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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 글/그림 | 서사원 | 20218

  놀랍게도 이 책 고양이 단편 만화’’ 작가 남씨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시간 때우기가 그림을 그린 이유라 밝힙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분명히 목적을 가진 의도적인 행위라 생각하는 제 아재 마인드에 반합니다.

 맞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책이라고 해도 반드시 의미를 가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다고 해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굳이 책을 보면서의 감상을 꼽는다면, 작가는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 정도 였습니다. 굳이 박스와 서럽장에 들어가고, 높은 곳에 앉아서 CCTV 마냥 처다보고, 토닥거리면 엉덩이를 들고, 컴퓨터를 켜면 자판에 자리를 잡았던, 우리 밍밍이구름이이 모습이 그림 속 고양이과 닮았습니다.

  안으려면 빠져 나가고, 관심을 거두면 달라 붙는 고양이를 생각하며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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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 스몰빅미디어 | 202111

  갑자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읽고 싶어 졌습니다. 아마도 근래 일과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기면서, 뭐가 되었건 집중하고 애쓰는 건 일단 하기가 싫어 졌습니다. 이 책 빵으로 읽는 세계사’’를 선택한 건 순전히 가벼운 마음으로 쉽고 편하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이 책 빵으로 읽는 세계사를 읽어 가면서의 느낌도 선택할 때의 기대에서 어긋나지 않습니다.책의 저자는 플랫브레드, 사워도우, 피자, 마카롱, 에그타르트, 카스텔라, 판데살, 트르티아, 베이글, 그리고 흑빵까지 10개 종류의 빵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를 쉽고 가볍게 펼쳐 나갑니다. 각 빵의 어원에서 시작해 처음 등장했을 시기의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시대배경을 설명하는데, 책을 읽는 다는 느낌 보다는 빵과 관련된 TV 타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내용이 개별 빵을 주제로한 단편적인 사실과 그것에 관한 단순한 감상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세계사라고 칭하기는 했지만, 그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빵을 연관시켜서 기술하지 않았다면 세계사라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9번째 빵인 베이글을 설명하면서 유대인은 2차세계 대전 독일에서 차별받기 전부터 이미 재정 러시아 시절 이미 차별받아 쫓겨났고, 많은 유대인들이 이 때 미국으로 건너 갔고, 여기서 베이글이 전세계에 퍼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갑자기 왜 유대인들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동시대 사람들과 불화를 일으키는 것일까하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책에서는 박해 받은 유대인이 불쌍하고 박해한 사람들이 나쁘다는 논리로 기술 되어있었는데, 왜 그들은 항상 미움을 받고 쫓겨 났으며, 어떻게 그들은 지금도 세계의 경제를 주름잡는 민족이 되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정말 박해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유대인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미움 받을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풀어나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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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슈미트-살로몬, Michael Schmidt-Salomon | 김현정 옮김 | 고즈윈 | 2012.08.28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 저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몬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모 메덴스’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여기서 호모 데덴스;란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으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반대 말로, 광기의 사람을 뜻합니다.

책의 저자는 인간은 우주적 관점에서 먼지 한 톨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속에서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온 점에서 사람들은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 칭하지만, 현재의 고도 문화가 인류의 과학기술적 잠재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도 함께 고조시켰고, 현재 어리석음은 세계정세를 대단히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최고의 과학기술과 최고의 우둔함이 맞붙으면 대개 결과는 참담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합니다.

이러한 지적을 보면서, 당장 트럼프, 윤석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얀마의 내전,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절대주의 같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만, 책이 2012년에 출판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러한 어리석음이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음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수차례 이슬람교의 무함마드 (모하메드) 사후 선출된 칼리파를 후계자로 인정하는 수니파와 무함마드의 사촌인 알리를 계승자로 인정하는 시아파로 나뉘어 싸우는 이슬람교를 수차례 예로 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를 추구해야 할 종교가 호모 메덴스의 모습을 보여 주며 종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개별 개체로서 인간은 개미를 압도적으로 능가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여기기만, 실은 많은 동물과 유전적으로 매우 흡사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감정 역시 비슷해 정말 인간이 우주적 관점에서 특별한 존재인지 의문을 표합니다. 당장의 지구 온난화 문제만 봐도 호모 메덴스적 사고 속에서는 인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정당성을 가집니다.

책을 보는 중의 잠깐 들었던 생각은 양극단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흑백논리의 불편함이 양쪽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중도를 편하게 선택하게 만들고,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 속에서 사라져야 할 호모 메덴스적 가치가 중도의 선택의 뒤편에서 자리를 잡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 극단적 주장이 주는 불편함이 책 전체에 묻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신 논리적 전개의 깔끔함이 동시에 있어서 읽는 내내 뭔가 불편한 하면서도 공감되는 내용이 함께 있는 독특한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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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호 | 스노우폭스북스 |   2020.06.15

  기본적으로 저는 실용서적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보통 실용서는 그 시대의 유행을 타고 출판되기 마련이고, 그런 경우는 대부분 유행이 지나면 다시 두고두고 보면서 되씹어 볼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이 책 돈의 속성역시 큰 범주에서 실용서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두고두고 읽고, 읽을 때 마다 그 깊이가 더해지는 류의 책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 돈의 속성이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없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이 책에서 저자도 어느 분야든 경지에 오르면 결국은 철학서로 귀결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책도 읽어 가면서의 느낌이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돈에 대한 저자의 생각 혹은 저자가 돈에 대해 배운 것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책은 제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펼치는 것보다는 읽으면서 메모해 놓았던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자산을 모을 때는 집중투자를 하고 자산이 자산을 만들어낼 때는 분산투자를 지킨다.
- 66 p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도 못한다. 마음의 가난은 명상과 독서로 보충할 수 있지만 경제적 가난은 모든 선한 의지를 거두어가고 마자막 한 방울 남은 자존심마져 앗아간다. 빈곤은 예의고 품의도 없다.  - 96 p

세상의 권위를 존중하되 의심하는 태도를 끝나는 날까지 유지하기 바란다. 절대로 길들여지지 말고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 157 p

좋은 돈이 찾아오게 하는 일곱 가지 비법

 1. 품위 없는 모든 버릇을 버려라. 욕을 하고 투덜거리는 것, 경박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 남을 비웃는 것, 지저분한 차림, 약속에 늦거나 변경하는 일 등의 이런 모든 행동은 품위 없는 짓이다.

 2. 도움을 구하는데 망설이지 마라. 묻고 요청하고 찾아가고 부탁하라. 반드시 물음에 답을 주고 도움을 주고 반기는 사람이 있다.

 3. 희생을 할 각오를 해라. 작은 목표에는 작은 희생이 따르고 큰 목표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공부를 위해서는 잠을 포기해야 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4. 기록하고 정리하라. 투자내역, 정보,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 명함, 사이트 암호들, 구매 기록 등을 모두 정리하거나 기억하라. 이것은 재산이며 동시에 당신을 보호한다.

5. 장기 목표를 가져라. 산을 오르려면 봉우리가 보여야 한다. 즉각적인 자극에 유혹당하지 말고 평생 지킬 만한 가치를 찾아라.

6. 제발 모두에게 사랑받을 생각을 버려라. 눈치 보지 말고 비난에 의연하고 무리와 어울리는 것에 목숨을 걸지 마라. 진정한 친구는 두 명도 많고 가족의 지지가 모든 것의 기초다. 부정적인 사람과는 결별하고 당신보다 나은 사람들과 어울려라.

7. 사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마라. 투자는 지금도 늦었고 저절로 수고없이 느는 것은 나이 밖에 없다. 한 살이라도 젊어서 투자하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부자가 된다.

가족 안에서 가장 부자가 되었을 때 부모와 형제에 대한 행동요령  p 248-251
 
형제자매 중에 누구 하나가 부자가 되면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 사이에 의외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도 빈부 차가 벌어지면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고 긴장이 고조된다. 가족 사이도 빈부 격차가 벌어지면 불화와 서운함과 비난이 난무하게 된다. 나의 독자는 모두 부자가 될 사람이라 믿고 지금부터 여러분이 부자가 되었을 때 부모와 형제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미리 알리고자한다. 돈을 버는 규모와 결혼 유무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내 경우로 유추해 실수했던 것과 잘핳ㄴ 것들을 수정해서 기록했다.

 상황1) 재산 규모가 10억 안쪽일 떄

 이때까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형제들 창업자금을 빌려 주는 일, 부모님 집이나 차를 바꿔주는 일.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부모님을 모시는 올케 언니나 형수님에게 명품 가방 사주기, 조카들 대학 입학 때 노트북 사주기, 가족 단체 식사값 혼자서 내기, 부모님께 일정한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드리기
 이런 정도라면 가난을 벗어나 막 부자가 된 경우다. 가족 내에 눈에 띄지 않고 고생하는 여자들이나 조카들을 챙기는 시기다. 가족 내에서도 은근히 질투와 시기가 일어날 수 있기에 고생하거나 소외받는 가족들을 챙겨줘야 한다. 무리하게 사업자금이나 차를 바꿔주는 정도의 일은 아직 이르다. 자신의 자신이 뿌리를 내리기 전에는 목돈이 들어가는 일을 만들지 말고 부모님 생활비 외엔 어떤 비용도 정기적 비용으로 만들면 안된다.
 부모님 생활비는 마치 급여처럼 정해진 날에 반드시 늦지 않게 자동으로 결제되게 만들어놔야 한다. 부모들은 하루라도 늦으면 사업이 안되는지, 혹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걱정을 만들어서라도 할 것이다. 항상 같은 날 일정하게 보내고 사업이 커지면 조금씩 금액을 올려야 한다. 용어도 생활비가 아니라 투자배당이라고 바꿔라. 생활비 주는 자식 눈치를 보시지 않게 해야 한다. 자식에게 젊어서 투자한 노력과 가치에 대한 배당이익이라고 설명 드리고 당당하고 편하게 받으시도록 한다.
 또한 생활비를 모으지 않도록 독려해야 한다. 생활비가 일정하게 오지 않으면 불안해서 쓰지 않으신다. 사정이 어려운 자식들이나 손자, 손녀를 돕는다고 안 쓰고 모으는 일 없이 직불카드를 만들어 드리고 잔고자 남으면 남은 돈 빼고 드리면 된다. 그러며 월말마다 택시 타시고 커피 사드시고 꽃 사러 다니신 흔적이 통장에 보일 것이다.
 형제들의 투자 요청, 주택자금 지원, 생활비 지원 등은 절대 하면 안된다. 아직 물에 미처 나오지도 않았는데 발목을 잡아 모두 함께 다시 가난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는 시기다. 혹시 그런 일로 형제간 인연이 끊겨도 안 된다. 아직 당신 자녀와 배우자를 형제나 부모보다 뭔저 챙겨야 되는 시기다. 그 돈으로 차라리 형수, 제수, 어머니, 여동생, 누나들에게 고급 가방 하나씩 선물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 시기는 가족을 지원하는 시기가 아니라 가족을 흩어지지 않게 하는 시기다.

상황 2) 재산 규모가 50억 원 안족일 때
 
 이 때는 부모님의 집을 사주거나, 차를 사주는 시기다. 부모님 용돈 정도가 아니라 생활비 전체를 책임져야 할 시기다. 조카들 학비를 내주는 시기도 됐다. 형제들이 질투하던 시기가 지나 인정하는 시기가 왔다. 이 때는 큰 돈을 써도 행세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조카들을 챙겨주는 이유는 두 가지다. 조카들을 챙기면 사촌들이 친척이라는 가족 공동체 개념이 명확해진다. 사촌들끼리 잘 어울리고 자주 만나게 된다.
 다른 좋은 점은 내 형제자매들이 어려운 부탁을 덜 하게 된다. 자기 자녀들 학비를 내주고, 여행을 보내주고, 입학 때마다 노트북을 바꿔주는 부자 형제가 있다면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지 못한다. 조카들에게 쓰는 비용이 형제들 사업자금이나, 보증, 주택자금 지원 등으로 쓰는 돈보다 훨씬 싸고 현명한 지출이다. 이 시기에도 형제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상황 3) 재산 규모가 100억 원 이상 넘어갈 떄

 이 때부터는 형제들 중에 가난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그들의 가난은 이제 당신의 책임이다. 형제자매 중에 사업가 기질이 있는 사람에게 사업체를 만들어 주고 직책을 주는 시기다. 당신뿐만 아니라 가문이 부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 재산 규모가 100억대를 넘었다면 자산이 자산을 만드는 시기다.
 부모님을 해마다 여행 보내드리고 부모님의 친한 친구도 함께 보내드려서 자식 자랑을 부모 친구들이 하게 만들 시기다. 가족과 친척 사이의 봉이 아니라 보험이 되어야 한다. 친지들의 경조사를 지원하고 병원비 들어갈 일이 생기면 당신이 자가 보험사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 일을 모두 배우자를 통해서 해야 한다. 그래야 배우자가 가족 안에서 대우받고 함께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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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 창비 | 202076

 

1.   읽기 전

 지금 2023년은 AI가 시대의 화두이고, 각종 K-컨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볼거리, 읽을거리, 들을 거리들이 지천으로 널려 뭘 선택해야 할지가 오히려 고민인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최근 의도하지 않았지만, 연달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을 접했습니다. 그러면서 참 이 시대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리고 나서 우연치 않게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일제 강점의 조선 노동자의 고뇌와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인 소설 ‘철도원 삼대’입니다.  

