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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를 관람 하고 나서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생뚱 맞게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사실 1950년대 이전 까지만 해도 오스트레일리아는 남반구에 위치한 넓은 영토의 영() 연방 국가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그 시대의 오스트레일리아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비록 그 시대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들도 큰 영향력을 가진 다른 장소와 사건과 연계성을 가지고 있음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영화에 앞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여자 주인공 사라 애슐리를 연기한 니콜 키드먼, Nicole Kidman 이다. 니콜 키드먼으로 말하면 비록 예쁜 외모와 전 남편인 톰 크루즈, Tom Cruise의 유명세로 주목을 받으며 등장하긴 했지만,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Eyes Wide Shut’을 시작으로 ‘물랑루즈, Moulin Rouge 그리고 ‘디 아워스, The Hours 같은 영화에 출현하면서 예쁜 외모에 뛰어난 연기까지 겸비 했다는 찬사를 들으며 최고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도회(都會)적 느낌의 그녀가 과연 문명의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알 수 없었다.  남자 주인공인 소몰이 꾼은 영화 ‘엑스맨, X-Men’에서 울버린, Wolverine으로 스타로 떠오른 휴 잭맨, Hugh Jackman이 맡았다. 휴 잭맨 은 ‘엑스맨’이 배출한 걸출한 스타이기는 하지만, 빅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는데 다가, ‘엑스맨’에서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 CG(computer graphic)없는 모습을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의 조합은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뭔가 언밸런스(unbalance)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하자 내 예상은 순전히 기우(杞憂)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제 영화 속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영화는 호주가 영 연방국가가 되고 나서 백인들을 위해 일하도록 교육 받은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tion) 불리어 원주민에 대한 내레이션(narration)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주민 인권(人權)에 크게 주목하고 있고, 원주민의 인권회복이 영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했지만, 실제 영화 속 이야기는 처음에 설정했던 원주민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드 무비 형식의 사랑 이야기가 갖는 비중이 더 크다. 하지만, 처음에 설정했던 원주민들의 인권에 관심도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 보여주는 이야기 하부에서 명맥을 영화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가며, 유색 인종과 혼혈에 대한 사회적 관념을 극복해 가는 성장 영화로써의 모습도 보여 준다.

 

 
영화는 속 이야기는 영국에서 연락이 끊긴 남편을 찾아 사라 애슐리가 호주의 ‘다윈’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사라를 기다리는 것은 남편이 아닌 남편의 죽음과 외진 곳에 위치한 농장 파어웨이 다운즈, Faraway downs, 1500마리의 소 그리고 혼혈 소년 눌라를 포함한 농장 식구들이다. 이렇게 해서 사라는 문명화된 영국 귀족의 삶에서 급작스럽게 광활한 호주 자연 속의 삶을 영위하게 되지만, 남편의 뜻을 이어 파어웨이 다운즈를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는 킹 카니와 닐 플레처 일당에게서 농장을 지켜야 하는 탓에 불만을 토로(吐露)할 새도 없다. 미군에게 소 떼를 팔아 농장을 지켜 나가기 위해 농장 식구들과 소몰이꾼과 함께 소 떼를 이끌고 다윈을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렇지만, 여정은 카니와 플레쳐의 방해로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눌라를 비롯한 일행의 헌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카니와의 군납 경쟁에서 승리한다. 소 떼를 이끄는 여정은 단순히 농장을 지켜내는 것에 사라를 머물게 하지 않는다. 사라는 호주가 품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몰리꾼의 열정 그리고 눌라와의 강한 유대감까지 함께 얻기 때문이다.

 

협잡(挾雜)꾼의 농간(弄奸)으로 눌라가 인종 정책으로 인해 다른 혼혈 아이들과 함께 격리 수용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우 평화로운 대지 위에서 호주만의 이야기로 흘러가던 이야기는 갑자기 호주를 시대의 흐름에 동참시킨다. 영화 속에서 일본군의 미국 진주만 폭격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마자, 호주에 주둔하는 미군을 폭격하기 위해 일본 폭격기가 마치 미이클 베이, Michael Bay 감독의 ‘진주만, Pearl Harbor’을 연상시키며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로드 무비 스타일의 영화는 전쟁을 위시한 재난 영화로 바뀌어 버린다. 그러면서도 혼혈 원주민에 대한 인식 변화의 끈은 놓지 않아서 영화 첫머리에 설정했던 성장 영화로써의 모습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영화 속 이야기는 종종 눌라와 그의 할아버지 킹 조지가 펼치는 주술에 의해 전개되는데, 그 장면의 전개와 느낌이 영화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와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일본군의 공급 모습은 앞서 영화 ‘진주만’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미 한 바가 있고, 파어웨이 다운즈와 광야 속 나무의 모습은 팀 버튼, Tim Burton ‘빅 피쉬, Big Fish’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연인을 맞이 한다거나, 원주민의 주술을 지나치게 신비화 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모습에서는 확실히 우리 정서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새삼 알 수 있었다. 또한 너무 긴 상영시간은 좀 더 압축적인 편집을 아쉬웠고, 두루뭉실 여러 장르를 함께 펼쳐가는 탓에 이야기가 산만하며 개별적인 요소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감독 바즈 루어만, Baz Luhrmann 에 대한 언급을 뺄 수 없다. 비록 바즈 루어만이 많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지만 ‘댄싱 히어로, Strictly Ballroom),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그리고 ‘물랑주즈, Moulin Rouge’까지 화려한 색상과 영상미를 통해 재미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이야기꾼의 모습을 충분히 전작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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