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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지음 | 정영목 옮김 | 해냄출판사 | 2008 10

 

 우선 책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를 읽기 전에 먼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봤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그 덕분에 책을 읽어 보기 전부터 영화를 통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다 알고 있었다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두 가지였다하나는 갑자기 눈 먼 상태에 발생하는 것으로 인한 재난 영화라는 이야기였고다른 하나는 재난에 집중하기 보다는 극단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탐욕과 비윤리였다그래서 책에서는재난과 재난으로 발생하는 비인간적 행동을 동시에 주목할 생각을 가지고 읽어 나갔다.

 

 책 속의 이야기는 한 남자가 갑자기 눈이 머는 것에서 시작해 그 남자의 시력이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작가는 실명의 원인도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그것이 전염되는 것도 그리고 회복되는 것도 어떠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그리고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이러한 점은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Aristotle’s Poetics for Screenwriters’ 에서 밝힌 대로극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개인적으로는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아무튼각설(却說)하고이야기는 실명이라는 재난으로 인해 실명한 사람들이 격리 수용되고그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episode)를 통해 전개된다

 


 하지만 저자는 순전히 실명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을 순전히 기술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이야기 속 에피소드에서 눈이 멀게 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조건이 동일해 지게 되는 것에 작가는 주목하기 때문이다눈이 먼 사람들에게 눈이 멀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었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냐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그들은 모두가 그저 눈먼 사람일 뿐이다그러서 일까신기하게도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의사의사의 아내검은 안경을 쓴 여자안대를 한 노인눈이 가장 먼저 먼 남자 혹은 눈이 가장 먼저 먼 남자의 부인 같은 식이다그 뿐 만이 아니라대화와 서술에 대한 구분도 없다그야 말로 인간 개개인의 개별성을 찾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다 없애 버린 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물러 눈이 먼 상태는 사람들에게 인간성(人間性)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모두가 눈 먼 상태의 어려운 상황이지만의식주(衣食住)를 장악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착취(搾取)와 비착취(非搾取)의 계급을 만들고 착취자는 비착취자를 억압한다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만약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저자는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존중하는 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물론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하지만그녀 역시 자신이 맡아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나가는 것을 통해저자가 혼탁한 세상에서도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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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난으로 3년 째 공무원 시험 준비에 열중인 형욱과 성기는 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는 친구다형욱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청년이지만성기의 모습은 심상치 않다왜냐하면 위로 누나만 있는 집안 내력에 직업은 속옷 디자이너이고 목소리와 행동까지 쉽사리 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닌 탓에 게이로 오해 받기 일수다그렇게 살아가는 형욱과 성기 앞에 갑자기 성기의 초등학교 동창인 민선과 민선이 데리고 온 수정이렇게 두 명의 여인이 나타난다재미있는 건 성기가 여성화된 남성의 모습이라면 민선의 모습은 성기와는 정반대다직업도 경호원인데다가 성격도 외향적이다그들이 형욱과 성기 앞에 나타난 건일주일 동안만 함께 지내기 위해서다그런데 여기서 형욱은 민선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리고일주일 내에 수정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하는데이게 쉽지 않다알고 보니 수정은 대기업 회장의 외동딸인데 반해형욱은 공무원 시험 삼수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이렇게 연극은 형욱의 수정에 대한 구애가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물론 연극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는 않는다형욱의 구애에 이어 등장하는 재산을 노리는 수정의 약혼자와 새어머니옆집 반장 아주머니에 경찰 그리고 피자 배달원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쉽게 풀릴 것만 같은 상황이 복잡해져 간다.

 

 사실 연극의 내용은 무척이나 가볍다전형적인 빠른 전개의 코미디 연극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 같다거기에 최근 대학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멀티맨의 모습까지정말 가볍고 재미있게 즐기기에 딱 이다하지만연극 관람을 통해 인간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깊은 성찰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상대적으로 빈약한 플롯으로 자못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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