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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2023.08.26

관람장소: 반석아트홀

 

 한 줄 요약: 기대감 vs. 아쉬움

 

기대감

1. 김민기 연출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의 연출자 김민기는 민중 가요 ‘아침이슬’을 부른 가수로 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김민기는 1970년 말 이후부터 노래극, 마당극, 어린이 뮤지컬, 음반 등을 꾸준히 만들어온 실력있는 공연 제작자이자 음반 제작자입니다. 그러다가 1991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연출과 1994년 극단 ‘학전’을 창단해 본격적으로 공연 제작자로 활동한 건 ‘아침이슬’의 김민기로만 사람들이 기억하기를 바라지 않아서였다고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김민기가 연출한 작품이니 만큼, ‘우리는 친구다’는 연출자의 이름만으로도 웬지 완성도가 높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2. ‘학전’
 두번째 기대감을 갖게 하는 건 극단 ‘학전’의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극단 ‘학전’은 배우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장현성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극단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학전블루 소극장’ 역시 쉴새 없이 이름이 바뀌는 여타의 대학로 공연장과 달리 뿌리 깊은 나무 마냥 오랜 한자리에서 같은 장소에 같은 이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실이 지금 이야기하려는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와 직접적은 관련이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학전’이라는 이름은 관객에게 웬지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의 기대감을 들게 합니다.  

 

아쉬움

1. 빈약한 플롯
 사실 의외였습니다. 원작이라는 Volker Ludwig의 ‘Max und Milli’라는 책은 알지 못하지만, 번안한 작품이라는 소개에 적어도 뮤지컬로 검증된 작품을 옮겨왔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극의 스토리가 가지는 탄탄함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서워서 혼자 잠들지 못하는 민호와 온 종일 티비만 보려는 민호의 동생 슬기, 그리고 학원에 가기 싫어 놀이터를 전전하는 뭉치가, 놀이터에서 만나 서로가 부러워하는 장난감 총과 자전거를 바꾸고, 열쇠를 잃어버려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서도 120분 동안 관객의 흥미를 사로잡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2016 공연베스트 7’이라는 소개 문구가 머슥해 보였습니다.
 
2. 어수선한 관객의 기를 압도하지 못한 배우들
 아마도 익숙한 ‘학전’ 무대가 아닌 공연장에서 단편적으로 이루어진 공연이라는 사실이 배우들의 실력 발휘를 방해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극단 ‘학전’의 배우들은 모두 프로페셔널인 만큼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공연이라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하는 건 변명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극 중 이야기에 집중하고 환호하며 감동을 받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저는 1차적으로 배우가 넘치는 에너지가 극을 지배하고 진심으로 연기해서 관객들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제일 큰 요소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2023년 8월 26일 반석아트홀에서의 공연은 배우들이 무대를 지배하고 관객들과의 기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공연에서도 그대로 어수선함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3. 기대에 미치지 못한 넘버
 사실 이 점 또한 연출자 김민기가 널리 알려진 가수라는 사실로 인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원작을 번안하고 연출한 작품이라 당연히 뮤지컬의 백미인 넘버 또한 김민기의 역량이 더해져 느낌적인 느낌으로 좋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극 중 별도로 밴드의 시간이 있고 수차례 메인 넘버를 반복하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근 관람한 공연 중에서 넘버의 힘이 제일 약했습니다.
 
4. 무대 연출
 배경이 자유로운 영화에 비해 연극이나 뮤지컬은 배경 연출에 있어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하면 어떻게 무대 연출을 했는지 살펴보곤 합니다.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는 밴드가 무대를 기준으로 2층 높이로 무대와 분리되어 위치한 점이 독특했습니다만, 이 점 말고는 평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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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슈미트-살로몬, Michael Schmidt-Salomon | 김현정 옮김 | 고즈윈 | 2012.08.28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 저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몬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모 메덴스’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여기서 호모 데덴스;란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으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반대 말로, 광기의 사람을 뜻합니다.

책의 저자는 인간은 우주적 관점에서 먼지 한 톨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속에서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 온 점에서 사람들은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 칭하지만, 현재의 고도 문화가 인류의 과학기술적 잠재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어리석음도 함께 고조시켰고, 현재 어리석음은 세계정세를 대단히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최고의 과학기술과 최고의 우둔함이 맞붙으면 대개 결과는 참담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합니다.

이러한 지적을 보면서, 당장 트럼프, 윤석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얀마의 내전,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절대주의 같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만, 책이 2012년에 출판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이러한 어리석음이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왔음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수차례 이슬람교의 무함마드 (모하메드) 사후 선출된 칼리파를 후계자로 인정하는 수니파와 무함마드의 사촌인 알리를 계승자로 인정하는 시아파로 나뉘어 싸우는 이슬람교를 수차례 예로 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를 추구해야 할 종교가 호모 메덴스의 모습을 보여 주며 종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개별 개체로서 인간은 개미를 압도적으로 능가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여기기만, 실은 많은 동물과 유전적으로 매우 흡사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감정 역시 비슷해 정말 인간이 우주적 관점에서 특별한 존재인지 의문을 표합니다. 당장의 지구 온난화 문제만 봐도 호모 메덴스적 사고 속에서는 인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정당성을 가집니다.

책을 보는 중의 잠깐 들었던 생각은 양극단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흑백논리의 불편함이 양쪽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중도를 편하게 선택하게 만들고,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 속에서 사라져야 할 호모 메덴스적 가치가 중도의 선택의 뒤편에서 자리를 잡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책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마라 극단적 주장이 주는 불편함이 책 전체에 묻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신 논리적 전개의 깔끔함이 동시에 있어서 읽는 내내 뭔가 불편한 하면서도 공감되는 내용이 함께 있는 독특한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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