 

2. 읽으며

 이야기는 이진오의 현재에서 시작합니다. 이진오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기존 공장은 페쇄하고 남은 노동자는 해고해 버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맞서 굴뚝에 올라 시위를 합니다. 그리고 이내 패트병에 적어 놓은 이름에 매개로 증조 할어버지 이백만, 증조 할머니 주안댁, 증조 고모 할머니 이막금, 할어버지 이일철, 작은 할아버지 이두철, 할머니 신금이, 작은 할머니 할머니 한여옥, 아버지 이지산으로 끊임없이 플래식백(flashback)하며 식민지 치하의 조선 노동자의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의 영등포와 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한 노동 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모습을 각 인물에 맞추어 보여 줍니다.
 책의 백미는 그 시절 영등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철도 공작창 이야기와 경부선, 경의선 철도를 운행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규교육과 비정규교육에서 접해 볼 수 없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3. 읽고나서

K-Pop을 위시한 각종 K-컨텐츠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청산되지 못한 일제의 잔재가 여전히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끊임없이 싸워온 우리의 결과다
어쨌든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져간다.
이 책 ‘철도원 삼대’는 읽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저는 과연 제 자리에서 세상이 아주 조금씩 나아져가는데 과연 일말의 기여라도 했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철도원 삼대’는 방대한 분량에 재미있으면서도 읽기도 힘들었지만,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조망하는데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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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금이, 창비, 2023 7 17

 

읽기 전

  2년쯤 전부터 매주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박물관, 공원, 궁궐을 비롯해 마술 수업, 각종 만들기 수업, 그리고 영화, 뮤지컬 같은 것을 함께 보면서,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가능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체험이 경험으로 쌓이고, 궁극에는 아이가 자신의 시각과 취향을 갖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런 일련의 체험 과정 중 앞서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간간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의 내용을 원작으로 하는 공연 관람입니다. 지금 이야기할 '알로하, 나의 엄마들' 역시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어린이 뮤지컬일 줄 알고서 덜컥 예매부터 했습니다. 그리곤 아이가 관람하기 전에 책을 읽어보게 할 심산으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책을 펼쳐보니 어린이 도서가 아닌 청소년 추천도서입니다. 말이 청소년 추천도서지, 그냥 성인용 소설이라 아이가 읽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읽어본 후 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요량으로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며

  책의 내용은 학생 시절 현대사 책에서 간략히 보고, 역사전공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던 조선 노동자의 하와이 이민사입니다. 다만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하와이 이민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제 시대에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일꾼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혹사당하며 일했고, 그러면서도 하와이 교민들은 조선 독립 운동의 자금줄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따르는 지도자에 따라 교민사회가 분열되었다는 사실이 사료에 근거하여 기술되었다면,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그 연장선에서 버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의 이야기로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의 시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갑니다. 그 시절 조선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여성의 하와이에서 삶, 하와이 노동이민으로 생겨난 늙은 노총각과 어린 신부의 사진 결혼으로 생긴 사회문제, 하와이 내에서 갈라진 독립 노선과 그에 따라 분열된 교민 사회 같은 아픈 이야기를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조선에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포와(하와이)까지 가지만 할머니가 무당이었던 송화가 무병으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이게 정말 사료에 있는 이야기 인지 작가가 소설 속에서 만든 이야기인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특이했던 점은 이 책의 형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시작해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작가는 마지막 2장에서는 갑자기 형식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복수형 제목의 이유를 독자에게 넌지시 알려줍니다.

 

읽고 나서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까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일제의 강탈과, 하와이 이민, 하와이 동포 사회의 분열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그 시절 여성이 가졌을 여성상과 이를 극복해 가는 이야기를 함께 찬찬히 그리고 쉽게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말주변이 없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과연 뮤지컬에서는 책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 냈을지 궁금합니다.

 덧말. 작가에게는 죄송하지만, 책에서 보이는 작가의 필력이 어마어마하거나 이야기의 플롯이 정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느슨한 플롯 속에서 담담하게 여성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에서 역사적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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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 이순학 | 더스토리 |  2016 6 27

 

읽기 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청소년 시절 필독서로 추천 받는 책이지만, 아쉽게도 저는 청소년 시절 '데미안' 읽어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불혹 (不惑) 나이가 되어 지우학 (志于學) 봤어야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후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데미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책을 읽고 나니, 청소년기에 읽으라고 추천할 합니다. '데미안' 전형적인 성장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장' 평생의 화두(話頭) 시대에 살아가는 만큼, 청소년기에 읽지 못한게 아쉽기는 해도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책의 이야기는  헤르만 헤세 자신으로 보이는 작중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유년기에서 시작해 청년기까지 그의 내적 성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장 소설인 만큼 유년기의 싱클레어가 커갈 수록  평온한 울타리 보다는 울타리 밖을 궁금해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갑니다.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싱클레어의 친구 데미안은 마치 선지자 (先知者) 같은 모습을 보이며 싱클레어의 성장을 도와 줍니다.


내가 원하는 남한테 생각하게 만들 없어. 하지만 우린 사람들을 관찰할 수는 있어. 그러면 가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차릴 있지. 그렇게 하면 대개 사람이 다음 순간엔 무엇을 건지도 예측할 있는 거지. 아주 간단해. 단지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지. 물론 연습이 필요하긴 .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살짜리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뒤지는게 싫어서 거짓말이 스스로를 옳아 매어 절망을 느끼는 부분이었습니다. 종교나 사랑에 대한 내적 성장과는 달리 10 꼬마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싱클레어가 겪었던 일이 분명 제게도 있었던 같았기 때문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 청소년기에 이미 일독 했더라도, 다시금 일독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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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게 지음 | 전경아 옮김 | 인플루엔셜 |  2014 12 15



 

읽기 전


사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서, 저는 책의 내용을 진부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쉽사리 책장(冊張)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편한 마음으로 쉽게 책장(冊張) 넘길 에세이류의 책을 요량으로 '미움받을 용기' 읽었습니다.

그런데 부분을 조금 읽어가자 책은 편하게 책장(冊張) 넘길 있는 감성적 에세이가 아니란 사실을 금세 알아 차릴 있었습니다. 먼저 서술부터가 독특합니다. 전체가 청년과 철학자 명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문답법(問答法) 형식입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 소크라테스가 시민들과 문답을 통해 그들 스스로 무지와 편견을 자각하고 진리를 발견한 양식이 독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읽은 후


책의 핵심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철학자는 청년에게 프로이트의 인과론적 사고관을 부정하고 목적론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로이트의 인과론적 사고 방식에서는, 현재는 바꿀 없는 이미 지나간 과거를 원인으로 하기 때문에 결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없습니다. 또한 과거의 원인을 지금 바꿀 없기 때문에 그로인해 발생하는 현재의 일을 바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변할 있고, 세계는 단순하며, 누구나 행복해질 있다는 아들러의 목적론적 사고관을 따르면, 과거의 슬프거나 즐거웠던 원인과는 별개로 순전히 내가 부여하는 의미와 목적하는 선택에 의해 현재를 만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책의 내용은 확실히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를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에게 분명 목적론을 근거하여 근원적인 가르침을 줍니다. 하지만 세상사를 풀어가는데 인과론이 문제가 있고, 대안으로 목적론이 효용성을 갖는다고 해서 목적론만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살아가다가 보면 인과론적 사고를 통해 얻은 결과가 목적론적 사고를 통해 내가 부여하는 의미와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하고, 반대로 목적론적 사고를 통한 의미 부여와 선택이 인과론의 원인이 되어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너무 뻔한 말이지만, 저는 인과론과 목적론을 정확하게 나누어 어느 하나에 편향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되려, 목적론과 인과론 모두에 익숙해져, 상황과 필요에 맞추어 목적론과 인과론을 적절히 선택하여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면 됩니다.

 

그렇지만, 보통 세상 사람들이 인과론에 익숙해져 있는 감안한다면, 목적론적 사고에 대한 고민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할 있습니다. 그리고 방안으로 '미움받은 용기' 차분히 읽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세계는 단순하고 인생 역시 단순하다." 만약 이 테제(These)에 얼마간의 진리가 포함된다면 그것은 아이에게나 해당되겠지요. 아이에게는 근로나 납세와 같은 눈에 보이는 의무가 없습니다. 부모나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갑니다. 미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으니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냉혹한 현실은 보이지 않도록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아이의 눈에 비치는 세계는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세계는 그 본성을 드러냅니다. '너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다.'라는 현실을 매정하게 보여주고, 인생 앞에 기다리고 있던 온갖 가능성이 '불가능성'으로 반전됩니다. 행복한 낭만주의의 계절은 막을 내리고 잔혹한 리얼리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정말로 자신 있는 사람은 자랑하지 않아. 열등감이 심하니까 자랑하는 걸세.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일부러 과시하려고 하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주위에 누구 한 사람 '이런 나'를 인정해주지 않을까 봐 겁이 나거든. 이는 완벽한 우월 콤플렉스라네.


열등감 자체를 첨예화시켜 특이한 우월감에 빠지는 패턴이라네. 구체적으로는 '불행 자랑'이라고 하지.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불행을 마치 뽐내듯 말하는 사람, 타인이 위로하거나 변화를 권하면 "너는 내 심정이 어떤지 몰라" 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는 사람을 가리킨다네. 이런 사람들은 불행한 것을 '특별' 하다고 여기고, 불행함을 내세워 남보다 위에 서려 하지.자신이 얼마나 불행하고, 얼마나 괴로운지 알림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그들의 말과 행동을 속박하고 지배하려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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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저 | 말글터 | 2016 8 29

 

 

1.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나는 엄마가 늘 내가 아픈 걸 혹은 아플까봐 걱정하는 것은 순전히 자식에 대한 애정이라 생각했다. 이 구절을 보고 나니, 자식에 대한 애정 뿐만 아니라 나를 낳고서 부터 계속해서 아팠던 엄마의 경험이 자식에 대한 걱정을 더 하게 만든 것이었다.

 

 

2.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내 사랑은 아직도 작은 사랑인가보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기는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걸 상대가 원할 때면 결국은 해주면서도 싫은 티를 꼭 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부끄럽지만 그게 아직 내 사랑의 크기이다.

 

 

3.

특히 난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일을 처리할 때면 그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시간과 추격전을 벌이다가 막다른 길에서 붙잡히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가 참 못마땅하다. 그리고 가끔은 뭐가 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정말 바쁜 것인지, 아니면 '바쁘다'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은 것인지....

 

나는 일을 할 때면 항상 시간에 쫓긴다.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될 만큼의 여유가 있어도, 굳이 일의 퀄리티를 들먹이며 스스로를 몰아 붙인다. 그리고 결국에는 버거워 한다.

 

참으로 한심하고 우스운 일이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스스로 몰아 붙이는 걸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내 자신은 알기 때문이다.

 

 

4.   

단테의 <신곡 神曲> 지옥 편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지옥문 입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독사가 우글거리고 불길이 치솟는 곳만 지옥일 리 없다. 희망이 없는 곳,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하는 곳, 그곳이 진짜 지옥이다.

