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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5

 

 내게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 것은 순전히 이 책이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간 동인문학상 이나 이상문학상 같은 한국 문학상 수상작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일본 니오카상 수상작에는 관심을 두는 제 작태에 대한 반동이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 책 내 심장을 쏴라채굴장으로, 切羽내 남자, 같은 니오카상 수상작 만큼 잘 쓰여진 소설일지에 대한 확인은 가지지 못한 채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를 읽어가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문체가 간결하다는 점입니다.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특별히 눈에 띄는 문체가 아니지만 저자는 분명 매우 간결하게 서술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디테일 또한 이 책이 가진 특징입니다. 비록 얼마되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보통 한국 소설은 특별한 배경 속에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는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한국 소설의 일반적인 유형을 거부합니다. 보통의 사람들로써는 알 수 없는 정신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저자는 풀어 갑니다. 시대적 배경이야 별 특별한 점이 없지만, 전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의 내용은 한날 한시에 수리 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수명과 류승민의 이야기 입니다. 정신병원이라면 세상과 격리되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그 속에도 사회는 존재합니다. 물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침전되어가는 사회입니다.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탈출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은 무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각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 내용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 금세 대충의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 디테일은 예상되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건강보험 심사원으로 그리고 취재를 위한 폐쇄 병동에서 생활은 정신병원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습니다만, 이야기 속 중요 인물인 승민의 이야기는 정신병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비하면 그 얼개의 치밀함이 떨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게 있습니다. 소설을 픽션, fiction 이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픽션 속 뼈대는 작가가 살아온 삶에 기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 책의 작가 정유정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그리고 그녀가 독자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지는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습니다.

 

 비록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는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에 갖는 관심에 대한 반동으로 선택한 책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읽어 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오키상 수상작에 비해서도 그 깊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일독을 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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