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저 멀리 하와이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더라도
그 섬엔 자기 키만한 당근을 든 안내원이 나타나
이 당근을 다 먹지 못하면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나쁜 곳으로 보내버린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자기 키만한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
다행이다..
내가 지금 엄마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직 내 키만한 당근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괜찮다.
난 아직 어리니까..
커다란 당근을 먹을 수 있을만큼 자라지 못했으니까
엄마를 ‘아직..’ 볼 수 없을 뿐이지
내가 자라고..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테니...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 불안을 향해가는 오늘의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꽃섬’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고..
그러면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될테니까..

특히나 그 미래가 전적인 나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극중 인물들처럼 도망간 전 주인이 돌아와 떼인 돈을 갚아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지금 꽃섬으로 향하고 있기에
지친 오늘을 살 수 있다.

싸우고, 미워하고, 술마시고 괴로워하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슈퍼집 아저씨랑 치킨집 아가씨는 정분을 나누며
노출증 환자 아들을 다독이고
아기를 잃고 반쯤 미쳐 자해를 일삼는 여인의 아픔을 나누고 보듬는다

극이 끝날 때 쯤엔 역시나..
도망간 집주인과 연락이 되고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주인공들.
그들은 지금껏 꽃섬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빼먹지 말아햐 할 중요한 한 가지 더!
물어뜯고 부대껴 싸우는 중에서도
마음이 있고 가슴이 있는 서로서로가 있었기에
그렇게 ‘얼싸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반응형

'Theater & Perform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0) 2006.11.05
예스터데이  (0) 2006.10.30
다시라기  (0) 2006.10.26
현정아 사랑해  (0) 2006.10.19
사랑을 주세요  (0) 2006.10.08
반응형

 영화 ‘싸움의 기술, The Art of Fighting'의 제목을 보고는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나타내는 이름이나 제목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이 순간의 기지나 재치의 발휘로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라서 영화의 제목을 보고서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 ‘싸움의 기술’의 매력이 잘 선택한 제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잊혀진 중년 배우에서 개성 강한 연기자로 재발견 된 배우 백윤식과 영화 ‘빈집’에서 거의 없는 대사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연기와 공허한 눈빛을 통해 앞으로 기대가 되는 배우라 생각했던 재희가 보여주는 독특한 그들간의 콤비 관계도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거기에 이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학원 폭력에 길들여진 자신의 분노를 깨우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싸움의 기술’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항상 수표만 가지고 다니면서 지불해야 할 계산을 피해가고 부실해 보이는 이론에 생활액션을 선보이지만 한 번 씩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가 결국 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 영화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나간 터라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형사를 아버지로 둔 ‘병태’는 인문계에서 공고로 전학 온 뒤 동급생에게 ‘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한대라도 덜 맞기 위해 특공무술을 배우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은둔고수 ‘판수’를 만나 점차 싸움의 기술을 배워나간다. 거기에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교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폭력이 선생과 제자, 학교 싸움 짱과 동네 양아치들까지 연계로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고 더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병태’는 더 이상 싸움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섬으로써 한 층 더 성장한다.

 관람하기 전에 기대가 컸던 터라, 관람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즐거움으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 였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