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사마라구, José Saramago 지음 |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9년 1월
작가 주제 사마라구, José Saramago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작년 말에 개봉되었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서였다. 영화 팸플렛, pamphlet을 통해서 영화 속 이야기는 같은 제목의 책을 각색(脚色)한 내용이라는 사실과 주제 사마라구가 저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접하고 나서 원작 '눈먼 자들의 도시'를 접할 수 있었다. 사실 포르투갈은 내게 있어 아프리카 저 먼 곳에 있을 이름 모를 나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나라다. 그저 한 때 해상왕국이었던 덕분에 브라질을 식민지로 두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과 현재 유명한 축구 스타의 모국이라는 사실 정도 말고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그를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 포르투갈의 역사, 현재 혹은 과거의 모습 같은 것은 알 리가 없다.
사실 포르투갈에 대한 전무(全無)한 사전지식 때문에 ‘수도원의 비망록’이라는 제목과 책 표지에 수도원을 배경으로 공중에 악마의 형상을 한 것들이 날아다니는 그림을 보고는, 이 책은 분명히 판타지, fantasy 소설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판타지 소설에 어울릴만한 파사롤라라는 이름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행체가 나오기는 하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칭하기에는 딱히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 별로 개연성(蓋然性) 없이 나열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전쟁터에서 왼팔을 잃어 버렸지만 하늘을 나는 파사롤라를 만드는데 실행자의 역할을 한 발타자르 세트 소이스와 공복(空腹) 상태에서 사람들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블리문다 세트 루이스. 그리고 발타자르와 블리문다를 엮어 주고 파사롤라를 설계한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가 주요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렇지만, 책은 이들의 이야기에만 주목하지 않고 태양과 호박, 자석, 금속판 그리고 인간의 의지로 하늘을 날아가는 파사롤라와 서양 세계를 지배하는 중추적 사상인 기독교 그리고 포르투갈 왕권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무질서하다는 느낌으로 나열식 서술과 묘사를 통해 전개된다. 기독교 사회에서 기독교를 조롱하고 왕권 사회에서 그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이름 없는 작중화자들이 엮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이었다면, 이 책‘수도원의 비망록’은 익숙하지 못한 3인칭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읽어나가기가 수월치 않은 책이었다.
이 책 ‘수도원의 비망록’은 익숙하지 못한 장소와 배경을 바탕으로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읽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 시켜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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