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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 글/그림 | 서사원 | 20218

  놀랍게도 이 책 고양이 단편 만화’’ 작가 남씨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시간 때우기가 그림을 그린 이유라 밝힙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분명히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행위라 생각하는 제 아재 마인드에 반합니다.

 맞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책이라고 해도 반드시 의미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다고 해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굳이 책을 보면서의 감상을 꼽는다면, 작가는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 정도 였습니다. 굳이 박스와 서럽장에 들어가고, 높은 곳에 앉아서 CCTV 마냥 처다보고, 토닥거리면 엉덩이를 들고, 컴퓨터를 켜면 자판에 자리를 잡았던, 우리 밍밍이구름이이 모습이 그림 속 고양이과 닮았습니다.

  안으려면 빠져 나가고, 관심을 거두면 달라 붙는 고양이를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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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창비 | 202076

 

1.   읽기 전

 지금 2023년은 AI가 시대의 화두이고, 각종 K-컨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볼거리, 읽을거리, 들을 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뭘 선택해야 할지가 오히려 고민인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최근 의도하지 않았지만, 연달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을 접했습니다. 그러면서 참 이 시대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리고 나서 우연치 않게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일제 강점의 조선 노동자의 고뇌와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인 소설 ‘철도원 삼대’입니다.  

 

2. 읽으며

 이야기는 이진오의 현재에서 시작합니다. 이진오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기존 공장은 페쇄하고 남은 노동자는 해고해 버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맞서 굴뚝에 올라 시위를 합니다. 그리고 이내 패트병에 적어 놓은 이름에 매개로 증조 할어버지 이백만, 증조 할머니 주안댁, 증조 고모 할머니 이막금, 할어버지 이일철, 작은 할아버지 이두철, 할머니 신금이, 작은 할머니 할머니 한여옥, 아버지 이지산으로 끊임없이 플래식백(flashback)하며 식민지 치하의 조선 노동자의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의 영등포와 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한 노동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모습을 각 인물에 맞추어 보여 줍니다.
 책의 백미는 그 시절 영등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철도 공작창 이야기와 경부선, 경의선 철도를 운행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규교육과 비정규교육에서 접해 볼 수 없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3. 읽고나서

K-Pop을 위시한 각종 K-컨텐츠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청산되지 못한 일제의 잔재가 여전히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끊임없이 싸워온 우리의 결과다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
이 책 ‘철도원 삼대’는 읽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저는 과연 제 자리에서 세상이 아주 조금씩 나아져가는데 과연 일말의 기여라도 했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철도원 삼대’는 방대한 분량에 재미있으면서도 읽기도 힘들었지만,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하는데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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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금이, 창비, 2023 7 17

 

읽기 전

  2년쯤 전부터 매주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박물관, 공원, 궁궐을 비롯해 마술 수업, 각종 만들기 수업, 그리고 영화, 뮤지컬 같은 것을 함께 보면서,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가능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체험이 경험으로 쌓이고, 궁극에는 아이가 자신의 시각과 취향을 갖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런 일련의 체험 과정 중 앞서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간간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의 내용을 원작으로 하는 공연 관람입니다. 지금 이야기할 '알로하, 나의 엄마들' 역시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어린이 뮤지컬일 줄 알고서 덜컥 예매부터 했습니다. 그리곤 아이가 관람하기 전에 책을 읽어보게 할 심산으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책을 펼쳐보니 어린이 도서가 아닌 청소년 추천도서입니다. 말이 청소년 추천도서지, 그냥 성인용 소설이라 아이가 읽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읽어본 후 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요량으로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며

  책의 내용은 학생 시절 현대사 책에서 간략히 보고, 역사전공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던 조선 노동자의 하와이 이민사입니다. 다만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하와이 이민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제 시대에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일꾼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혹사당하며 일했고, 그러면서도 하와이 교민들은 조선 독립 운동의 자금줄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따르는 지도자에 따라 교민사회가 분열되었다는 사실이 사료에 근거하여 기술되었다면,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그 연장선에서 버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의 이야기로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의 시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갑니다. 그 시절 조선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여성의 하와이에서 삶, 하와이 노동이민으로 생겨난 늙은 노총각과 어린 신부의 사진 결혼으로 생긴 사회문제, 하와이 내에서 갈라진 독립 노선과 그에 따라 분열된 교민 사회 같은 아픈 이야기를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조선에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포와(하와이)까지 가지만 할머니가 무당이었던 송화가 무병으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이게 정말 사료에 있는 이야기 인지 작가가 소설 속에서 만든 이야기인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특이했던 점은 이 책의 형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시작해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작가는 마지막 2장에서는 갑자기 형식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복수형 제목의 이유를 독자에게 넌지시 알려줍니다.

 

읽고 나서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까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일제의 강탈과, 하와이 이민, 하와이 동포 사회의 분열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그 시절 여성이 가졌을 여성상과 이를 극복해 가는 이야기를 함께 찬찬히 그리고 쉽게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말주변이 없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과연 뮤지컬에서는 책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 냈을지 궁금합니다.

 덧말. 작가에게는 죄송하지만, 책에서 보이는 작가의 필력이 어마어마하거나 이야기의 플롯이 정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느슨한 플롯 속에서 담담하게 여성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에서 역사적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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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 이순학 | 더스토리 |  2016 6 27

 

읽기 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청소년 시절 필독서로 추천 받는 책이지만, 아쉽게도 저는 청소년 시절 '데미안' 읽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불혹 (不惑) 나이가 되어 지우학 (志于學) 봤어야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후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데미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책을 읽고 나니, 청소년기에 읽으라고 추천할 합니다. '데미안' 전형적인 성장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 평생의 화두(話頭) 시대에 살아가는 만큼, 청소년기에 읽지 못한게 아쉽기는 해도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책의 이야기는  헤르만 헤세 자신으로 보이는 작중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유년기에서 시작해 청년기까지 그의 내적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장 소설인 만큼 유년기의 싱클레어가 커갈 수록  평온한 울타리 보다는 울타리 밖을 궁금해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갑니다.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싱클레어의 친구 데미안은 마치 선지자 (先知者) 같은 모습을 보이며 싱클레어의 성장을 도와 줍니다.


내가 원하는 남한테 생각하게 만들 없어. 하지만 우린 사람들을 관찰할 수는 있어. 그러면 가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차릴 있지. 그렇게 하면 대개 사람이 다음 순간엔 무엇을 건지도 예측할 있는 거지. 아주 간단해. 단지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지. 물론 연습이 필요하긴 .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살짜리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뒤지는게 싫어서 거짓말이 스스로를 옳아 매어 절망을 느끼는 부분이었습니다. 종교나 사랑에 대한 내적 성장과는 달리 10 꼬마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싱클레어가 겪었던 일이 분명 제게도 있었던 같았기 때문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 청소년기에 이미 일독 했더라도, 다시금 일독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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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저 | 말글터 | 2016 8 29

 

 

1.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나는 엄마가 늘 내가 아픈 걸 혹은 아플까봐 걱정하는 것은 순전히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했다. 이 구절을 보고 나니, 자식에 대한 애정 뿐만 아니라 나를 낳고서 부터 계속해서 아팠던 엄마의 경험이 자식에 대한 걱정을 더 하게 만든 것이었다.

 

 

2.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내 사랑은 아직도 작은 사랑인가보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기는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걸 상대가 원할 때면 결국은 해주면서도 싫은 티를 꼭 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부끄럽지만 그게 아직 내 사랑의 크기이다.

 

 

3.

특히 난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을 처리할 때면 그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시간과 추격전을 벌이다가 막다른 길에서 붙잡히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가 참 못마땅하다. 그리고 가끔은 뭐가 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정말 바쁜 것인지, 아니면 '바쁘다'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것인지....

 

나는 일을 할 때면 항상 시간에 쫓긴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유가 있어도, 굳이 일의 퀄리티를 들먹이며 스스로를 몰아 붙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버거워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우스운 일이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스스로 몰아 붙이는 걸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내 자신은 알기 때문이다.

 

 

4.   

단테의 <신곡 神曲> 지옥 편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지옥문 입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독사가 우글거리고 불길이 치솟는 곳만 지옥일 리 없다. 희망이 없는 곳,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하는 곳, 그곳이 진짜 지옥이다.

 

그렇다. 세상에 꺾이고 꺾여도 희망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늘 그렇듯이 소중한 진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모래밭에서 바늘 찾아도 불평을 늘어 놓기 보다는 바늘을 찾으러 달려 들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운 좋으면 바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누가 아는가, 바늘 만큼의 가치는 아닐 지라도 조그마한 쇠붙이라도 찾을 줄.....  

 

 

5.

영화나 동화 속 사랑은 기적을 만들어내지만, 현실의 사랑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사랑은 때때로 무기력하다. 사랑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랑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사랑은 동전의 양면 같은 성격을 지닌다. 우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들이밀기도 하지만,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리는 것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의 동아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를 망가뜨리지 않는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사랑의 가치를 부정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미성숙해서 칭얼거리는 내 사랑에 푹, 꺾이곤 한다. 꺾이고도 체면치례 탓인지, 별 일 아닌 척 한다

제일 좋기로야 내 사랑이 칭얼대면 다 안아주는 것이 제일이겠지만, 칭얼대는 내용마저 판단의 영역에서 놓고 가름질 하는 내 미성숙함은 그럴 아량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차선책으로나마 칭얼거림에 꺾이면서도 괜찮은 척 하는 것이리라. .

내게서 사랑과 희망을 찾고 싶어서라는 내게 칭얼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얼른 칭얼거림을 다 보담아 안을 수 있는 아량을 가져 내 사랑이 내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6. 