 

그렇다. 세상에 꺾이고 꺾여도 희망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늘 그렇듯이 소중한 진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모래밭에서 바늘 찾아도 불평을 늘어 놓기 보다는 바늘을 찾으러 달려 들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운 좋으면 바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누가 아는가, 바늘 만큼의 가치는 아닐 지라도 조그마한 쇠붙이라도 찾을 줄.....  

 

 

5.

영화나 동화 속 사랑은 기적을 만들어내지만, 현실의 사랑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사랑은 때때로 무기력하다. 사랑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랑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만 사랑은 동전의 양면 같은 성격을 지닌다. 우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들이밀기도 하지만,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리는 것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의 동아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를 망가뜨리지 않는 사랑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사랑의 가치를 부정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미성숙해서 칭얼거리는 내 사랑에 푹, 꺾이곤 한다. 꺾이고도 체면치례 탓인지, 별 일 아닌 척 한다

제일 좋기로야 내 사랑이 칭얼대면 다 안아주는 것이 제일이겠지만, 칭얼대는 내용마저 판단의 영역에서 놓고 가름질 하는 내 미성숙함은 그럴 아량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차선책으로나마 칭얼거림에 꺾이면서도 괜찮은 척 하는 것이리라. .

내게서 사랑과 희망을 찾고 싶어서라는 내게 칭얼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얼른 칭얼거림을 다 보담아 안을 수 있는 아량을 가져 내 사랑이 내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6. 

에세이에는 여백이 많은 책일 뿐만 아니라, 내게 많은 여백을 만들어 주는 책이다

어린 시절, 나는 책은 응당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훈육을 받고 자랐다. 그래서 그 시절 소설과 수필은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 때문일까,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에세이를 읽을 때면 그 즐거움과 재미와는 별개로 책에 있는 여백과 바쁜 현실에 만들어 주는 여백으로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물론 나도 안다. 세상 모든 종이가 학창 시절 숙제로 제출하던 깜지 마냥, 활자로 빽빽히 채워질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지식의 전달만이 책의 목적도 아닐 뿐더러 책에서도 삶에서도 여백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이 힘도 만만치 않아 간단하게 하는 메모마저 깜지처럼 만들어 버리는 내 자신을 보면, 에세이를 읽으며 느끼는 불편함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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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규정 지음 글담 2018 81

 

 

나 자신을 대하는 위험한 버릇

 

그대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그대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고대 로마의 철학자)

 

 한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짠돌이다. 어릴 때부터 아껴야 잘 산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씀하셨던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고, 풍족하지 않았던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다. 직장에 취직한 뒤로도 지금까지 허튼 돈을 써본 기억이 거의 없다. 커피는 일단 사무실에서 타먹는 1회용 커피를 애용한다. 점심은 사내 식당을 이용하거나, 회사 근처 밥값을 할인해 주는 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런데 한팀장이 주변을 돌아보면, 다들 한심하기 그지없다. 커피 맛이 거기서 거기일 텐데, 굳이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사 마시는 직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튼튼하기만 하면 될 운동화를 구태여 3~4배나 돈을 더 주고 비싼 브랜드 매장에서 사겠다는 아이들이 답답하다. 물론 한팀장도 팀원들과 다 같이 점심을 먹은 후 팀원들에게 커피를 쏘기도 한다. 그러나 팀장님은 뭐 드실래요?”라고 묻는 팀원들에게 난 사무실에서 가서 커피를 먹을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사달라는 브랜드 운동화며 옷들도 별말 없이 사준다. 막는다고 안 살 것도 아니고, 말을 듣지 않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본인을 위해서는 절대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킨다. “당신 옷이 너무 허름한데, 이번에는 당신 옷도 같이 사요.” 온 가족이 쇼핑을 나갈 때면 아내가 항상 한팀장 옷을 사자고 졸랐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한팀장은 한사코 거절해다. “뭐 하려고 돈을 그런 데다 써? 당신이랑 애들 옷이나 사. 난 됐어.”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느 날부터 아내가 한팀장에게 옷을 사겠냐는 권유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한팀장에게 뭘 마실 거냐는 말도 묻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주문하고 끝낸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스스로나 자신에게 돈을 안 쓰는 거야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들까지 내게 그러는 건 나를 소중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든다.


 “먹을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어떻게 돈을 모으냐.”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라온 세대들은 자기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한다. 부하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밥값만큼 비싼 커피를 한 잔씩 손에 들고 들어오면 꼭 한마디 한다. “회사에도 커피 있는데, 꼭 그 브랜드 커피여야 해? 난 그거 낭비라고 생각해. 믹스커피랑 뭐가 달라!”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외식하자는 가족들에게 한마디 한다. “뭐 하러 나가서 고기를 사먹어, 마트에서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구워 먹으면 더 싸게 먹을 수 있는데, 밖에서 먹는 게 맛있다는 건 다 기분 탓이라고!” 그런데 당신도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밖에서 먹는 고기가 더 연하고 맛은 있다. 계절이 바뀌었다고 배우자가 옷이라도 하나 사다 주면, 꼭 한 소리 한다. “왜 옷을 백화점에서 사?! 인터넷에서 같은 가격에 몇 벌은 살 수 있겠구먼! 당장 바꿔 와!” 물론 백화점이 인터넷보다 더 비싼 것 맞다. 하지만 어떨 땐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


 운동화가 낡아서 밑창이 다 해졌어도, 굳이 새 운동화를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돈을 들여서 굳이 내 물건을 사느니, 그냥 있는 대로 입고 먹고 사용한다. 요즘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고 논쟁을 하기 전에,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잘 사는 걸까? 물론 당신이 왜 그러는지 그 마음은 너무 잘 안다. 당신이라고 좋은 거 갖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사다 보면, 아이 교육비 부모님 용돈, 가족 생활비 등이 걱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젠 그러지 말자.


 본인에게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스스로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알레르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못한다. 예쁜 개나 고양이를 보면 탐을 내고 눈독을 들이지만, 내 체질 때문에 키우는 걸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친척 중에 대를 다섯 마리나 키우는 집이 있다. 주인이 들어가면 다들 꼬리 치고 몰려들어 주인을 반긴다. 그런데 그 친척분에게는 유독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개가 있다. 그래서인지 그 개에게는 다소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어떨 때는 발로 슬쩍 밀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주인이 그러니 나도 친척집에 갈 때마다 그 개를 만만하게 대한다. 다른 개들은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자상하게 대하면서, 유독 그 개에게는 주인이 그랬듯이,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진다. 그래서 옛말에 내가 내 집 개를 차며, 지나가던 사람도 찬다.”고 했나 보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당신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러니 하루라도 젊을 때, 지갑을 열어 자신을 위해 돈을 쓰자.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당신이 가장 멋지고 빛나는 날이다. 당신의 인생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고, 그 남은 기간 동안 자기 스스로를 잘 대접해야 한다. 비싸지 않다면 당신이 몇 달 전부터 눈독 들여온 카메라를 본인에게 사서 안겨 주자. 가정경제를 파탄 낼 만큼 고가가 아니라면, 구매해서 당신 자신을 기쁘게 해주자.


 오늘날 리더, 가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어떻게 하면 잘 먹이고 입힐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동기부여 하여 즐겁게 일하도록 할까에 큰 관심을 가진다. 그래야 좋은 리더이고, 좋은 부모라는 소리를 들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자기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짠돌이처럼 굴며 돈을 쓰지 않는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습관, 스스로에게도 돈을 쓰는 습관이 배여 있지 않으면, 당신의 이후 삶은 점점 궁상맞고 초라해진다. 당신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 역시 당신에게는 좋은 옷과 먹거리가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당신은 그러기를 바라는가. 타인이 앞장서서 당신은 좋은 옷과 음식이 필요 없지요?” 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속이 상할까.


 당신의 감정이 행복하고 기뻐야, 비로소 주면 사람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내 감정은 초라하고 비참한데, 타인의 감정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나를 소중히 여기자. 그럼 남도 나를 소중히 여기고 정성껏 대접한다.

 

저는 보통 실용서 보다는 기본 개념서를 더 선호합니다. 지금 이야기 하는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기술과 같은 책의 경우, 보통 경영학 내 조직관리 이론서를 읽어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사실 이런 실용서에 나오는 예시들의 대부분이 읽을 때는 그런 것 같지만, 실상 제 상황과는 상이해 제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도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 원리에 충실한 책을 꼼꼼히 읽어야 제 상황에 맞추어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이라고 해서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책 내용을 이루는 뼈대만을 살펴보면, 그 내용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미 어디서 봤었던 것 같은 주제에 개별 사례를 덧붙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기술은 제 눈을 사로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서두에 옮긴 책 내용의 한팀장만큼은 아니라도, 한팀장의 모습은 실생활에서 제가 깊이 고민하던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에게는 너그러워도 자신에게는 인색한 것을 내강외유(內剛外柔)라 생각하며 자신에게 혹독하게 냉정하게 대할수록, 더 바르게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만큼, 만족스럽기 보다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평범한 진리조차 깨닫지 못한 저를 일깨워 줍니다.

 

이 책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기술은 저처럼 일상에서 사람들 대할 때 평범한 진리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 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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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지음 난다 | 2017 8 7

 

 

 에세이가 읽어 나가기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시간을 내서 하는 독서라면 항상 쌓여 있는 일거리와 문젯거리를 해치우는데 도움이 될만한 걸 읽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밀려오는 압박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보통 영화나 소설이 되는데, 가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과 같은 에세이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마에 손이 포개어질 때의 촉감은 손바닥보다는 이마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손으로 코를 만질 때와 손으로 어깨를 잡을 때 혹은 손으로 무릎을 긁을 때와는 달리 이마를 덮으며 손은 애써 감각을 양보하는 듯하다. 아마 이것은 오래된 습관이 만들어냈을 터이다. 대부분 우리의 이마를 짚어오는 손은 자신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정한 손인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고 거꾸로 자신의 손을 이마에 포갤 때 그 이마는 내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있는 상대의 것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작은 일과 큰일 중에서 -


대체로 에세이를 읽을 때면 제 감상평이 좋습니다. 자주 선택하지 않는 장르이다 보니, 손 가는대로 읽을 거리를 고르기 보다는 이미 내용이 검증된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감수성 짙은 제목의 이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검증된 작품으로 보여 읽어 볼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오늘 하루만 해도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썼고 잡지에 실을 인터뷰 글을 썼다. 오후에는 서대문에 있는 출판사에 들러 윤문을 할 원고 꾸러미를 잔뜩 들고 왔다. 주말에는 낡은 차를 몰고 경남에 있는 한 사찰로 취재를 가야 한다. 제법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돈을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도 있다. 나는 왜 거절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받아 두었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가난 자체보다 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 일과 가난 중에서


에세이 류의 책은 보통 읽어 나가다 보면 독자의 과거 속 감수성을 건드립니다독자는 책 속 내용이 내 삶의 것과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작가의 정제된 언어를 통해 느끼게 된 동질감은 내 경험을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기게 끔 해줍니다. Yes24에서 살펴 본 이 책의 소개 글이나 서평에서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나가자 아쉽게도 제게는 이러한 감수성을 크게 불러 일으키지 못했습니다다른 독자들의 호평글을 보면 제 공감의 부족이 책 내용에 기인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직장인의 삶 속에서 받는 스레스를 책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 제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서 되려 공감을 할만한 책 속 이야기에도 공감을 하지 못한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수성에 젖어 복잡한 머리 속을 잊어버리려 했으나, 실패한 탓에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쉽

게 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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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파텔, 패트릭 블라스코비츠, 조나스 코플러 저 / 유정식 역 | 도디드 | 2018813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허술,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을 읽어가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영단어 세렌디피티, serendipity’입니다. ‘세렌디피티, serendipity’는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단어로, 학위 과정 중 많이 들었고, 또한 직접 과학 실험을 하며 수차례 직접 경험하기도 한 단어입니다. 이 단어 세렌디피티가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은, ‘세렌디피티, serendipity’ 가 결과라고 한다면 이 책의 핵심 단어인 허슬, hustle’세렌디피티, serendipity’를 일으키는 과정을 칭하는 단어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허슬, hustle’은 주어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 당연하게 살아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인생을 원하는 대로 추진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허슬, hustle’은 내가 원하는 일은 기필코 일어나게 만든다는 정도로어 표현할 수 있는데, 솔직하게 우리네 식으로 말하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정도의 느낌 입니다.

