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들어가며

 살다가 보면 성격에 대한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참을성이 없다”, “성격이 변했다”는 말을 하게 될 때도 있고, 들을 때도 있는데, 그럴때면 알게 모르게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오늘 ‘월간 뉴턴 2025년 9월호’의 ‘Special 2: 뇌과학 - 흥미로운 뇌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을성이 없다”거나 “성격이 변했다”와 같은 인격과 연관지어 생각했던 감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책을 보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된 건 초기 치매에서 정도가 조금씩 더 심해지는 어머니와 감정 조절이 가끔 어려움을 겪는 딸 때문인 듯 합니다. 

 

 전두연합영역

 공포, 분노, 기쁨과 같은 1차적인 감정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은 대뇌 속 변연체라 분리는 편도체입니다. 그리고 이 편도체가 전두연합영역(전두엽)과 연결되어 전두엽에서 편도체에서 발생한 1차적인 감정을 상황에 맞게 조절하고 억제하고 경우에 따라 해석해 감정이라 불리는 emotion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줍니다.  그래서 감정이 메말랐다고 하거나 정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할 때도, 사실은 감정이 없다기 보다는 편도체에서 만들어진 감정이 전두엽에서 조절하지 못해 감정이 폭주하거나 방향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전두엽의 통제력이 약해지면 크게 두 가지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먼저, 충동성과 폭력성을 동반한 감정의 폭주입니다. 편도체에서 1차적인 감정을 일어나는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자신을 억제하는 전두엽 내 안와전두피질이 작동하지 않아서 사소한 자극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가끔 감정 조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제 딸이  떠올랐습니다.

 두번째는 우울한 채 의욕을 상실해 버린 경우입니다. 이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는 전두엽 내 배외측 전두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입니다. 이럴 경우 감정을 느낄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그래서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는데 이 내용을 보면서는 제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신경가소성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죽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행이도 우리 뇌는 신경가소성을 가져, 후천적인 노력으로 죽을 때까지도 변할 수 있습니다. 즉, 이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전두연합영역을 다시 활성화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으로 Body, Mind, Brain이 3가지를 꼽습니다. 그런데 이 3가지 모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들 입니다.

 1. Body는 유산소 운동을 말합니다. 건강검진 할 때면 항상 문진표에 있는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얼마나 하느냐 입니다.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은 뇌에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를 공급해 주는데, 이것이 가장 확실하게 뇌세포가 물리적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2.  Mind는 명상을 의미합니다. 하루의 10분, 나를 제3자처럼 바라보는 메타인지는 전두엽 피질의 두께를 늘리고 감정 조절 회로를 단단하게 해줍니다.

3.  Brain은 두뇌에게 새로운 것들 입니다. 익숙한 것들은 뇌를 잠들게 합니다. 하지만 외국어, 악기 등의 새롭고 복잡한 과제에 몰두하면 전두엽이 스트레스를 받고, 이 스트레스가 자극이 되어 전두엽을 활성화 시킵니다.

 

그래서

 책을 천천히 읽다가 보니, 어머니와 딸래미 모두 전두연합영역의 문제인 듯하긴 하지만,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접근법이 서로 달라야 합니다. 어미니는 전두엽 자체의 보존과 유지가 핵심이 되어야하고, 딸래미는 전두엽 내 네트워크 연결 강화가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초기 치매는 전두엽 세포의 손상이 시작된 단계입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행을 늦춰야 합니다.

  1. 듀얼 태스크(Dual-task) 걷기: 단순히 걷기만 하는 것은 부족합니다. 걸으면서 끝말잇기나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것과 같이 운동과 인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전두엽의 혈류량이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2. 손끝 자극 (소근육 활동): 제2의 뇌라 할 수 있는 손을 움직여 전두엽 운동 피질을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종이접기, 컬러링북, 콩 고르기 같은 섬세한 손동작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시도해 봤으나, 어머니께서 흥미를 보이시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3. 회상 요법 일기: 기억을 계속해서 끄집어 내어 뇌세포를 깨우는 방법입니다. 옛날 사진을 보며 그 때의 기분을 이야기하고 짧게 기록하면서 뇌세포를 자극하면 됩니다. 

 전두엽 세포는 건강하지만, 감정과 이성의 연결고리가 느슷한 아이의 경우는 연결 훈련을 강화해야합니다.

 1. Name it to Tame it은 이름 붙이기라 불리는 방법입니다. 화가 나는 순간 “내 편도체가 활성화 되었구나.”라고 순간 속으로 외치면 됩니다. 이렇게 감정을 언어로 정의하는 순간, 뇌의 주도권은 편도에에서 전두엽으로 즉시 넘어 옵니다.

 2. 6초 호흡은 분노 호르몬이 전신을 도는 시간인 6초 동안 깊게 숨을 쉬는 방법입니다. 욱할 때 깊을 숨을 쉬어 안정화되는 경험이 쌓이면 물리적인 ‘참을성 회로’가 두뇌에서도 생기게 됩니다.

3.  숨이 턱 끝까지 차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 또한 큰 도움을 줍니다. 감정 조절이 안될 때는 뇌가 스트레스 호르몬은 코르티솔에  영향에 있을 때 입니다. 이 때 고강도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은 사라지고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생겨나 감정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딸래미에게도 현실적으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무리

  관련 내용을 다 읽고서 알게된 건 움직임이 우선이다 입니다. 어머니와 딸래미가 손 잡고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노력 없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노력은 제 몫입니다. 어머니에게는 옛날이야기를 하며 걷는 듀얼 태스크가 되고, 딸래미에게는 유산소 운동의 파트너가 되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일시: 2025.12.31.  

