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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TV 프로그램 중에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일을 대상으로 하는 논픽션 다큐멘터리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방송의 주인공이 일반인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송의 소재가 되고 그 내용 면면이 상상력이 아닌 실제 현실에 근거하고 있어 굳이 진실성을 찾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쉬이 유발한다. 이런 것들이 이유가 되어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내용 중의 두 편이 영화화 되었는데, 그것이 영화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제목이 시사하듯 기봉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엄기봉은 어릴 적 앓았던 열병의 후유증으로 여덟 살의 지능을 가진 마흔 살의 노총각이다. 하지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듯이 보통 도시 행을 꿈꾸기 마련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순수하고 따뜻한 심성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별 욕심 없이 살아간다. 불편함 몸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사람도 보통 제대로 하지 못하는 효도를 팔순 노모에게 몸소 실천하는 기봉이. 이것이 이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도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노모를 깊고 진실되게 공경하는 모습만이 이 영화의 미덕은 아니다.

 신현준, 김수미의 자연스러운 연기 말고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배우로 거듭난 코미디언 임하룡 특유의 순박하고 정감있는 말투와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해진 탁재훈과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김효진까지 배우들의 모습도 이 영화의 또다른 볼거리다.

 재미있게도 ‘인간극장’을 통해 영화화된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 이 둘 모두가 ‘인간극장’에서 소개되었다는 사실 말고도 달리기를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다. 비슷한 경로를 통해 영화되고 그 소재 역시 달리기라는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보면 어떻게 두 영화 모두 다 흥행에 성공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도회적인 느낌으로 몸이 불편한 자식이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내고 스스로 삶을 개쳑해 나가는 모습이 영화 ‘말아톤’의 모습이라면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일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이고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인 기봉이가 상금으로 어머니의 틀니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노력하고 이를 둘러싼 이웃과 마을의 따뜻한 변화를 통해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관람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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