 

책에서는 허슬, hustle’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알려줍니다. 먼저 일상을 공허하게 만드는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되고 결국은 낙담이 습관으로 굳어져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책에서는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과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전적인 프로젝트와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도전적인 프로젝트와 환경 속에서 스스로 결단력 있는 선택을 하고, 필요할 경우 도중에 경로를 바꿔서라도 자신의 선택을 행동으로 바꾸어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책에 나와있는 말을 옮기면, 꿈을 빌리지 말고, 소유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은 실행입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남들과는 차별화시키고, 주위 사람들 속에서 기회와 행운을 찾아 일과 삶에서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으니, 남들과 차별화 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의미로 계속해서 허슬, hustle’을 반복합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정도는 누구라도 이미 알고 있는 상식 선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책이 최근에 출간 되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추천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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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개정판)

신채호 저 | 도디드 | 20121017

 


읽기 전


 얼마전 중국 청두(成都)에 있는 진사(金沙) 박물관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진사 유적지는 2000년대 이후에 발굴된 유적지로 기원전 1000년을 전후(前後) 한 고대 촉나라 문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 친구들에게 진사 문화에 대해 물어 봤을 때 잘 알지 못했습니다. 내심 어떻게 자신의 역사를 그렇게 모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저는 과연 기원 전 1000년을 전후로 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自問)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 저 역시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제 나라 역사도 알지 못하면서 남의 허물을 비웃은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볼 요량으로 이 책 조선상고사를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 사회의()”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심적(心的)활동 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요, 조선사라 하면 조선 민족이 이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

 

무엇을라 하며 무엇을비아라 하는가? 깊이 팔 것 없이 얕이 말하자면, 무릇 주관적 위치에 서 있는 자를 아라 하고, 그밖의 것은 비아라 한다. 이를테면 조선인은 조선을 아라 하고 영().(:러시아).(:프랑스).() 등을 비아라고 하지마는 영...미 등은 저마다 제 나라를 아라 하고 조선을 비아라고 하며,무산(無産)계급은 무산 계급을 아라 하고 지주나 자본가를 비아라고 하지마는, 지주나 자본가는 저마다 제 붙이를 아라 하고.무산 계급을 비아라 한다.

 

이뿐 아니라, 학문에나 기술에나 직업에나 의견에나, 그 밖의 무엇에든지 반드시 본위(本位)인 아가 있으면 따라서 아와 대치되는 비아가 있고, 아 가운데 아와 비아가 있으면 비아가운데에도 아와 비아가 있다. 그리하여 아에 대한 비아의 접촉이 잦을수록 비아에 대한 아의 분투가 더욱 맹렬하여 인류 사회의 활동이 쉴 사이가 없으며, 역사의 전도가 완결될 날이 없다. 그러므로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인 것이다.

 

지금까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그저 역사란 인류 사회의 () 비아(非我) 투쟁으로 시작하는 총론만 수박 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조선상고사 제대로 읽어 생각을 실천할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웠습니다.


 

읽고 나서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처음의 기대는 앞서 말했듯이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에 대한 무지 타파였습니다. 단군 왕검의 고조선(古朝鮮) 치우 천왕(値遇天王) 비롯해 제가 알지 못하는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친숙해지기를 바랬지만,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고조선 보다는 고구려(高句麗) 백제(百濟) 친숙하지 못했던 역사였습니다.

 

우선 고조선의 역사가 눈에 들어오지 않은 제일 이유는, 제가 가진 상고사에 대한 무지함 때문입니다. 사전 지식이 전무(全無) 상태에서, 책의 본문에 상세하고 친절한 주석(註釋)마저 없으니, 전후(前後) 맥락(脈絡) 따져 가며 읽기는커녕, 내용을 따라 가기에도 벅찼습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단군왕검(檀君王儉) 시대부터 삼조선이라 불리는 신조선, 불조선, 말조선 이야기까지, 저는 단군 신화 외에는 이전에 번도 접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선상고사 일독(一讀)하기는 했으나, 진정한 조선 상고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無知)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조선 서술에 있어 지금보다 상세한 주석을 포함한 다양한 해설서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조선에 반해 고구려와 백제는 상대적으로 읽어 나가기가 수월했습니다. 정규 교육 과정 중에는 배운 삼국역사가 신라에 치우쳐져 있긴 했으나, 그래도 고조선에 비하면 고구려나, 백제에 대해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배웠고, 그 외에 간간히 읽어 본 책이나 TV 드라마를 통해 본 내용들도 이 책 조선상고사에서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배운 적 없던 내용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대표적으로 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내인 소서노에 대한 이야기나 차대왕(次大王), 을파소(乙巴素),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 장수태왕(長壽太王), 그리고 연개소문(淵蓋蘇文)과 같은 고구려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과 고구려의 북진정책과 남진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

백제 또한 근구수왕(近仇首王), 해외 식민지, 부여성충(夫餘成忠) 그리고 부여복신(夫餘福信)과 같이 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로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익히 알지 못한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 외에도 책 전반부에 걸쳐 계속 볼 수 있는 책의 저자, 단재 신채오의 역사 의식 또한 제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중국의 체면은 살리고 치욕은 숨기는 춘추필법에 의거해 기술된 중국의 역사서 속 왜곡된 기술을 증거를 들어 비판하고, 또한 중화사상에 빠진 나머지 스스로 춘추필법을 따라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축소했던 우리나라의 사대주의자들 또한 비판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이 쓰여진 일제 강점기 였던 시대적 배경을 따져보면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자주적으로 기술한다는 것이 나라를 빼앗긴 우리 국민에게는 당연히 필요했을 터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무조건적인 민족주의는 지양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그 당시 한중일 삼국의 시각을 전부 아울러 볼 수 있는 관점에서 살펴 보는 조선 상고사에 대한 해설서가 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는 전혀 익숙하지 못한 이두를 근거로 고대 지명을 고증하고 고대사 속의 우리 영토를 유추해 가는 서술을 이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두와 이두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읽을 거리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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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서 저 / 심규호, 유소영 공역 | 황소자리 | 2016 3 3


읽기 전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중국 생활이지만, 중국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네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생활 속에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다르다는 것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최근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제 생활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고 있어서, 이로 인해 다소 침울해져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책을 통해 중국문화를 이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서 통역담당 직원에게 현대 중국을 대표할 만한 소설을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이 한 사회 속 개인의 주관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대와 그 국가를 대표하는 소설 정도가 되면, 개인의 주관적이 이야기이더라도 그 국가와 시대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소개 받았지만, 그 중 제가 낙타샹즈를 선택한 먼저 이색적인 느낌의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낙타는 동물원 외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동물이라 낙타샹즈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낙타가 나올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 중국 고전문학이 아닌, 근현대 문학 서적 중 한글로 번역된 책이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제가 낙타샹즈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추천 받은 리스트 중에서는 제가 해외에서 볼 수 있는 e-book 형태로 출판 것이 많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이 책 낙타샹즈 e-book으로 나와 있어서, 중국 땅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샹즈는 시골에서 북평으로 상경한 혈혈단신 인력거꾼입니다. 보통 인력거꾼이라면 대게 벌이가 시원치 않고, 희망도 없이 술이나 담배 혹은 매춘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는 족속으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샹즈는 다릅니다. 비록 지금은 임대 인력거를 끌고 있지만, 샹즈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자가 인력거를 마련해 끌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자가 인력거를 끌게 되면 사납금을 낼 필요도 없어져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말주변이 없고 좀 우유부단하기는 하지만 샹즈는 매우 정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 할 줄도 압니다. 그리고 인력거를 끌 때면 승차한 손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빨리 달릴 뿐만 아니라, 임대한 인력거일지라도 항상 소중히 여기고 정비를 하는데 수고를 거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록 3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샹즈는 결국 자신의 인력거를 마련합니다.

 

그런데 하늘은 샹즈의 행복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벌이를 더 해볼 요량으로 다른 인력거꾼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곳으로 인력거를 끌고 가다가 그만 군대에 끌려가게 되고,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던 인력거 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구사일생으로 군인들 무리에서 낙타 세 마리를 끌고서 도망쳐 나오는데는 성공 하지만, 세 마리의 낙타로는 자신의 분신과 같던 인력거를 다시 마련하기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렇게 샹즈의 3년 간 수고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인력거를 다시 사기 위해 맨 주먹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때부터 낙타를 끌고 돌아왔다는 이유로 낙타샹즈라 불리게 됩니다. ‘낙타 샹즈로 불리고 나서도 샹즈는 여전히 정직하고 인력거를 끄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인력거꾼이나 식모 같은 하인에게도 인격적 대우를 해주는 차오 선생집에서 전세 인력거를 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달리다가 차오 선생와 샹즈 모두 크게 다치고 인력거까지 망가지는 사고나 일어나 차오 선생집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걱정하는 일도 생기지만, 정작 진짜 불행은 그런 사고와는 무관하게 차오 선생이 가르치던 학생 중 하나가 차오 선생의 사상을 문제 삼아 당국에 고발하면서 일어납니다. 차오 선생과 그의 가족이 체포되는 걸 피하기 위해 북평을 떠나게 되면서, 샹즈는 일자리를 잃어버릴 처지에 놓입니다. 게다가 차오 선생의 전갈을 전하러 가는 길에 차오 선생을 체포하려는 쑨 형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군대에서 상사로 만났던 사람으로 샹즈가 힘없는 인력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일자리마저 잃어버릴 처지인데, 악질적인 쑨 형사는 힘없는 샹즈를 위협해 샹즈가 인력거를 사기 위해 모아 둔 돈마저 모조리 빼앗아갑니다. 이렇게 또다시 샹즈는 빈털터리가 되어 자신의 인력거를 끄는 꿈에서 멀어집니다.

 

오갈 때가 없어진 샹즈는 첫 인력거를 사기 전까지 일했던 인력거 사무소 인화차장으로 돌아갑니다. 인화차장의 주인 류쓰예는 젊은 시절 군대 경험뿐만 아니라 도박장이나 인신매매, 고리대금업 같은 지하세계에 있던 왈짜로 수단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는 못생긴데다가 심술궂고 사나운 자신의 딸 후니에와 인화차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인화차장은 사납금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대신 숙소에 공짜로 묵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샹즈 같은 혈혈단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게다가 류쓰예와 후니우 또한 일이 마치면 노닥거리거나 잠이나 자는 다른 인력거꾼들과는 달리 대여한 인력거일지라도 항상 정비하고 마당과 대문 앞까지 깨끗하게 쓸어 놓는 성실한 샹즈를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여자가 문제입니다. 늘 성실한데다가 신체까지 건장한 샹즈를 후니우가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후니우는 못생긴데다가 성격도 누구도 그녀를 거들떠 보려 하지 않습니다. 또 나이도 샹즈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런 그녀가 샹즈를 꾀어내 잠자리를 함께 하고는 아이가 생기지도 않은 아이가 생겼다며 대뜸 결혼할 것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자기와 결혼하면 더 이상 인력거를 힘들게 끌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예전의 샹즈 같으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인력거를 끌며 잘 사는 모습을 꿈 꿨겠지만, 자신의 꿈이 노력과는 무관하게 연거푸 물거품이 되자, 샹즈도 선듯 내키지는 않지으면서도 후니우와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을 하자 후니우의 도움으로 다시 인력거를 사서 끌 수 있게 되지만, 류쓰예와 후니우의 갈등으로 샹즈의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인데다가 게으르고 낭비벽까지 있는 후니우를 부양하면서 샹즈마저 점점 게을러지고 여느 인력거꾼들처럼 타락해 갑니다. 그러는 사이에 후니우는 아이를 낳다가 죽음에 이르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샹즈는 마련했던 인력거를 다시 내다팝니다.

 

 그와 중에 이웃집 여자 샤오푸즈와 사랑을 꿈꾸며 잠시 희망을 가져보지만, 샤오푸즈 역시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사창가로 떠나고 결국은 삶의 무게에 눌려 나무에 목을 매달아 생을 마감하면서 잠시 가졌던 희망마저 사라집니다.

