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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움의 기술, The Art of Fighting'의 제목을 보고는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나타내는 이름이나 제목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이 순간의 기지나 재치의 발휘로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라서 영화의 제목을 보고서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 ‘싸움의 기술’의 매력이 잘 선택한 제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잊혀진 중년 배우에서 개성 강한 연기자로 재발견 된 배우 백윤식과 영화 ‘빈집’에서 거의 없는 대사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연기와 공허한 눈빛을 통해 앞으로 기대가 되는 배우라 생각했던 재희가 보여주는 독특한 그들간의 콤비 관계도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거기에 이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학원 폭력에 길들여진 자신의 분노를 깨우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싸움의 기술’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항상 수표만 가지고 다니면서 지불해야 할 계산을 피해가고 부실해 보이는 이론에 생활액션을 선보이지만 한 번 씩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가 결국 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 영화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나간 터라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형사를 아버지로 둔 ‘병태’는 인문계에서 공고로 전학 온 뒤 동급생에게 ‘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한대라도 덜 맞기 위해 특공무술을 배우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은둔고수 ‘판수’를 만나 점차 싸움의 기술을 배워나간다. 거기에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교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폭력이 선생과 제자, 학교 싸움 짱과 동네 양아치들까지 연계로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고 더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병태’는 더 이상 싸움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섬으로써 한 층 더 성장한다.

 관람하기 전에 기대가 컸던 터라, 관람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즐거움으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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