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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하와이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더라도
그 섬엔 자기 키만한 당근을 든 안내원이 나타나
이 당근을 다 먹지 못하면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나쁜 곳으로 보내버린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자기 키만한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
다행이다..
내가 지금 엄마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직 내 키만한 당근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괜찮다.
난 아직 어리니까..
커다란 당근을 먹을 수 있을만큼 자라지 못했으니까
엄마를 ‘아직..’ 볼 수 없을 뿐이지
내가 자라고..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테니...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 불안을 향해가는 오늘의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꽃섬’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고..
그러면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될테니까..

특히나 그 미래가 전적인 나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극중 인물들처럼 도망간 전 주인이 돌아와 떼인 돈을 갚아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지금 꽃섬으로 향하고 있기에
지친 오늘을 살 수 있다.

싸우고, 미워하고, 술마시고 괴로워하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슈퍼집 아저씨랑 치킨집 아가씨는 정분을 나누며
노출증 환자 아들을 다독이고
아기를 잃고 반쯤 미쳐 자해를 일삼는 여인의 아픔을 나누고 보듬는다

극이 끝날 때 쯤엔 역시나..
도망간 집주인과 연락이 되고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주인공들.
그들은 지금껏 꽃섬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빼먹지 말아햐 할 중요한 한 가지 더!
물어뜯고 부대껴 싸우는 중에서도
마음이 있고 가슴이 있는 서로서로가 있었기에
그렇게 ‘얼싸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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