 

이제 샹즈는 더 이상 예전의 샹즈가 아닙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손에 쥐어볼 요량으로 남을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 담배, 도박에 사창가에서 그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샹즈는 미래와 희망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장 방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버는 게 그의 관심사입니다. 그렇게 샹즈는 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푼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혁명 조직의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쓸모가 없어지자 거기에서도 버림 받습니다. 그렇게 그의 삶은 점점 더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 경조사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읽고 나서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의 의도였습니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노력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그런 사회를 조롱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한 권의 책으로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책을 읽어가는 내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올랐습니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도 인력거꾼입니다. 샹즈가 새 인력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인력거를 끌었다면, 김첨지는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을 사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인력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샹즈와 김첨지 둘 다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두 소설을 좀 더 상세하게 비교해보는 당시의 중국의 모습과 한국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정말 좋은 글이면 정반합(正反合) 과정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시대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에도 분명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잘 모르는 외국인의 눈에는 당시 시대의 모순에 대한 대안이 들어 있었다면 더 뛰어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눈에는 낙타샹즈라는 제목보다 인력거꾼 샹즈가 더 적합해 보이는데, 왜 저자는 제목을 낙타샹즈라고 했을까요? 중국인의 삶에서 낙타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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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 문학동네 | 2013 8 5

 

 

1. 읽기 전

 

길고 길었던 학생 생활을 마치고 생계형 직업인의 길로 들어서면서 제 책 읽기는 멈추었습니다가뭄에 콩 나듯 희소한 성취의 즐거움과 가뭄에 가문 논에 물 대듯 바삐 움직이는 노곤한 일상 속에서 속에서 생계인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반복하며 살아 왔습니다그러다가 갑자기 생활의 본거지를 중국으로 옮겼습니다그리고 4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타지의 낯설음을 조금씩 허물고서 정신없던 노곤한 일상을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으로 바꾸어 갔습니다 순전히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에 대한 반동(反動)이 뜬금없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서점 사이트를 들락거리다가 TV에서 흘려본 ‘알뜰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 입니다.

 

2. 읽으며

 

 책의 이야기는 이름이 은희인 딸과 함께 사는 김병수라는 이름을 가진 한 노인의 이야기 입니다놀랍게도 김병수는 연쇄살인범입니다그의 첫 살인은 가족을 부당하게 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항거에서 시작되었습니다그런데 당위에서 시작한 살인이 그의 내면 깊이 파고들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쾌락으로 변해가자, 그 쾌락은 김병수를 연쇄살인마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딸 은희는 마지막 희생자인 은희 엄마가 김병수에게 살해 당하기 전자신의 딸만은 지켜달라는 소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한 김병수의 유산입니다. 김병수는 은희를 입양해 25년간 키웁니다은희를 입양하고서 김병수는 교통 사고로 뇌를 다칩니다. 교통사고는 그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뇌 손상으로 살인이 그에게 가져다 주는 희열을 사그라지게 만들어 30년간 지속된 연쇄살인이 멈추었지만, 가까운 사람부터 잊어버리는 심한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요근래 김병수가 사는 지역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해 연일 뉴스를 장식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츠하이머로 그의 기억이 점점 더 허물어져 갑니다. 허물어진 기억으로 인해 김병수는 혹시 뉴스에 나오는 연쇄살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저지른 건 아닌가 의심합니다. 그 때 김병수의 앞에 박주태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연쇄살인범은 연쇄살인범을 알아봅니다. 김병수의 눈에 박주태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연쇄살인범입니다. 그런데 박주태가 자신의 주위를 멤도는 줄 알았는데, 다음 타겟은 자신이 아닌 딸 은희입니다. 병수의 눈에는 주태에게 잔혹하게 살해 당할 은희의 미래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박주태가 은희를 죽이기 전에 먼저 자신이 박주태를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가 문제입니다. 박주태에게 맞서 은희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메모하고 녹음을 해도 그의 기억은 계속해서 허물어집니다. 아무리 간절하게 몸부림을 처봐도 허물어져가는 기억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그의 간절한 몸부림은 책을 읽어 가는 독자의 머리 속에 각인됩니다. 그리고 작가의 탁월한 반전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기 전까지 각인된 그의 모습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실 반전의 힌트는 처음에 등장하고 끝에도 등장하는 반야심경의 한 대목에서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형체와 소리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무명도 없고 또한 무영이 다함도 없으며늙고 죽음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리나. (11~12 , 148 )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면소설 속 김병수의 허물어져가는 기억도 결국은 애써 붙잡을 필요가 없는 허망한 것일 뿐입니다김병수의 기억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띠까지가 망각에서 오는 착각일까요

 

3. 읽고서

 

먼저 책이 너무 쉽게 술술 잘 읽혀서 놀랐습니다오랜 시간 책을 손에서 놓고 있었음에도 작가가 펼치는 간결한 문장은 책이 술술 읽히도록 만듭니다.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은이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반전이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큰 틀에서 기억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영화 ‘메멘토’와 이터널 션사인 ’이 떠올랐습니다. 다시금 메멘토이터널 션샤인을 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내내많지 않은 등장 인물과 정적이고 제한된 배경 그리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습에서 연극 소재로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다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2017년 배우 설경구를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관심이 있다면 책과 영화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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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 지음 |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4

 
 

1. 들어가기 전
 

 얼마 전 동생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The Shallows’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세계적 대가의 글은 다르다며 극찬(極讚)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얼굴은 떠오르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쩔쩔 매거나 가끔 어머니의 휴대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하는 제 모습에 떠오른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로 저도 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프롤로그(prologue)에서 맥루한, Herbert Marshall McLuhan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를 언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미디어 속 콘텐트에 주목하지만, 콘텐트뿐만 아니라 미디어 곧 스스로 메시지가 되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자가 인터넷을 미디어로 규정하고 미디어로써 인터넷을 분석하고 이야기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 예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예상이 틀렸다는 건 이 책의 관심사가 오로지 컴퓨터, 검색, 그리고 기억 같은 키워드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가지는 놀라운 가소성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문자와 인쇄술 같은 혁명적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지 천천히 살펴 봅니다. 이렇게 전통적 학설을 통해 어떻게 사고가 깊어지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서 미디어로써 인터넷으로 관심을 옮겨갑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기존 미디어가 쇠락(衰落)해 가는 것에서 시작해 멀티태스킹, multi tasking과 하이퍼텍스트 hyper text로 인해 뇌가 어떻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로 인해 혹사 당하고 산만해지는지에 대해 살펴 봅니다. 또한 인터넷의 효율적인 정보 수집으로 얻을 수 있는 뛰어난 결과물에 주목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로 인한 역기능(逆機能)입니다. 끊임없이 갱생하는 기억 속에서 깊이 있는 사색(思索)이 나오기 마련인데, 인터넷이 가진 극단적인 효율성과 즉각성은 흔히 디지털 치매라 이야기 하는 망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검색을 이용한 기억의 아웃소싱은 결국 문화를 시들게 할 것이라며 저자는 개탄(慨歎)합니다.

 

 

3. 읽고서
 

 책을 읽고서 사실 그다지 깔끔한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내심 미디어가 메시지를 규정하고 도구가 인간을 확장시킨다는 맥루한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기대했었는데, 저자 역시 문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만 봐도 인터넷의 사용이 늘면서 독서의 양이 줄었고, 생각의 흐름이 긴 글쓰기의 양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안 제시를 기대했습니다만 제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터넷을 내려 놓고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깊이 있는 사고를 놓치는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는 정도로 이 책에 의의를 두면 적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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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뮐러 지음 | 홍경호 옮김 | 삼중당 | 1986 7

 
 

1. 들어가기 전


 인생이 갖는 무더운 여름에도, 찌푸린 가을에도, 차디찬 겨울에도 때때로 봄과 같은 날은 찾아 온다.     

 
  
누구나 책장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방치(放置)된 책이 여럿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나 아주 오랜 전에 읽고는 그저 꽂아 놓은 책이 여럿 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책장 속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독일인의 사랑이 역시 이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 봤습니다. 그러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럴 듯한 단어와 문장마다 색색의 형광펜을 그어 놓은 중학생 시절과 그 때 다니던 단과 학원 옆 헌 책방을 드나들 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2. 내용
 

나는 결국, 전날 저녁에 절망했던 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위안을 찾아냈으며, 그리하여 미래의 하늘에는 한 조각의 구름도 없어 절대로 흐려지는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책 속 이야기는 작중(作中) 화자(話者)인 내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화자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마치 수필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8가지 회상(回想)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의 흐름을 축으로 펼쳐 놓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작중 화자가 곧 저자(著者)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저자인 뮐러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수필도 자서전도 아닌 엄연한 문학 작품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는 19세기 독일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귀족계급의 영주는 아닐지라도 그의 가족은 중산 계층의 시민으로 영주도 교류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 덕분에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영주의 성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주의 자제들과 함께 놀며 자랍니다. 그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 층으로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인 영어에도 능숙하며 음악과 철학 그리고 시를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주의 장녀지만 아파서 늘상 침대에 누워서 지냅니다. 그는 아픈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리아는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모습이지만 금세라도 죽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 그는 천천히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뜨거운 남녀의 사랑이 아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 시대의 철학과 음악, 문학 그리고 종교를 아우릅니다. 이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이 둘의 사랑은 막을 내립니다.

 
 

3. 읽고 나서
 

 소설을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서 허구(虛構)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칭합니다. 하지만 저는 100% 허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일인의 사랑과 같이 자전적 느낌이 강한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거짓인양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마련이고 허구는 그 속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과연 먼저 궁금했던 건 어디까지가 저자 뮐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진실일까 하는 점과 작중 화자의 나이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점이야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저 넘겨버려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청년의 시각에서 서술인지 혹은 중년이나 노년의 시각에서의 서술인지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 속에서 보여 주는 낭만주의가 실제 그의 삶에서 기인(起因)한 것인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기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한 독일인의 사랑이 아닌 독일인의 사랑으로 정한 것 또한 과연 책 속에서 보이는 관념적 사랑이 그 시대의 보편적인 형태였음을 나타내려 함인지 또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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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9 6
 

 1. 책 나눔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알게 된 건 순전히 블로그 Read & Lead덕분입니다. 주인장이신 buckshot님께서 나눔, 알고리즘’이라는 포스팅을 통해 책 나눔을 실천하셨는데, 그 떄 냉큼 신청해서 선물로 받은 것이 2009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를 기점으로 논문과 일에 극심하게 찌들어 살게 되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이 둘에만 집중하기로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것이 두부 자르듯 한 순간, 만족스러운 상태로 갑작스런 변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이후로 여전히 논문과 일에 끌려 다녔고, 그러는 사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포함해 쌓여 있는 여러 책에는 눈길을 제대로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용기를 내어 다시 책을 집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가 Prologue부터 그간의 제 일상을 비웃 듯, 제 생활은 잘못되었고 문화가 밥 먹여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 놀라움과 진부함

정말로 두럽습니다

예전엔 통장의 잔고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퇴직 후 길고 긴 노년을 무엇으로 버틸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일 년 남짓 맨해튼 여기저기를 헤매보면서 정말로 두려운 대상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20년 넘게 한 극장에서 같은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 몇 시간을 서서 봐도 다 못 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세계 명화가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 신문의 비즈니스 섹션보다 아트스타일면이 더 두꺼울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습니다.

– Prologue 중에서

 문화가 밥 먹여주냐구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신이 더 낳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사회나 로펌이 고객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 Prologue 중에서

  
 
책을 보면서 저는 깜짝 놀았습니다. 비록 통장에는 잔고가 별로 없고 퇴직 후 긴 노년을 버틸 대책도 없지만, 이건 제게 당장 당면한 문제는 분명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 닥치지도 않은 문제를 두고서, 제가 속해 있는 집단이 걱정하고 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취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인식하지도 못한 채 이러한 걱정의 행렬에 참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속해 있는 조직이 제게 끝임없이 앞만 보고 달릴 것을 수시로 주문하지만 그래도 저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당장 제 색깔을 낼 수는 없지만 결코 잊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저도 사회의 담론 안에서 허우적 거리고만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놀라움으로만 다가온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인식하게 된 우리사회의 취약점을 진지하게 풀어 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2008년 여름에 출간 된 책 속의 문제의식이 2011년 가을까지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일본에 눌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가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기 위해서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net cracker나 역(
) nut cracker라는 용어로 이 책의 저술 시점을 전후로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차례 지적되었습니다. 저 또한 Seri 보고서를 통해 여러 차례 비슷한 내용을 봤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 가을이 맞이 하는 시점에서 읽어 보기에는 아쉬움이 분명있습니다.

