신 진짜 새로운 견해(見解)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어가면서, 팔고문의 의미 이상이 되지 못하는 내 부끄러운 글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앎을 앞세우지 않고 평이(平易)하고 간결(簡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내가 배워야 할 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평이함과 간결함을 이 책이 갖는 미덕(美德)으로 꼽았지만, 그 속에서도 노학자에 후배들에게 삶의 치밀함과 날카로움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하기를 기대했지만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정치∙경제나 사회 현상에 대한 지성(知性)의 통찰을 포함하지 못한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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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피콜드, Jodi Picoult 지음 |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쌍둥이별, My Sister’s Keeper’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인다는 소개 문구를 읽어 내려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연이어 장기 기증과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같은 논쟁적 요소가 다분(多分)하다는 점도 분명히 책을 소개하는 문구(文句)에 나타나 있었다. 이러한 소개 덕분에 나는 책 ‘쌍둥이별’을 읽어 나가기 전에, 이 책은 분명히 장기 기증을 포함한 의료 윤리를 둘러싼 법정 드라마 형식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이 책이 가진 독특한 구성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중학생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면, 그 속에는 분명히 시점(視點)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시점은 소설 속 인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을 이야기하는 말로, 우리는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그리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이렇게 소설에는 4가지 시점이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 책 ‘쌍둥이별’은 4가지 시점 중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형태가 매우 특이(特異)하다. 작가가 분명히 엄마를 상대로 의료해방 소송을 거는 13살 소녀 안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풀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수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가지고 한 사건을 가지고도 각기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다중 화자의 등장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옳고 그름 중 많은 부분이 한 가지 잣대로 정해 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각기 입장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로 보였다.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브라이언과 사라 가족이 바로 그들인데, 그들에게는 첫째 아들 제시와 둘째 딸 케이트가 있다. 그런데 두 살배기 케이트 등에 난 멍이 생기면서 그들의 평화는 깨져 버렸다. 케이트 등에 생긴 멍이 전골수구백혈병 때문에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 누구와도 유전가가 일치하지 않아 그 누구도 아픈 게이트에게 골수(骨髓)를 줄 수 없다. 그 덕분에 안나는 태어났다. 아픈 케이트와 유전자가 일치하게끔 유전자 조작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나는 태어나자 마자, 제대혈을 언니에게 제공한다. 안나의 부모도 케이트를 담당하는 챈스 선생도 제대혈 이식으로 케이트가 회복되기를 희망했지만, 그것은 희망에 불과 했다. 케이트는 몸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때마다 안나는 골수를 비롯해 백혈구까지 언니에게 주어야만 했고, 안나는 친구의 생일 파티도 좋아하는 하키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케이트의 신장이 말썽이다. 그래서 엄마는 안나의 신장을 케이트에게 이식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안나가 이번에는 그걸 거부했다. 그리고 변호사인 캠벨을 찾아 의료해방을 위해 엄마에게 소송을 걸었다.

 


  
사실 여기서부터 나는 내심 치열한 의료 윤리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문제에 있어 강력한 범정 심리(審理)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작가는 내 예상과 달리 아픈 아이를 둔 가족이 치러야 하는 심리적•물리적 희생과 가족애 더 집중하고, 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동생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자학(自虐)하는 제시와 평생 언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태어난 안나의 마음과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지만, 아픈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아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아픈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케이트까지, 어느 하나 쉽게 사는 삶이 없다. 거기에 독자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은 책을 천천히 읽은 사람이라면 충격이다. 또한 자신의 명성을 위해 안나를 변호 하겠다고 나선 변화사 캠벨의 정신적 성장 역시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살만하다.

 

 이 책에서 다룬 문제와는 다른 시각에서 장기 이식을 다룬 영화가 있다. 영화 ‘아일랜드, The Island’가 그것이다. 영화 아일랜드를 볼 때까지만 해도 미래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인간 복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사실이라는 점이 분명했지만, 당장 현실 세계에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책 ‘쌍둥이별’의 경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영화 ‘아일랜드’ 보다 더 큰 경각심(警覺心)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 무엇이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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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더 카니, Leander Kahney 지음 | 안진환·박아람 옮김 | 북섬 | 2008년 12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Inside Steve’s Brain’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법률사무소 김앤장: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 이야기’가 바로 그 책이다. 내용도 스타일도 다른 두 책이지만, 두 책 모두 읽으면서 마치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던 데다가, 오히려 활자(活字)를 통해 내용을 습득(習得)하기 보다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활자화된 인터뷰가 영상과 음성을 통해 전달되면 더 효과적 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들었던 첫 생각이었다.

 

 책에 대한 선전문구는 화려하다. 스트브 잡스와 애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문구에서 시작해, 애플이 아이팟,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스타브 잡스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일했고 어떻게 위기들을 극복했는지에 관한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선전한다. 책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책 판매업자들의 선전문구일 뿐이다.

 

내가 스티브 잡스에게 관심을 가질 계기를 가지게 된 건, 대충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학교 4학년의 꼬마 개구쟁이였던 그 떄 나는 처음으로 APPLE II 호환기종 컴퓨터를 처음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때야, APPLE II를 만든 사람이 스티브 잡스, Steve Paul Jobs와 스티브 위즈니악, Steve Wozniak 인 줄도 몰랐다. 내가 그들이 애플의 창립자이고 스티브 잡스는 그가 고용한 존 스컬리, John Sculley에게 해고 되고는 새로운 컴퓨터 회사 NeXT를 설립한 사실은 안 것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이었다. 사실대로 말해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XT, AT, 386, 그리고 486등으로 불리던 IBM 호환 기종이 컴퓨터의 표준이 되고 APPLE II를 떠올릴 일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대한 관심 보다는 학업도 충실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내가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 것은 픽사, Pixar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 Toy Story series를 비롯해 몬스터 주식회사 Monsters Inc., 니모를 찾아서 Finding Nemo 그리고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를 비롯한 수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CEO로 그의 이름을 접하고는 좀 의아해 했다. 컴퓨터 업계의 1세대 인물의 이름을 다시 떠올릴 일을 없을 줄 알았는데,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그래픽을 위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연이어 자신이 창업하고서도 쫓겨난 애플로 다시 돌아가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아이팟, Ipod과 맥북 MacBook 까지 실패를 예상한 사람들의 생각을 뒤엎고 화려하게 성공의 깃발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들이 언론을 통해 내가 접했던 이야기 보다 상세하게 책에 담겨 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금세 책의 저자가 애플빠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완벽주의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통제에 집착하는 괴짜에 최고 인재만 선호하는 엘리트주의자인 스티브 잡스를 단점은 작게 장점은 크게 바라 본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애플이 보여주는 폐쇄적인 정책을 단점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일관적이고 유기적인 애플만의 플랫폼 사용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를 증진시켜 준다며 이것을 애플만이 보여주는 장점으로 치켜세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소니 캠코더를 바이오 노트북을 통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자사만의 메모리 스틱, Memory stick을 사용해 PSP와 PDA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소니빠들이 앞서 보여주었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게 보였다.

 

 스티브 잡스는 위기 속에서 멋지게 리더십을 발휘해 자신의 조직을 세계 최고의 반열로 끌어 올린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이 책도 그러한 일환의 연장선 상에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일 뿐이다. 누구나 다 스티브 잡스처럼 될 수도 없고, 설사 된다고 해도, 자신이 속한 조직을 그처럼 멋지게 이끌 수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서 좀 더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이 책을 본다면 재미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더 큰 도움이 되리라.

 Tracked from ReadMe.Txt at 2009/03/02 20:25 x

제목 : 잡스처럼 일하면 한국에서 아이폰이 나올까?
사실 나는 iPod시리즈를 사본적도 없었다. 그냥 디자인만 미니멀한 기기 정도로 생각했다. 친구 녀석의 iPod Nano을 몇 번 가지고 놀아보아도 내가 가진 iaudio가 여러 가지로 나아 보였다. Mp3player를 2000년, rio500부터 써와서 아주 오래 전 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iPod 시리즈는끌리지 않았다. 언제 가는 아마존에서 iPod 매니아들을 양떼로 묘사한 리뷰를 보고 킥킥대기도 했다. 그만큼 애플의 ......more
 Commented by mariner at 2009/03/02 20:24  
트렉백 타고 왔습니다. ^^ 
저자가 애플에 호의적인건 사실인것 같아요. 아이튠을 쓰다가 그 무거움에 화딱지나서 집어 덜질뻔 한적도 있었는데, 저자는 원도우에서도 잘호환된다고 적어놓았더군요. 오래 줄서서 들어간 맛집일 수록 맛있다고 말하는것과 같은 심리인것 같기도 하고요.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3/03 01:27 
말씀하신대로 심리의 문제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종종 블로그에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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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를 관람 하고 나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생뚱 맞게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사실 1950년대 이전 까지만 해도 오스트레일리아는 남반구에 위치한 넓은 영토의 영(英) 연방 국가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그 시대의 오스트레일리아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비록 그 시대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들도 큰 영향력을 가진 다른 장소와 사건과 연계성을 가지고 있음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에 앞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여자 주인공 사라 애슐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이다. 니콜 키드먼으로 말하면 비록 예쁜 외모와 전 남편인 톰 크루즈, Tom Cruise의 유명세로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긴 했지만,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을 시작으로 ‘물랑루즈, Moulin Rouge’ 그리고 ‘디 아워스, The Hours’ 같은 영화에 출현하면서 예쁜 외모에 뛰어난 연기까지 겸비 했다는 찬사를 들으며 최고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도회(都會)적 느낌의 그녀가 과연 문명의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남자 주인공인 소몰이 꾼은 영화 ‘엑스맨, X-Men’에서 울버린, Wolverine으로 스타로 떠오른 휴 잭맨, Hugh Jackman이 맡았다. 휴 잭맨 은 ‘엑스맨’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이기는 하지만, 빅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는데 다가, ‘엑스맨’에서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 CG(computer graphic)없는 모습을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의 조합은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뭔가 언밸런스(unbalance)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하자 내 예상은 순전히 기우(杞憂)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영화 속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영화는 호주가 영 연방국가가 되고 나서 백인들을 위해 일하도록 교육 받은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 불리어 원주민에 대한 내레이션(narration)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주민 인권(人權)에 크게 주목하고 있고, 원주민의 인권회복이 영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했지만, 실제 영화 속 이야기는 처음에 설정했던 원주민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드 무비 형식의 사랑 이야기가 갖는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처음에 설정했던 원주민들의 인권에 관심도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 보여주는 이야기 하부에서 명맥을 영화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가며, 유색 인종과 혼혈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극복해 가는 성장 영화로써의 모습도 보여 준다.

