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셴린, 季羨林 지음 |
책 읽기를 가끔이나마 취미(趣味)로 소개할 수 있을 정도는 되게 하려고, 책을 자주 읽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런데 내 독서 목록을 살펴보다가, 20세기 중반 이후에 출판된 고전(古典)이 아닌 중국 서적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중국이20 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른 공산주의(共産主義) 사회로 바뀌고 서로 교류가 없었다는 점과 조악(粗惡)한 품질로 인식(認識)된 중국산 공산품(工産品)으로 인해 중국 작가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가져 볼 기회마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다. 그러던 차에, 운 좋게도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다 지나간다’를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 ‘다 지나간다’를 읽어 가면서,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가 바로 그것인데, 사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는 단어의 기원에 대한 고찰과 해석을 통해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들어 현대 중국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에 이야기 하는 책으로, 이 책 ‘다 지나간다’와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서 이중톈의 책을 읽으면 현재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장(少壯) 학자와 존경 받는 원로(元老) 학자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필치(筆致)를 통해 노학자가 보여주는 담담(淡淡)한 평정(平靜)심을 더 잘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共感)하며 반성했던 내용이 바로 팔고문(八股文)에 관한 부분이다. 팔고문은 옛날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썼던 글로, 성인을 칭송하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교훈을 인용한 구절이 가득한 글이다. 하지만 이는 고리타분하고 쓸데없는 말을 나열해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언뜻 보면 번지르르하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내용이 없는 말로, 그런 글은 필요 없을 뿐더러 써서 종이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신 진짜 새로운 견해(見解)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읽어가면서, 팔고문의 의미 이상이 되지 못하는 내 부끄러운 글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앎을 앞세우지 않고 평이(平易)하고 간결(簡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내가 배워야 할 점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평이함과 간결함을 이 책이 갖는 미덕(美德)으로 꼽았지만, 그 속에서도 노학자에 후배들에게 삶의 치밀함과 날카로움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하기를 기대했지만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정치∙경제나 사회 현상에 대한 지성(知性)의 통찰을 포함하지 못한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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