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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2025.10.10 (Netfflix)

Prologue

 대부분의 작품은 이야기의 기본 재료인 ‘서사(Story)’ 위에,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선택·배열해 전달하는 ‘내러티브(Narrative)’가 더해져 완성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이야기는 언제나 작품의 핵심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시카고(Chicago)’는 이 자명한 틀을 슬쩍 비켜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뮤지컬 시카고'에 대한 제 호기심은 순전히 브로드웨이 흥행작이라는 후광에서 비롯되었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 시카고'는 잊고 있었던 궁금증을 아카데미 6관왕이라는 평단의 찬사가 다시 불러낸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뮤지컬 영화답게 미술상·의상상·음향효과상 수상은, 정작 이야기의 본질을 확인해보기도 전에 제가 이 뮤지컬 영화의 '명성'에 휩쓸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랬던 영화 '시카고, Chicago'를 이제야 직접 봤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도 차분히 생각해 봤습니다. 다만, 2003년 작품을 2025년에 뒤늦게 본 탓에, 기록은 다소 단상처럼 흩어질 수 있음을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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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배경은 1920년대 미국 시카고 입니다.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화려한 무대 속 주인공을 꿈꾸는 록시 하트(Roxie Hart)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프레드 케이슬(Fred Casely)의 말에 속아 불륜 관계에 빠집니다. 하지만 프레드가 쇼 비즈니스와는 전혀 관계없는 가구 판매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자, 록시는 프레드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수감됩니다.

 감옥에서 록시는 한때 시카고 최고의 스타였지만, 살인자로 전락한 벨마 켈리(Vellma Kelly)를 만나고, 벨마가 돈으로 간수인 마마 모튼(Mama Morton)와 변호사인 빌리 플린(Billy Flynn)의 도움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플린은 재판을 하나의 쇼로 연출해 록시를 단숨에 언론이 주목하는 스타로 만들고, 결국 무죄를 이끌어 냅니다. 그러나 록시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금세 사라집니다. 결국 록시와 벨마는 이슈가 곧 재능인 세상에서 서로를 이용해, 그들의 살인 사건을 공연의 도구로 사용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얻습니다.

 영화 속 빌리는 재판은 서커스에 비유합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법정을 무대 삼아 얼마나 자극적은 쇼를 만들어 언론의 시선을 끌어오는냐가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관객이 박수만 치면 유죄도 무죄가 되고, 살인마저 하나의 이슈로 소비될 따름입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성공하면 키워준 은인은 잊어러리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영화 속 1920년대 시카고의 모습이 2025년 대한민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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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배우 그리고 OST에 대한 단상

 사전에 출연진을 따로 확인하지 않고서 영화를 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배우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브리짓 존스, Bridget Jone' 시리즈, '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에서 익숙했던 록시 하트 역의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와 잊고 있었던 빌리 플린 역의 리처드 기어(Richard Gere)였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속에서 록시가 'Roxie'을 부르는 장면을 보고서 저는 르네 젤위거가 아닌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을 떠올렸습니다.

 제 기억 속 배우 리처드 기어는 영화 '프리티 우먼, Pretty Woman'으로 1990년대 헐리우드 미남배우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겉으로는 'All care about'을 부르며 I care about is love를 외치지만 실제는 배금주의(拜金主義)에 빠진 교활한 변호사로 출연한 건 다소 의외였습니다.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는 스타에서 벗어나 배우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의식적인 선택이었을지 궁금합니다. 만약 제 예상이 맞다면 겉과 속이 다른 맘몬 숭배자(Mammonist)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 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눈에 들어온 배우가 벨마 켈리 역의 캐서린 제타존스(Catherine Zeta-Jones)와 마마 모튼 역의 퀸 라티파(Queen Latifah)였습니다. 사실 캐서린 제타 존스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All that jazz'를 찾아보고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던 반면에, 퀸 라피타는 'When you're good to Mama'를 부르는 장면에서 실력자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퀸 라피타는 랩에서 시작해 재즈와 연기로 영역을 확장한 톡특한 케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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