 

 
영화는 속 이야기는 영국에서 연락이 끊긴 남편을 찾아 사라 애슐리가 호주의 ‘다윈’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사라를 기다리는 것은 남편이 아닌 남편의 죽음과 외진 곳에 위치한 농장 파어웨이 다운즈, Faraway downs, 1500마리의 소 그리고 혼혈 소년 눌라를 포함한 농장 식구들이다. 이렇게 해서 사라는 문명화된 영국 귀족의 삶에서 급작스럽게 광활한 호주 자연 속의 삶을 영위하게 되지만, 남편의 뜻을 이어 파어웨이 다운즈를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는 킹 카니와 닐 플레처 일당에게서 농장을 지켜야 하는 탓에 불만을 토로(吐露)할 새도 없다. 미군에게 소 떼를 팔아 농장을 지켜 나가기 위해 농장 식구들과 소몰이꾼과 함께 소 떼를 이끌고 다윈을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정은 카니와 플레쳐의 방해로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눌라를 비롯한 일행의 헌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카니와의 군납 경쟁에서 승리한다. 소 떼를 이끄는 여정은 단순히 농장을 지켜내는 것에 사라를 머물게 하지 않는다. 사라는 호주가 품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몰리꾼의 열정 그리고 눌라와의 강한 유대감까지 함께 얻기 때문이다.

 

협잡(挾雜)꾼의 농간(弄奸)으로 눌라가 인종 정책으로 인해 다른 혼혈 아이들과 함께 격리 수용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우 평화로운 대지 위에서 호주만의 이야기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갑자기 호주를 시대의 흐름에 동참시킨다. 영화 속에서 일본군의 미국 진주만 폭격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마자, 호주에 주둔하는 미군을 폭격하기 위해 일본 폭격기가 마치 미이클 베이, Michael Bay 감독의 ‘진주만, Pearl Harbor’을 연상시키며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로드 무비 스타일의 영화는 전쟁을 위시한 재난 영화로 바뀌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혼혈 원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의 끈은 놓지 않아서 영화 첫머리에 설정했던 성장 영화로써의 모습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영화 속 이야기는 종종 눌라와 그의 할아버지 킹 조지가 펼치는 주술에 의해 전개되는데, 그 장면의 전개와 느낌이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와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일본군의 공급 모습은 앞서 영화 ‘진주만’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미 한 바가 있고, 파어웨이 다운즈와 광야 속 나무의 모습은 팀 버튼, Tim Burton의 ‘빅 피쉬, Big Fish’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연인을 맞이 한다거나, 원주민의 주술을 지나치게 신비화 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모습에서는 확실히 우리 정서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새삼 알 수 있었다. 또한 너무 긴 상영시간은 좀 더 압축적인 편집을 아쉬웠고, 두루뭉실 여러 장르를 함께 펼쳐가는 탓에 이야기가 산만하며 개별적인 요소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감독 바즈 루어만, Baz Luhrmann 에 대한 언급을 뺄 수 없다. 비록 바즈 루어만이 많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지만 ‘댄싱 히어로, Strictly Ballroom)’,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그리고 ‘물랑주즈, Moulin Rouge’까지 화려한 색상과 영상미를 통해 재미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이야기꾼의 모습을 충분히 전작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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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 |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핏빛 자오선, Blood Meridian’은 구성에서부터 매우 독특한 책이었다. 매번 새로운 장(章)이 시작할 때마다 저자는 이야기의 소재를 순서대로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이야기의 주요 소재를 늘어 놓았으니, 이야기를 예상하려거든 해보라는 작가 당당함의 표현인지 혹은 순전히 독자를 위해 먼저 소재를 드러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아무튼 이 책은 이렇게 매우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책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열네 살의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테네시에서 태어나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집을 가출하고는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다가, 소년의 발걸음은 서부로 향한다. 그리고는 비정규 군이 되어서는 ‘아파치 인디언’을 죽이러 다니지만, 그건 순전히 명목상의 허울일 뿐이다. 사냥의 대상이 비단 인디언뿐만 아니라, 멕시코 인이건 미국인이건 눈에 보이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는 죽인 사람의 머릿 가죽을 헤아려 그만큼 돈을 받는다. 그런 탓에 그들에게는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그저 살아가는 수단으로 사람을 죽일 뿐이며 작가는 그 속에서 인간이 가진 잔혹함과 폭력성을 아무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보통 미국인을 정의롭게 그리며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쓰는 지도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무척이나 삭막한 시선으로 작가는 담담하지만 매우 풍부한 묘사를 통해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읽기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미학적(美學的) 문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어로 된 원문(原文)을 한글로 무리해서 옮긴 탓인지, 책을 읽어가면서 과연 역자(譯者)가 제대로 이해하고 옮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의 사용이나 의성·의태어를 활용한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 과연 원문이 어떻길래 영어 단어와 정확히 뜻을 맞추기 힘든 단어를 끌어다가 한글로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100대 영문소설이니 혹은 최근 출간된 최고의 미국 소설이니 하는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趣向)으로는 읽기도 어려운데다가 그 뜻까지 파악하기 힘든 탓에 그다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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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강한 남성성을 보여주느 영화를 찾기란 쉽지않다. 이는 이 시대에서 여성성이 갖는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전체에서 강한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작품을 찾자면 곽경택 감독의 '친구, Friend'와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몇 되지 않는 남성성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바로 영화 '비열한 거리'가 그것이다.


 기실(其實) 영화 속에서 강한 남성성을 나타내 주는 소재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먹이다. 물론 한국 영화에서도 조폭으로 대표되는 주먹 영화들이 2000 년 대 초반 ‘조폭 마누라’ 시리즈의 이후 우후죽순(雨後竹筍) 쏟아져 나왔지만, 초반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어설픈 코미디 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조폭’을 영화의 소재로 삼는 건 흘러간 옛 영화에서 떨어진 빵 조각이라도 주워 먹을 심산인 영화로 치부 받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영화 ‘비열한 거리’가 바로 시대의 저 켠으로 흘러간 식상한 조폭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식상한 소재를 두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식상한 소재라도 개성 있고 치밀한 구성을 거치면 신선한 소재로 바뀌기 마련이고, 이 영화 역시 그러한 미덕(美德)을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삼류 조직 폭력배의 2인자 병두의 이야기다. 조직 내 보스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속에서 제대로 된 기회 한번 가져보지 못하고서 살아가는 것이 그의 삶이다. 게다가 홀어머니에 두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가난한 조폭의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다. 다행히도 오락실을 하나 가지게 되나 싶었지만, 이마저도 보스를 대신해 감옥으로 가는 후배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러던 차에, 병두에게도 기회가 찾아 온다. 조직의 스폰서를 맡고 있던 황회장이 보스가 꺼리던 일을 자신에게 은밀히 부탁을 해 온 것이다. 미래를 보장할 테니, 자신을 괴롭히는 부장검사를 처리해 달라는 것. 병두는 고심 끝에 보스를 배신하고 황회장과 손을 잡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의 생계는 그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거기에 첫사랑 현주와의 사랑에 영화감독이 되어 찾아온 친구 민호까지, 이제야 인생을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사는 것 같은 삶은 자기 편이라 여기고 속내를 털어 놓은 친구 민호로 인해 무너지고 만다.

 

 영화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성공 하고자 하는 욕망 속에서 사로 잡혀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이 영화 ‘비열한 거리’는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영화는 먹고 살 거리에서 비롯된 욕망이 커져가는 모습과 그 욕망 때문에 파멸(破滅)해 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속에서 갖는 병수의 모습이다. 병수는 조폭으로 분명히 사려져야 할 존재이다. 하자만, 사업을 해나가는 황회장에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거기에 첫사랑인 현주에게 조폭인 병두는 두려움의 대상 이지만, 성공을 갈구하는 영화감독 친구에게는 조폭인 병두는 매력적인 소재이다. 없어져야 할 대상인 동시에 꼭 필요하기도 하고, 두렵지만 매력적인 존재가 영화 속의 조폭의 모습이다.

 

이제는 칼이 아닌 계산기로 사업을 일궈야 한다고 영화 속 황회장은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병두 같은 주먹을 통해 부와 지위를 누리는 모습을 통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딱 두 가지만 알라고.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라고 병두에게 이야기하는 황회장을 모습에서 진짜 옳은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거기에 꽃미남 청춘 스타로만 여겼던 배우 조인성의 재발견은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한층 더 해준다.