에세이에는 여백이 많은 책일 뿐만 아니라, 내게 많은 여백을 만들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 나는 책은 응당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훈육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그 시절 소설과 수필은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에세이를 읽을 때면 그 즐거움과 재미와는 별개로 책에 있는 여백과 바쁜 현실에 만들어 주는 여백으로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물론 나도 안다. 세상 모든 종이가 학창 시절 숙제로 제출하던 깜지 마냥, 활자로 빽빽히 채워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지식의 전달만이 책의 목적도 아닐 뿐더러 책에서도 삶에서도 여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이 힘도 만만치 않아 간단하게 하는 메모마저 깜지처럼 만들어 버리는 내 자신을 보면, 에세이를 읽으며 느끼는 불편함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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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지음 난다 | 2017 8 7

 

 

 에세이가 읽어 나가기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시간을 내서 하는 독서라면 항상 쌓여 있는 일거리와 문젯거리를 해치우는데 도움이 될만한 걸 읽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밀려오는 압박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보통 영화나 소설이 되는데, 가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과 같은 에세이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마에 손이 포개어질 때의 촉감은 손바닥보다는 이마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손으로 코를 만질 때와 손으로 어깨를 잡을 때 혹은 손으로 무릎을 긁을 때와는 달리 이마를 덮으며 손은 애써 감각을 양보하는 듯하다. 아마 이것은 오래된 습관이 만들어냈을 터이다. 대부분 우리의 이마를 짚어오는 손은 자신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정한 손인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고 거꾸로 자신의 손을 이마에 포갤 때 그 이마는 내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있는 상대의 것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작은 일과 큰일 중에서 -


대체로 에세이를 읽을 때면 제 감상평이 좋습니다. 자주 선택하지 않는 장르이다 보니, 손 가는대로 읽을 거리를 고르기 보다는 이미 내용이 검증된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감수성 짙은 제목의 이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검증된 작품으로 보여 읽어 볼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오늘 하루만 해도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썼고 잡지에 실을 인터뷰 글을 썼다. 오후에는 서대문에 있는 출판사에 들러 윤문을 할 원고 꾸러미를 잔뜩 들고 왔다. 주말에는 낡은 차를 몰고 경남에 있는 한 사찰로 취재를 가야 한다. 제법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돈을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도 있다. 나는 왜 거절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받아 두었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가난 자체보다 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 일과 가난 중에서


에세이 류의 책은 보통 읽어 나가다 보면 독자의 과거 속 감수성을 건드립니다독자는 책 속 내용이 내 삶의 것과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작가의 정제된 언어를 통해 느끼게 된 동질감은 내 경험을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기게 끔 해줍니다. Yes24에서 살펴 본 이 책의 소개 글이나 서평에서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나가자 아쉽게도 제게는 이러한 감수성을 크게 불러 일으키지 못했습니다다른 독자들의 호평글을 보면 제 공감의 부족이 책 내용에 기인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직장인의 삶 속에서 받는 스레스를 책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 제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서 되려 공감을 할만한 책 속 이야기에도 공감을 하지 못한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수성에 젖어 복잡한 머리 속을 잊어버리려 했으나, 실패한 탓에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쉽

게 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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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서 저 / 심규호, 유소영 공역 | 황소자리 | 2016 3 3


읽기 전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중국 생활이지만, 중국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네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생활 속에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다르다는 것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최근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제 생활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고 있어서, 이로 인해 다소 침울해져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책을 통해 중국문화를 이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서 통역담당 직원에게 현대 중국을 대표할 만한 소설을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이 한 사회 속 개인의 주관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대와 그 국가를 대표하는 소설 정도가 되면, 개인의 주관적이 이야기이더라도 그 국가와 시대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소개 받았지만, 그 중 제가 낙타샹즈를 선택한 먼저 이색적인 느낌의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낙타는 동물원 외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동물이라 낙타샹즈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낙타가 나올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 중국 고전문학이 아닌, 근현대 문학 서적 중 한글로 번역된 책이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제가 낙타샹즈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추천 받은 리스트 중에서는 제가 해외에서 볼 수 있는 e-book 형태로 출판 것이 많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이 책 낙타샹즈 e-book으로 나와 있어서, 중국 땅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샹즈는 시골에서 북평으로 상경한 혈혈단신 인력거꾼입니다. 보통 인력거꾼이라면 대게 벌이가 시원치 않고, 희망도 없이 술이나 담배 혹은 매춘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는 족속으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샹즈는 다릅니다. 비록 지금은 임대 인력거를 끌고 있지만, 샹즈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자가 인력거를 마련해 끌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자가 인력거를 끌게 되면 사납금을 낼 필요도 없어져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말주변이 없고 좀 우유부단하기는 하지만 샹즈는 매우 정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 할 줄도 압니다. 그리고 인력거를 끌 때면 승차한 손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빨리 달릴 뿐만 아니라, 임대한 인력거일지라도 항상 소중히 여기고 정비를 하는데 수고를 거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록 3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샹즈는 결국 자신의 인력거를 마련합니다.

 

그런데 하늘은 샹즈의 행복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벌이를 더 해볼 요량으로 다른 인력거꾼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곳으로 인력거를 끌고 가다가 그만 군대에 끌려가게 되고,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던 인력거 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구사일생으로 군인들 무리에서 낙타 세 마리를 끌고서 도망쳐 나오는데는 성공 하지만, 세 마리의 낙타로는 자신의 분신과 같던 인력거를 다시 마련하기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렇게 샹즈의 3년 간 수고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인력거를 다시 사기 위해 맨 주먹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때부터 낙타를 끌고 돌아왔다는 이유로 낙타샹즈라 불리게 됩니다. ‘낙타 샹즈로 불리고 나서도 샹즈는 여전히 정직하고 인력거를 끄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인력거꾼이나 식모 같은 하인에게도 인격적 대우를 해주는 차오 선생집에서 전세 인력거를 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달리다가 차오 선생와 샹즈 모두 크게 다치고 인력거까지 망가지는 사고나 일어나 차오 선생집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걱정하는 일도 생기지만, 정작 진짜 불행은 그런 사고와는 무관하게 차오 선생이 가르치던 학생 중 하나가 차오 선생의 사상을 문제 삼아 당국에 고발하면서 일어납니다. 차오 선생과 그의 가족이 체포되는 걸 피하기 위해 북평을 떠나게 되면서, 샹즈는 일자리를 잃어버릴 처지에 놓입니다. 게다가 차오 선생의 전갈을 전하러 가는 길에 차오 선생을 체포하려는 쑨 형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군대에서 상사로 만났던 사람으로 샹즈가 힘없는 인력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일자리마저 잃어버릴 처지인데, 악질적인 쑨 형사는 힘없는 샹즈를 위협해 샹즈가 인력거를 사기 위해 모아 둔 돈마저 모조리 빼앗아갑니다. 이렇게 또다시 샹즈는 빈털터리가 되어 자신의 인력거를 끄는 꿈에서 멀어집니다.

 

오갈 때가 없어진 샹즈는 첫 인력거를 사기 전까지 일했던 인력거 사무소 인화차장으로 돌아갑니다. 인화차장의 주인 류쓰예는 젊은 시절 군대 경험뿐만 아니라 도박장이나 인신매매, 고리대금업 같은 지하세계에 있던 왈짜로 수단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는 못생긴데다가 심술궂고 사나운 자신의 딸 후니에와 인화차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인화차장은 사납금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대신 숙소에 공짜로 묵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샹즈 같은 혈혈단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게다가 류쓰예와 후니우 또한 일이 마치면 노닥거리거나 잠이나 자는 다른 인력거꾼들과는 달리 대여한 인력거일지라도 항상 정비하고 마당과 대문 앞까지 깨끗하게 쓸어 놓는 성실한 샹즈를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여자가 문제입니다. 늘 성실한데다가 신체까지 건장한 샹즈를 후니우가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후니우는 못생긴데다가 성격도 누구도 그녀를 거들떠 보려 하지 않습니다. 또 나이도 샹즈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런 그녀가 샹즈를 꾀어내 잠자리를 함께 하고는 아이가 생기지도 않은 아이가 생겼다며 대뜸 결혼할 것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자기와 결혼하면 더 이상 인력거를 힘들게 끌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예전의 샹즈 같으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인력거를 끌며 잘 사는 모습을 꿈 꿨겠지만, 자신의 꿈이 노력과는 무관하게 연거푸 물거품이 되자, 샹즈도 선듯 내키지는 않지으면서도 후니우와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을 하자 후니우의 도움으로 다시 인력거를 사서 끌 수 있게 되지만, 류쓰예와 후니우의 갈등으로 샹즈의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인데다가 게으르고 낭비벽까지 있는 후니우를 부양하면서 샹즈마저 점점 게을러지고 여느 인력거꾼들처럼 타락해 갑니다. 그러는 사이에 후니우는 아이를 낳다가 죽음에 이르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샹즈는 마련했던 인력거를 다시 내다팝니다.

 

 그와 중에 이웃집 여자 샤오푸즈와 사랑을 꿈꾸며 잠시 희망을 가져보지만, 샤오푸즈 역시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사창가로 떠나고 결국은 삶의 무게에 눌려 나무에 목을 매달아 생을 마감하면서 잠시 가졌던 희망마저 사라집니다.

 

이제 샹즈는 더 이상 예전의 샹즈가 아닙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손에 쥐어볼 요량으로 남을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 담배, 도박에 사창가에서 그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샹즈는 미래와 희망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장 방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버는 게 그의 관심사입니다. 그렇게 샹즈는 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푼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혁명 조직의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쓸모가 없어지자 거기에서도 버림 받습니다. 그렇게 그의 삶은 점점 더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 경조사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읽고 나서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의 의도였습니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노력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그런 사회를 조롱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한 권의 책으로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책을 읽어가는 내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올랐습니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도 인력거꾼입니다. 샹즈가 새 인력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인력거를 끌었다면, 김첨지는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을 사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인력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샹즈와 김첨지 둘 다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두 소설을 좀 더 상세하게 비교해보는 당시의 중국의 모습과 한국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정말 좋은 글이면 정반합(正反合) 과정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시대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에도 분명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잘 모르는 외국인의 눈에는 당시 시대의 모순에 대한 대안이 들어 있었다면 더 뛰어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눈에는 낙타샹즈라는 제목보다 인력거꾼 샹즈가 더 적합해 보이는데, 왜 저자는 제목을 낙타샹즈라고 했을까요? 중국인의 삶에서 낙타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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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 문학동네 | 2013 8 5

 

 

1. 읽기 전

 

길고 길었던 학생 생활을 마치고 생계형 직업인의 길로 들어서면서 제 책 읽기는 멈추었습니다가뭄에 콩 나듯 희소한 성취의 즐거움과 가뭄에 가문 논에 물 대듯 바삐 움직이는 노곤한 일상 속에서 속에서 생계인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반복하며 살아 왔습니다그러다가 갑자기 생활의 본거지를 중국으로 옮겼습니다그리고 4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타지의 낯설음을 조금씩 허물고서 정신없던 노곤한 일상을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으로 바꾸어 갔습니다 순전히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에 대한 반동(反動)이 뜬금없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서점 사이트를 들락거리다가 TV에서 흘려본 ‘알뜰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 입니다.

