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한 영화를 떠올리면, 누구나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 대상은 등장 배우가 되기도 하고 감독이 되기도 하고 혹은 영화 음악이나 인상적인 장면이 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생각하면, 내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배우 김아중이다.
내가 배우 김아중을 꼽는 건 사실 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배우 김아중을 처음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이미 배우 김아중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보여준 섹시한(sexy)한 모습의 등장인물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곧 사라져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대박 스타로 등장했으니, 영화를 떠올리면 내용보다 그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사실 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관객이 전혀 예상치 못한 기발한 이야기로 전개되는 형태의 영화는 아니다. 노래는 잘하지만 못생겨서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이 성형수술을 통해 미녀로 거듭나고 그로 인해 가수로써도 큰 성공을 거두지만 그 결국은 자신의 셩형 사실을 고백하게 된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얻기에는 사실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신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서도 관객의 눈높이와 기대치에 잘 부응하면서 진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500만이 넘게 든 관객은 그것이 식언(食言)이 아님을 증명해 주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임현식, 이원종, 이한위, 성동일 그리고 박노식에 이르기까지 재미난 조연들의 열연은 영화를 관람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른 생각.
1. 나는 성형수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지?
2. 진짜 아름다움이란 뭘까?
1. 사실 나는 ‘성형수술’이라는 단어에 대해 별 느낌이 없었다. 요즘 들어서는 성형수술이 남성에게서도 특별하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되었다는 소식을 언론매체를 통해 익히 접해 왔지만,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면 성형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성형 수술을 한 친구가 생겨서 성형 수술이 전혀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고, 그 친구를 보면 성형수술을 통해 더 자신감을 가지고 밝아진 모습을 보았다. 비록 내가 앞장서서 성형수술을 하거나 권하지는 않겠지만, 자연미를 운운하며 성형수술을 받은 사람을 비꼬아보는 시선에서는 물러설 수 있게 되었다.
2.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비치는 예쁜 모습을 보고서 그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할 생각도 없다. 지나가는 예쁜 사람을 보고 아름답다고 나도 생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게 되면 잘생기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은 늘 자괴감에 빠져서 살아가야 할 터이니 말이다.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걸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 경우에만 비추어 봐도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그 기준이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는 건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에 대한 아름다움이다. 전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 앞이면 늘 진짜 내 모습보다 더 잘 보이기를 원했는데, 지금은 그냥 내가 가진 만큼만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빛을 발하지 못한 내 잠재력까지 봐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섣불리 그러다가 진짜 내 모습보다 과대평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건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외모나 사회적 지위에만 가치를 두지 않고, 더 나아가 참 모습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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