 


 영화 ‘비열한 거리’ , 강력하게 관람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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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지음 | 정영목 옮김 | 해냄출판사 | 2008년 10월

 

 우선 책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를 읽기 전에 먼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봤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그 덕분에 책을 읽어 보기 전부터 영화를 통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다 알고 있었다.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갑자기 눈 먼 상태에 발생하는 것으로 인한 재난 영화라는 이야기였고, 다른 하나는 재난에 집중하기 보다는 극단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탐욕과 비윤리였다. 그래서 책에서는, 재난과 재난으로 발생하는 비인간적 행동을 동시에 주목할 생각을 가지고 읽어 나갔다.

 

 책 속의 이야기는 한 남자가 갑자기 눈이 머는 것에서 시작해 그 남자의 시력이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실명의 원인도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그것이 전염되는 것도 그리고 회복되는 것도 어떠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러한 점은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Aristotle’s Poetics for Screenwriters’ 에서 밝힌 대로, 극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각설(却說)하고, 이야기는 실명이라는 재난으로 인해 실명한 사람들이 격리 수용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episode)를 통해 전개된다. 

 


 하지만 저자는 순전히 실명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을 순전히 기술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 속 에피소드에서 눈이 멀게 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조건이 동일해 지게 되는 것에 작가는 주목하기 때문이다. 눈이 먼 사람들에게 눈이 멀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었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냐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들은 모두가 그저 눈먼 사람일 뿐이다. 그러서 일까, 신기하게도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안경을 쓴 여자, 안대를 한 노인, 눈이 가장 먼저 먼 남자 혹은 눈이 가장 먼저 먼 남자의 부인 같은 식이다. 그 뿐 만이 아니라, 대화와 서술에 대한 구분도 없다. 그야 말로 인간 개개인의 개별성을 찾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다 없애 버린 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물러 눈이 먼 상태는 사람들에게 인간성(人間性)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모두가 눈 먼 상태의 어려운 상황이지만, 의식주(衣食住)를 장악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착취(搾取)와 비착취(非搾取)의 계급을 만들고 착취자는 비착취자를 억압한다.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만약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저자는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존중하는 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이 맡아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나가는 것을 통해, 저자가 혼탁한 세상에서도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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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으로 3년 째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인 형욱과 성기는 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다. 형욱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청년이지만, 성기의 모습은 심상치 않다. 왜냐하면 위로 누나만 있는 집안 내력에 직업은 속옷 디자이너이고 목소리와 행동까지 쉽사리 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닌 탓에 게이로 오해 받기 일수다. 그렇게 살아가는 형욱과 성기 앞에 갑자기 성기의 초등학교 동창인 민선과 민선이 데리고 온 수정, 이렇게 두 명의 여인이 나타난다. 재미있는 건 성기가 여성화된 남성의 모습이라면 민선의 모습은 성기와는 정반대다. 직업도 경호원인데다가 성격도 외향적이다. 그들이 형욱과 성기 앞에 나타난 건, 일주일 동안만 함께 지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기서 형욱은 민선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리고, 일주일 내에 수정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알고 보니 수정은 대기업 회장의 외동딸인데 반해, 형욱은 공무원 시험 삼수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극은 형욱의 수정에 대한 구애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물론 연극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는다. 형욱의 구애에 이어 등장하는 재산을 노리는 수정의 약혼자와 새어머니, 옆집 반장 아주머니에 경찰 그리고 피자 배달원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쉽게 풀릴 것만 같은 상황이 복잡해져 간다.

 

 사실 연극의 내용은 무척이나 가볍다. 전형적인 빠른 전개의 코미디 연극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거기에 최근 대학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멀티맨의 모습까지, 정말 가볍고 재미있게 즐기기에 딱 이다. 하지만, 연극 관람을 통해 인간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깊은 성찰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상대적으로 빈약한 플롯으로 자못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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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0월

흔히 사람들은 양반(兩班)과 선비의 의미를 혼동하곤 한다. 조선시대의 양반은 동반이라고 칭하던 문관(文官)과 서반이라 칭하던 무관(武官) 동반과 서반을 통치해 부르던 호칭으로 지배 계급을 뜻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 선비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로 지배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의식주(衣食住) 문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식과 행동 그리고 예절에 의리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계층이 결국 지배층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선비를 양반과 같은 계층의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선비의 탄생: 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는 원래 선비가 지는 의미에 주목하고 그에 합당한 인물 9을 뽑아 그들이 이야기를 담담(淡淡)하게 지면에 펼쳐 놓는다.

 

저자가 책에서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난설헌 허초희, 교산 허균, 고산 윤선도, 다산 정약용, 그리고 추사 김정희 이렇게 9명을 진짜 선비로 꼽고 그들이 평소에 주고 받았던 서간(書簡)과 시(詩)를 기반으로 그들을 있게 한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거기에 저자가 국어 선생님인 것에 걸맞은 서간과 시의 국역은 마치 고등학교 시절 국어나 문학 시간을 떠올리게 하면서 보통 독자가 가진 한자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준다.

 

 책에서 저자는 9명의 선비를 다루었지만, 책을 읽는 독자로써 가장 관심이 갔던 인물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이렇게 두 인물이었다. 우선 퇴계는 그간 뛰어난 성리학자로만 알아 왔던 터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에서 소개하는 따뜻한 생활인으로써 모습에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남명은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전형적인 강직(剛直)한 선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완전히 서로 다른 자세로 일생을 살아 왔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결국 같으며, 두 사람 모두 진짜 선비라고 이야기하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다만, 강(剛)보다는 유(柔)에 가치를 더 두는 가치판단 때문에 퇴계의 모습에 더 감흥(感興)을 느끼지만, 남명을 포함한 나머지 7명의 선비 모두가 살아가는데 지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는데, 우선 다양한 서간과 시의 국역과 함께 원문도 함께 있었으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거기에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9명을 선정했는지에 대해 프로로그(prologue) 같은 부분을 따로 마련해 독자에게 알려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허초희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있어서(231 쪽 처음) 생몰년(生沒年)이 아버지 허엽의 것으로 나와 있으니, 추후에는 수정했으면 좋겠다.


 Commented by 위드블로그 at 2008/12/03 17:04  
안녕하세요. 고무풍선기린님. 위드블로그 (http://withblog.net)입니다. 11월 17일 클로즈베타를 오픈한 위드블로그 초청 대상 블로그에 선정되셨습니다. 위드블로그는 실제 운영 중인 국내 3만개의 블로그 중 블로그 운영기간, 구독자수, 커뮤니케이션 지수, 활동지수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500개 개별 블로그만을 특별히 선별하여 클로즈베타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위드 블로그 클로즈베타를 통해 블로깅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들을 제공받고 솔직한 체험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리뷰작성에 참여해 보세요. 더불어 블로그지원금의 혜택을 먼저 체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가장 블로그에 가깝고 블로거를 이해하며 블로그가 중심이 되는 블로그마케팅을 위드블로그에서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요? 위드블로그를 변화시킬수 있는 소중한 참여와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 참여방법

위드블로그 (http://withblog.net)로 접속한 뒤 아래의 인증 번호를 입력하신 후 베타테스트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기타 궁금한 사항은 beatshon@blogcocktail.com으로 문의해주시면 친절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인증 번호 : UEWEQ3HWV9VWUWB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8/12/03 21:27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종종 생기게 됩니다.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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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티어노 지음 |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은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膾炙)되는 분야 중 하나다. 공식석상에서의 발표(發表, presentation)을 비롯해 다양한 의사 전달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이나 정황을 적절히 전달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래 말하는 스토리텔링의 요(要)다. 근래 유행하는 만큼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근래 출판된 관련 책도 제법있는데,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도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는 약간 다르다.

 

 이 책 ‘스토리텔링의 비밀’는 요즘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의미의 스토리텔링 서적은 아니다. 이 책의 요는 글쓰기 특히, 영화 시나리오(scenario)를 비롯한 대본을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대본의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갈 수 있을까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훌륭한 대본을 풀어가는 데에 있어 좋은 가이드 라인(guide line)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학을 통해서 좋은 대본이란 어떤 것이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책에서 좋은 대본을 위한 글이란 플롯 구성이 잘 된 글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재미있고 강력한 이야기는 결코 대사나 성격 묘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으며, 그것은 오로지 잘 짜인 플롯만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장하는 바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내용이 부합(符合)되는 부분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만들어 나간다. 플롯 구성을 잘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학’ 입문서라고 책을 소개하면서 ‘시학’을 통해 플롯 구성을 이해할 수 있는 것 마냥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책에서 ‘시학’이 갖는 위상은 저자가 제시하는 정당성의 보루(堡壘) 정도에 그치고 만다.

  
 대신 책의 저자가 실제 헐리우드에서 스토리 애널리스트(story analyst)로 활동한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데. 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 21편의 실제 영화의 장면을 대상으로 잘 짜인 구성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을 다 읽을 무렵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 글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가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와 닮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건축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항이 멋진 건축물을 짓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한 설계도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만큼, 시나리오 작가 역시 좋은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건축 설계 이상의 세밀한 플롯 구성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기대와는 다른 내용으로 아쉬움이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 대신 영화를 보면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영화의 뼈대가 무엇인지를 살펴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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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이준익이 영화 ‘라디오 스타, Radio Star’의 연출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처음에는 조금 의외다 싶었다. 그의 전작인 ‘황산벌’과 ‘왕의 남자‘가 모두 시대극이었던 데다가, 영화 ‘라디오 스타’가 뮤지컬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자명한데 시대극으로 데뷔하고 성공한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 변신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서는 것은 아닐까 싶은 노파심(老婆心)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람 후 내 노파심은 금방 기우(杞憂)이었음이 드러났다.

 

 우선 영화 속에서도 자주 나오는 영국 밴드 Buggles(버글스)의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가사를 떠올리면서, 영화 제목 ‘라디오 스타’를 주목해 보자. MTV가 국내에 소개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뮤직 비디오가 대중화되면서, 음악에서 음악적 완성도만큼이나 뮤직 비디오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강력한 비주얼(visual)한 이미지(image)가 더 중요시 되기도 성공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이러한 시대에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제목은 벌써 영화 속 내용이 시대의 조류에 역행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示唆)해 준다. 