 

2. 읽으며

 

 책의 이야기는 이름이 은희인 딸과 함께 사는 김병수라는 이름을 가진 한 노인의 이야기 입니다놀랍게도 김병수는 연쇄살인범입니다그의 첫 살인은 가족을 부당하게 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항거에서 시작되었습니다그런데 당위에서 시작한 살인이 그의 내면 깊이 파고들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쾌락으로 변해가자, 그 쾌락은 김병수를 연쇄살인마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딸 은희는 마지막 희생자인 은희 엄마가 김병수에게 살해 당하기 전자신의 딸만은 지켜달라는 소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한 김병수의 유산입니다. 김병수는 은희를 입양해 25년간 키웁니다은희를 입양하고서 김병수는 교통 사고로 뇌를 다칩니다. 교통사고는 그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뇌 손상으로 살인이 그에게 가져다 주는 희열을 사그라지게 만들어 30년간 지속된 연쇄살인이 멈추었지만, 가까운 사람부터 잊어버리는 심한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요근래 김병수가 사는 지역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해 연일 뉴스를 장식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츠하이머로 그의 기억이 점점 더 허물어져 갑니다. 허물어진 기억으로 인해 김병수는 혹시 뉴스에 나오는 연쇄살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저지른 건 아닌가 의심합니다. 그 때 김병수의 앞에 박주태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연쇄살인범은 연쇄살인범을 알아봅니다. 김병수의 눈에 박주태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연쇄살인범입니다. 그런데 박주태가 자신의 주위를 멤도는 줄 알았는데, 다음 타겟은 자신이 아닌 딸 은희입니다. 병수의 눈에는 주태에게 잔혹하게 살해 당할 은희의 미래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박주태가 은희를 죽이기 전에 먼저 자신이 박주태를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가 문제입니다. 박주태에게 맞서 은희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메모하고 녹음을 해도 그의 기억은 계속해서 허물어집니다. 아무리 간절하게 몸부림을 처봐도 허물어져가는 기억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그의 간절한 몸부림은 책을 읽어 가는 독자의 머리 속에 각인됩니다. 그리고 작가의 탁월한 반전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기 전까지 각인된 그의 모습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실 반전의 힌트는 처음에 등장하고 끝에도 등장하는 반야심경의 한 대목에서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형체와 소리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무명도 없고 또한 무영이 다함도 없으며늙고 죽음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리나. (11~12 , 148 )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면소설 속 김병수의 허물어져가는 기억도 결국은 애써 붙잡을 필요가 없는 허망한 것일 뿐입니다김병수의 기억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띠까지가 망각에서 오는 착각일까요

 

3. 읽고서

 

먼저 책이 너무 쉽게 술술 잘 읽혀서 놀랐습니다오랜 시간 책을 손에서 놓고 있었음에도 작가가 펼치는 간결한 문장은 책이 술술 읽히도록 만듭니다.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은이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반전이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큰 틀에서 기억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영화 ‘메멘토’와 이터널 션사인 ’이 떠올랐습니다. 다시금 메멘토이터널 션샤인을 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내내많지 않은 등장 인물과 정적이고 제한된 배경 그리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습에서 연극 소재로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다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2017년 배우 설경구를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관심이 있다면 책과 영화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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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뮐러 지음 | 홍경호 옮김 | 삼중당 | 1986 7

 
 

1. 들어가기 전


 인생이 갖는 무더운 여름에도, 찌푸린 가을에도, 차디찬 겨울에도 때때로 봄과 같은 날은 찾아 온다.     

 
  
누구나 책장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방치(放置)된 책이 여럿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나 아주 오랜 전에 읽고는 그저 꽂아 놓은 책이 여럿 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책장 속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독일인의 사랑이 역시 이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 봤습니다. 그러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럴 듯한 단어와 문장마다 색색의 형광펜을 그어 놓은 중학생 시절과 그 때 다니던 단과 학원 옆 헌 책방을 드나들 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2. 내용
 

나는 결국, 전날 저녁에 절망했던 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위안을 찾아냈으며, 그리하여 미래의 하늘에는 한 조각의 구름도 없어 절대로 흐려지는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책 속 이야기는 작중(作中) 화자(話者)인 내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화자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마치 수필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8가지 회상(回想)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의 흐름을 축으로 펼쳐 놓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작중 화자가 곧 저자(著者)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저자인 뮐러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수필도 자서전도 아닌 엄연한 문학 작품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는 19세기 독일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귀족계급의 영주는 아닐지라도 그의 가족은 중산 계층의 시민으로 영주도 교류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 덕분에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영주의 성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주의 자제들과 함께 놀며 자랍니다. 그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 층으로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인 영어에도 능숙하며 음악과 철학 그리고 시를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주의 장녀지만 아파서 늘상 침대에 누워서 지냅니다. 그는 아픈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리아는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모습이지만 금세라도 죽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 그는 천천히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뜨거운 남녀의 사랑이 아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 시대의 철학과 음악, 문학 그리고 종교를 아우릅니다. 이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이 둘의 사랑은 막을 내립니다.

 
 

3. 읽고 나서
 

 소설을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서 허구(虛構)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칭합니다. 하지만 저는 100% 허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일인의 사랑과 같이 자전적 느낌이 강한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거짓인양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마련이고 허구는 그 속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과연 먼저 궁금했던 건 어디까지가 저자 뮐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진실일까 하는 점과 작중 화자의 나이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점이야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저 넘겨버려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청년의 시각에서 서술인지 혹은 중년이나 노년의 시각에서의 서술인지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 속에서 보여 주는 낭만주의가 실제 그의 삶에서 기인(起因)한 것인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기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한 독일인의 사랑이 아닌 독일인의 사랑으로 정한 것 또한 과연 책 속에서 보이는 관념적 사랑이 그 시대의 보편적인 형태였음을 나타내려 함인지 또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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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87 6

 

1. 변명(辨明)

 

 지난 시절 꽤 오랜 기간 동안 읽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길었던 학생 시절의 매듭은 즐거움을 위한 읽고 쓰기는 낮은 수준의 욕구충족(欲求充足)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하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사회적 경쟁력(競爭力)이 생길 때까지 즐거움의 추구는 유예(猶豫)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은 참는 것이 능사(能事)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유예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배가(倍加)될 만큼 세상살이가 쉬울 리 없습니다. 사라진 즐거움의 공간(空間)에 욕심(慾心)과 초조(焦燥)함이 대신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일상에 더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꼴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워하다가 이제야 욕심과 초조함을 떨쳐버리려 합니다.

 

2. 같음 그러나 다름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이문열, 李文烈젊은 날의 肖像을 처음 읽은 건 15년 전쯤으로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작가 이문열은 작가 이어령과 함께 제가 선호(選好)했던 작가로 그 시절 저는 그의 지나친 교양주의(敎養主義)도 남발(濫發)하는 한자어(漢字語)도 좋았습니다. 마치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교양도 함께 고양(高揚)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치를 잃어 가던 이념(理念)의 희미한 꼬투리를 잡고 고민하고 동경했던 그 시절과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을 수 없습니다. 나름의 가치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인지 혹은 무가치 했던 보수적 가치의 편승(便乘)에도 대한 거부감이 없을 만큼 무뎌져 버려서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3.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감상

 

 책은 영훈이란 이름의 화자(話者)가 회상(回想)하는 자전적(自傳的)이야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1부 하구(河口),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그리고 3부 그해 겨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강진, 학교, 그리고 학교를 떠난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배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나로 칭해지는 화자의 정신적 성장기(成長期)로 봐도 무방(無妨)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3가지 이야기를 작가가 스킬, skill을 동원해 엮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가 이문열 특유의 넘치는 문자(文字) 사용과 각종 문철(文哲)의 직간접 인용을 통한 교조(敎條)적 서술 그리고 과장(誇張)과 미화(美化)은 여전합니다. 이런 특징이 어린 시절 작가 이문열을 선호하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작가 이문열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구도자(求道者)의 가치관이나 준엄(峻嚴)한 자기 반성적 성향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과장과 미화를 통해 외연적(外延的)으로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疑懼心)들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담고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르고, 그 둘의 합치(合致)는 소설가(小說家)가 아닌 사상가(思想家)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이므로 아쉬움과 의구심을 넘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4. 맺음말

 

1981년에 출판된 소설을 2011년에 읽는 느낌은 참으로 기이(奇異)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15년 전 생각에 대한 향수(鄕愁)와 그 때와는 달라진 지금 모습과의 대비(對比)뿐만 아니라 근래 방황하는 내 자신에게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그 기이함은 첫 번째라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달라진 시대상과 가치관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신선함이 과연 이 책을 고전(古典) 반열에 오르게 할 지 그리고 지금 통용해도 좋은 60, 70년대의 시대적 가치를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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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



 1. 졸업


취업이라는 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학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 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간미, 그리고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요소가 무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 12 쪽 중에서


 제가 이 책 스무살을 부탹해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 즈음이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장을 정리하던 차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의 시간 동안에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것이 졸업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학생으로만 살아오다가 얼마 전 학위를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학생의 이름을 놓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같은 구직활동을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보다 10년은 늦은 시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고서 정리를 했다면 분명히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동조화 현상의 심화로 비록 일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그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 제게도 당면한 문제가 되고 최근 한 대기업에서 임원, 기술, 그리고 인사 면접을 직접보고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면서, 책 속 이야기는 더 이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한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불합격자가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꿈을 이룬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거야.  – 52