 
 
 3. 글쓰기
 

  우리는 지금 자본 집약의 제조 산업이 갖는 한계가 보고서가 아닌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바일 사업을 두고서 벌이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의 싸움은 앞으로 다른 영역으로까지 넓혀 질 것이 자명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심화 될 수록 문화 산업은 책 속 저자의 주장처럼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돌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야기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컬쳐 비즈의 중요성을 역설하다가 갑자기 문화 비즈니스에 적합한 소통 능력에 대한 이야기로 관심을 옮겨가고 그 핵심은 글쓰기라고 단언합니다. 사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이미 생각하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 역시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화 비즈니스를 통해 억눌린 샌드위치가 아닌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어야함을 이야기하는 책의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내용이 갖는 유의미와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둘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해줄 내용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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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87 6

 

1. 변명(辨明)

 

 지난 시절 꽤 오랜 기간 동안 읽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길었던 학생 시절의 매듭은 즐거움을 위한 읽고 쓰기는 낮은 수준의 욕구충족(欲求充足)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하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사회적 경쟁력(競爭力)이 생길 때까지 즐거움의 추구는 유예(猶豫)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은 참는 것이 능사(能事)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유예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배가(倍加)될 만큼 세상살이가 쉬울 리 없습니다. 사라진 즐거움의 공간(空間)에 욕심(慾心)과 초조(焦燥)함이 대신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일상에 더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꼴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워하다가 이제야 욕심과 초조함을 떨쳐버리려 합니다.

 

2. 같음 그러나 다름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이문열, 李文烈젊은 날의 肖像을 처음 읽은 건 15년 전쯤으로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작가 이문열은 작가 이어령과 함께 제가 선호(選好)했던 작가로 그 시절 저는 그의 지나친 교양주의(敎養主義)도 남발(濫發)하는 한자어(漢字語)도 좋았습니다. 마치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교양도 함께 고양(高揚)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치를 잃어 가던 이념(理念)의 희미한 꼬투리를 잡고 고민하고 동경했던 그 시절과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을 수 없습니다. 나름의 가치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인지 혹은 무가치 했던 보수적 가치의 편승(便乘)에도 대한 거부감이 없을 만큼 무뎌져 버려서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3.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감상

 

 책은 영훈이란 이름의 화자(話者)가 회상(回想)하는 자전적(自傳的)이야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1부 하구(河口),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그리고 3부 그해 겨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강진, 학교, 그리고 학교를 떠난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배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나로 칭해지는 화자의 정신적 성장기(成長期)로 봐도 무방(無妨)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3가지 이야기를 작가가 스킬, skill을 동원해 엮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가 이문열 특유의 넘치는 문자(文字) 사용과 각종 문철(文哲)의 직간접 인용을 통한 교조(敎條)적 서술 그리고 과장(誇張)과 미화(美化)은 여전합니다. 이런 특징이 어린 시절 작가 이문열을 선호하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작가 이문열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구도자(求道者)의 가치관이나 준엄(峻嚴)한 자기 반성적 성향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과장과 미화를 통해 외연적(外延的)으로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疑懼心)들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담고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르고, 그 둘의 합치(合致)는 소설가(小說家)가 아닌 사상가(思想家)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이므로 아쉬움과 의구심을 넘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4. 맺음말

 

1981년에 출판된 소설을 2011년에 읽는 느낌은 참으로 기이(奇異)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15년 전 생각에 대한 향수(鄕愁)와 그 때와는 달라진 지금 모습과의 대비(對比)뿐만 아니라 근래 방황하는 내 자신에게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그 기이함은 첫 번째라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달라진 시대상과 가치관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신선함이 과연 이 책을 고전(古典) 반열에 오르게 할 지 그리고 지금 통용해도 좋은 60, 70년대의 시대적 가치를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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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



 1. 졸업


취업이라는 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학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 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간미, 그리고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요소가 무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 12 쪽 중에서


 제가 이 책 스무살을 부탹해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 즈음이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장을 정리하던 차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의 시간 동안에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것이 졸업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학생으로만 살아오다가 얼마 전 학위를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학생의 이름을 놓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같은 구직활동을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보다 10년은 늦은 시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고서 정리를 했다면 분명히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동조화 현상의 심화로 비록 일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그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 제게도 당면한 문제가 되고 최근 한 대기업에서 임원, 기술, 그리고 인사 면접을 직접보고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면서, 책 속 이야기는 더 이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한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불합격자가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꿈을 이룬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거야.  – 52



2. 책 속 이야기


30대에 비정규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율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뒤진다더라. 결국 말이지,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세상이야.  – 59 쪽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미즈코시 치하루를 포함해 7명인 취업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전원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속 이야기를 치하루를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턴 과정, 그리고 실제 취업을 위해 도전하기까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인턴 과정을 통해 치하루로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인 윤리와 직업 윤리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7명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서로서로를 도와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여기서 해피엔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동아리 내적 문제에도 작가는 치하루를 통해 관심을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으려 모두가 애쓰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심지어 압박감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하루와 동아리 구성원들은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뒤쳐지는 사람도 함께 하려는 마음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소개서를 처음 읽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 159 쪽 중에서



3. 감상



 저는 면접이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머리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입사 지원자도 똑같은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394 쪽 중에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제 스스로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게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먼저 부끄러웠던 것은 스스로 책 속 주인공들만큼 취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사람들에 비해 5 ~ 10년은 늦은 진출인 만큼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내딛어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만큼 자기 소개서나 면접은 저를 처음 보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끄러울 수준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입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본 치하루의 모습은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년 동안 갈고 닦은 스킬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갔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만들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솔직하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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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 피셔, Len Fisher 지음 | 박인균 옮김 | 추수밭 | 200910

 


1. 멀게만 보였던 게임이론 (theory of games)


 제가 게임이론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군사 전략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보고서를 통해서였습니다. 사실 '군사전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매력에 솔깃했고 내심 흥미로웠습니다만, 바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웬지 ‘게임이론’은 제가 공부하는 과학보다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려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장 전략적 판단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으로써의 게임이론’을 제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는 점 또한 즉각적인 관심을 갖는데 주저함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게임이론은 오랜 시간동안 매력적이긴 하지만 저와는 별반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책인 가위바위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이 책의 저자 렌 피셔, Len Fisher 때문입니다. 예전에 그가 Physics takes the biscuit라는 제목으로 물리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커피와 비스킷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 최고의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Nature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런 독특한 주제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도 있고 이런 내용이 Nature에 나올 수도 있구나하며 신기해했었는데, 신기한 물리학자라고 생각했던 렌 피셔가 이 책의 저자였고, 물리학자의 눈에 '게임이론'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 내시 균형, Nash equilibrium


 '게임이론'을 설명하는데 핵심은 '내시 균형'입니다. 사실 '게임이론'이니 '내시 균형'이니 하니까 처음부터 그 내용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핵심은 간단한 법입니다. 역시 내시의 균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시는 실제 사회적 상황에서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고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태를 균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균형상태에서 단독으로 누군가 전략을 바꾸면 전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내시가 발견합니다. 그리고 협력적 해결책(협상한 협의안)이 내시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하나 또는 둘 모두 이후 전략을 바꾸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하면서 협력은 깨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게임이론의 장점


 사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윤리나 도덕 같은 내적 규율을 통해 협력을 이루어 나가는 것 만큼 좋은 선택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생활의 대부의 경우, 윤리와 도덕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 발달하게 되고, 이러한 외부 규율에 통해 사람들을 서로 협력합니다. 하지만, 만사를 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또한 모두가 알고 있듯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러한 점에서 내시 균형에 바탕을 두고 외부 규율 없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게임이론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한 알고보면 그 내용 역시 매우 간단하면서도 그 결과는 강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직접 자신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책에서는 이야기하는 여러 딜레마를 실험해 보면서 자신이 펼치는 '게임 이론'의 효과를 이야기합니다.

 


4. 아쉬움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게임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도 별 부담이 없는 평이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자의 실생활을 속에서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의 당위성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분명 저자가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예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지만, 저자가 물리학자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현상을 통계적 접근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하며, 그 속에서 게임이론과 내시 균형을 적용하며 정당성을 주장했었으면 훨씬 더 책의 내용이 알찼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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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지음 | 김영사 | 2009 2

 

 

1.    들어가는 글


 제가 슬럼프(slump)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던 사실은 이미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넘게 지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그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도 마냥 손 놓아 기다리며 마냥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비록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성격을 탓에 실체보다 그 어려움을 훨씬 더 크게 느끼곤 하지만, 그래도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주역(周易) 가르침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 모자람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과 관계 향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고 부단히 애썼습니다. 당장 어떻게 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판단할 만할 수 있는 예지(叡智)는 가지지 못한 채,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가르침의 실천은 제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명한 블로거이신 Inuit님이 작성한 포스트를 통해 알게 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었습니다.

 


2.     내용


 책의 내용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말로 축약(縮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들어보았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기본으로 위기지학(爲己之學)에서 시작해 위인지학(爲人之學)을 향해 살아갈 것을 책 전체에 걸쳐 일관성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책 내용이 무척이나 간단하게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600여 쪽에 달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가벼운 소설이나 수필을 보듯 읽어나가면 이 책의 참 맛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꼼꼼히 따져 읽어 볼만하고 또 그래야 합니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특히 더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스스로 가진 깊이에 더더욱 비례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특히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슷한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은 정말 아쉬움이 컸습니다. 또한 글의 짜임새 역시 앞부분에 비해 못합니다.


 앞서 책의 내용이 위기지학을 바탕으로 위인지학을 지향(志向)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사회() 도 결국은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위기지학와 위인지학의 경계가 그렇게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둘을 함께 어우르는 영역도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의상 제 입장에서 두 가지를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위기지학을 자신을 위한 것인 만큼 바탕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역경(逆境)에 쉽게 좌절하는 사람은 순경(順境)에 쉽게 교만해지기 마련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바탕공부가 충실히 되었을 때야 지리멸렬(支離滅裂)하며 각개격파(各個擊破) 식이 아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고 명약관화(明若觀火)해야 하고자 하는 바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전에 없던 새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옛 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옛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저는 위인지학을 떠올렸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위인지학은 별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을 강구실용(講究實用)의 입장에서 옛 것을 바라보기를 주문하기 때문입니다. 일을 강구할 때는 제대로 된 목자와 범례를 세워서 전체 그림을 그리라는 선정문목(先定門目)과 먼저 모으고 다음에 나누고 다시 그룹 별로 묶으라는 휘분류취(彙分類聚) 또한 언뜻 보기에는 위기지학의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선정물목하고 휘분류취해서 자신이 정확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큰 범주에서 위인지학으로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3.     맺음말


 첫머리에서 주변사람들과 더 친근한 관계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해 보려고 애썼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눈 가려 외면하고는 그럴싸하게 주역의 구절을 가져와 스스로 당위성(當爲性)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해야 통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보기에 좋다고 초승달이 단 번에 보름달이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기치인하며 앞 뒤 연유(緣由)를 잘 살펴보며 효제(孝悌)하고 근검(勤儉)하는 것이야 말로 제 스스로 발전하고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읽어 보기를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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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 Gordon Ramsay 지음 | 노진선 옮김 | 해냄출판사 | 20099




1. 슬럼프 그래서 더욱 큰 기대치

 

 요즘 가을을 타는지 슬럼프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잘 것 없던 빈털터리 인생을 꿈과 열정에 살짝 굽고 근성으로 완전히 익혀 성공하기까지라는 문구로 선전하던 책 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 한 도전과 성공, Gordon Ramsay’s Playing with Fire’를 접했습니다. 매사 귀찮아 게으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열정과 근성으로 성공에 이르렀다는 선전 문구는 이 책이야 말로 슬럼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해 줄 것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책장을 열자 마자, ‘누구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야만 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책에 대한 기대치를 최고조에 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필요한 것은 바로 고든 램지와 같은 열정과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책을 읽어 나가면서


비록 세련되지 못한 표현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강한 갈망과 강력한 실행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저자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같이 정제된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부류의 책을 선호합니다. 이에 반해, 이 책은 읽어 나갈수록 제가 선호하는 부류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했습니다. 자극이 필요할 때는 정제된 언어보다 자극적인 언어가 더 좋을것이라고 한 생각은 그저 오판(誤判)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320쪽 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 21()으로 나눠 놓은 것에서 미루어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 역시 깊이가 없습니다. 아울러 내용이 깊이가 모자란 만큼 책을 통해 저자의 폭넓은 사고를 보기도 힘듭니다. 그러자 책에 대한 기대치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의 말미에 기부를 비롯한 몇몇가지 저자의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제 눈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보입니다.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 한 도전과 성공의 주된 관심사는 많은 돈을 버는 세속적 성공입니다. 


