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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금이, 창비, 2023 7 17

 

읽기 전

  2년쯤 전부터 매주 주말이 되면, 아이와 함께 보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박물관, 공원, 궁궐을 비롯해 마술 수업, 각종 만들기 수업, 그리고 영화, 뮤지컬 같은 것을 함께 보면서,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가능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체험이 경험으로 쌓이고, 궁극에는 아이가 자신의 시각과 취향을 갖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런 일련의 체험 과정 중 앞서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간간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책의 내용을 원작으로 하는 공연 관람입니다. 지금 이야기할 '알로하, 나의 엄마들' 역시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어린이 뮤지컬일 줄 알고서 덜컥 예매부터 했습니다. 그리곤 아이가 관람하기 전에 책을 읽어보게 할 심산으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책을 펼쳐보니 어린이 도서가 아닌 청소년 추천도서입니다. 말이 청소년 추천도서지, 그냥 성인용 소설이라 아이가 읽기에는 부적합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읽어본 후 아이에게 이야기해 줄 요량으로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며

  책의 내용은 학생 시절 현대사 책에서 간략히 보고, 역사전공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던 조선 노동자의 하와이 이민사입니다. 다만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하와이 이민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제 시대에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의 일꾼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혹사당하며 일했고, 그러면서도 하와이 교민들은 조선 독립 운동의 자금줄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따르는 지도자에 따라 교민사회가 분열되었다는 사실이 사료에 근거하여 기술되었다면,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는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그 연장선에서 버들의 가족을 중심으로 버들, 홍주, 그리고 송화의 이야기로 그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의 시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갑니다. 그 시절 조선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진 여성의 하와이에서 삶, 하와이 노동이민으로 생겨난 늙은 노총각과 어린 신부의 사진 결혼으로 생긴 사회문제, 하와이 내에서 갈라진 독립 노선과 그에 따라 분열된 교민 사회 같은 아픈 이야기를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조선에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포와(하와이)까지 가지만 할머니가 무당이었던 송화가 무병으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이게 정말 사료에 있는 이야기 인지 작가가 소설 속에서 만든 이야기인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특이했던 점은 이 책의 형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시작해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작가는 마지막 2장에서는 갑자기 형식을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복수형 제목의 이유를 독자에게 넌지시 알려줍니다.

 

읽고 나서

  이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까지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일제의 강탈과, 하와이 이민, 하와이 동포 사회의 분열과 같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그 시절 여성이 가졌을 여성상과 이를 극복해 가는 이야기를 함께 찬찬히 그리고 쉽게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말주변이 없는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과연 뮤지컬에서는 책의 내용을 어떻게 풀어 냈을지 궁금합니다.

 덧말. 작가에게는 죄송하지만, 책에서 보이는 작가의 필력이 어마어마하거나 이야기의 플롯이 정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느슨한 플롯 속에서 담담하게 여성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에서 역사적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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