2. 책 속 이야기


30대에 비정규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율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뒤진다더라. 결국 말이지,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세상이야.  – 59 쪽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미즈코시 치하루를 포함해 7명인 취업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전원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속 이야기를 치하루를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턴 과정, 그리고 실제 취업을 위해 도전하기까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인턴 과정을 통해 치하루로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인 윤리와 직업 윤리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7명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서로서로를 도와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여기서 해피엔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동아리 내적 문제에도 작가는 치하루를 통해 관심을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으려 모두가 애쓰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심지어 압박감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하루와 동아리 구성원들은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뒤쳐지는 사람도 함께 하려는 마음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소개서를 처음 읽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 159 쪽 중에서



3. 감상



 저는 면접이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머리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입사 지원자도 똑같은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394 쪽 중에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제 스스로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게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먼저 부끄러웠던 것은 스스로 책 속 주인공들만큼 취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사람들에 비해 5 ~ 10년은 늦은 진출인 만큼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내딛어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만큼 자기 소개서나 면접은 저를 처음 보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끄러울 수준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입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본 치하루의 모습은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년 동안 갈고 닦은 스킬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갔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만들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솔직하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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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7T10:43:440.31010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8

 

 

1.    나오키상 그리고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


 비교적 책 읽기를 즐겨하면서도 일본 책, 특히 소설은 꽤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피해왔습니다. 읽을 만한 책도 많은데 굳이 일본의 문학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덥지 않은 민족주의의 발로(發露)가 그 이유였으니, 일본문학에 대한 제 인식 수준은 말그대로 유치뽕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내 남자, 채굴장으로, 切羽와 같은 나오키상 수상작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유치한 내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오키상 수상작의 경우 잘짜인 구성과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제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검은 빛의 작가 미우라 시온 역시 나오키상을 매개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저는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いている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알고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성장 소설에 청춘 소설의 얼개를 따르면서도 잘짜인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나오키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상작은 다른 책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이 이 책 검은 빛, 을 읽게 해 주었습니다. 

 



2.    전작과의 완벽한 대비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가 읽은 작가의 전작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사는 간세 대학 육상부 학생들이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가하는 과정을 밝고 신나게 풀어간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신작 검은 빛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침한데다가 이야기는 불합리와 악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여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인간의 생사는 인간의 의지 보다는 우연에 따르며 폭력을 통해 쟁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란 무릇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함이 당연합니다만, 이야기 기저에 흐르는 가치관마저 전작과는 완전히 책 속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3.    간략한 내용


 검은 빛은 노부유키, 미카, 그리고 다스쿠의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미하마섬에서 태어나서 함께 자란 사이입니다.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먼 친척입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늘 맞아 온몸에 멍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스쿠는 노부유키에게 의지하려 듭니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같은 나이로 중학교 2학년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근래 들어 성관계를 가지면서 더 친해졌고 노부유키의 머리 속에는 미카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섬에 쓰나미가 닥쳐 옵니다. 산사에서 몰래 만나려고 집을 빠져 나온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노부유키를 따라다니는 다스쿠를 빼고는 섬 사람들이 모두 갑작스런 쓰나미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바다 낚시를 나간 외지 관광객 야마나카와 다스쿠의 아버지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할아버지도 살아 남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카를 범하는 야마나카를 보고 노부유키는 미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목졸라 죽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부유키와 미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다스쿠 마저 노부유키가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4.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노부유키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운에 맞겨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이런 것들에서 평온과 구원을 찾는 것과는 상관없이 죄()의 유무나 선동의 선악에 관계없이 폭력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불현듯 찾아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할 수단으로는 폭력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도덕이나 법률 혹은 종교에서 구원 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그저 진정한 의미에서 고통 당한 적이 없거나, 어지간히 둔하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관심과 고민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책 속 노부유키가 비웃는 삶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그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정 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 폭력에 대해 관심을 환기(喚起)시킬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며 픽션(fiction)이라고들 합니다. 그 중에서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경험을 특별히 언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이 책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유년(幼年)시절이 어떠했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어린 중학생들의 성욕(性欲)과 치정(癡情)살인 이야기에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도 결국은 작가의 경험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다스쿠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 결과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느 것을 보면 타인은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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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30T14:55:390.31010

강대진 지음 | 호메로스 원저 | 미래엔 컬쳐그룹 | 2009 6

   


     1.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개인적 경험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오뒷세이아 내용 중 많은 그리스 로마 신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는 저도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민학생 시절 경기도민으로는 마음 먹고서야 갈 수 있는 교보문고에서 문고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골랐던 책이 집에 도착해서야 파본(破本)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저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라며 그 후 관심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10년도 더 흘러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을 다시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에서 읽어 본 책인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주제로한 여러 그림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을 고취(高趣)시킬 수 있었습니다.

 


2.    책의 내용

 

 이 책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에이아는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의 해설판입니다. 원본 오뒷세이아같은 고전은 직접 읽는 것이 제일 좋지만, 직접 읽어나기도 어렵거니와 이해하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 강대진은 이 책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집필(執筆)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트로이아 전쟁 후 오뒷세이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원본 오뒷세이아의 내용에 저자의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크게 '텔레마키아', '뱃사람의 모험담', 그리고 '귀향자' 이렇게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해 나갑니다.

 


    3.     읽으면서의 감상 꿈보다 해몽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책의 저자 강대진입니다. 사실 저는 저자 강대진의 전작들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그의 특성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흔히 오디세이나 트로이처럼 영문식 표기에 익숙해 있었던 제게, 오뒷세이아나 트로이아 같은 희랍(그리스)식 표기법나 추천할 책이 없어서 참고문헌은 생략했다는 머리말의 내용은 그가 진짜 스스로 그리스 문화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깊이가 얼마나 되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을 남겼을까 싶었습니다.

 

 이 책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는 서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수 많은 전문가들의 그리스 로마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축적된 결과로 출간된 오뒷세이아해설서일 것이라고 생가합니다. 그런데 많은 부분 책에 언급된 서너 구절을 가지고 그 시대상을 예상하고 판단하는 모습에서 저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우리 속담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신화와 고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식에 대한 비교로 이어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 편협한 독서로 이미 우리 것에 대한 연구와 서적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도 제가 모를 수도 있지만,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책에 대한 흥미를 꾸준히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잘 모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세계화 시대 속에서 서양의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네 것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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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9T14:12:000.31010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Carlos Ruiz Zafón 지음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 7


 

최근 스페인 소설 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La piedra redonda’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 소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나갔지만 2008년도 베스트셀러라는 찬사가 무안할 정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없었다는게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스매치는 우리와 스페인의 문화적 코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스페인 소설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목이천사의 게임 1 & 2,  El Juego Del Ángel / The Angel's Game이라는 책으로 미래 세계를 이야기한 둥근 돌의 도시와는 다르게 1917년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 책은 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와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The Yellow-Lighted Bookshop: A Memoir, a Memoir, a History그리고 죽도록 책만 읽는과 같은 책을 소재로 한 내용의 책입니다. 그렇다고 책의 형식까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이 독서를 소재로한 개인 에세이나 독서 노트의 형식으로 책 이야기를 펼처나가는 반면에 이 책 천사의 게임은 책과 작가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소설입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초반에 눈에 띈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작가는 이 내용을 이야기 전개를 위해 놓은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주위에서 몇 차례 이런 사람들을 접해야 했던 경험이 이 구절을 더 유심히 볼 수 있게끔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질투와 시기는 평범한 이류 인간들의 종교라네. 질투는 그들에게 기운을 주고, 그들을 마음속으로 갉아먹는 불안감에 화답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영혼을 썩게 하여 천한 행위와 탐욕을 합리화하게 해 주지. 그래서 심지어 그들은 탐욕과 천한 행위가 미덕이며, 천국의 문이 그들처럼 불행한 사람들에게만 열릴 거라고 믿지. 그들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며 따돌리고 파괴하려는 추잡한 시도 이외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이네. 그들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자기보다 낫다는 이유만으로 질투와 시기를 일삼으면서, 자신들의 영혼과 마음과 기운이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들이야. 그 멍청한 작자들이 짖어 대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그의 영혼은 절대로 그 바보들과 같지 않사옵니다.                                                                                         30

 


책에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과 작가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초반 부에는 어린 시절 고난의 고난을 이겨내고, 작가로 성장하는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의 성장 소설로 보였습니다.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1920년을 전후로 한 스페인의 상황을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통해서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모습을 바꾸어버립니다. 그리고는 그 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의 성장소설의 모습을 비롯해 그와 크리스트나 사니에르 그리고 이사벨라 히스페르트의 사랑을 둘러싼 로맨스 소설, 또한 다비드 마르틴과 그의 편집인이자 후견인인 안드레아이스 코렐리와 마르틴의 집의 전 주인 디에고 마를라스카 폰힐루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환타지 소설 그리고 마르틴과 형사 빅토르 그란데스을 포함한 사람들과 벌이는 서스펜스 추리 소설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이 책 천사의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읽어나가는 재미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풀어나가는데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책의 분량이800여 쪽에 달하지만 독자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읽지 않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내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야기의 짜임새가 보여주는 얼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짜임새의 구조가 허술 한 것 같으면서도 큰 틀에서는 그 구조가 얼추 잘 맞아 들어갑니다. 또한 짜임새가 허술하면 줄거리가 쉽게 보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짜임새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예측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책 천사의 게임800여 쪽의 달하는 분량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나가기에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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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5T15:01:420.31010

성수선 지음 | 웅진윙스 | 2009 7

 


1.     책에 대한 책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밑줄 긋는 여자를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ego2sm님 덕분입니다. ego2sm 님의 포스트를 보지 못했다면, 내 어설픈 기억으로 인해 책 읽어주는 여자, La Lectrice’와 혼동하고선 전에 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밑줄 긋는 여자이 둘은 모두 책에 대한 책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전자가 책 읽어주는 행위를 매개로 청자의 욕망을 실현해 주는 여자에 대한 소설인 반면, 후자는 책 이야기라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놓은 에세이입니다.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이 책의 부제입니다. 책의 부제는 마치 '죽도록 책만 읽는'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죽도록 책만 읽는의 저자 이권우가 책과 독서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라면,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자신의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회사원으로 독자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는 점에서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The Yellow-Lighted Bookshop: A Memoir, a History’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솔직함  

 

 앞서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풀어 놓은 책 이야기라고 했습니다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책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저자인 성수선은 28편의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읽었던 책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 속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것도 아주 솔직하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솔직하다는 점입니다. 저자 성수선은 자신의 독서 노트를 풀어 놓는다며 평론가를 흉내를 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이 솔직함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합리와 논리를 동원해 책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좋고 나쁨에 대한 불만을 미연에 방지합니다. 대신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공감합니다.