관람: 동탄CGV

 

Prologue

 90년대 말 시네마 키드들은 단순히 함께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씨네21과 같은 영화잡지를 탐독하고, PC통신 영화 동호회에서 그 내용을 소통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그들은 백색의 눈과 연분홍의 흩날리는 벚꽃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 준 ‘러브레터(1995)’, ‘4월 이야기(1998)’의 감독 이와이 슌지, Shunji Iwai에 열광하였습니다. PC통신 동호회원들이 모여 한국에서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이와이 슌지 감독을 비롯해 지브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카페에서 함께 관람하고 소감을 나누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떠오른 영화가 90년대 초반까지 인기 있었던 화려한 총격씬의 홍콩 누아르 영화 이후 등장한 왕가위 감독으로 대표되던 뉴웨이브 스타일의 영화였습니다. 도시인의 소외와 고독 그리고 엇갈리는 사랑을 다루던 뉴웨이브 영화 역시 씨네21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 동호회가 탐닉한 주요 장르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제 눈을 사로잡은 건 투명한 빛을 활용해 서정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이와이 슌지의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해피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과 같이 홍콩 뉴웨이브 영화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패왕별희 3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2024)’을 관람하면서, 홍콩 뉴웨이브 영화를 비롯한 중화권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오늘 ‘화양연화 특별판’을 관람했습니다.

 

People & Story

 감독: 왕가위, 王家卫, Wong Kar-wai 

 주연: 장만옥,  張曼玉, Maggie Cheung

          양조위, 梁朝偉, Leung Chiu-wai

 유감스럽게도 감독과 주연배우 모두 영화판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인데, ‘화양연화’를 보기 전까지 이들이 연출하거나, 출연한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장만옥과 대표적인 동시대 여배우였던 임청하, 왕조현, 매염방, 양자경도 이름만 귀에 익숙할 뿐 제대로 본 영화는 없습니다. 양조위 또한 생김새만으로 장국영과 헷갈렸습니다. 두 배우 모두 이미지가 마초적 남성성보다는 왜소하지만 섬세한 연기력의 배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감독인 왕가위 역시,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해피투게더(1997)’ 모두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영화를 연출했지만, 제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Naver 발췌)

  1962년,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다, 점점 빠져들고 만다. 안타까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2001년, 다른 모습으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영화의 색감이었습니다. 90년대 말 이와이 슌지의 영화가 밝고 맑은 백색이었던 것에 반해, 왕가위 감독의 이 영화는 어두운 검은색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붉은색과 초록색이 눈에 들어왔는데, 작년에 봤던 ‘패왕별희’에서도 영화의 색채가 어두운 검은색과 붉은색이었던 기억이 있어, 검은색과 붉은색이 중화권 영화의 색감인가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영화의 색상의 변화와 괘를 같이 합니다. 영화 도입부의 색감은 어두운 검정색입니다. 서로의 이웃에 살지만 서로 배우자가 불륜관계라는 걸 알아차리면서 이 둘의 관계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차별화되는 그들의 의상입니다. 첸부인은 몸에 딱 달라붙는 치파오를 일할 때도, 집 앞에 국수를 사러 나갈 때도, 그리고 차우를 만날 때도 입고 있습니다. 항상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습니다. 이건 차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관계에 빠져 있는 우울한 일상은 어두운 검은색과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갖는 공통의  공허함은 역설적으로 이 둘을 가깝게 해줍니다. 우울한 검은 일상에서 서로에게 감정이 싹터 가는 것을 조명과 커튼, 그리고 첸부인의 붉은 치파오가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 둘은 그들만이 있는 붉은색의 공간에서조차 단정한 치파오와 정장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검은색 일상에서 붉은색 욕망으로 가고 싶어하지만 단정한 치파오와 정장을 벗어 던지지 못하는 그들은 서로의 손도 쉽게 잡지 못합니다. 욕망도 자신이 규정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들의 복장의 단정함은 감정을 억제하고 절제하며,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초록색 색채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들은 욕망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며 영화의 색상은 다시 어두운 검은색으로 바꿉니다. 홍콩에서 싱가포르에서 욕망을 서로 꿈꾸지만, 역시 금세 초록색과 검은색이 붉은색을 대신 합니다.

 

 그런데 왜 제목은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일까요? 이들의 인생에서 주저하며 손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한 그 때가 그들의 화양연화였던 것일까요? 

 

Epilogue

 자신이 규정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에 대한 아쉬움을 사람들은 화양연화로 느끼는 것일까요? 사실 아직도 저는 영화 속 모습이 진정한 화양연화인지 흔히 말하는 리즈시절이 화양연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억지 결론을 내자면 리즈시절은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이고, 화양연화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아파하며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연극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제한적인 배경과 대사 중심의 느린 전개가 이와이 슌지와는 대척점에 있는 왕가위의 스타일이고, 이것이 홍콩 뉴웨이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반응형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고, Chicago  (0) 2025.10.12
콘크리트 유토피아  (0) 2023.09.14
리바운드  (0) 2023.08.19
암수살인, Dark Figure of Crime  (0) 2018.10.21
광해, 왕이 된 남자  (0) 2012.10.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