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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Metaphor, 隱喩 : 다른 2가지 대상을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비교하는 방법.
 
 관람하면서 이러한 ‘Metaphor’라는 단어가 확실히 떠오른 공연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이었다.

 서양 문화는 그 대상을 그리스 로마 문화나 성경에 바탕을 두고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서양 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그리스 로마 문화 혹은 성경이 오랜 시절 서양 문화의 기저가 되어온 만큼 다양한 은유의 모습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로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 연극 특징은 제목에서부터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극 중에서 ‘사과’와 ‘에덴’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의 소재를 성경에서 취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작가는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서양 문화를 기반에 하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작가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이야기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그렇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어 관객에 눈앞에 선보이는 것에서는 단점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같이 관념적인 공연을 하는 데는 보통의 것보다 작가가 원하는 바를 연출이 명확히 인지하고 아울러 배우 역시 연출 못지않은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연기를 해야 관객이 작가의 의도를 겨우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관념적인 공연을 관객이 접하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인식했다는 말 보다는 보통 어렵고 재미없다는 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아담’과 '이브‘의 사랑을 둘러싼 코믹 범죄물 정도를 표방한 연극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만 웬걸, 실제 공연장에 들어서서 채 5분이 지나기 전에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선악을 이야기며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렸고, 그런 욕망을 벗어버림으로써 참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막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사과를 맛있게 먹는 다는 느낌 보다는 사과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욕망의 노예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는 느낌이었다.

 보통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교양으로 너무 빈약한 내 서양 문화에 대한 지식으로 공연에 대한 느낌보다는 내 부족한 교양으로 공연에서 말하는 것을 알아 챌 수 없었다는 사실을 탓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법. 모르는 게 약은 아닌지만 교양으로 서양 문화를 잘 모른다고 스스로를 탓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해 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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