 

3.     내 삶을 되돌아 보기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솔직함은 저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 나는 과연 맛있는 걸 먹으면 떠오른 사람이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게는 왜 없을까?

- 내 일을 불평하기 전에 왜 내게 부족한 것이 훈련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런 질문만이 아닙니다.


-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해 놓고도 상대의 진심을 요구한 적 없다며 스스로를 떳떳하게 여겼던 나.

- 혼자서는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은 일상의 무심함 뒤에 숨어 있는 나.    


 이렇게 부끄러워 외면하고 있던 자화상까지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4.     아쉬움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그 문체가 얼마나 간결한지부터 살펴 봅니다. 물론 저자 성수선의 문체가 늘어지는 만연체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좀 더 짧고 간결한 표현을 선호하는 제게는 더 간결한 문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온라인 서재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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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2T14:08:250.3410

닉 혼비 Nick Hornby, 닐 게이먼 Neil Gainman, 조너선 사프란 포어 Jonathan Safran Foer 외 지음 | 이현수 옮김 | media2.0+ | 2009 7

 

 

1. 더운 여름에는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싶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계속 소설에 눈이 갑니다. 처음에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이야기하는 도가니같은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팍팍한 현실을 버겁게 살아가간다는 핑계로  책 속 이야기가 가지는 당위성(當爲性)은 인정하면서도 진실로 추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간격에서 오는 우울함 때문에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의 소설이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La piedra redonda’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기대했던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 대신 따라 가기 힘든 이야기 전개와 논리로 실망만 잔뜩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선택한 책이 바로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Noisy Outlaws, Unfriendly Blobs and Some Other Things That Aren't As Scary, Maybe, Depending On How You Feel About Lost Lands, Stray Cellphones, Creatures From the Sky, Parents Who Disappear in Peru, A Man Names Lars Farf, And One Other Story’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제목이 있나 싶었지만, 금세 사회적 평폐나 따라가기 힘든 남의 나라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단편 소설의 모음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 책이야말로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를 기대하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읽어 나갔습니다.


 2. 픽션

 이 책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Noisy Outlaws, Unfriendly Blobs and Some Other Things That Aren't As Scary, Maybe, Depending On How You Feel About Lost Lands, Stray Cellphones, Creatures From the Sky, Parents Who Disappear in Peru, A Man Names Lars Farf, And One Other Story’은 제목의 첫 단어 그대로 픽션입니다. , 사실이 아닌 상상에 의하여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설이야 전부 픽션입니다만, 많은 경우 이야기의 뿌리는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두기 마련이고, 많은 경우 그렇게 경험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거기에 상상에 의한 이야기를 덧붙이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철저하게 픽션입니다. 실제로 이 책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읽었던 로알드 달, Roald Dahl찰리와 초코릿 공장, Chariel and the Chocolate Factory’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명의 작가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3. 잠자리에서 읽기에 적당해 보이는 10편의 단편소설

 이 책은 열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소설은 찰리와 초코릿 공장을 읽을 때 만큼,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보다는 동화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아 보입니다. 제게 동화라고 이 책의 이야기를 지칭했다고 해서, 이 이야기들을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이미 존재하고 있거니와 이 책에서도 작가들의 재치와 위트가 돋보이는 여러 편의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10편의 이야기 분량이 250 쪽도 되지 않아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짧은 단편 소설을 한 편씩 읽고서 잠자리에 든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적당한 분량과 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씩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아쉬움

 앞서 짧은 분량과 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분명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에게는 즐겁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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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26T17:12:230.3610

마누엘 F. 라모스, Manuel F. Ramos 지음 | 변선희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둥근 돌의 도시을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보다도 생각이 금지된 구역이라는 부제였다. 과연 생각이 금지된 구역은 어떤 곳일지에 너무 궁금했고, 2008년 스페인 베스트셀러라는 선전문구가 책에 대한 기대치를 더하게 했다. 거기에 예전에 버스탈취사건을 읽었을 떄 작가의 머리 속에서 놀고 온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 둥근 돌의 도시역시 읽으면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의 내용은 생각이 금지된 구역이라는 부제에 어울릴 만큼 어이가 없다.  49세기를 배경으로 내리막을 달리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공무원인 카르멜로가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의 핸드백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을 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그러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도둑을 잡으면서 카르멜로는음으로써 스타가 되고, 미인인 대통령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다가 권력을 두고 벌이는 암투에 빠지들게 된다. 책은 한 순간에 평번한 사람이 영웅이 되고, 권력 투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황당하고 어이없게 풀어나간다. 그 속에 온갖 권모술수와 부정부패, 권력투쟁, 비양심의 행동이 난무하고 역시 얼토당토 않은 전개를 바탕으로 권력의 암투에서 주인공 카르멜로도 벗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얼토당토 않은 내용에 비해 책의 선전문구는 화려하다. 일상적인 것을 벗어나면서도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책 소개에서 시작해 방향감각을 잃은 우리시대를 비꼬고 있는 책인데닥, 앞서 언급한 대로 2008년 스페인 베스트셀러까지 어느하나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이 없다. 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페인에서의 이야기다. 잘짜인 시나리오르 바탕으로 속에서 작가의 머리속에서 즐겁게 놀다가 오기를 놀음에 놀아나는 즐거움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얼토당토 없는 내용이 연결되지 않은 토막으로 잔뜩 늘어 놓은 글에 불과했다.있을 뿐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즐겁자고 본 책 봤는데, 마지막 장을 읽어야 겠다는 의무감으로 겨우 덮을 수 있는 책이었다. 마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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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19T04:43:010.3810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6

 

 작가 공지영은 유명합니다. 그녀의 작품을 직접 읽어 본 적이 없는 제게도 작가로써 그녀의 이름은 익숙합니다. 게다가 각종 연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그녀의 책에 대한 보도와 책에서의 담론이 시대에 미치는 영향도 몇 차례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 그녀의 영향력이 그래서 지금 이야기 하려는 그녀의 소설 도가니는 직접 읽어 보고 싶게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소설인 만큼 작가그녀의 전작들과 비교해가며 읽으면 좋겠지만, 앞서 고백한 대로 저는 작가 공지영그녀의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영화화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스크린에서 본 적이 있이 있는데, 습니다. 각기 서로 다른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어서, 그래서 소설 ‘도가니’도 에서 역시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의 첫장을 펼쳤습니다.

 

책은 작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무진기행 속 무진은 탈일상의 공간입니다. 이고 또한 무진기행에서의 깊은 안개는 허무를 나타냅니다. 처음에 저는 이 책 도가니’도 무진기행에서의 무진과 그 안개의 의미를 개승하줄 알았습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조명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가 이제는 60년대 문학의 향수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낌새가이내 뭔가 이상합니다. ‘메시지시스템같은 단어의 을 굳이 으로 적어 놓아서 바꾸어 읽어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끕니다.에게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들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금세 이야기를 장애를 가진 어린 학생의 성폭행을 포함한 장애인 인권보호로 전환해바꾸어 버립니다. 솔직이 말하면 이 때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작가는 아직도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문제의식에서 끈을 놓지 못한 386세대의 작가가 가지는 한계를 본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실망했습니다. 물론 MB로 인해 이 시대도 인권와 복지에 대한 담론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로써의 역량이라면 희망을 갖지 못하고 번민하는 이 시대의 젊은 영혼들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기대했기 했습니다.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가 꾿꾿이 무진으로 축소된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안개 속에서 어떻게 외면 당하는지애 대한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진지하게진실을 외면하는지를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안개를 탓하며 외면하는 무진 사람이 되기가 싫으면서도 지금 당면한 문제를 따라가는데도 벅찬 현실 속에서 진실에 맞서기 위해 제 일을 손에서 놓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진실에 당당히 맞서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 속 주인공인 강인호도 이런 고민을 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하고 그는 역시 결국 무진시를 떠나버리립니다.지만, 그런 그를 두고 작가는 굳이 그의 대한 판단 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가슴을 그렇게 들쑤시고는 그가 떠나는야기만 담담히 전해 줍니다. 작가는 문제 제기로 만족한 것일까요? 솔직히 말해 어쩌자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이 책 '도가니'에 대한 어떻게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 것 말고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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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 토우스, Miriam Toews 지음 |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 | 20097


야릇한 친절, A complicated kindness’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캐나다 총독 문학상과 의회 예술상 수상작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를 비롯해, 나오키상 수상작인 채굴장으로, 切羽내 남자, 읽으면서 문학상 수상작은 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처음 들어보는 상이기는 했지만 캐나다 총독 문학상과 의회 예술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제게 이 책 야릇한 친절의 기대치를 높여 주었습니다.

 

이 책은 16살의 소녀인 노미 니켈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수록 노미의 이야기는 곧 작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철저하게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통해, 작가의 어린 시절이 많은 부분 이야기 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노미의 가족은 아빠 레이 니켈, 엄마 트루디 니켈, 언니 태쉬 니켈, 그리고 노미 니켈 이렇게 4명입니다. 그 속에서 노미는 가족을 비롯해, 학교, 남자친구 같은 자신의 일상을 노미의 시각에서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노미의 이야기 중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노미 가족은 외적으로는 은둔을, 내적으로는 엄격한 집단 규율을 통해 강한 문화적 연대감하는 메노파 마을에 사는 메노파 교인이기 때문입니다. 메노파교는 삶보다는 죽음을, 축제보다는 고행을 가치 있게 보는 교파로 교회를 통해 엄격한 규율 속에 살아가기를 종용 받습니다.

