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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연극‘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보고서도 그런 느낌을 약간 받았는데, 막연히 어딘가 전해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랄까? 창작극인지 아닌지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냥 ‘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받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람의 왕은 공주가 자신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바람의 요정 질마를 사랑하자,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또 다른 바람의 요정인 하름과 바람에 꽃 향기를 누가 더 진하게 묻혀 오는지 내기를 하게 한다. 그러면서 바람의 요정 질마는 녹두 농사를 짓는 농부의 딸 솔래를 보게 되고 서로를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 질마와 솔래지만 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만다. 요정의 사회에서 그리고 사람의 사회에서 각기 기대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질마와 솔래. 결국 질마와 솔래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렇게도 듣고자 했던 녹두꽃 타는 소리도 아무도 듣지 못한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사실 이 연극은 매우 독특한 느낌의 극이었다. 우선 무대를 거의 2등분 하는 것처럼 생긴 극장의 공간이 그랬고, 녹두꽃이라는 것에서 뭔가 우리 전통스런 느낌의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선녀나 신선 혹은 옥황상제의 아들 같이 우리 조상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대상이 아닌 요정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에서 그랬고, 극찬한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는 전혀 부합되지 못한 바람의 요정들의 모습이나 아무것도 없는 맨 바닥이 마치 진짜 녹두밭이나 되는 냥 상상을 펼치며 연기하면서도 정말인 듯 자연스레 연기하는 배우들이 그랬다.

 백조의 노래 마냥 실은 원래 있지도 않을 것만 같은 녹두꽃 타는 소리. 내 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 소리도 정작 제대로 들을 만큼의 여유도 없이 사는 주제에 극중에서나마 정말 녹두꽃 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질마와 솔래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과 뮤지컬의 느낌마저 주는 간간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까지. 상상력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품이 아니라 연극의 기획자들의 재미나고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제작된 진짜 멋들어진 소품이 함께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연극 ‘봄날은 간다’ 공연장을 뒤덮고 있던 잔디처럼 진짜 녹두밭에서 그리고 정말 요정의 느낌이 물씬 나는 요정의 모습을 극을 통해 봤더라면 극을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컸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컸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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