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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apella Musical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이야기를 들은 건 올 봄이었다.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함께 관람하고 와서는 늘어놓은 칭찬 때문에 내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무척이나 궁금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무반주 합창 정도의 의미인 ‘a capella'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탓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형식을 차용한 ’뚜비두밥~‘ 식의 아카펠라 공연이 아닐까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관람하게 되었다. 앞서 잠시 언급 했듯이, ‘뚜비두밥~’ 정도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하며 봤는데, 공연은 완전 예상 밖이었다. 내가 가진 아카펠라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할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서 아카펠라는 단순한 무반주 합장이 아니었다. 아카펠라와 순간순간 변하는 무대가 혼연일체가 되는 배경음악이 되기도 하고 간간히 대사가 되기도 했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만이 덩그러니 있는 무대도 매우 특징적이다. 하지만 공연 시간 내내 순간순간 상황에 맞추어 배우들이 연기해 내는 배경과 배경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음악과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 못지않게 돋보이는 효과음까지 모두가 내 빈약한 상상력과 연출자의 고민으로 나왔을 풍부한 상상력을 대비시켜 주었다.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무대와는 달리 공연 시간 내내 나무, 숲 거기에 호수까지 수많은 무대 배경과 각종 악기의 소리와 여러 배경에 적합한 효과음까지 내는 배우들은 보면 요즘 관객들은 날로 먹는 개그맨들 싫어한다는 한 개그맨의 말 맞다나 그들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그 노력들이 관객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호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헛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공연의 이야기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속편 같은 느낌이었다. 평강 공주의 시녀 연이가 평강 공주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평강 공주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공주가 아끼는 거울을 비롯한 몇몇 가지 물건을 숲 속에 숨겨 놓고는 숲속에서 우연히 만난 야생 소년을 온달이라 부르며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흉내를 내다가 평강 공주가 아닌 진짜 연이로써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공연의 매력은 뛰어난 공연이 가진 이야기에 있는 건 아니다.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신선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 밖에 없어서도 배우들이 그들의 몸을 통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무대와 순전히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무대와 어우러져 무대를 더 돋보이게 하는 배우들의 힘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예뻐요~*' 와 ‘와~*, 가~*, 아니~*, 평강~*, 온달~*’. 공연장을 나와서도 공연의 즐거움과 함께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 역시 이 공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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