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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인 명수와 대학 강사인 선영의 사랑, 대학 선후배 사이의 영민과 세진의 사랑, 사랑이 막 시작되는 응덕과 주미, 그리고 병태와 지환의 외사랑.

연극 ‘춘천 거기’는 3쌍의 커플과 2명의 외사랑을 하는 남자가 보여 주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사실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흔하디 흔한 주제이기도 해서 여간해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기가 힘든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춘천 거기’는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으며 앵콜 공연까지 들어갔다.

거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중년을 훌쩍 넘긴 경우가 아니고서는 관객이 경험했거나 지금 진행 중인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에 나오는 3쌍의 커플과 2명의 외사랑을 하는 사람을 통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깊은 성찰과 고민 속에서 나오는 공감이 아닌 나와 같은 경험에서 나온 공감이 연극에서 전해 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실 그렇지만 나는 같이 본 관객들만큼 공감하지는 못했다. 젊은이들이 피해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극은 극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걸 보고는 같이 간 친구가 말했다. 그건 네가 사랑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쳇.... 서울 가봐야만 아나....
마찬가지다 사랑도 해봐야만 아나하는 식의 논리를 금세 세워 논리적 반격이라도 해 볼까 했지만 이내 관두고 말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연극 ‘에쿠우스’를 보며 참 어렵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어려운 걸 이해하는 머리를 요구하는게 아니라 비슷한 경험을 통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 ‘춘천 거기’이 가지는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다.

비록 같이 간 친구가 춘천에서 학교를 다녔다는 이유로 선택한 연극이었지만, 가슴으로 느낄 꺼리를 충분히 주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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