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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 피콜드, Jodi Picoult 지음 |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쌍둥이별, My Sister’s Keeper’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인다는 소개 문구를 읽어 내려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연이어 장기 기증과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같은 논쟁적 요소가 다분(多分)하다는 점도 분명히 책을 소개하는 문구(文句)에 나타나 있었다이러한 소개 덕분에 나는 책 쌍둥이별을 읽어 나가기 전에이 책은 분명히 장기 기증을 포함한 의료 윤리를 둘러싼 법정 드라마 형식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이 책이 가진 독특한 구성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중학생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면그 속에는 분명히 시점(視點)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시점은 소설 속 인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을 이야기하는 말로우리는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그리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렇게 소설에는 4가지 시점이 있다고 배웠다그런데 이 책 쌍둥이별 4가지 시점 중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고 있지만그 형태가 매우 특이(特異)하다작가가 분명히 엄마를 상대로 의료해방 소송을 거는 13살 소녀 안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풀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수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가지고 한 사건을 가지고도 각기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다중 화자의 등장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이는 옳고 그름 중 많은 부분이 한 가지 잣대로 정해 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각기 입장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로 보였다.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브라이언과 사라 가족이 바로 그들인데그들에게는 첫째 아들 제시와 둘째 딸 케이트가 있다그런데 두 살배기 케이트 등에 난 멍이 생기면서 그들의 평화는 깨져 버렸다케이트 등에 생긴 멍이 전골수구백혈병 때문에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가족 누구와도 유전가가 일치하지 않아 그 누구도 아픈 게이트에게 골수(骨髓)를 줄 수 없다그 덕분에 안나는 태어났다아픈 케이트와 유전자가 일치하게끔 유전자 조작을 거쳤기 때문이다그래서 안나는 태어나자 마자제대혈을 언니에게 제공한다안나의 부모도 케이트를 담당하는 챈스 선생도 제대혈 이식으로 케이트가 회복되기를 희망했지만그것은 희망에 불과 했다케이트는 몸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때마다 안나는 골수를 비롯해 백혈구까지 언니에게 주어야만 했고안나는 친구의 생일 파티도 좋아하는 하키도 포기해야만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케이트의 신장이 말썽이다그래서 엄마는 안나의 신장을 케이트에게 이식하기를 원한다하지만 안나가 이번에는 그걸 거부했다그리고 변호사인 캠벨을 찾아 의료해방을 위해 엄마에게 소송을 걸었다.

 


  
사실 여기서부터 나는 내심 치열한 의료 윤리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문제에 있어 강력한 범정 심리(審理이야기를 기대했다하지만 작가는 내 예상과 달리 아픈 아이를 둔 가족이 치러야 하는 심리적•물리적 희생과 가족애 더 집중하고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동생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자학(自虐)하는 제시와 평생 언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태어난 안나의 마음과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지만아픈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아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아픈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케이트까지어느 하나 쉽게 사는 삶이 없다거기에 독자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은 책을 천천히 읽은 사람이라면 충격이다또한 자신의 명성을 위해 안나를 변호 하겠다고 나선 변화사 캠벨의 정신적 성장 역시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살만하다.

 

 이 책에서 다룬 문제와는 다른 시각에서 장기 이식을 다룬 영화가 있다영화 아일랜드, The Island가 그것이다영화 아일랜드를 볼 때까지만 해도 미래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인간 복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사실이라는 점이 분명했지만당장 현실 세계에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은 없었다하지만이 책 쌍둥이별의 경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영화 아일랜드’ 보다 더 큰 경각심(警覺心)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무엇이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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