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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 말이 영화에 잘 들어 맞을 때가 있는데, 이 영화 ‘귀여워’ 역시 이 속담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화다. 사실 예지원, 김석훈 거기에 영화 ‘아는 여자’를 통해 인기를 한층 높은 정재영 그리고 예상치 못한 또한 사람 장선우 감독까지 잘 만 꿰면 제법 그럴듯한 보배를 만들 수 있는 구슬이 들어 있었지만, 영화 ‘귀여워’는 보배를 만드는 데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이 영화를 찍었을까 궁금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는 기사조차 의아스러웠을 정도다. 전직 박수무당 장수로(장선우), 퀵 서비스계의 후까시(김석훈), 건달 뭐시기(정재영), 래커차 운전 기사 개코(박선우) 거기에 순이(예지원). 이들 넷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도통 제대로 이해되지도 않으며 상황에 의한 웃음도 감동도 거리가 멀다.

감독이 의도하지 않은 해석이 넘쳐나느니 인물 구조도가 매끄럽지 못함에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가진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준다느니 하는 평이 여기저기서 보이지만 이것도 결국은 꿈 보다는 해몽이라고 그럴듯한 해몽일 뿐이다.

시간이 넘쳐흐르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서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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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읽었던 친구로부터 크나큰 찬사를 들은 이름이었기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무척이나 큰 기대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니, 듣기에도 얼마나 그럴싸한가?

그러나 큰 기대는 책을 펴는 순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벌써 오래전에 다른 매체를 통해 이미 선보인 칼럼을 편집해 엮은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더라도, 잘난 지식인의 언어유희 수준의 말장난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재치와 위트가 가득한 칼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생활과 사고의 배경이 그들과 다른 내게는 재미없고 지루한 문자의 나열일 뿐 이었다.

흔히 말하는 서양 코메디를 보면 그들은 재미있다고 난리지만 우리는 시큰둥 할 뿐이라는 말이 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만이 가득한 책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책을 끝까지 보게 한 건 그러한 즐거움이 아니라 책을 반드시 보고 말겠다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에 익숙하고 서양 사고 방식에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 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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