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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5년 전 쯤에 ‘달은... 해가 꾸는 꿈’ 이라는 생경한 영화로 관객 앞에 나선 감독 박찬욱. 그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이 나오기 까지 전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복수는 나의 것, Sympathy for Mr. Vengeance’을 통해 B급 정서를 가진 영화감독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영화 ‘올드보이, Old boy'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를 복수 3부작이라 칭하며 그의 정서를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 탓에 앞선 두 편의 복수 시리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복수를 근원으로 각각의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 면면은 모두 다르다. ‘ 복수는 나의 것’은 유괴를 통해 ‘올드보이’는 감금을 통해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즉, 분노의 원인을 타인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와 반해 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 전작들과 조금 다르다.

 아직 철없는 스무 살 소녀에게 지워져 버린 유아 살해범이라는 멍에를 부인하지 못한 채 복역하게 되어 버린 금자. 13년간 감옥에서 친절한 금자씨로 불리며 복수를 준비해 간다. 친절한 금자씨는 출소 후 감방동기들이 보여주는 놀랍도록 갸륵한 협조를 받으며 백선생이라는 인물을 향해 복수를 한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예쁘고 친절하며 그리고 영악한 금자가 누군지 왜 금자가 복수를 하려는지 궁금해진다. 거기에 환하게 웃으며 조근조근 말하는 ‘빨리 죽어’나 아무런 감정도 나타나지 않은 무표정으로 던지는 ‘너나 잘하세요’는 금자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더 하게 만든다.

 또한 어떻게 금자가 복수를 하는가 역시 영화에서 볼거리이다. 자신만의 복수가 아닌 수많은 피해자의 복수로써 개인적 원한을 치환해 버리고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형태의 복수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복수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 극 중 백선생의 이미지와는 2% 맞지 않는 것만 같은 최민식의 연기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중소기업 사장으로 복수의 대상이 되었던 송강호 만큼이나 적절하지 못한 캐스팅의 느낌이 강했다는 개인적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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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Metaphor, 隱喩 : 다른 2가지 대상을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비교하는 방법.
 
 관람하면서 이러한 ‘Metaphor’라는 단어가 확실히 떠오른 공연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이었다.

 서양 문화는 그 대상을 그리스 로마 문화나 성경에 바탕을 두고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서양 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그리스 로마 문화 혹은 성경이 오랜 시절 서양 문화의 기저가 되어온 만큼 다양한 은유의 모습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로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 연극 특징은 제목에서부터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극 중에서 ‘사과’와 ‘에덴’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의 소재를 성경에서 취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작가는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서양 문화를 기반에 하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작가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이야기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그렇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어 관객에 눈앞에 선보이는 것에서는 단점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같이 관념적인 공연을 하는 데는 보통의 것보다 작가가 원하는 바를 연출이 명확히 인지하고 아울러 배우 역시 연출 못지않은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연기를 해야 관객이 작가의 의도를 겨우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관념적인 공연을 관객이 접하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인식했다는 말 보다는 보통 어렵고 재미없다는 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아담’과 '이브‘의 사랑을 둘러싼 코믹 범죄물 정도를 표방한 연극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만 웬걸, 실제 공연장에 들어서서 채 5분이 지나기 전에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선악을 이야기며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렸고, 그런 욕망을 벗어버림으로써 참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막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사과를 맛있게 먹는 다는 느낌 보다는 사과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욕망의 노예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는 느낌이었다.

 보통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교양으로 너무 빈약한 내 서양 문화에 대한 지식으로 공연에 대한 느낌보다는 내 부족한 교양으로 공연에서 말하는 것을 알아 챌 수 없었다는 사실을 탓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법. 모르는 게 약은 아닌지만 교양으로 서양 문화를 잘 모른다고 스스로를 탓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해 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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