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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이준익이 영화 라디오 스타, Radio Star’의 연출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처음에는 조금 의외다 싶었다그의 전작인 황산벌과 왕의 남자가 모두 시대극이었던 데다가영화 라디오 스타가 뮤지컬 영화만큼은 아니더라도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자명한데 시대극으로 데뷔하고 성공한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 변신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서는 것은 아닐까 싶은 노파심(老婆心)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관람 후 내 노파심은 금방 기우(杞憂)이었음이 드러났다.

 

 우선 영화 속에서도 자주 나오는 영국 밴드 Buggles(버글스)의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의 가사를 떠올리면서영화 제목 라디오 스타를 주목해 보자. MTV가 국내에 소개되고우리나라에서도 뮤직 비디오가 대중화되면서음악에서 음악적 완성도만큼이나 뮤직 비디오를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심지어 강력한 비주얼(visual)한 이미지(image)가 더 중요시 되기도 성공하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이러한 시대에 라디오 스타라는 영화제목은 벌써 영화 속 내용이 시대의 조류에 역행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점을 시사(示唆)해 준다

 

 
 그렇다. 88년도 인기 가수 최곤(박중훈)은 과거의 영광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가 가진 과거의 영광 속에서 함께하는 사람은 20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며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뿐이다사실 과거의 영광을 함께 한다는 말보다는 폭행시비와 대마초 사건에 연루되고도 톱스타로 대접받으려는 최곤의 뒤처리를 해주느라 분주하다그렇게 20년을 함께한 최곤이 또 사고를 쳤다그리고 왕년의 스타는 자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영월의 지역 라디오 방송의 DJ로 내려간다 

 하지만영월로 가서도 최곤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방송사고로 좌천 된 깐깐한 라디오 피디에 영월 방송국장까지 모두와 불협화음이다그래서 억지로 시작한 라디오 방송도 터미널 다방 김양의 목소리가 주파수를 탈만큼 제멋대로다하지만 오히려 제멋대로 시작한 방송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솔직함으로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꽃집 청년내기 화투 치다가 싸우는 할머니들그리고 집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어린 소년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층을 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청취자를 사로잡고 영월을 넘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다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라디오에서의 성공은 최곤을 다시 연예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하지만그러기 위해서는 시대에 뒤떨어지기는 하지만 20년 동안 최곤과 동고동락을 함께한 매너지 민수를 버리고연예기획사로 옮겨야만 한다늘 과거의 영광에서 살아가는 최곤에게는 스타로의 복귀가 당연한 선택일 것만 같지만최곤은 영광의 순간과 실패의 순간 모두 자신의 옆을 지켜준 박민수를 선택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실 별 것 없는 내용인 것 같지만그 별 것 아닌 것이 이야기의 기본에 충실하고배우들의 연기에 충실하고 감독의 연출에 충실하다그래서 결국 관객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또한 거기에 영월 유일의 록밴드 이스트 리버로 등장하는 영화 속 동네 양아치로 영화의 맛과 영화 속 음악을 돋보이게 만든 노브레인과 그들의 노래 넌 내게 반했어를 비롯해 흘러간 가요를 영화를 통해 재발견 할 수 있는 즐거움 또한 까메오로 실명으로 등장하는 임백천과 김장훈 그리고 영화 속 스크린을 통해 작은 소도시 영월의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까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20년 전 쯤에 이 영화 라디오 스타의 두 주인공 박중훈과 안성기가 영화 투캅스로 한국형 버디 무비의 전형을 보여 주었는데색다른 버디 무비의 모습을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보통 성장영화라 하면 영화 속 주인공의 청소년기나 대학 캠퍼스의 생활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상식인 것을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사는 가수 최곤을 통해 성장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될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박중훈과 안성기라는 걸출한 두 배우를 통해 찬찬히 보여준다.

 

 영화 라디오 스타’. 관람을 통해 즐거움과 더불어 감동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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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 | 2008년 11

 

나는 불행히도 예술에 있어 까막눈이다그 중 특히나 미술에 있어서는 그 무식의 수준이 상식 이하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늘 나는 내가 업()으로 삼는 것은 과학(科學), 그 중에서도 물리학(物理學)으로 합리와 논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기 때문에 예술특히 그 중에서 미술과 물리학의 병립(竝立)은 어렵다고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둘러대기 일수다그렇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 놓기는 하지만실은 그것이 그야말로 실제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근래 들어 기회가 되는대로 미술에 대한 책을 살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계의 명화와 베르메르의 모자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가 그 시도의 시작이었고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의 선택도 순전히 내 미술에 있어서의 무식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책이다경제학과 미술도 큰 틀에 있어서는 물리학과 미술만큼이나 쉽게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의 자자 최병서는 그 간극을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뛰어 넘어서고는 이를 책을 통해 독자에게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은 그림을 투입과 산출이라는 지극히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시작한다그리고 그것을 독과점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칭하는 시장가격의 원리완전경쟁시장노동공공재야경국자 같은 경제학 개념으로 확대해 나가는데이를 미술작품의 화가배경혹은 숨겨진 이야기 같은 것들과 연관시켜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경제학과 미술의 접목이라는 시도는 정말 참신했다그렇지만경제학과 미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시도로 오히려 체제적인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도깊이 있는 미술작품에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생기는 것도 아쉽지만 사실이다또 일부 경제학과 미술을 연관시키는 부분에서는 무리수를 두는 인상마저 들었건 것이 사실이다오히려 책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을 잡고서 경제학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하고미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전문 미술사가나 평론가를 통해 더 깊이 있게 했다면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독특한 시도는 좋았으나 경제학과 미술에 있어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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