 

 
 그렇다. 88년도 인기 가수 최곤(박중훈)은 과거의 영광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가 가진 과거의 영광 속에서 함께하는 사람은 20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뿐이다. 사실 과거의 영광을 함께 한다는 말보다는 폭행시비와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고도 톱스타로 대접받으려는 최곤의 뒤처리를 해주느라 분주하다. 그렇게 20년을 함께한 최곤이 또 사고를 쳤다. 그리고 왕년의 스타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영월의 지역 라디오 방송의 DJ로 내려간다.  

 하지만, 영월로 가서도 최곤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방송사고로 좌천 된 깐깐한 라디오 피디에 영월 방송국장까지 모두와 불협화음이다. 그래서 억지로 시작한 라디오 방송도 터미널 다방 김양의 목소리가 주파수를 탈만큼 제멋대로다. 하지만 오히려 제멋대로 시작한 방송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솔직함으로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꽃집 청년, 내기 화투 치다가 싸우는 할머니들, 그리고 집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 소년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층을 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청취자를 사로잡고 영월을 넘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라디오에서의 성공은 최곤을 다시 연예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20년 동안 최곤과 동고동락을 함께한 매너지 민수를 버리고, 연예기획사로 옮겨야만 한다. 늘 과거의 영광에서 살아가는 최곤에게는 스타로의 복귀가 당연한 선택일 것만 같지만, 최곤은 영광의 순간과 실패의 순간 모두 자신의 옆을 지켜준 박민수를 선택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별 것 없는 내용인 것 같지만, 그 별 것 아닌 것이 이야기의 기본에 충실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충실하고 감독의 연출에 충실하다. 그래서 결국 관객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거기에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 리버’로 등장하는 영화 속 동네 양아치로 영화의 맛과 영화 속 음악을 돋보이게 만든 ‘노브레인’과 그들의 노래 ‘넌 내게 반했어’를 비롯해 흘러간 가요를 영화를 통해 재발견 할 수 있는 즐거움 또한 까메오로 실명으로 등장하는 임백천과 김장훈 그리고 영화 속 스크린을 통해 작은 소도시 영월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까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20년 전 쯤에 이 영화 ’라디오 스타’의 두 주인공 박중훈과 안성기가 영화 ‘투캅스’로 한국형 버디 무비의 전형을 보여 주었는데, 색다른 버디 무비의 모습을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보통 성장영화라 하면 영화 속 주인공의 청소년기나 대학 캠퍼스의 생활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상식인 것을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사는 가수 최곤을 통해 성장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될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박중훈과 안성기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통해 찬찬히 보여준다.

 

 영화 ‘라디오 스타’. 관람을 통해 즐거움과 더불어 감동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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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 | 2008년 11월

 

나는 불행히도 예술에 있어 까막눈이다. 그 중 특히나 미술에 있어서는 그 무식의 수준이 상식 이하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늘 나는 내가 업(業)으로 삼는 것은 과학(科學), 그 중에서도 물리학(物理學)으로 합리와 논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기 때문에 예술, 특히 그 중에서 미술과 물리학의 병립(竝立)은 어렵다고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둘러대기 일수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 놓기는 하지만, 실은 그것이 그야말로 실제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근래 들어 기회가 되는대로 미술에 대한 책을 살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계의 명화’와 ‘베르메르의 모자: 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가 그 시도의 시작이었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의 선택도 순전히 내 미술에 있어서의 무식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책이다. 경제학과 미술도 큰 틀에 있어서는 물리학과 미술만큼이나 쉽게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의 자자 최병서는 그 간극을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뛰어 넘어서고는 이를 책을 통해 독자에게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은 그림을 투입과 산출이라는 지극히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독과점,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칭하는 시장가격의 원리, 완전경쟁시장, 노동, 공공재, 야경국자 같은 경제학 개념으로 확대해 나가는데, 이를 미술작품의 화가, 배경, 혹은 숨겨진 이야기 같은 것들과 연관시켜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경제학과 미술의 접목이라는 시도는 정말 참신했다. 그렇지만, 경제학과 미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시도로 오히려 체제적인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도, 깊이 있는 미술작품에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생기는 것도 아쉽지만 사실이다. 또 일부 경제학과 미술을 연관시키는 부분에서는 무리수를 두는 인상마저 들었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책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을 잡고서 경제학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하고, 미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전문 미술사가나 평론가를 통해 더 깊이 있게 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독특한 시도는 좋았으나 경제학과 미술에 있어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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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지음 | 해냄출판사 | 2008년 10월

 

작가 공병호는 그가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언론에 재계(財界)를 대변하는 의견을 자주 피력(披瀝)하던 시절에 이름이 익숙해진 사람이다. 사실 그 당시만해도 나는 그의 구체적인 주장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내 눈에는 전경련(全經聯)의 의견을 대변하는 한 명의 경제학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관심에서 영역에서 사라졌다가, 시간이 흐름과 함께 변화경영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등장한 컨설턴트 구본형, 시테크 중요성의 역설로 유명해진 경영학 박사 윤은기 등과 더불어 경제학 박사 공병호 또한 자기계발 전문가라는 각종 언론매체를 비롯해 저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저자 공병호의 책을 직접 접해 볼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이번에 ‘공병호 인생의 기술’을 읽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저자를 접했던 탓에 책을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졌다. 얼마나 좋은 내용을 잘 전달하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선호하는지가 기대라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은 내게 우려를 자아냈다.

 

책을 펼친 첫 느낌은 무척이나 깔끔했다. 읽어 나가기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편집과 내용과 잘 어울리는 삽화, 그리고 책에서 살며시 나는 헤이즐럿 향기까지, 책에 대한 첫인상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했다.

 

책은 멈추고 싶을 때 나를 일으켜세우는 지혜를 표방하며 제목을 ‘인생의 기술’로 정했지만, 사실 구체적인 인생의 기술을 전수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생활 속에서 순간순간 떠오른 메시지를 메모하고 정리한 것을 엮었다. 저자의 경험과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생각을 책을 통해 찬찬히 풀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자기개발서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칼럼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강했다. 또한, 이러한 특징 때문에 새로운 것들에 대한 소개 보다는 익히 알고 있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재인식과 그것들을 삶 속에서 지켜나가야 함을 역설(力說)한다.

 

책에 대한 개인적으로는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삶을 관조(觀照)함으로써, 그것이 내 삶의 성찰(省察)에 깊이를 더해 주기를 내심 기대했으나, 개인적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내내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부 3학년의 어린 친구에게 넌지시 건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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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독서(讀書)의 목적과 이유는 각양각색(各樣各色)이겠지만,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순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기 위한 독서보다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용서적에 손이 더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내가 책 읽기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읽었던 책의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내 책 선택의 기준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기 위한 책 읽기 보다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록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설(序說)에서 이렇게 서설(絮說)을 늘어 놓는 것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가고일, THE GARGOYLE : 불멸의 사랑 1, 2’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해 책 읽기를 즐기게 된 내 초심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 ‘가고일’은 직물(織物)같은 질감의 짙은 보라색 표지에 노란 장미 꽃이 그려진 표지 때문에 처음 책을 봤을 때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표지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솔직히 밝힐 것이 있다. 나는 책을 읽기 전까지 가고일이 무엇인지 모랐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인상적인 표지의 노란 꽃이 가고일 인 줄 알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고일은 꽃이 아닌 조각 상이다. 큰 성당의 지붕에 있는 날개 있는 괴물 상을 보통 말한다. 괴물의 이미지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신의 존재로 받들어졌다. 하지만 기독교가 위세(位勢)를 떨치자 가고일은 신에서 사신(邪神)으로 격하되고 성당 밖에서 망을 보는 역할에 한정되고 만다. 그리고 신에서 사신으로 격하된 가고일은 바로 책 속에서는 주인공 나의 모습이다. 


 


 책 속 나는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다. 술과 마약에 취해 운전하다가 일어난 차 사고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그래서, 화상의 과정과 그 고통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더 슬픈 것은 화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이다. 사고 전까지만 해도 매끈한 미남으로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였지만, 화상은 잘생긴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괴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 사고는 포르노 배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경마저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육체적 충격과 고통만큼 정신적 충격과 고통도 심했고, 그래서 자살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오로지 사살만이 내가 가야 할 길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외모가 뒤틀어져 버리고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어느 날, 3번 째 화상을 입었다고 이야기하며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그녀는 1300년쯤에 있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 준다. 이렇게, 현재와 700년 전의 사랑 이야기가 책 속에서 함께 전개된다.

 

책 속의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는 함께 시작하고 함께 끝을 맺는다. 두 이야기 모두 기독교적 성격이 다분하다. 그래서 만약 내가 기독교 문화에 대해 더 친숙하고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갔다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현재와 과거에서 함께 진행 되는 사랑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 과거에서는 마리안네가 나를 먼저 떠나 보냈다면, 현대에서는 내가 마리안네를 먼저 떠나 보내기 때문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어가면서 알아가는 편이 적당할 터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책 속 현재의 마리안네는 과거의 자신의 나의 사랑을 이야기 해준다. 거기에는 단테의 지옥편도 속해 있고, 흑사병에 걸린 아내와 함께 죽음을 선택한 이탈리아 대장장이 프란체스코의 이야기, 폭풍에 휩쓸려간 남편을 기다리는 절벽의 여인 비키의 이야기, 사랑을 지키기 위해 비구니가 되고서 산 채로 땅에 묻힌 유리 세공사 세이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사랑보다 연인의 사랑을 죽음으로 지킨 바이킨 시귀르드르 같은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재미있게도 과거와 현재를 포함한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전부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다. 나와 마리안네를 비롯해 프란체스코, 시귀르드르, 세이, 그리고 비키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사랑도 행복하게 끝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리안네가 알려준 프란체스코, 시귀르드르, 세이, 비키의 이야기와  마리안네의 헌신적 사랑은 여전히 마약을 탐닉(耽溺)하는 책 속의 나를 탄테의 지옥에서 꺼내어 현실에 적응하게 하고, 인간적으로 한 층 더 성장하게 만든다.  