 



3. My way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으면서 배운게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자인 고든 램지는 책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일하고 그를 바탕으로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그의 성공 목표가 제 경우와 다르기는 하지만 남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을 통해 성공에 이르렀다는 것은 분명 새겨둘만 합니다. 이상적 조건과 상황을 상정해 놓고,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기 위해 제가 변하려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린 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변화도 스스로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있을 때야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10-14T13:15:09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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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타우츠, Jürgen Tautz 지음 | 헬가 R. 하일만, Helga R. Heilmann 사진 | 최재천 감수 | 유영미 옮김 | 도서출판 이치 | 2009 5

 

 

  1. 책 첫인상 : 그저그런 꿀벌 이야기

 

 사실 저는 이 책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PHÄNOMEN HONIGBIENE’을 두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 파브르 곤충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아류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꿀벌 생태에 대한 단순한 관찰을 바탕으로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냥 떠들며 지면을 채워놓았을 줄 알았습니다. 또 그도 그럴 것이 꿀벌 군락(colony)이 시공간의 물질과 에너지를 경영하는 자연의 가장 놀라운 신비라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과장의 냄새가 짙었고, 꿀벌을 곤충이라고 말하면서도 꿀벌이 포유동물의 모습을 보인다는 말은 대체 뭥미~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2. 경이로운 꿀벌 이야기


그런데 책에 대한 우려(憂慮)는 그저 기우(杞憂)일 뿐이었습니다. 찬찬히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마자, 단순한 관찰 사실을 늘어 놓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꿀벌의 진화와 생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첫 단원에서부터 세포(cell) 수준에서 얼버무림없이 논리적 전개를 통해 설명해 나갑니다. DNA와 세포 분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성을 이야기의 출발로 삼는 것에서 저자가 꿀벌 연구에 있어 진정한 대가라는 사실을 금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꿀벌 군락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속적이로 논의되는 것이 초개체로써의 모습입니다. 그 중 인상적인 꼽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세포생물에서 생식세포라는 특별한 세포가 유전물질을 전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초개체에서는 특화된 동물이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유전자를 직접 전달하는 소수의 생식동물과 번식은 하지 않지만 개체군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다수의 개체로 이루어진 초개체가 탄생했다.  - 38

꿀벌 군락은 유성 생식을 하는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생식 세포의 형통을 이어감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불멸하는 초개체 군락 내에 불멸의 생식 세포를 담아, 분봉을 통한 증식이 이루어지게 한다. 이런 방법은 초개체 꿀벌 군락의 생애주기를 단순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초개체를 불멸하게 한다.  - 53



   3. 책을 읽으며 그리고 읽고 나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꿀벌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있습니다. 꿀벌의 탄생에서 시작해 의사 소통법을 포함한 특징, 짝짓기, 꿀벌이 부화되는 과정, 그리고 벌집의 구조와 특징 같이 폭넓은 시각으로 꿀벌을 바라보면서도 그 깊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단박에 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한 관측과 분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부분의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창발적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꿀벌의 생태를 통해 보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인간 사회가 가져야 할 궁극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실린 꿀벌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꿀벌의 생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워낙에 잘 사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그 과정에 있었을 엄청난 노력에 책을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4. 아쉬운 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꿀벌의 생태나 생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만큼 쉽게 설명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설명의 깊이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것은 분명 저자의 탁월한 서술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책의 말미(末尾)에 이러한 장점이 조금 희석되는 감이 있습니다. 보통의 책이였다면 흠으로 보이지 않았을 문제이지만, 책 전반에 걸쳐 워낙에 쉽고도 자세하게 잘 설명해 놓은 터라 작은 티끌도 큰 흠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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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10-10T05:42:440.31010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8

 

 

1.     호감가는 제목, 말하기 강의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The Art of SPEAKING’을 보면서 인상적인 것은 말하기 강의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서적을 포함한 어떠한 제품을 봐도 과장되고 자극적인 이름이나 제목이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 손꼽는 시대에 말하기 강의라는 소소한 제목이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라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실은 썩 잘하지 못하는 말하기에 대한 인식과 관심 덕분에 저는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사회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또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관계성은 인간의 기본욕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런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위의 두 놀이터 관찰 사례에서 보다시피 부끄러울 것도 자존심 상할 것도 없는 자연스런 것이다.  - 21


2.     책을 읽어 가면서

 

 책을 읽어 나가다가 자신의 사례를 책에서 보면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 할 때는 편안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과 단 둘이 대화할 때나 소집단 안에서 이야기할 때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따로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말하기에 대한 인식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자신만의 방법만이 만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절대시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유정아는 그런 우() 는 범하지 않습니다.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고 다른 것들을 배척하지 않는 열린 자세는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교정을 권고한다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의견을 제시하고 이런저런 가지를 쳐주는 것일 뿐,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 제시하기는 힘들다. 유창한 말솜씨, 정확한 발음과 힘 있는 목소리, 안정감 있는 자세, 적당한 말의 속도와 어조의 변화, 자신 있는 태도와 눈 맞춤, 유연한 제스처 등 우리가 훌륭한 화자의 특질이라 여기는 능력들은 화자가 이를 제대로 체화하고 자연스럽게 표출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내용보다 말재주가 앞서 화려한 언변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경우, 이와 대조적으로 진땀을 흘리고 눈도 제대로 못 맞추지만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는가. 어떤 기준에 근거해 누가 말을 잘한다고 판단 하겠는가.   - 65



3.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하기 강의의 교재 입니다. 그래서 책의 중반부로 가면 교과서적인 서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하는 방식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고 누차 이야기하지만, 교과서적 단편성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강의를 위한 교재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 시절의 에피소드나 말하기 수업 도중의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독자의 관심을 상기 시킬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책의 어정쩡한 정체성에 놓이게 되는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수업은 자아를 생각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통이라고 하면 타인과의 소통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모든 소통은 자신과의 소통intrapersonal communication과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 흔히 소통은 타인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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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7T10:43:440.31010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8

 

 

1.    나오키상 그리고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


 비교적 책 읽기를 즐겨하면서도 일본 책, 특히 소설은 꽤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피해왔습니다. 읽을 만한 책도 많은데 굳이 일본의 문학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덥지 않은 민족주의의 발로(發露)가 그 이유였으니, 일본문학에 대한 제 인식 수준은 말그대로 유치뽕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내 남자, 채굴장으로, 切羽와 같은 나오키상 수상작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유치한 내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오키상 수상작의 경우 잘짜인 구성과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제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검은 빛의 작가 미우라 시온 역시 나오키상을 매개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저는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いている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알고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성장 소설에 청춘 소설의 얼개를 따르면서도 잘짜인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나오키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상작은 다른 책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이 이 책 검은 빛, 을 읽게 해 주었습니다. 

 



2.    전작과의 완벽한 대비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가 읽은 작가의 전작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사는 간세 대학 육상부 학생들이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가하는 과정을 밝고 신나게 풀어간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신작 검은 빛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침한데다가 이야기는 불합리와 악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여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인간의 생사는 인간의 의지 보다는 우연에 따르며 폭력을 통해 쟁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란 무릇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함이 당연합니다만, 이야기 기저에 흐르는 가치관마저 전작과는 완전히 책 속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3.    간략한 내용


 검은 빛은 노부유키, 미카, 그리고 다스쿠의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미하마섬에서 태어나서 함께 자란 사이입니다.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먼 친척입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늘 맞아 온몸에 멍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스쿠는 노부유키에게 의지하려 듭니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같은 나이로 중학교 2학년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근래 들어 성관계를 가지면서 더 친해졌고 노부유키의 머리 속에는 미카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섬에 쓰나미가 닥쳐 옵니다. 산사에서 몰래 만나려고 집을 빠져 나온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노부유키를 따라다니는 다스쿠를 빼고는 섬 사람들이 모두 갑작스런 쓰나미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바다 낚시를 나간 외지 관광객 야마나카와 다스쿠의 아버지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할아버지도 살아 남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카를 범하는 야마나카를 보고 노부유키는 미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목졸라 죽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부유키와 미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다스쿠 마저 노부유키가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4.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노부유키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운에 맞겨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이런 것들에서 평온과 구원을 찾는 것과는 상관없이 죄()의 유무나 선동의 선악에 관계없이 폭력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불현듯 찾아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할 수단으로는 폭력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도덕이나 법률 혹은 종교에서 구원 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그저 진정한 의미에서 고통 당한 적이 없거나, 어지간히 둔하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관심과 고민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책 속 노부유키가 비웃는 삶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그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정 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 폭력에 대해 관심을 환기(喚起)시킬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며 픽션(fiction)이라고들 합니다. 그 중에서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경험을 특별히 언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이 책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유년(幼年)시절이 어떠했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어린 중학생들의 성욕(性欲)과 치정(癡情)살인 이야기에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도 결국은 작가의 경험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다스쿠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 결과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느 것을 보면 타인은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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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8


 

1.     유가(儒家)와 장자(莊子)

 

 이 책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를 이야기하려면 먼전 언급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자의 학설과 학풍을 신봉하고 연구하는 유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으로 유가의 학풍이 우리나라의 사상과 윤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도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저 또한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제 가치 체계와 윤리 체계에서도 유가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어느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운 노장사상(老莊思想)에서 장자의 사상을 떠올려 보면 유가적 입장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렇지만 알고 있는 것들이라곤 사회나 윤리 교과서에 읽었던 몇 줄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이러한 아쉬움에 대한 반동(反動)적 요소가 큽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장자의 사상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가 신봉(信奉)하는 유가의 사상과는 유사점과 차이점을 알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2.     핵심내용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로 손꼽히는 장자의 사상을 짧은 몇 문장을 통해 그 진수(眞髓)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구를 통해 미흡하게나마 장자의 가르침을 비교적 간단하게 배울 수는 있습니다. 장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입니다. 장자는 유가에서 추구하는 성(), (), (), (), 그리고 인()과 같은 가치는 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가치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주입되거나 요구된 가치를 넘어선 참된 가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있어 도()는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는 무위(無爲)이고, ()은 사람들 내면의 순수한 정신, 맑은 영혼을 왜곡시키는 윤리의 허울과 틀에 박힌 도덕적 가치를 부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장자는 사람들 내면의 순수한 정신, 맑은 영혼을 왜곡시키는 껍때기의 윤리와 틀에 박힌 도덕적인 가치들을 부정한다.

 

그런 가치는 대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신념과 명분으로 나타난다. 명분이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것이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대로 "명분이 없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자가 볼 때 '명분이란 본질의 껍데기'이며 실천을 위해 걸어놓은 기치일 뿐이지 실천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신념이나 명분에 매달리다 보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이 장자가 말하는 요점이다.


 '충성', '믿음', '청렴', '정의' 등의 명분에 목숨을 걸고 스스로 죽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런 명분을 남에게도 들이대면 그 폐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껍데기 풍습을 고집하거나, '민주'라는 신념 속에 질서를 무시하는 잘못 역시 거짓 가치로 포장된 명분의 폐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듯한 가치를 띤 명분 앞에서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못한다는 점이다. 깨끗한 게 좋다고 하면 더러움이 전제되고 만다. 더럽다고 여겨지는 것이 의식되기 때문에 깨끗함에 기울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가치가 옳다는 신념을 갖다보면 남의 그른 것을 용인하지 못하고, 심지어 남을 바로잡으려는 일을 서슴지 않게 된다.                          - 24


그렇다면 그런 가치관의 신념이란 죽음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것인가. 장자가 볼 때 사실 이런 신념은 배운 것이 작용한 것이고 밖으로부터 요구된 가치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 사회와 이웃, 가족과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이욕과 집착의 변형된 허울일 뿐 모두 하늘로부터 부여된 순수한 삶을 왜곡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상의 많은 정치적 재앙들은 대개 이런 집착의 산물이었다. 동서양 역사를 통해 국가의 지도자를 죽이거나 지도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들, 남을 죽이거나 자신을 죽인 사람들은 사실 명분과 신념의 신봉자들이었다. 그것은 이욕과 집착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장자가 주목한 것은 이렇게 외부로부터 주입되거나 요구된 가치를 넘어서 참된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좋다고 '인식된' 가치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 25~26

 

도척의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 있겠느냐?"

