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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책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신문 서평란을 통해서였다. 신문 서평이었던 탓에 신문 기사 같은 느낌이 싫었는지는 잘 몰라도 제대로 평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머리말에 쓰여 있던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제목만 슬쩍 본 게 전부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게 슬쩍 본 건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데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기억하는 걸 보면 기억에 남았나 보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기로 결정.

 내년이면 나이가 서른 줄에 접어들지만 평생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탓 때문인지 ‘공부’라는 단어를 보면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거기에 ‘즐거움’이라는 단어까지 더했으니, 이야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닌가. 그리고 생각난 책 한 권.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일본인이 쓴 ‘학문의 즐거움’.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한국인 저자가 쓴 이야기인 만큼 더 ‘학문의 즐거움’보다 이 책 ‘공부의 즐거움’이 더 생생할 것만 같은 기대가 책을 보기 전부터 생겼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30명에 달하는 저자의 글을 엮어 놓은 탓에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장점이라고 그게 다였다. 다양성의 근원이 된 30명의 저자는 금세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그 결과 잡지 인터뷰보다도 더 못한 짧막한 30편의 글을 묶어 놓은데 불과한 책으로 내 눈에는 보였다.

 30명의 저자 면면이 가진 알찬 이야기가 있음이 분명한데, 거기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마치 수박 겉핥기도 제대로 못한 채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이럴 바에는 30명의 다양성 보다는 3명이 되었더라도 좀 더 그 사람들이 가진 공부의 즐거움을 차근히 풀어 놓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이 책 ‘공부의 즐거움’은 기대에 차서 봤으나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책으로 내게 남아 버렸다.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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