 

또 한가지. 이 책 ‘가고일’은 시각적 묘사가 뛰어나다. 교통 사고가 일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 후 병원에서 받는 화상 치료의 끔찍한 장면, 그리고 과거 속 여러 이야기 속 장면까지,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시각적 묘사가 뛰어난 대신 이야기의 호흡은 짧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읽었다는 기분에.

과감히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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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만사(世上萬事)는 결국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그 소통의 대상은 보통 인간이 가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으로 부르는 오감(五感)을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오감 중에서도 사람들은 보통 시각과 청각을 이용해 소통을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두 가지 이상의 기관이 보통 사람들의 소통에 사용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는 특별한 경우에서도 독특하게 후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는 18세기 파리를 무대로 한다. 흔히들 중세 시대의 유럽을 떠올리면 고풍스러운 자태의 귀족을 떠올리곤 하지만, 기실(其實) 그런 모습으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귀족이래 봐야 아주 극소수일 뿐이었고, 그 특별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삶은 녹녹하지 못했다. 영화 속 주인공 장 비티스 그루누이도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지만, 그의 상황은 보통의 경우보다 더 좋지 않다. 악취로 가득 찬 생선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데다가,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자라난 고아원 시절과 노동력의 착취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가죽 공장에서의 작업까지, 태어나면서부터 보잘것없는 인생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르누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선 후각 덕분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르누이는 세상의 모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의 뛰어난 후각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우연히 한 여인의 체취에 매료되고는, 그녀의 향기에 취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이것으로 여인의 향기에 집착하게 하는 그르누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길거리 한 여인의 향기에 매료된 후 그르누이는 어떻게 하면 자신을 매료시키는 향기를 소유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18세기 유럽은 몸에서 나는 체취를 감추기 위해 향수가 유행하던 시대였던 만큼 그르누이도 향수를 통해 자신을 매료시키는 향기를 소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정말 순전히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강력한 욕망에 때문에 그르누이는 한물간 조향사 주세페 발디니 수하(手下)에서 향수 제조법을 배운다. 그러나 세상 모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르누이에게 발디니가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여성의 향기에 집착하는 그루누이니 만큼 서로 다른 여인들의 머리카락과 피부에서 그녀들의 향기로운 체취를 향수로 만드는 것이 그에게는 지상 과제다. 그리고 몇 방울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거리의 여자에서부터 수녀, 쌍둥이 자매 그리고 귀족의 딸까지 모두 13명의 여인들이 희생되고, 그들의 체취는 그루누이에게서 향기로 남는다. 하지만, 그루누이의 행각도 계속 될 수는 없는 법.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려는 그루누이지만 결국에는 그의 범죄는 밝혀지고, 결국 투옥되어 교수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그가 만든 매혹적인 향수는 그의 교수형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모든 군중들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고 그들의 영혼마저 뒤흔들어 놓으면서, 그루누이는 어느새 유유히 사라지고 없다.

 

 영화는 세계적 베스트 셀러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덕분에 이야기가 조밀할 뿐만 아니라 재미있다. 거기에 화면을 통해 알 수 있는 18세기 유럽 향수 문화와 제조 과정은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한다.

 

 ‘향기’라는 달콤한 소재와 ‘살인’이라는 악마적인 행위의 절묘한 조합을 통해 그루누이 최고의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잔인하지만 탐미적으로 표현한 영화 ‘향수’.

관람하기를 강.력.추.천.


 Commented by 카바론 at 2008/11/06 09:37  
기억에 남는 명대사.

ㅡ "He is an Angel──!!!!"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8/11/06 13:30 
저도 기억이 나요. ^^
그 때 사람들의 표정과 함께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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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M. 쿠제스, 베리 Z. 포스너 지음| 김예리나 옮김 | 차동욱 감수 | crédu | 2008년 9월

 

 ‘리더십(Leadership)’에 대한 개념을 배운 건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리고도 학교 수업을 통해 또다시 배우기도 하고 간간히 관련 서적을 읽어 왔던 터라, 비교적 ‘리더십’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최근 1~2년을 제외하고는 사실 ‘리더십’은 머리 속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실제 실험실 인원이 늘어나면서도, 늘어난 인원에 비례해 일의 진행사항이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효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게 되면서, ‘리더십’은 더 이상 머리 속 개념에만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이 책 ‘리더 The Leader, The Leadership Challenge’를 읽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문학작품을 제외한 실용서적, 그것도 경영학의 조직이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리더십’ 같은 전문서적을 볼 때면, 우선 나는 그 책의 저자를 살펴본다. 문학작품에서야 막 등단하고서도 뛰어난 감수성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걸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리더십’과 같은 전문 이론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오래 시간에 걸쳐 깊이 있는 연구와 깊이 있는 통찰력을 동시에 가진 저자만이 그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순전히 이런 이유로 그간 간간히 읽어온 서적들에서 이 책의 저자 제임스 M. 쿠제스, 베리 Z. 포스너를 한 번도 접해 본적이 없었다는 점과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펼쳐 봤던 목차에서 그간 봐왔던 책들과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해 가진 기대는 솔직히 별로 없었다. 오히려 깔끔한 책의 케이스 속에 잘 제본된 책의 상태를 보고 역시 빈 수레가 소란스럽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 생각이 실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심정으로 한 번에 금방 읽어 나갈 줄로만 생각했던 책이 몇 장 읽고서는 한참 동안 내 생활과 행동을 반추(反芻)하고는 책의 내용과 비교해 가는 행동이 책을 읽는 내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보통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책과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는 탁월한 업적을 성취한 특정한 위인(偉人)을 통해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위인보다는 여러 조직에 걸쳐 중간 관리자가 과업(課業) 성취에 있어서 어떻게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그러면서 25년에 걸쳐 연구한 ‘리더십’에 대한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간다. 그래서 실제 리더십은 특별한 사람들이 행하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학습을 통해 실생활에서 펼쳐나갈 수 있고 또한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말하는 ‘리더십’의 본질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먼저 구성원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며, 아울러 구성원 스스로가 참여해 과업을 잘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실제 생활에서는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들 차분히 이야기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명확한 모델을 제시하며 실제 생활에서도 그대로 행동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고 알려준다. 

 

 흔히 ‘리더십’이라고 하면 보통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생각하지만, 결국 뛰어난 리더십은 진실함, 애정, 열정을 공유하는 가치관, 신뢰, 피드백, 그리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통제’가 아닌 ‘관계’라는 사실을 이 책은 진지하면서도 진솔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아쉬움도 있었다. 리더가 가져야 할 ‘리더십’과 관해서는 잘 설명해 주고 있지만, 우리는 실생활에서 리더가 될 기회보다는 추종자(follower)가 될 기회가 더 많은데 뛰어난 추종자에 대한 논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또한, 뛰어난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끔 볼 수 있었던 오자(誤字) 역시 내심 아쉬웠다.

 

 아울러 이 책 ‘리더’를 읽어 보면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통찰력을 배울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제프리 페러의 ‘권력의 경영, Managing with POWER’ 를 함께 읽어 보면 더 좋을 듯 싶다.

 

 이 책 ‘리더’를 찬찬히 읽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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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 '오발탄'을 알게 된 건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국어나 문학 시간에 교과서를 통해 직접 배우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그 나이 또래에 으레 몇 권씩은 섭렵했을 한국단편소설집 같은 책을 통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지나서 근래 소설 '오발탄'이 아닌 영화 '오발탄, The Aimless Bullest'을 보게 되었다.

  소설 '오발탄'은 작가 이범선의 단편소설로 1959년 출간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전쟁 이후 1950~1960년대를 배경으로 전쟁으로 인한 비참한 당시 시대상을 주인공 철호의 가족을 통해 신랄하게 보여주며 고발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소설이 발표 되고 2년이 지난 1961년 개봉한 영화 '오발탄'도 역시 소설에서 보여준 고발문학의 모습을 유현목 감독의 탁월한 리얼리즘 시각으로 화면으로 옮겼다. 그래서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에의 입장에서는 글을 읽어 감으로써 시대를 이해하기 보다 직접적인 영상을 통해 훨씬 더 쉽게 그 시대의 모습을 보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화가 감독의 눈을 통해 각색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 가는 덕택에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송철호(김진규)는 한국 전쟁 시간에 가족과 함께 월남해 해방촌 판잣집에서 살면서 계리사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한다. 박봉(薄俸)의 월급쟁이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식구를 부양하는데 늘 어려움을 겪는다. 그의 모친(노재신)은 월남한 이후 7년 동안 살아온 남한에서의 삶을 부정하며 항상 '가자'라는 말을 외친다. 음대 출신에 상당한 미인이었던 아내(문정숙)는 자신이 미인이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 버린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모습이고, 부상으로 제대 후 백수로 지내는 동생 영호(최무룡)는 허황된 꿈만 꾸는 사고뭉치다. 여동생(최애자)은 식구들 몰래 어느새 양공주로 전락해 버렸고, 철호의 철없는 어린 딸은 집안 사정은 모른 채 고무신을 사달라며 조르기 일수다. 거기에 막내 동생 역시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팔이를 하고 있다. 