방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아맞히는 게 지혜(智)이다.

침입할 때 앞장 서는 것이 용기()이다.

나올 때 맨 나중에 나오는 게 정의()이다.

도둑질이 잘 될지 안 될지를 아는 게 지식()이다.

분배를 공평하게 하는 게 어짊()이다.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이 때로는 부당한 일에도 '성실'하고 '신의'있게 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일이 남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욕망은 명분으로 포장되고, 명분은 언제나 지식으로 윤색된다. 지식으로 윤색되었지만 내용은 진정한 선행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 128



3.     책을 읽고 난 후 생각


  저는 유학(儒學)만큼 수신(修身)하기에 좋은 학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속의 경직(硬直)으로 인한 답답함은 내심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유가의 사상에 대한 대안(代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가와 도가를 서로 대립적(對立的)인 관계라는 말은 아닙니다. 대립보다는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로 생각하되, 먼저 유가의 사상적 기반을 잘 다진 후에 도가의 사상을 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 수준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채 도가의 사상을 신봉하면 자칫 잘못하면 유가의 사상을 부정하기 위한 겉멋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책을 읽다가 보면 ‘~없다’, ‘~아니다의 형태로 이야기를 끝맺는 경우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정형(定形)적 표현보다 부정(否定)적 표현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부정적 인식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히 있는데, 이러한 한계에 대한 인식과 고려는 충분했는지 역시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사러 가서 신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발을 재려고 자부터 찾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당장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도와주는 실천에 앞서 경전의 말씀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려는 경직된 자세를 비판하는 것은 분명 새겨 들을 만합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5T02:56:5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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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조 팰러디노, Lucy Jo Palladino 지음 | 조윤경 옮김 | 멘토르 | 2009 7



  1. 책 소개


포커스존 : 집중력을 위한 뇌의 재발견은 아드레날린을 기본으로 세로토닌, 도파민, 그리고 노르에피네프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의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책입니다. 각각의 호르몬이 인체, 특히 정신 상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살펴보고 독자로 하여금 집중력을 잘 유지 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제 경우는 평소 집중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었고, 아울러 읽어가면서 공부하고 있는 친동생에게도 권해 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2. 책 속 이야기


 책 속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핵심 메시지는 집중력을 유지입니다. 저자가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사회 구조 역시 복잡해져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 보다 걱정, 비난, 그리고 자기비판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주의력 통제, attention control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적절한 내외부 자극 조절을 통해 부족한 자극과 지나친 자극 사이에 있는 포커스 존에서 머물게 하는데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굳이 책에서 소개하는 예를 들지 않더라도, 적절한 자극이 없어 지루해 하거나 혹은 지나친 자극 사이에서 오가는 줄타기를 실제 제 생활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제 경우에는 현대인의 생활은 부족한 자극과 지나친 자극 사이의 극단을 오가는 것이 보통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쉽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전술(前述)한대로 적절한 자극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현대인(現代人)이 실생활에서 속에서 자신이 기대하는 만큼만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은 자신이 강화하고자 하는 뇌의 연결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인간의 뇌가 집중력을 가지는 적절한 조건을 포커스 존이라 정확히 명명하고 의도적으로 포커스 존 상태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통해 좀 더 수월하게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책에서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3. 방법론


자극 주는 방법

- 박자가 빠른 연주곡을 틀어라.

- 감각적인 방법으로 기분을 전환하라.

- 디지털 세상에 접속하라.


자극을 줄이는 방법

- 긴장을 풀어주는 연주곡을 틀어라.

- 부드럽게 감정을 이완시켜라.

- 디지털 세상과의 접속을 스스로 통제하라.


마음을 진정시키는 요령

- 노래를 흥얼거린다(가사를 잊었다면 생각날 때까지 허밍으로 불러보라).

- 양손을 꼭 쥐고 손가락의 긴장에 집중한다.

- 눈을 감고 도심에서 벗어난 야외,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있다고 상상하라.

- 100부터 숫자를 거꾸로 세라.

- 오늘 날짜나 어제 저녁 메뉴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라.


지속적인 주의력 분산을 관리하는 요령

- 염두에 둔 멀티태스킹으로 포커스 존에 머물러라.

- 전자장비가 당신을 부를 때 반응하지 말고 행동하라.

-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라.

- 끝내지 못한 임무가 쌓이게 하지 마라.

- 주의 상태를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라.


과부하가 일어났을 때 그로 인해 압도당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요령

- 4각 호흡법을 실행한다.

- 즉시 파워브레이크를 취한다.

- 한계를 설정하고 ''라고 말한다.

- 계획을 세운다.

- 간결하고 반복적인 자기 지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과부하가 일어나기 전에 압도 당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요령

- 요구와 자극의 한계를 설정한다.

- 단호한 마음으로 바람직한 결정을 목표로 한다. 완벽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 근무환경을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고 과부하를 언제든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4.  읽고 나서의 느낌


책을 읽어 나가면서 두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몰입 Think hard!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머니 앤드 브레인 : 신경경제학은 어떻게 당신을 부자로 만드는가이 바로 그것입니다. 몰입 Think hard!’에서는 이 책 포커스존에서 말하는 최고의 집중력 이상의 상태를 추구합니다. 최고의 집중력을 추구하고 유지하는 것은 분명 최선의 방안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책에서도 외부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문제해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도 이야기하듯 일반인이 생활 속에서 외부 방해, 즉 외부 자극을 완벽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몰입 Think hard!’의 경우는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보입니다.


머니 앤드 브레인은 직관적 사고와 반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직관적 사고와 반응이 투자 행위와 관련되기 시작하면 그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지게 되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직관적 사고와 반응이 이 책 포커스존에서 말하는 지나친 자극으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과다하게 분비된 상태를 다른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5. 맺음말


 간결한 요약 : 집중력이 부족할 때 자극(멀티태스킹, multitasking)이 유용함. 그러나 집중력 과다(아드레날린 과다 분비)시에는 멀티태스킹은 좋지 않음. 자극을 적절히 조절하여 포커스 존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함.


테니스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테니스 연습을 한다. - 51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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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30T14:55:390.31010

강대진 지음 | 호메로스 원저 | 미래엔 컬쳐그룹 | 2009 6

   


     1.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개인적 경험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오뒷세이아 내용 중 많은 그리스 로마 신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서는 저도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민학생 시절 경기도민으로는 마음 먹고서야 갈 수 있는 교보문고에서 문고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골랐던 책이 집에 도착해서야 파본(破本)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하며,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저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라며 그 후 관심을 끊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10년도 더 흘러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관심을 다시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에서 읽어 본 책인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주제로한 여러 그림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을 고취(高趣)시킬 수 있었습니다.

 


2.    책의 내용

 

 이 책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에이아는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의 해설판입니다. 원본 오뒷세이아같은 고전은 직접 읽는 것이 제일 좋지만, 직접 읽어나기도 어렵거니와 이해하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 강대진은 이 책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집필(執筆)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트로이아 전쟁 후 오뒷세이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원본 오뒷세이아의 내용에 저자의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크게 '텔레마키아', '뱃사람의 모험담', 그리고 '귀향자' 이렇게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해 나갑니다.

 


    3.     읽으면서의 감상 꿈보다 해몽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책의 저자 강대진입니다. 사실 저는 저자 강대진의 전작들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그의 특성을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흔히 오디세이나 트로이처럼 영문식 표기에 익숙해 있었던 제게, 오뒷세이아나 트로이아 같은 희랍(그리스)식 표기법나 추천할 책이 없어서 참고문헌은 생략했다는 머리말의 내용은 그가 진짜 스스로 그리스 문화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깊이가 얼마나 되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을 남겼을까 싶었습니다.

 

 이 책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는 서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수 많은 전문가들의 그리스 로마 문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축적된 결과로 출간된 오뒷세이아해설서일 것이라고 생가합니다. 그런데 많은 부분 책에 언급된 서너 구절을 가지고 그 시대상을 예상하고 판단하는 모습에서 저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우리 속담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신화와 고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지식에 대한 비교로 이어져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 편협한 독서로 이미 우리 것에 대한 연구와 서적이 많이 출간되어 있는데도 제가 모를 수도 있지만,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책에 대한 흥미를 꾸준히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잘 모르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세계화 시대 속에서 서양의 것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네 것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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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26T09:10:490.31010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 7

 


1.     교양서적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삼양미디어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 중의 한 권입니다. 시리즈는 이 책 세계의 신화를 포함해 18권까지 나와 있습니다. 그 내용이 종교를 포함해 신화, 역사, 미술, 음악, 과학, 철학, 영화 등 다양합니다. 그 중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를 직접 읽어 봤습니다. 두 권의 책 모두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초심자(初心者)가 읽어 나가기에 무리 없이 성서와 명화에 대한 이야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놓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의 특징은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에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 분량이 750여 쪽을 넘어서고 가볍게 휴대하고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차분히 읽어 나가다 보면 이러한 아쉬움은 금세 사라지고 재미있는 신화의 세계로 빠져 들게 됩니다.

 


2.     책의 구성

 

 Part Ⅰ 서양의 신화, Part Ⅱ 동양의 신화, 그리고 Part Ⅲ 기타 신화로 나누어 전개됩니다. 그런데 구성에서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신화가 Part Ⅱ 동양 신화에 있지 않고, 맨 처음에 나옵니다. 서양의 신화 part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이집트 신화,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그리고 페르시아 신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동양의 신화 part에서는 중국 신화, 인도 신화, 일본 신화, 그리고 몽골 신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타 신화 part에서는 북미 신화, 중남미 신화, 아프리카 신화, 그리고 오세아니아 신화에 대해 언급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사항으로는 이집트 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그리고 페르시아 신화는 동양 신화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리스 로마 문화와 많은 교류를 고려해서인지 서양 신화 part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또한 동양 신화에서 몽골의 신화를 포함하고 있는 점과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북미 신화, 중남미 신화, 아프리카 신화, 그리고 오세아니아 신화를 part Ⅲ에서 함께 이야기하는 점 또한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책을 읽으면서 감상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스스로 우리나라 신화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의 재인식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서 단군 신화가 이야기로만 존재하는 건국 신화가 아니라 스스로 환인이라 부르는 부족이 한반도에 정착하고 살았던 호랑이 부족과 곰 부족 중에서 곰 부족과 연합하여 새로운 국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때 신화가 가지는 역사성에 대해 생각해 봤던 경험이 있습니다만, 그리고는 금새 잊어버렸습니다. 단군 이후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하인리히 슐리만, Heinrich Schliemann을 통해 역사의 무대로 내려 왔듯이, 치우를 위시한 탁록대전만 봐도 중국에도 같은 이야기가 그들의 입장에서 신화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사료를 통해 실제 역사로 검증하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에 있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제일 세련된 모습이었습니다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신화는 북유럽 신화였습니다. 다른 신화들은 대체로 역사적 사실을 비롯해 해당 지역 주변 상황을 떠올리면서 읽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북유럽 신화는 그냥 재미있는 판타지 이야기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실제 영화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많은 판타지가 북유럽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4.     아쉬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다가 보면 아쉬운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전세계의 신화를 포괄하고 있는 터라, 설명하면서 대상의 이름을 잘못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삽입한 삽화의 설명과 화와 본문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해하면서도 제일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신화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앞서 우리나라 신화는 동양의 신화 part에 두지 않고 맨 처음에 따로 설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저자가 다른 지역의 신화에 비해 우리나라 신화에 대한 가중치를 두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내용도 분량도 초라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신화 연구가 그리스 로마의 것에 비해 미진하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였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가중치를 두고 설명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특히, 저자 그룹인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더 아쉬움이 큽니다.

 


5.     끝맺음

 

 앞서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아쉬움을 늘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덧붙여야 할 말이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아쉬움은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즐거움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사실입니다. 사소한 몇 가지에 아쉬움을 관심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대신 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신화를 비롯해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신화까지 함께 비교하며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일독(一讀)해 보기를 강....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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