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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다시... episode 1'는 이혼당한 아롱과 오래된 연인 채원과 석원의 이야기다. 이들이 재연 프로그램에 사연을 신청하고 그래서 그들의 지난날을 재연하는데, 그것을 통해 관객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첫 번째 신청자 아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첫사랑의 기억을 통해 이혼의 상처를 치유받기를 원하며 재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신청자인 채원과 석원은 이별을 하려는 인인인데, 그들의 연애 기간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재연해보고 이별할 작정으로 재연을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는데 그러면서 계속해서 반복 되는 어구,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다.

거기에 덧붙여 인상적이었던 500원 프로포즈과 바나나 우유의 쇼크. 대략 이렇게가 연극 ‘다시... episode 1'의 이야기다.

 그리고 시작되는 나의 잡설.

 사실 사람들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자주 듣게 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소시적에는 어떠어떠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보통 그들의 소시적은 지금 보다 과거가 훨씬 좋다. 사람은 육체적인 면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분명 성장하는 존재인데 그들에게는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좋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들은 오로지 과거에 얾매여 살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 수록 과거의 내 모습에서 느끼는 아쉬움이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지만 그래도 과거에 얽매여 사는 모습이 내 모습이기를 나는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있어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런 탓에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다는 메시지가 내게 있어서는 별로 유효하지 못하다.

 정말 과거만을 회상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정으로 추억할 만큼의 소중한 기억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정말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풀지 못한 명제를 이 연극은 나에게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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