 
 6.25
라는 피비린내나는 끔찍한 전쟁 후 삭막해진 사회의 모습에 실성한 노모의 넋두리, 만삭한 아내의 몸부림, 강도죄로 붙들려간 동생, 양공주로 몸을 파는 누이동생 같이 어디에도 희망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도 앓는 이를 부여 안고 양심만을 지키려는 주인공도 결국 택시 안에서 만취한 모습으로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난 전쟁 중에 잘못 발사된 오발탄 같구나!'라고 읊조리는 이야기와 함께 지쳐 쓰러지고 만다. 

  거기에 영화 속 플롯(plot)을 통한 영화적 재미뿐만 아니라 약자의 생존과 침울한 사회상이 영화 속 쇼트에서 리얼리즘을 모습으로 보여 질 뿐만 아니라, 대담한 화면구도까지 더 하며, 영화를 통해 감독은 소설 원작이 갖는 재미를 한층 배가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의 시각으로 본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별히 한국 고전 영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감독 혹은 배우에 대한 애정으로 관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칫하면 재미없게 느껴 질 수도 있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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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_09_05 금(金)  20:00, 2008_10_19 일(日)  15:00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대학로 연극을 볼 때면, 어떤 극을 선택해야 할지 늘 고민하게 된다. 보통 그럴 때면 그 선택의 기준이 그 극을 이미 본 사람들의 평이나 선호하는 배우의 등장 여부가 되곤 하는데, 이것은 내게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극을 소개하는 팸플릿(pamphlet)에 본 연출자의 이름이 장유정 이거나 위성신 일 때다. 이는 지난 2~3년 간 가끔씩 접해 왔던 이들의 연출 작을 떠올려 봤을때, 무대 활용도와 극 중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건 건, 지금 이야기하려는 연극 ‘멜로드라마’가 바로 장유경 연출의 극이 때문이다.

 

 연극 ‘멜로드라마’는 작년에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극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들이 이유가 되어서 이미 작년에 관람을 했다. 그것도  초연 때 (http://www.withthink.kr/416) 관람을 포함해 앵콜 연장(http://www.withthink.kr/428)까지 관람을 통해, 벌써 같은 극을 두 번 관람하는 재미를 이미 경험했었다. 그리고도 올 해 또다시 이 연극 ‘멜로드라마’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작년 첫 관람은 순전히 극 중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면서 봤다. 물론 효율적인 무대 사용이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플롯(plot)에 의한 재미가 제일 크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앵콜 연장을 통해 바뀐 배우가 펼쳤던 두 번째 관람은 이미 첫 관람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는 알고 있었던 덕분에 연출자가 극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복선(伏線)이 눈에 띌 만큼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2 팀으로 나뉘어 바뀐 배우들로 다시 연극 ‘멜로드라마’가 무대에 올랐을 때, 작년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유경 역과 안소이 역에 각각 배우 김성령과 배우 김진희가 출연하는 화목토 팀과 같은 역에 배우 박소영과 배우 이진희가 출연하는 수금일 팀 공연을 과감히 모두 관람했다. (첫 공연이 금요일이었지만, 화목토 팀이 공연했다.)

 

 공연은 큐레이터인 유경이 펠리시안 롭스의 그림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을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멜로드라마’라는 제목을 암시하듯 ‘욕망이란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반동으로 튀어 오른다.’ 라는 복선과 함께 극이 시작된다.

 

극은 제목 그대로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다. 그냥 서로 얽히고 설킨 불륜 이야기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 극의 재미는 그 복잡한 불륜의 이야기가 그저 드라마 속에나 나올만한 부도덕한고 나쁜 것이 아니라 슬프고 애달픈 것으로 관객에게 다가오는데 있다. 불륜이면 의례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어야만 될 것 같지만 머리채를 서로 잡고 싸우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누가 불륜으로 인한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 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등장 인물 모두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다른 방법으로 그저 사랑한 것뿐 이다.

 

어떤 사람은 끊어지는 않는 담배마냥, 사랑도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평생 참고 외면하는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창문만 열어놔도 울리는 윈드벨 같이 예민한 감정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기 늘 기원하고 살아왔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틀리지 않다. 잘난 속도 때문에 바람이 연애보다 더 열정적으로 느껴지지만, 바람은 결국 스치고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당신은 실수일지 몰라도 나는 운명이라는 이야기도 외면할 수 없다. 처음에는 누구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고, 과연 누구의 사랑이 잘못 된 것일까 싶었지만, 관람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결국은 전부다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한 것일 뿐이 아닌가 싶었다. 거기에 배우들의 진실된 연기가 주는 감동까지.

 

극의 플롯(plot)에서 얻는 재미에 아이디어 넘치는 무대 구성 그리고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관람하기에 아쉬움이 없는 공연이었다.

 

과감히 관람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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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맥스웰, 레스 패로트 지음 | 한근태 옮김 | 다산북스 | 2008년 9월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하나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전형적인 A형 스타일로 소심하고 별로 말이 없는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것에 늘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책에는 늘 관심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작은 시작 : 신뢰를 얻는 25가지 심리 기술, 25 ways to win with people’ 역시 내 관심 영역에 딱 속하는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의 번역자 한근태는 평소 자주 보는 인터넷 신문 칼럼을 통해 자주 그의 글을 접할 수 있었던 터였다. 아울러 자주 접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칼럼에서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통찰력에 깊이 공감하고 내 자신을 되돌아 보곤 해서, 역자에 대한 기대감이 책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신뢰를 얻는 25가지 심리 기술’ 이라는 책의 부제는, 지금까지 읽어 본 책을 떠올려 봤을 때,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본질에 대한 논의가 아닌 기술에 대한 논의를 하는 책의 경우 대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 시켜줬다. 이런 생각들로 이 책 ‘작은 신뢰’는 책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가지고 읽어 나갔다.

 

 이 책 ‘작은 시작’을 읽어가면서 직접적으로 떠오른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사교력 : 유쾌한 인간관계의 기술’이라는 유쾌한 인간관계를 이끌어가는 구체적인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권해 주고 싶을 정도로 방법론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다가, 바쁜 생활 중에서 짧게 읽어 나가기에도 너무나 편리한 책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인간관계를 기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거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책 ‘작은 시작’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중요성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책에서 가장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라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구나 절대 자신이 가진 것 이상 줄 수가 없으며,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어야 그것이 타인에게 연장될 수 있으며 또한 거기서 참된 인간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만나기 전에 30초는 적어도 그들의 멋진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30초 규칙’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 또한 마찬가지로 공감되는 내용이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과 현실적 공감을 두 저자가 번갈아 가며 천천히 풀어 나간다.

 

 이렇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내용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점과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도 발견하지 못하는 것에서 빠져 나와 상대편의 장점과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대부분 내용이 책을 읽기 전부터 우리가 벌써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머리 속에서 이해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과 가슴에서 그대로 우러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살아가는 삶에서는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의 중요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내심 구체적인 실례를 더 많고 자세히 들어 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벌써 다른 책에서도 충분히 다루었기 때문에 너무 디테일 한 실천 방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인간관계의 본질과 그 기술에 대해 균형 잡힌 이야기에 집중하고 책의 가치를 본다면 읽어 보기에 아쉬움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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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갑 지음 | 바움 | 2008년 9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한국사 여걸열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사서(史書) 에 있어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우리 역사(歷史) 속의 여성을 재조명해 보려는 독특한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가 다 알고 있듯이 우리의 사관(史觀)이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보여준 왕조 중심의 기전체(紀傳體) 형식을 그대로 답습해 서술해 온 사서가 대다수여서, 그로 인해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 또한 시대와 왕조에 따라 보통 배워왔고, 그 속에서 여성이 중심이 되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 ‘한국사 여걸열전’은 기전체 형식으로 이어진 정사(正史)의 한계를 훌쩍 뛰어 넘어, 야사(野史)를 포함한 전설(傳說), 야담(野談) 등 다양한 소재를 과감히 채택하여 이야기를 전개 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 이전 시대에는 부족한 사료(史料)로 인해 생긴 공백을 작가적 상상을 통해 채워 넣기도 한다. 그 덕분에 책에서는 그간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속에서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여걸의 이름을 여럿 발견 할 수 있는데다가, 흥미를 가지고 읽어 나가기에도 독자로서는 너무 편리하다.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다소 의아스러웠던 점은 특히 책의 전반부에 걸쳐 여걸 열전이라는 이름 아래 해당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면서도 정작 주인공에 대한 직접적인 서술보다는 당시 시대상황을 전반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사료의 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저자가 책 머리에서 저자가 언급한 한국사 속의 여걸을 부각시키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신라와 고려 시대에 성 풍속도가 지금 우리가 가진 개념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 역시 매우 큰 충격이었는데, 그 보다 책을 읽어가면서 주로 고려 시대 부분에서 가계도(家系圖)를 이해하는 것에도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누가 누구의 자녀이고 또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가 예상보다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내심 우리 역사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비교적 친숙하다고 지금까지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허황옥, 도미의 아내, 한주, 미실궁주, 연수영, 신명순성황후, 천추태후, 기황우, 문정황후, 소현세자빈 강씨 그리고 임윤지당에 이르기까지 국어나 문학 시간에 잠깐 접해 본 이름내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이름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외에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다른 인물들에 관해서도 그 지식이 너무 미천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마지막으로 이 책 ‘한국사 여걸 열전’이 그 내용에서도 실제 읽어 나가는데 있어서도 매우 좋은 책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특히 고대사 부분에 있어서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풀어간 사실이나, 아직 학계에서 정설(定說)로 인정 지 못하는 여러 설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여러 의견이 분분한 만큼 하나의 의견으로써 가지는 가치는 충분하지만 그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하지만, 읽어보기에 재미도 내용도 충분한 책이라는 점에서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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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지음| 평단 | 2008년 9월

 

책 ‘발랄한 라라’는 ‘모든 사람에 불륜은 없다 : 마광수 문화비평집’ 이후 작가 마광수의 책을 직접 읽어 보는 두 번째 책이다. 전작을 통해 작가는 주장하는 지나치게 교양주의적인 우리나라 문학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생각과 감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책 ‘발랄한 라라’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가 과연 그의 소설에서는 어떻게 등장할 지가 궁금했다.