 


하지만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절대적인 종교적 믿음과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과 속물성은 노미의 가족 구성원과 맞지 않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메노파 마을에서 마찰을 일으키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이면에 숨겨진 위선과 속물성은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교회는 절대적인 종교적 믿음으로 힘들어하는 노미의 가족을 더 잘 돌봐 주어야 할 것 같지만, 자신을 위해 교회는 노미의 가족 구성원을 하나씩 파문시켜 가족을 해체시켜 놓습니다. 그리면서도 한 편으로는 노미의 가족을 걱정하고 아울러 욕하기도 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노미의 가족을 통해 보여지는 절대적인 종교적 믿음에 숨겨진 위선과 속물성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잘 표현해서 두 차례의 문학상을 수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캐나다 메노파와 우리의 현실, 특히 제 현실은 너무나 동떨어져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적어도 제게는)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머리 속에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노미를 쫓아가지만, 마음에서는 그런가 보다하는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16살 소녀의 시선을 통한 전개 방식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저자가 의도적으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종종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툭툭 끊기고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곤 하는 것에서는 문학상에 걸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한 가끔 제가 번역을 어땠을까 싶은 구절이 눈에 띈 것 또한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07T05:41:0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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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 내 남자, 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 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 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중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 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 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쓰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 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 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 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 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 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 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 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 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 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 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 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 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 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 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 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었고, 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 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 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 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 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 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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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 5


 최근 유명한 블로그 Inuit blogged 에서 나의 독서론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독서은 [   ]이다’ 라는 문장에 빈 칸을 채워 넣고서 받은 릴레이를 다른 두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근 정리하는 포스트를 봤는데, 책좋사 분들의 이름도 자주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 저도 릴레이에 참여했는데, 저는 ‘독서는[소통(疏通)]이다’라는 포스트로 릴레이를 넘겼습니다. 뜬금없이 독서론을 끄집어 내는 건,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이 책에 대한 이야기인 ‘죽도록 책만 읽는’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 죽도록 책만 읽는는 정말 고민되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기()를 쓰며 책을 가까이 하려고 발버둥치며 살아갑니다.놓고 살려고 발버둥칩니다. 그런데도그러지만 저자가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100편이 넘는 책 중에서 제가 본 책은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은것은이 큰 고민이었습니다.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뛰어난 독서가인 저자가 선택한 100여 권의 책과 한 권도 겹치지 못하는않는 제 얄팍한 독서량을 떠올려 보면, ‘독서는 [소통]이다라는 제 자신의 말이 도무지 당위성(當爲性)을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없었습니다. 게다가 독서는 제게 유희(遊戱)로써 큰 의미를 갖는데, 제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독서가 과연 다른 사람과 같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맥락(脈絡)에서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추천하는 책을 따라가는 읽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독서인가 하는 물음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서 이 책 죽도록 책만 읽는을 읽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졌던 가장 큰 즐거움은 제가 모르는 좋은 책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지금까지 뛰어난 책을 선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라, 스스로에게 아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지금 보다는 더 낳아지리라는 희망이 긍정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서 비록 제가 뛰어난 독서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시각을 가지고 나만의 독서를 해왔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째 수확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다른 사람에게 선뜻 추천하기에도 추천하지 않기에도 어려운 책입니다. 자신의 독서론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책을 따라 읽음으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독서론을 펼치기에는 비슷한 아류(亞流)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독서론을 가지고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여 책을 선택한다면,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너무 멀리 돌아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이 책은 유달리 더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취사선택(取捨選擇)하며 읽어나가야 할 책으로 제게는 보였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6-22T13:42:08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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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 5

 

 저는 미술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그림은 고사하고 미술 시간에 만들기를 하면서도 별로 잘했던 적이 없습니다. 이건 자라고 나서고 달라지지 않아서, 지금도 그림을 볼 줄 모르는 까막눈입니다.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림을 포함한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움추려듭니다. 그래서 관련된 책이라도 보면 좀 낳아질까 싶어, ‘베르메르의 모자 : 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그리고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같은 책을 읽어 봤습니다. 그리고 피카소전을 비롯해 몇몇 유명한 전시회도 쫓아 다녀봤습니다. 하지만 미술 작품과 제 사이에 벌어진 간격은 그래도 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스케치 쉽게 하기 캐릭터와 카툰 Caracter & Cartoon’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술과 제 사이에 놓인 간격을 쉽게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책을 보려고 한건 지붕에 올라간 닭을 쳐다 보는 개가 닭을 잊지 못하는 심정 같은 건 아니었습니다. 김충원이라고 적힌 저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제게 김충원이는 이름은 김충원의 미술교실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금방 TV 속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쉽게 그림을 그리고 공작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던 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있겠냐는 반발심이 다시금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캐릭터와 카툰이라는 부제는 너무나도 유명한 snowcat blog 나 최근 알게 된  Sugarcube Boat 같은 곳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책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은 재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점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책의 내용을 정말 쉽게 풀어 나갑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 같은 그림치도 당장 연필을 잡고 그리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듭니다. 또한 직접 스케치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저자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캐릭터와 카툰을 잘 그리는데 능사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순하게 그리면서도 오랜 상념 속에 유머를 곁들여 낼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공은 꾸준히 직접 그리는 과정을 통해 얻을수 있습니다.

 

 이 책이 제게도 계기가 되어서 제 블로그에 단편적인 일상이나마 간단하게 그림으로 표현해 포스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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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5

 

 내게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 것은 순전히 이 책이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간 동인문학상 이나 이상문학상 같은 한국 문학상 수상작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일본 니오카상 수상작에는 관심을 두는 제 작태에 대한 반동이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 책 내 심장을 쏴라채굴장으로, 切羽내 남자, 같은 니오카상 수상작 만큼 잘 쓰여진 소설일지에 대한 확인은 가지지 못한 채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를 읽어가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문체가 간결하다는 점입니다.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특별히 눈에 띄는 문체가 아니지만 저자는 분명 매우 간결하게 서술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디테일 또한 이 책이 가진 특징입니다. 비록 얼마되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보통 한국 소설은 특별한 배경 속에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는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한국 소설의 일반적인 유형을 거부합니다. 보통의 사람들로써는 알 수 없는 정신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저자는 풀어 갑니다. 시대적 배경이야 별 특별한 점이 없지만, 전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의 내용은 한날 한시에 수리 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수명과 류승민의 이야기 입니다. 정신병원이라면 세상과 격리되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그 속에도 사회는 존재합니다. 물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침전되어가는 사회입니다.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탈출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은 무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각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 내용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 금세 대충의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 디테일은 예상되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건강보험 심사원으로 그리고 취재를 위한 폐쇄 병동에서 생활은 정신병원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습니다만, 이야기 속 중요 인물인 승민의 이야기는 정신병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비하면 그 얼개의 치밀함이 떨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게 있습니다. 소설을 픽션, fiction 이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픽션 속 뼈대는 작가가 살아온 삶에 기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 책의 작가 정유정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그리고 그녀가 독자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지는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습니다.

 

 비록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는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에 갖는 관심에 대한 반동으로 선택한 책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읽어 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오키상 수상작에 비해서도 그 깊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일독을 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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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에레노, 井上 荒野 지음 |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3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채굴장으로, 切羽へ 2008년도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나오키 수상작을 처음 읽은 건 사쿠라바 가즈키의 ‘내 남자, 私の男’를 통해서다. 독특한 형식에 독특한 내용으로 책을 읽은 후 소설을 참 잘 썼다는 생각을 한동안 가졌다. 또 다른 나오키상 수상자인 미우라 시온의‘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읽으면서도 참 책을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채굴장으로, 切羽へ 2008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광고문구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책 속 이야기는 남쪽 섬에 사는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이야기다. 그 속에서 작중 화자 아소 세이가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 간다. 세이는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섬 사람이다. 잠깐 도쿄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화가인 남편 아소 요스케와 행복하게 섬에서 살아간다. 지금은 섬에 하나 밖에 없는 초등학교에서 양호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독거 노인인 시즈카 씨에게 케이크나 전갱이 같은 음식을 나누어 주며 돌보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 그런 섬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사와 사토시라는 의뭉스러운 음악 선생님이 등장한다. 비밀이란 없는 섬에서 이사와는 독특한 존재다. 그의 행동은 섬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세이는 그렇게 이사와와 시즈카 씨, 세이의 학교 동료 교사 스키에, 그리고 스키에의 애인 본토씨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 놓는다.

 

이 책의 매력은 앞서 이야기한 차분함이다. 어떤 소설이던지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면 작가는 이야기를 몰아치곤 하는데, 이 책 채굴장으로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도대체 남편을 사랑하는데 그에게 끌린다는 선전 문구가 과연 맞는가 싶다 하지만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가 물결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화자 세이를 통해 살며시 보여주는 걸 보면,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닌 듯싶다.  

 

 

 작가는 1년간의 시간의 흐름을 월별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편안한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는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간결한 문장 때문이다. 그래서 읽어 가기도 쉽고, 이런 문장이 잘 쓴 글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 준다. 이것은 원작자와 번역자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 확실하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가 궁금했다. 그 두 가지는 책에 등장하는 사투리와 제목의 의미다. 과연 사투리 사용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역자는 왜 그 사투리를 굳이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 했을까? 하는 것들이 궁금했다. 또한 과연 채굴장으로라는 제목에서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하는 점도 책을 읽고 난 뒤, 한참 동안 내 머리 속을 떠돌았다.

 

잔잔하고 차분하지만 맛이 일품인 채굴장으로읽어 보기를 과감하게 추..

