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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해지자.

 내가 연극 ‘예스터데이’를 보고자 한 건 순전히 함소원 때문이었다. --; 이런 속물 같은 인간이라고? 어쩔 수 없다. 속물이라도 솔직해지는 편이 훨씬 언행이나 사고에서 자유로우니까.

 공연장에 들어가자 기타를 연주하는 한 사람이 극이 시작될 때까지 차분히 기타 연주를 한다. 물론 그의 기타 연주에는 비틀즈의 ‘Yesterday'도 포함되어있다. 종종 공연을 관람하러 다니지만 이런 시작 전 기타 연주는 처음이라 무척 새롭다. 거기에 차분한 연주자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기타 멜로디의 분위기를 돋아주었다.

 프로그램을 구입했음에도 극이 시작되기 전에 살펴보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공연이 시작되자 내가 기대했던 함소원이 극 중 앨범을 보는 여자인 줄 알았다. 웬걸, TV나 영화를 통해서 본 것과 왜 이렇게 틀린 거야? 특히 여자 연예인들에게 성형은 필수라고 하더니 성형을 해서 내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연극을 한다고 하더니 역시 미스 코리아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출연작에 연극 한 편을 더 적어 놓으려는 심산과 연극 마케터의 손아귀에 내가 놀아났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극이 조금 진행 되자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극 중 이야기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떠올리면 아련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시간을 훌쩍 넘겨 다시 이루어진다는 게 이야기의 큰 골격이다.

그런데 이 연극 ‘예스터데이’의 재미는 이야기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 보다는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탄탄한 극의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 특히, 중년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열연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작은 소극장 무대를 잘 활용해야만 한다는 건 연극이 가진 제약이야 숙명일터인데, 그런 제약과 숙명을 탄탄한 연출을 기반으로 멋지게 보여주었다.

 또한 약간 느끼하고 조금은 과장된 연기가 섞여있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의도한 연기라고 보이는 두 중년배우 서민경과 박태경의 연기는 많은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낸 중년 배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단순한 포스뿐만이 아니라 관객이 흠뻑 웃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배우 송갑석과 박지희가 보여주는 연기 역시 어설픔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내심 연극배우로써 함소원을 보고 싶은 마음에 관람한 공연이었지만 연극의 즐거움을 한껏 느낀 덕에 관람 후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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