 

이 책 ‘발랄한 라라’의 서문을 통해서도 작가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면에서는 보수주의와 교양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전면에서 내세운 것들이 그저 내숭이 되어버리고 마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리고 단편소설이 가질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소설의 분량만으로 콩트와 단편소설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이야기하고 작가 자신은 교양주의가 갖는 위선과 이중성을 부정하며, 자신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퇴폐(頹廢)가 아닌 유미주의(唯美主義)로 스스로 규정하며 자신을 옹호하는 틀로써 삼고서 소설 속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책 ‘발랄한 라라’는 32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책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이 가진 한계를 벗어난 섹스토피아의 실현을 꿈 꾸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는 작가가 가진 페티시즘(fetishism) 역시 빠지지 않는다.

 

사실 작가는 여러 곳을 통해서 자신의 글을 직접 읽어보지 않고서 자신을 퇴폐(頹廢)주의자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적개심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이야 말로 성에 대한 위선과 이중성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진정한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전작과 이번 책을 직접 읽어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유미주의에 대해 스스로가 선구자의 역할에 만족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왈가왈부할 거리가 있을 필요가 없지만, 독자가 직접 그의 글을 읽어 보고 그의 글에서 직접 유미주의로 칭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퇴폐적이라고 규정되었던 기존의 야한 소설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보인다. 게다가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의 후유증인지 소설을 내용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옹호하는 내용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점은 아쉬움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작가의 경험에 기반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과연 백일몽(白日夢)을 꾸는 듯한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실제 작가의 이야기였을 지가 자못 궁금하다.

 

작가 마광수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만든 선택이 아닌 그저 단순한 흥미로 인해 책을 선택한다면 이 책 ‘발랄한 사라’는 비.추.천.


 Tracked from 파아랑 at 2009/07/10 01:10 x

발랄한 라라 - 마광수 지음/평단문화사 고무풍선기린 님께서 보내주신 [발랄한 라라]를 읽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마광수 교수의 단편소설집입니다. 네댓장의 짧은 분량의 단편부터 여러 가지 단편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성性 과 관련해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저입니다. 그리고 표현이나 사고에 있어서 솔직한 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지만, 약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보면 그렇지 않은가 싶기도 하네요.-_- 단편들 중에서 성과 관련......more

 Commented by 파아랑 at 2009/07/10 01:09  
발랄한 라라 읽고 트랙백 남깁니다.^^

하....조금 놀랐습니다.;

대한민국은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해!!라고 종종 말하곤 다니지만,...

하여튼,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기존의 퇴폐적이라 평가 받았던 소설과의 차별화의 부족...이 부분에 공감이 가네요-

또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7/10 09:53 
성에 대한 위선과 이중성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진정한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려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서 만족해야 할 듯 싶습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꽤
놀랐었구요. ^^;

제가 작성해 놓은 것을 제가 다시 읽어 보는 것인데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게 작성해 놓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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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오가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언급하는 영화가 몇 편 있는데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Fight Club’ 그리고 ‘The Butterfly Effect’ 같은 영화가 그런 범주에 속하는 영화다. 이들 영화의 특징을 꼽으라면 바로 영화의 소재가 기억력이나 시간의 흐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기억력이나 시간의 흐름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기억력이나 시간의 흐름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보면 열광하곤 한다. 그런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 ‘데자뷰, Déjà vu’도 그 내용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로 내가 열광할 요소를 갖춘 영화라는 말이다.  

 

영화 속에서 시간을 거슬러 가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그렇지만 보통 스타트렉 만큼의 과학적 논리로 무장하지 않는 이상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가는 것은 그저 신기한 일일 뿐 그것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 ‘데자뷰’는 스타일이 약간 다르다. 양자물리(Quantum physics)에서 이야기하는 시간과 공간의 왜곡을 매개로 현재와 과거를 연관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만 시간 왜곡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 두도록 하고,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영화는 시끌벅적한 부두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다양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두에 정박해 있는 배를 타고 배는 유유히 강을 따라가는데, 갑자기 배에 실려 있던 자동차가 그 속에 있던 폭발물과 함께 폭발한다. 그리고 배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폭발과 함께 배에서 사람이 튕겨져 나가고, 폭발과 함께 목숨을 잃는다. 즐겁고 흥겹던 영화 속 장면은 순식간에 혼돈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폭발을 수사하기 위해 주인공 더그 칼린(덴젤 워싱턴, Denzel Washington)이 등장한다. 이렇게 영화는 시작되고, 이내 더그는 테러로 희생된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순전히 데자뷰라고 생각했던 현상이 실제로는 시공의 물리적 개념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한다. 그렇지만 이내 사건과 연관이 있어 조사하게 된 클레어라는 여인에게 흥미를 갖게 되면서 더그는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더 집착을 하며 이야기는 이어진다.

 

결국 과거로 돌아간 더그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범인도 잡고 사랑하는 여인까지 얻게 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보면서 알아가시길….


 Commented by 배시시 at 2008/10/19 10:18  
아~ 과학지식을 갖고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부럽군. ^^. 나도 기억, 시간여행 같은 거 좋아해~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8/10/19 21:28 
와우~ 누나의 덧말이... ^^
   저는 기억과 시간 여행 같은 소재 영화는 아주 껌뻑 죽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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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페퍼 지음 | 배 현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9월



이 책 ‘권력의 경영, Managing with POWER’를 처음 봤을 때,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의 ‘통찰과 포용, Leading Minds’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논문조의 어투와 형식을 바탕으로 11명의 다양한 인물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다 읽었을 때 리더십에 관한 세계적 석학의 1학기 수업을 마친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책 ‘권력의 경영’ 또한‘통찰과 포용’과 읽고 나서의 느낌이 비슷할 것만 같았다. 이는 이 책의 저자 제프리 페퍼가 스탠포드에서 조직 이론을 오랫동안 강의한 석학이란 점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느낌은 약간 달랐다. 세계적 석학의 1학기 수업의 느낌에 그치지 않고 좋은 MBA에서 조직관리에 대한 수업을 제대로 받았다는 기분이 더 강했다. 거기에 서양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손자병법’을 통해 조직을 이루고 이끌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책의 서두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나 역시 권력(權力)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편이 좋겠다. 나는7080 세대로 제도권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 가치에 꾸준히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이다. 비록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에 초등학교 교육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 교육을 통해서는 민주주주가 갖는 가치와 효용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교육을 꾸준히 그리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받아 왔다. 그 결과 권력은 일부 정치 세력이나 이익단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성취하기 위한 어둡고도 지저분한 음모 이상의 의미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생각이 명백히 틀렸다고 지적한다.  권력은 막연한 거부감을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속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과업을 올바로 성취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올바른 권력의 이해를 바탕으로 권력이 발생하는 원천이 무엇인지, 권력 행사에 필요한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학 관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GM, 포드, PG&E, 미 정부, 뉴욕시, 리먼브러더스 같은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실제로 일어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권력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채 자신의 일에 있어서 소극적인 자세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권력의 획득과 사용을 통해 비록 실패와 역경을 맞이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 속에서 이루고자 하는 과업을 더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어야만이 그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 모두에 발전이 있음을 역설한다.

 

 이는 실제 주위 상황을 떠올려봐도 대부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권력이나 권력 싸움에 무관심하고, 그 결과 일부 몇몇만이 적극적으로 권력을 획득하고 행사해 왔음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명제가 실생활에서 당위성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개개의 인간과 조직 그리고 사회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서 깊이 있는 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력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는데, 권력과 영향력 행사가 결국은 인간사회에 보편적으로 통하는 사회적 관계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내 자신과 내가 속한 조직에 대한 더 큰 통찰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내용이 방대하기는 하지만 일독해 보기를

강.력.추.천.


