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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하늘극장. 하늘이 뻥 뚫린 야외극장이다. 사실 야외극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하늘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몇 차례 외면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히 야외극장 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을 도전.

 그.런.데. 역시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공연 날을 전후하여 비가 왔다는 사실. 그래서 야외 극장에서 공연은 취소 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공연 강행. 실제 국립극장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또 비가 왔지만 정말 연주회는 열렸다.

 애시드레인의 '포커스 & 와이드', Acid Rain 'Focus & Wide'. 사실 산성비라는 이름의 애시드레인은 처음 들어보는 그룹이다. 게다가 그들이 추구하는 재즈는 아쉽게도 내게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다. 힙합이나 좋아할 줄 아는 내가 재즈라니. 하지만 새로운 문화 경험도 나쁘지 않을 터라는 생각에 직접 경험해 보기로 작정.

 재즈라고 해서 애시드레인의 음악은 흑인의 굵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선율의 음악은 아니었다. 영화 OST로 쓰면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만큼 잔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국악을 가미한 연주곡 중에서 아쟁이 함께 한 연주는 내게 꽤 인상적이었다. 예전 학부시절 해금을 가미한 락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와는 새삼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무작정 연주회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비가 오는데도 강행하려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연주자를 위한 공간 위에 마련해 놓은 천막은 마치 농성장의 그것 같았다. 첫 모습에서 서글프고 처량한 인상을 먹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기획자의 임기응변이 더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지막으로 하늘극장에 대한 느낌. 사실 야외공연장이라서 내리는 비가 공연의 격을 속절없이 떨어뜨린 건 사실이지만, 서울 시내에서 정면에서 약간 위로 올려다 본 시선을 통해 맑고 푸른 하늘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늘극장에서는 가능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는 사실. 생각해 보니까 그 정도 시선에서 빌딩이나 아파트가 아닌 하늘을 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연주회가 진행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강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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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책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신문 서평란을 통해서였다. 신문 서평이었던 탓에 신문 기사 같은 느낌이 싫었는지는 잘 몰라도 제대로 평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머리말에 쓰여 있던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제목만 슬쩍 본 게 전부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게 슬쩍 본 건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데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기억하는 걸 보면 기억에 남았나 보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기로 결정.

 내년이면 나이가 서른 줄에 접어들지만 평생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탓 때문인지 ‘공부’라는 단어를 보면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거기에 ‘즐거움’이라는 단어까지 더했으니, 이야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닌가. 그리고 생각난 책 한 권.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일본인이 쓴 ‘학문의 즐거움’.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한국인 저자가 쓴 이야기인 만큼 더 ‘학문의 즐거움’보다 이 책 ‘공부의 즐거움’이 더 생생할 것만 같은 기대가 책을 보기 전부터 생겼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30명에 달하는 저자의 글을 엮어 놓은 탓에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장점이라고 그게 다였다. 다양성의 근원이 된 30명의 저자는 금세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그 결과 잡지 인터뷰보다도 더 못한 짧막한 30편의 글을 묶어 놓은데 불과한 책으로 내 눈에는 보였다.

 30명의 저자 면면이 가진 알찬 이야기가 있음이 분명한데, 거기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마치 수박 겉핥기도 제대로 못한 채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이럴 바에는 30명의 다양성 보다는 3명이 되었더라도 좀 더 그 사람들이 가진 공부의 즐거움을 차근히 풀어 놓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이 책 ‘공부의 즐거움’은 기대에 차서 봤으나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책으로 내게 남아 버렸다.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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