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 경 숙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네 여윈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
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
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
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따윈 끝끝내 참아
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딛고 오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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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 。 ˚ 。★ ˚☆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 안 도 현
눈 그친 산길을 걸으며
나는 경배하련다
토끼가 버리고 간 토끼 발자국을
상수리나무가 손을 놓아버린 상수리 열매를
되새떼가 알알이 뿌려놓고 간 되새떼 소리를
이 길을 맨 처음 걸어갔을 인간의 이름이
나 보다는 깨끗하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소나무 가지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흰 눈을 얹어두련다
산길은, 걸어갈수록 좁아지지만
또한 깊어지는 것
내가 산길을 걷는 것은
인간들의 마을에서 쫓겨났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들의 마을로 결국은 돌아가기 위해서다
저 팽팽한 하늘이 이 산의 능선을 꿈틀거리게 하듯이
겨울바람이 내 귓불을 빨갛게 달구어
나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다
나뭇잎 하나 몸에 달지 않아도 춥지가 않다
눈 그친 지구 위에
산길이 나 있다
나는 산길을 걸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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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어 각자 방으로 가는 사람을 불러 모으다.
기강과 상진
그리고 영일형과 근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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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꽃
- 오 세 영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닳아 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
연구동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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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태어난 그대
- 정 규 훈
새하얀 웃음이
우리가슴 가득
가득
쌓이는 날
뽀오얀 손을
붙잡고 새득
새득
걸어보자.
조심스런 안개 걷우며
오물스런 매연을 토해내고
마알간 기쁨이
이세상 그득
그득
차고
넘치도록
속 시원히 울어보자
네가 태어났던 그날처럼
&
생각보다 훨씬 사는게 힘겹다.
그나마 이성과 감성의 같은 곳을 바라보면 좋을텐데
이성과 감성이 다른 말을 하니 힘겨움이 더 하다.
무럭무럭 자라라
그래서 이런 것들도 다 포용할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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