 Tracked from Inuit Blogged at 2009/09/12 11:19 x

제목 : 권력의 경영
권력은 악일까요. 필요악일까요. 아니면.. 그저 악명이 숙명인 사회적 메커니즘일까요. Jeffrey Pfeffer (원제)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 페퍼 씨는 명료하게 권력을 정의합니다. 권력은 의사결정을 실행하는 힘이다. 왜냐하면 성공은 계획될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공은 실행될 뿐이다. 그리고 그 실행은 권력이 담당한다. 권력에 농락당한 로버트 그린이나, ......more


 Commented by 리스 at 2008/09/29 07:33  

페퍼 책이 번역도 되는군요!
그런데 '권력의 경영'이라니 번역서 제목은 좀; 꼭 정치학같은 느낌이 드네요;;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8/10/01 00:12 
맞습니다. 경영학보다는 조직이론에 더 중점을 둔 정치학 서적 같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

 Commented by 정일동 at 2008/10/05 18:13  

조직 내의 [의사결정],[권력 경영] 및 [목표를 관철하는 법]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는데 [링컨.키신저.혼다,허튼의 포먼,애플과 IBMt사 ,이란-콘트라 청문회의 노스 해병대 중령]등의 구체적 사례등은 학교를 떠나 서 [조직생활]을 할 적에 [적응력과 문제 해결력]을 높일 것으로 사료된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8/10/05 21:23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inuit at 2009/09/12 11:19  
고무풍선기린님 잘 지내시죠?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저도 읽고 글을 적었기에 트랙백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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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엘루세크 지음| 김시형 옮김 | 교양인 | 2008년 8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 : 사랑에 관한 심리학 강의 16강’은 읽기 전 큰 기대를 가졌던 책이다. 책의 제목이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설명해 나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보시려고 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하기가 망설여진다. 오래된 연인이나 결혼한 커플을 대상으로 그들 속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갈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저자가 책의 내용 전체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은 발전의 ‘과정’을 일컫는 것이지, 결코 한 순간 불타 올랐다가 사라져버리는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절대로 사랑의 유지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흔히 연애 상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서로가 좋아 보이고, 그것을 사랑으로 여기고 마는 성급함이 옳지 않다는 것을 지적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은 30년에 걸쳐 심리 상담과 가족 상담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실제 부부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위기와 갈등을 실례를 통해 독자에게 알려주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오랜 연인도 결혼한 커플에도 속하지 못해 내 실제 경험과 비교해 가며 책을 읽어나가지는 못했지만, 결혼한 부부들에게 닥친 위기를 잘 이겨내고 지속되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 역시 부지런히 ‘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처음에 지적했던 책의 제목과 책의 내용의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을 선정하는 것이 책의 선전과 판매에 큰 효과가 있는 것은 수긍하지만, 이를 통해 독자가 이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서적의 제목을 믿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줄어든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지 않나 싶다. 또한 깊은 통찰력을 통해 사랑에 관한 심리학 강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내용상의 깊이를 가졌으면 지금 사실에 근거한 기술보다는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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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08_09_13 16:00

공연장 : 대학로 까망소극장


 탐욕(貪慾)이란 좋아하는 대상을 갖고 싶어 하고 구하려는 욕심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럼 탐욕이란 옳지 못한 것일까? 나는 연극 ‘리투아니아’를 관람하고서 탐욕이라는 단어를 한참 생각했다. 탐욕도 결국은 정당한 형태로 발현된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의 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지만, 정당성을 결여한 채, 탐욕이 그 모습을 드러내면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연극을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리투아니아라는 나라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유럽 어느 변방에 있음직한 지레짐작 말고는 그 정보를 찾아 보기 전까지 북유럽 발트해에 접해 있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아주 작은 나라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연극 ‘리투아니아’의 배경이 바로 춥고 척박한 기후로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리투아니아의 산골 외딴 오두막집이다.

 

 춥고 척박한 기후의 산골의 생활이라면 그 속에서의 생활은 빈곤 할 수 밖에 없다. 역시 극의 무대가 되는 오두막집의 3명의 식구에게도 그 사실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좋은 의복도 음식도 없다. 하물며 그들에게 도시 문명을 상징하는 시계가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숲 속에서 길 읽은 손님이 찾아 온다. 차림새만 봐도 그들과 같지 않은 부류임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만한 도시인이다. 여기서 오두막집의 세 가족의 갈등이 시작된다. 왜 그들의 삶은 저 방문자의 모습과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는 그 방문자를 죽이고는 그의 돈을 빼앗아 도시에서 살아갈 것을 꿈 꾼다.

 

 연극은 탐욕이 정당성을 상실한 채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준다. 만약 그들의 탐욕이 정당성으로 인해 제한 받았다면 극의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극의 작가는 인간이란 결국 자신이 가진 탐욕 속에 빠져드는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극은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법 음침한 분위기에서 전개된다. 그리고 극을 보기 시작하면 이내 정확한 동선에 맞추어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극을 관람하고서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극이 시작하고서 금방 전체 스토리를 대략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그 부족함의 전부지는 잘 모르겠다. 연출자가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에 대한 숙고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감히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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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이 책 ‘상식 밖의 경제학, Predictably Irrational’은 합리적 사고를 통한 최선의 행동을 바탕으로 사회 현상을 기술해 나가는 전통 경제학에 반기(反旗)를 드는 책이다. 하지만 잠깐 사람들의 실생활을 떠올려 보면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이 비이성적인 면이 많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렇게 실생활에서 전통 경제학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 책 ‘상식 밖의 경제학’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주목한다. 그러면서 책에서 소개하는 행동 경제학을 통해 인간의 비이성적 행동과 판단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 풀어 나간다.

 

책에서 저자는 잠시만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13가지 행동 유형을, 간단하면서도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잘 엿볼 수 있는 기발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해 나간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은 만물의 영장으로 합리적 판단과 행동을 통해 발전해 왔고, 역사적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주위를 잠시만 둘러보면 금세 같은 실수를 수없이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을 비롯해 다양한 반례를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독자에게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늘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앞서 말한 13가지의 간단하지만 기발하고 또한 매우 직관적인 실험을 통해 인간의 판단과 행동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를 보여준다.

 

 책을 읽어 가면서 나는 저자의 통찰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비이성적인모습이 내 실생활에서 고스란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를 합리적인 존재로 생각하며, 가치 판단에 있어서 그릇된 행동을 했을 때 가졌던 자책감이 내게만 있어 특별한 것이 아니고 다른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반적인 행동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책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청소년 시절 마그네슘(Mg)이 폭발하는 사고로 인해 화상을 입게 되었다. 그 화상으로 인해 3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하게 되었고, 그 때 병원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비이성적인 행동에 관심을 갖고 그러한 행동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실 청소년기에 가졌던 의문을 교수라는 직업인이 된 지금에까지 잊지 않고 의문을 풀어가는 저자의 열정적인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그 못지 않게 불행을 불평거리의 수준에서 끝내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되살리는 저자의 지혜 또한 책을 읽어가며 내가 배워 가야 할 점이었다.

 

 

이 책 ‘상식 밖의 경제학’이 갖는 재미와 가치는 정말 매우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통 경제학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무시해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 개인개인의 개개인의 행동 혹은 작은 집단에 있어서는 책에서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이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을 잘 설명해 주지만 그것이 거시적(巨視的)인 현상을 설명하는데는 부분에 까지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거시적(巨視的)인 현상의 경우에는  있어서는 아직 전통 경제학을 통해 이해하는 점이 훨씬 합리적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전통 경제학과 행동 경제학의 영역을 나누기 보다는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안목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일독(一讀)해 보기를 추천(推薦).


 Tracked from Read & Lead at 2009/03/02 08:53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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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Read & Lead at 2009/04/24 09:43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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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형 지음| 지식의 날개 | 2008년 5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성공을 바인딩하라’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칭찬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번 경우는 경우를 달리해 보자. 책 ‘성공을 바인딩하라’의 내용을 말하면 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피터 드러커나 스티븐 코비를 포함한 뛰어난 학자내지 컨설턴트의 소개로 책의 내용 역시 그들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책의 내용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과 바인더의 형식은 ‘프랭크린 다이어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이 책 ‘성공을 바인딩하라’는 앞서 이야기한 것의 모조품에 불과한 데다가, 가치 또한 보잘것없단 말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에 들어 있다. 수많은 훌륭한 서적과 프랭크린 다이어리라는 우수한 다이어리가 구슬에 그치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이 실천이라는 구슬을 꿰는 행동에 이르지 못하면 보배가 되지 못하고 마는데, 이 책 ‘성공을 바인딩하라’는 비록 여러 곳에서 구슬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대신 그 구슬을 꿰어 보배에 이르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나 ‘프랭크린 다이어리’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사명서나 비전 작성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저런 불편함으로 인해 내 생활 속에 자리 잡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는데, 이 책의 경우는 좀 더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데 적합하다. 실제로 책의 모양을 다이어리 형태로 만든 것이나,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중간 중간에 실제 바인더 사용의 사례를 제시하고 그에 맞추어 직접 작성해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다이어리가 서로 호환되기 힘들어 여기저기에 반복 작성을 해야 했던 것에 반해 책에서 소개하는 바인더의 경우는 크기를 A5 사이즈로 사용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A4 용지와도 70% 축소 복사나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을 통해 바인더에 다시 기입하는 형태의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

 

그래서 책을 읽어 나가면서 다시금 꿈 리스트, 사명, 비전, 목표 세우기 그리고 계획표 작성을 다른 사람의 예를 보면서 작성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것이 내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지나치게 성공주의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도 지적해 두고 싶다. 휴식을 포함한 여가 부분에 대한 내용과 저자 자신만의 이론에 대해 더 보충된다면 지금 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가진 책으로 재탄생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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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낫 이스워런 지음 | 박웅희 옮김 | 바움 | 2008년8월

 

 책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는 책의 표지에서부터 이 책이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두 번째 이야기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를 이야기 하는데 ,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이야기하려는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의 핵심적인 내용은 전작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가 이미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전작에 들어 있다고 해서, 이 책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야기하는 핵심적 가치는 동일하지만 그 실천에 있어서 이 책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가 훨씬 더 유용할뿐더러, 실제 전작을 읽은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도 전작에서 얻었던 가치를 충분히 이 책을 통해 다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행여나 전작을 접했으니 이 책은 들출 필요가 없다는 식의 생각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전체를 아울러 마음을 편하게 해야 한다는 아주 기초적인 명제에 기반을 두고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방법론으로 만트람이라고 부르는 경구(警句)을 반복하여 욈으로써 현실에 충실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6장으로 나누어 그 명제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구체적인 실천 사례와 방법론을 전작과는 달리 독자에게 명확하게 제시해 준다.

 

아울러 이 책 ‘폭풍 속에서 마음 다스리기’에 대해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바로 이 책은 매우 담백하고 담담한 서술을 통해 그 내용을 독자에게 설명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 다소 읽어가는데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보여주는 담백하고 담담한 서술을 찬찬히 따라간다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실에 깊게 공감하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에 아쉬움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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