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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 | 김시현 옮김 민음사 | 2008 11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핏빛 자오선, Blood Meridian’은 구성에서부터 매우 독특한 책이었다매번 새로운 장()이 시작할 때마다 저자는 이야기의 소재를 순서대로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다순서대로 이야기의 주요 소재를 늘어 놓았으니이야기를 예상하려거든 해보라는 작가 당당함의 표현인지 혹은 순전히 독자를 위해 먼저 소재를 드러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아무튼 이 책은 이렇게 매우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책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열네 살의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테네시에서 태어나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집을 가출하고는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다가소년의 발걸음은 서부로 향한다그리고는 비정규 군이 되어서는 아파치 인디언을 죽이러 다니지만그건 순전히 명목상의 허울일 뿐이다사냥의 대상이 비단 인디언뿐만 아니라멕시코 인이건 미국인이건 눈에 보이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는 죽인 사람의 머릿 가죽을 헤아려 그만큼 돈을 받는다그런 탓에 그들에게는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그저 살아가는 수단으로 사람을 죽일 뿐이며 작가는 그 속에서 인간이 가진 잔혹함과 폭력성을 아무 여과 없이 보여준다그래서 보통 미국인을 정의롭게 그리며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쓰는 지도 않는다이러한 내용을 무척이나 삭막한 시선으로 작가는 담담하지만 매우 풍부한 묘사를 통해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읽기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미학적(美學的문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어로 된 원문(原文)을 한글로 무리해서 옮긴 탓인지책을 읽어가면서 과연 역자(譯者)가 제대로 이해하고 옮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게다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의 사용이나 의성·의태어를 활용한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과연 원문이 어떻길래 영어 단어와 정확히 뜻을 맞추기 힘든 단어를 끌어다가 한글로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100대 영문소설이니 혹은 최근 출간된 최고의 미국 소설이니 하는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개인적인 취향(趣向)으로는 읽기도 어려운데다가 그 뜻까지 파악하기 힘든 탓에 그다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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