 

 덧말.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은 읽지 않으면서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은 찾아 읽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이다. 내 문제인지, 저자의 문제인지 아니면 홍보를 제대로 못한 출판사의 문제인지 한참을 생각해봤다.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동인문학상의 작품을 먼저 찾아 읽을 텐데, 왜 그럴 기회는 없었을지, 진짜 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Commented by 파라다이스 at 2009/04/28 01:38

저도 채굴장으로를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사투리 번역은 필수적이었던 것 같아요. 세이가 음악 선생한테
말을 할 때는 표준어를 쓰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사투리를 쓰는걸로 나오니까요. 전체를 표준어로
옮겼더라면 그런 구분을 느낄 수 없었을 것 같더군요. 전체적인 독후감이 저와 비슷해서 관심있게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28 02:32
작가는 세이가 쓰는 사투리를 통해 비밀이 없는 섬사람들과 아닌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 추측이 맞는가 하는 점과 번역자는 다양한 사투리 중에서 왜 경상도 사투리를 골랐고, 거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자처럼 간결한 문투로 포스트를 작성해보려고 했는데, 맞지 않은 옷마냥 오히려 어색해져버린 것만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귀한 덧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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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내 남자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줄에 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하지만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스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그러던 어느 날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하지만그것이 다가 아니다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

었고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

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

을 불러일으켰다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

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4/18 09:10  

안녕하세요~ 좋은 소개 글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본 책의 줄거리만 봐도 설레이는 건 저 뿐일까요?
일주일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사흘 밤샘 실험을 하면서도 준비부족과 정성부족으로 막 실패를 알게된 
저(생명공학도)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다행히 대출가능이라고 나오네요 ~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8 13:27 
   생명공학을 공부하시는 군요. 이제는 Bio의 시대라고 하던데,
      공부하는 분야를 잘 선택하시고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저도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해야 겠어요. ^^
 Commented by 김중태 at 2009/04/19 14:45  
위드블로그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블로그 교과서' 관련하여 서평쓰기 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다음 문서 참조하여 좋은 책 한    권을 더 받아가세요.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9 15:46 
    책을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또한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게다가 직접 이런 좋은 정보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말. 링크 걸어 주신 글에 '블로그 교과서'의 트랙백을 달려고 했봐는데,
    안되네요.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6/21 09:01  
안녕하세요 ^^ 책을 읽은 지 한 2, 3 주가 되어가는 데
이제야 시간이 나네요(아직 감동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살아 숨쉬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바탕으로 이어가는 스토리에 그만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드랬죠 ~

  원래는 등하교 대중교통(대략 1시간 30분)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었는데
  그만 밤 새고, 오후 미팅이 있어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도중 잠시 본다는 것이 주위 눈치도 보지 않고 
  읽다가 실험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이 소설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었고, 그 동안 볼수 없던 서로 돌려가면서 읽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어째든 저에게는
  주위의 어려움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경주에 부끄럽고, 희망도 얻었습니다. 
  비록 여건과 마음을 다 잡지 못해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자신을 자책하는 그들에게도요 ^^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카케루와 기요세의 새 역사의 달리기와 새로운 길을 여는 마지막 달리기에선 그만 실험실을 뛰    쳐나와 그늘 진 벤치에서 소리지르며 읽을 정도로 흥분했었습니다
 (미팅 때 무진장 혼도 났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만은 든든했었습니다)

  P.S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에 궁금한 건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6/21 12:52 
Playing님 너무 반갑습니다.
이제는 안오시나, 늘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많이 바쁘셨군요. ^^

즐겁게 책 읽기를 하신 것 같아서,
저 또한 너무 즐겁습니다.

자주 좀 방문해 주셔서 소식 주세요.

그리고 withthink.textcube.com 으로
오시면 더 제가 더 빨리
오신 거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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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게이츠 길, Michael Gates Gill 지음 | 이수정 옮김 | 세종서적 | 2009 2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긴 하지만그래도 솔직히 말해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땡큐스타벅스 : 그곳에서 내 인생은 시작되었다, How Starbucks Saved My life’는 처음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는 보통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 마시는데다가가끔 마시는 스타벅스를 위시한 전문 커피점에서 커피도 솔직하게 말해 커피 향과 맛을 즐기는 정도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거기에 우리나라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이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비쌀뿐더러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게 마치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제목에 떡 하니 땡큐!, 스타벅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이렇게 나와는 코드가 맞아 보이는 부분이 없는 이 책을 그래도 읽게 된 건 잘나가는 대기업 간부에서 실직하면서 인생의 나락에 빠진 사람이 스타벅스를 통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나간다는 광고 문안 때문이었다이 광고 문안은 10년 전 IMF 광풍 시절의 경험과 현재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한 전세계적 금융위기에서 버거워하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들었고이러한 시점에 역경을 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 속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광고 대행사 중 하나인 JWT의 임원에서 해고 당하고는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몰락해 버린 한 60대 마이클 게이츠 길이라는 백인 남자의 이야기다요즘 같은 시대에 예기지 못한 실직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지와 자신의 대열에서 한 번 이탈하면 다시 대열 속으로의 복귀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마이클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솔직히 보여준다그렇게 실의에 빠져 살던 마이클에게 우연히 스타벅스에서 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오고 마이클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스타벅스에서라도 일하기를 희망한다사실 마이클의 일이 마냥 쉬운 것은 아니다예일 출신의 거대 광고기획사 임원이었던 그가 스타벅스에서 청소부터 시작하며 일하는 것을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비록 마이클이 60이 넘은 나이이기 하지만이런 면에서 이 책은 한 개인이 가진 내면의 성장기다스타벅스에서 단순 노동을 통해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더라도분명 마이클은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갖게 되고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인종차별이나 일하는 즐거움과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진정 사랑하며 만끽하는 삶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지웅님의 거대한 구조조정이라는 포스트를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그리고 생각은 금세 그 속에서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하는가로 확장되었는데사실 거기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하지만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결국 책 속의 마이클이나 IMF 시절의 우리나라가 처했던 고통이 다시 반복 될 것이며책 속 마이클처럼 예전 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정말 힘들겠다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그리고 책 속에서 보면 다른 사람의 품위 있게 대하고 존중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스타벅스만의 기업 문화를 잘 볼 수 있으며결국 마이클 역시 그러한 기업문화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그런데 우리나라 스타벅스를 가보면 특별히 그런 기업 문화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이는 구월산님의 포스트를 봐도 비단 나만이 가진 생각은 아닌 듯 하다.

 

 책 내용을 보면 마이클이 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예전 자신의 삶과 현재를 계속해서 비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필립 짐바르도는 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에서 과거나 현재 혹은 미래 지향적인 사람들 보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마이클의 예전의 모습을 보면 대체로 과거나 미래 지향적인 성향의 사람이었지만스타벅스에서 일하면서 과거현재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마이클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변화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대 스타벅스에서 있으면서 관점과 시간관이 변하면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초코렛과 커피를 함께 먹으면 맛의 조화가 일품이라는 책 속 마이클의 말을 옮기는 것과 꼭 그렇게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면서 끝.


 Commented by 구월산 at 2009/03/30 21:53  
대기업 임원에서 스타벅스 매장근무를 하는 처지로 전락했는데도 오히려 새로운 삶을 발견했다는 저자의 내용이 참 아름답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3/30 21:54 

   늘 좋은 포스트 잘 보고 있습니다.

    덧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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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프니 메이어, Stephnie Meyer 지음 |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지금 이야기하려고 하는 책 뉴문, The Twilight #2 : New Moon’은 제목이 여실히 보여주듯이 Twilight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의 책이다첫 번째 책 트와일라잇, twilight’은 앞서 이야기한 바가 있다이 책은 트와일라잇’ 후속편인 만큼 벰파이어(Vampire)와 사랑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가 뉴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책의 분량이 600 쪽이 넘지만큰 범주(範疇)의 차원에서 줄거리를 살펴보면 그 줄기는 매우 간략하게 나타낼 수 있다앞선 책 트와일라잇이 벰파이어인 에드워드와 평범한 소녀인 벨라 사이에 시작되는 사랑과 벨라의 피를 노리는 또 다른 벰파이어와의 갈등이라면이 책 뉴문은 에드워드와 헤어지면서 벨라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다벨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에드워드와 그의 가족이 모였지만사고로 에드워드의 동생이자 벰파이어인 재스퍼에게 벨라가 물릴 뻔 하는 사고가 발생한다벰파이어와 인간이 함께 있는 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를 새삼 깨달은 에드워드는 벨라에게 이별을 고하고는 사라져 버리고벨라는 한동안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그러다가 퀠렛 인디언 족인 제이콥과 지내며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난다아이러니게도 벨라의 첫 연인인 에드워드가 벰파이어였다면두 번째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콥은 벰파이어의 원수인 늑대인간이다그래서 제이콥은 벨라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벰파이어 로렌트와 빅토리아로부터 벨라를 지켜준다그리고 과정을 통해 벨라도 제이콥은 한결 가까워진다그런데 위험한 순간마다 들려오는 에드워드의 환청을 듣기 위해 벨라가 바닷가 바위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벨라와 제이콥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미래 예지능력이 있는 벰파이어 엘리스가 바닷가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고는 벨라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벨라가 자살 했다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자신의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고는 벰파이어계의 거물인 볼테리가를 찾아가 벰파이어의 생을 마감하려고 하고벨라와 엘리스는 에드워드의 자살을 막기 위해 에드워드를 찾아 나서고그로 인해 에드워드와 벨라는 다시 결합되고늑대인간인 제이콥과는 각을 세우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를 10대 소녀의 감성을 탁월한 시각적 묘사를 통해 풀어가는 것에 있다그 덕분에 벌써 1편 트와일라잇은 영화로 개봉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뉴문’ 역시 2009년 후반기에 개봉 될 예정이다하지만, 10대 소녀의 탁월한 감정 묘사와 시각적 표현은 이 책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6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지나친 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앞서 소개한 단순한 스토리 라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벰파이어의 자살이나 볼테리가의 느닷없는 등장 같은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한계를 보여준다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늘어갈 자신과 시간의 흐림에 무관할 에드워드를 비교하는 벨라의 모습에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잠시 떠올리게 하긴 하지만시간의 흐름에 대한 성찰은 영화만 못하다.

