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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차 이야기하는 점이지만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는 재미로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본다는 말은 내게는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내가 선호했던 영화나 연극은 이야기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이나 빅 스타 혹은 막대한 대중의 관심은 부차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시각에서 영화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내게 있어 이야기에 충실한 그래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영화다.

 우선 이 영화가 기억에 남으리만큼 인상적인 건 아마도 생동감 때문이리라. 이 영화의 배경인 미국 대공황 시대가 아직도 생생하게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IMF 구제금융 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70~80 년 전 태평양 건너 우리와는 별로 상관없는 곳의 이야기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그 덕분에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시기를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헤쳐 나간다는 보편적인 감동 이상이 내게는 전달되었다.

 이야기는 미국 전역이 심각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던 시기,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상대와 끝까지 싸우면서도 굽히지 않는 강인함으로 인해 ‘버건의 불독’이라는 별명이 불렸던 제임스 J. 브래독의 이야기다. 브래독은 ‘버건의 불독’이라 불릴 만큼 재능 있는 권투 선수였지만 시합 중 오른손의 잇단 부상으로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게 된다. 비록 전도 유망한 권투 선수 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공황의 그늘을 브래독이라고 해서 피할 갈 수는 없다. 권투를 포기하고 선착장에서 부두일의 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빚은 늘어만 가고 한 겨울 전기와 가스마저 끊어져 생활보호 대상자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권투 선수로는 너무 많은 나이와 부상 그리고 먹거리조차 충분하기 않은 상태의 부두 하역 노동자로 연명해가던 브래독에게 전 매니저였던 조 굴드의 노력으로 다시 링 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기회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음식을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을 위해 링 위에서 다시 글러브를 잡은 브래독은 절대 뒤로 물러서지 의지와 강인함을 다시 보이며 유망주인 상대를 쓰러뜨리고 관중과 매스컴을 놀라게 한다. 거기에 브래독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족을 위해 연속 승리의 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승리를 거듭할수록 짐 브래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되어가고, 매번 상대와 맞서 싸울 때마다 마치 그와 같이 자신들의 가족을 보살피고 꿈을 단념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수백만의 관중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미 두 명의 상대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위력적인 주먹의 세계 헤비급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결전 앞두게 되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누구도 브래독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과 그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브래독은 당당히 맞서고 결국은 시합에서 이긴다.

 이 영화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은 감동적인 이야기 외에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관객이 감동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만든 감독 론 하워드, Ron Howard 의 전작 ‘분노의 역류’,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 13호’ 그리고 ‘그린치’ 같은 영화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내가 근래 좋아하는 헐리웃 여배우 중 한 명인 르네 젤위거, Renee Zellweger 의 전작들과는 또다른 그녀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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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연극‘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보고서도 그런 느낌을 약간 받았는데, 막연히 어딘가 전해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랄까? 창작극인지 아닌지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냥 ‘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받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람의 왕은 공주가 자신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바람의 요정 질마를 사랑하자,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또 다른 바람의 요정인 하름과 바람에 꽃 향기를 누가 더 진하게 묻혀 오는지 내기를 하게 한다. 그러면서 바람의 요정 질마는 녹두 농사를 짓는 농부의 딸 솔래를 보게 되고 서로를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 질마와 솔래지만 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만다. 요정의 사회에서 그리고 사람의 사회에서 각기 기대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질마와 솔래. 결국 질마와 솔래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렇게도 듣고자 했던 녹두꽃 타는 소리도 아무도 듣지 못한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사실 이 연극은 매우 독특한 느낌의 극이었다. 우선 무대를 거의 2등분 하는 것처럼 생긴 극장의 공간이 그랬고, 녹두꽃이라는 것에서 뭔가 우리 전통스런 느낌의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선녀나 신선 혹은 옥황상제의 아들 같이 우리 조상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대상이 아닌 요정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에서 그랬고, 극찬한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는 전혀 부합되지 못한 바람의 요정들의 모습이나 아무것도 없는 맨 바닥이 마치 진짜 녹두밭이나 되는 냥 상상을 펼치며 연기하면서도 정말인 듯 자연스레 연기하는 배우들이 그랬다.

 백조의 노래 마냥 실은 원래 있지도 않을 것만 같은 녹두꽃 타는 소리. 내 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 소리도 정작 제대로 들을 만큼의 여유도 없이 사는 주제에 극중에서나마 정말 녹두꽃 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질마와 솔래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과 뮤지컬의 느낌마저 주는 간간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까지. 상상력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품이 아니라 연극의 기획자들의 재미나고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제작된 진짜 멋들어진 소품이 함께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연극 ‘봄날은 간다’ 공연장을 뒤덮고 있던 잔디처럼 진짜 녹두밭에서 그리고 정말 요정의 느낌이 물씬 나는 요정의 모습을 극을 통해 봤더라면 극을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컸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컸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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