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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연극 ‘다시라기’를 이야기하려면 또 다른 두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시라기’의 극단인 ‘민예’의 작년 작 ‘고추말리기’와 ‘다시라기’와 비슷한 소재의 연극 ‘염쟁이 유씨’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작년에 ‘고추말리기’를 보면서 남아선호 사상이라는 사회 문제를 극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현재 연극의 가장 큰 소비 집단이라 할 수 있는 20대 여성의 눈높이와는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연출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소품에 대한 실망이 컸다. 대신 최신 트렌드에 맞춘 극이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과 특히 홍장군 역을 연기했던 배우 승의열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극단에서 하는 공연인 탓인지 ‘다시라기’ 역시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쫓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치중하는 공연이었고, ‘고추말리기’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승의열이 연기한 가짜 상주와 ‘고추말리기’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으나 ‘다시라기’에서는 넙죽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배우 이혜연이 배우 승의열과 함께 연기에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장례식이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같은 장소인 마로니에 극장에서 공연 했던 ‘염쟁이 유씨’ 또한 ‘다시라기’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이 둘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극을 만들었음에도 극의 형태는 매우 다르다. '염쟁이 유씨‘의 경우는 1인극 형태의 모노드라마인데 ’다시라기‘는 10명이 넘는 배우가 등장한다. 또 전자는 장례를 통해 관객이 지난 삶의 모습을 찬찬히 반추하게 해볼 수 있게 하는 정적인 형태인데 반해, 후자는 같은 장례의 모습을 극에 담았지만 가짜 상주나 저승사자 거기에 곡해주는 사람까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무섭고 엄숙하기 보다는 떠들썩한 놀이판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지금부터 이야기가 시작임을 알려주는 일련의 공연과는 달리 놀이판이 되어 버린 장례식에 같이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끔 하는 점과 극이 꽹과리와 징 그리고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공연의 재미를 더 해주는 점은 이 연극 ‘다시라기’만의 장점이었다. 진짜 연극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관람하고 나면 이런 게 진짜 연극인데 하는 느낌을 주는 극이라고 할까.

 세련미 가득한 감각이 미(美)가 되는 시대에 20년도 더 전에 만들었을 듯한 포스터에 20대 여성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 젊고 멋진 외모의 배우가 없는 요즘 볼 수 있는 일련의 연극과는 많이 다르지만 극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열정적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 그리고 익숙지 못했던 전통적 요소를 통해 얻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지금은 막을 내리긴 했어도, 분명 다시 상연할 때를 위해서도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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