 

 이야기 측면에서 보면 1편과 2편이 별로 다를 것이 없음에도 뉴문을 이야기하면서, 1편 트와일라잇’ 때 보다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사실 1편 트와일라잇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아쉬움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았는데, ‘뉴문의 경우는 이야기가 전편 보다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 같다그래서 아쉬운 부분도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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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뉴마크, Elle Newmark 지음 홍현숙 옮김 레드박스 | 2009 3

 

 보통 소설을 읽으면 처음에는 지루해하다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나서야 흥미가 생기는데 비해지금 이야기하려는 비밀의 요리책 요리책 속에 인류의 비밀을 감추다, The Book of Unholy Mischief’는 충격적이고 의뭉스러운 촌로(村老)의 죽음으로부터 말머리를 풀어나간다그래서 이 점이 독특하다 싶은 생각이 들만큼 처음부터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다시금 말해 그 만큼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사실 책의 초반부에서 나는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과 영화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를 떠올렸다저자는 이야기 속 등장인물은 페레로 주방장을 통해 음식이 사람과 영혼을 교묘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여기저기에서 보여 주며 앞서 언급한 영화 속 줄거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하지만이 소설은 환상적인 요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계속해서 보여주면서도 앞서 소개한 영화가 보여준 전례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요리사를 순전히 요리하는 사람에 한정시키지 않고글로 된 기록을 모아야 하는 몇 안되는 귀족 아래의 일꾼으로 의미를 확장시킨다그리고 그 속에 영화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를 떠올리게 하는 기독교를 둘러싼 음모를 환상적인 요리사 이야기에 덧붙인다그래서 신비로운 조리법에 대한 이야기는 15세기 중세 유럽의 로마 교황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되는 숨겨진 그노시스파의 복음서를 찾아 쫓고 쫓기는 이야기로 바뀐다.

 

  돼지 발로 만든 음식의 느끼함을 가라앉힐 포도주 한 잔심지어 석류 한 개를 훔친 것 같은 사소한 일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한 길로 인도할 수 있다. -  P. 135

 

 이런 이야기 전개 속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자신이 살아 오면서 경험하고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교훈을 슬며시 집어 넣는다신기한 요리 이야기가 권력을 둘러 싼 살인과 음모에 관한 이야기로 필연적(必然的)인 바뀌는데도 저자는 이러한 필연도 결국은 사소한 우연(偶然)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걸 믿지믿음이 사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 P. 451

 

 그 뿐만이 아니다아미란스 수플레를 통해서는 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The Harmony 조화로운 인생 : 진정한 부를 이루는 5가지 절대 조건! 같은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과거미래현재 지향형 시간관 중에서 현재 순간 집중해야 하면서도 과거와 미래에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과 믿음이 주는 강력한 힘에 대해 넌지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특히 책 속 주인공 루치아노와 루치아노가 사랑했던 프란체스카의 이야기에서 허전함이 계속해서 남았다.

 

 하지만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어 나갔던 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에 
읽어보기를 과감히 
..

 Tracked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at 2009/04/26 22:49 x

▲ 예순의 여성이 세상에 내놓은 첫 작품 인간이 가진 이성, 감성, 감각으로 얻어내고 발견하는 새로운 지식이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었던 한 요리사가 있었다. 때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다. ‘지구가 둥글고 태양

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자연현상을 발견하고도 막강한 교회권력이 두려워 입을 조심해야 했고, 기존 권력과 새로운 지식과

의 충돌이 일어날 때였다. 종교권력이 통치하던 그 시대는 진실과 진리가 무엇인지 ......more


 Tracked from 컬쳐몬닷컴 at 2009/07/22 09:41 x

비밀의 요리책 -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레드박스 ***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

트입니다. ‘진리’가 탄압받는 시절에 그 ‘진리’를 지키고, 이어나가는 일은 엄청난 고행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어찌보면 

지난 인류의 역사는 모든 분야에서의 새로운 진리를 찾아나가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그것을 가로막는 것들과의 치열한 싸움이

었다고 할 수도 있다. 이는 현재에도 특별히 변한게 없어보이는 것으로, 오......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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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마라구, José Saramago 지음 | 최인자 외 옮김 해냄 | 2009 1

 

 작가 주제 사마라구, José Saramago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 말에 개봉되었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서였다영화 팸플렛, pamphlet을 통해서 영화 속 이야기는 같은 제목의 책을 각색(脚色)한 내용이라는 사실과 주제 사마라구가 저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접하고 나서 원작 '눈먼 자들의 도시'를 접할 수 있었다. 사실 포르투갈은 내게 있어 아프리카 저 먼 곳에 있을 이름 모를 나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나라다그저 한 때 해상왕국이었던 덕분에 브라질을 식민지로 두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과 현재 유명한 축구 스타의 모국이라는 사실 정도 말고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저자의 이름을 보고 그를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포르투갈의 역사현재 혹은 과거의 모습 같은 것은 알 리가 없다.

 

 사실 포르투갈에 대한 전무(全無)한 사전지식 때문에 수도원의 비망록이라는 제목과 책 표지에 수도원을 배경으로 공중에 악마의 형상을 한 것들이 날아다니는 그림을 보고는이 책은 분명히 판타지, fantasy 소설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판타지 소설에 어울릴만한 파사롤라라는 이름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행체가 나오기는 하지만실제 책의 내용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칭하기에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 별로 개연성(蓋然性없이 나열되어 있다책의 내용은 전쟁터에서 왼팔을 잃어 버렸지만 하늘을 나는 파사롤라를 만드는데 실행자의 역할을 한 발타자르 세트 소이스와 공복(空腹상태에서 사람들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블리문다 세트 루이스그리고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를 엮어 주고 파사롤라를 설계한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가 주요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그렇지만책은 이들의 이야기에만 주목하지 않고 태양과 호박자석금속판 그리고 인간의 의지로 하늘을 날아가는 파사롤라와 서양 세계를 지배하는 중추적 사상인 기독교 그리고 포르투갈 왕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무질서하다는 느낌으로 나열식 서술과 묘사를 통해 전개된다.  기독교 사회에서 기독교를 조롱하고 왕권 사회에서 그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이름 없는 작중화자들이 엮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이었다면이 책수도원의 비망록은 익숙하지 못한 3인칭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그래서인지개인적으로는 읽어나가기가 수월치 않은 책이었다.

 

 이 책 수도원의 비망록은 익숙하지 못한 장소와 배경을 바탕으로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 시켜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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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 지음 생각의 나무 | 2008 12

 

 누군가가 내게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하지만반대로 못하게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선뜻 그것이 미술(美術)과 음악(音樂)이라고 답을 한다게다가 불행하게도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거나 악기를 잘 연주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예술(藝術)을 향유(享有)하는 것에도 서툴다그래서 내게 있어 미술과 음악에 관련된 책은 늘 두려움의 대상인 동시에 동경(憧憬)의 대상이고기회가 되면 내 무지(無知)의 소치(所致)가 가지는 간극(間隙)을 줄여보려고 바둥거린다사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가려 뽑은 불멸의 교향곡을 읽을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순전히 앞서 언급한 예술에 대한 내 열등감(劣等感때문이었다.

 

 이 책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은 나와 같이 음악특히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門外漢)인 사람이 가진 교향곡(交響曲)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에 아주 적합한 책이다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하이든에서 시작해 모차르트베토벤베를리오즈멘델스존브람스차이콥스키드보르자크라흐마니노프 그리고 쇼스타코비치까지 교향곡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의 대표작을 지휘자 금난새의 차분한 구어체(口語體)의 설명으로 풀어가기 때문이다특히 많은 해설이 있는 음악회을 개최한 지휘자 금난새의 역량으로 쉽게 친해지기 힘든 교향곡에 대한 이해를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아갈 수 있다또한 각 음악가의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그들의 유명했던 삶의 이야기와 함께 전문가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일화(逸話)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각 교향곡에 숨겨진 작곡가의 의도(意圖)와 지휘자 금난새의 견해(見解)를 차분히 이야기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초심자(初心者)가 익숙해질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고 나서, YouTube를 통해 책에서 소개하는 교향곡의 절반 가량을 다시 설명을 봐가며 들어 보았다아직 교향곡을 즐길 만큼 귀가 트이지 못한 탓에 지휘자 금난새가 설명하는 수준에 감상이 미치지는 못하지만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없다는 것은 금새 알 수 있었다정말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음미(吟味)하며 감상한다면 부담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즐기며 향유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이 책이 마냥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나와 같은 음악 초심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지만교향곡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깊이 있는 해설서를 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기 때문이다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at 2009/01/29 12:08 x


제목 : 마에스트로 '금난새'씨가 전하는 교향곡 감상의 길잡이책
지금은 사라진 레코드판으로 들려주던 클래식 음악감상실이나, 혹은 집안에서 테이프로 클래식음악을 감상하는 정도였을 뿐, 공연장을 직접 찾았던 경험이 기억속에 없던 내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덕분에 ☞클래식열기의 현장 '금난새와 함께하는 음악여행'공연장을 찾았던 일은 새로운 사치(공짜관람이긴 했으나^^)로 여겨질 만큼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서툴렀지만 이 경험으로 인해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소개된 이 책을 탐내게 되었고, 감사하......more

 Tracked from buoy media at 2009/01/29 21:26 x

제목 : &quot;이름을 불러주자 너에게로 가서 '교향곡'..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 금난새 지음/생각의나무 어떤 에피소드 하나. 어느 대학 음악 동아리에 베토벤을 좋아했던 후배(이하 베토벤 군) 하나와, 하이든을 존경했던 선배(이하 하이든 군) 하나가 있었다. 둘이 우연히 한 여자에게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둘의 작업법은 차이가 있었다. 시커먼 도시락통같은 cd묶음을 들고다니던 기타리스트, 베토벤 군은 군입대를 한 달 앞두고, 여자에게 "아무 생각 말고 사진전도 가고, 영화도 보고 예술처럼 만나......more

 Commented by buoy.kr at 2009/01/29 21:26  

위블에서 타고 왔어요. 저 역시 초심자라 이 책이 많은 도움 되었답니다. 반 이상이나 찾아 들으셨다니 대단하네요. 엮인 글 남기고 갑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1/29 23:03 
위블에서 타고 오셨다니, 더 더욱 반갑습니다. 하루에 교향곡 하나를 들어 볼 작정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소통하는 블로거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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