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쿠라바 가즈키, 櫻庭一樹 지음 |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월
소설 ‘내 남자, 私の男’는 형식도 내용도 매우 독특한 소설이었다. 작가를 소개하는 책 표지에서 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 점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두 남녀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야기 방식도 그렇고, 소설 ‘쌍둥이 별, My Sister’s Keeper’에서처럼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도 보통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다. 물론 소설 속 내용도 유별한 형식만큼 이나 독특하다.
책을 읽어가는 초반 부에서는 작가 소개 글에서 본 영화 ‘박하사탕’ 이야기로 계속 영화를 떠올리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 사실 영화를 떠올린다고 해서 9년전 봤던 영화의 기억을 제대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영화 속 플래시백(flashback)을 떠올리며 이 책 ‘내 남자’도 영락없이 영화의 플래시백과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나 싶었다.
이야기는 내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하나의 결혼식 전날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양아버지인 준고는 자신의 것도 아니면서 그냥 집어 와버린 우산을 하나와 함께 쓰고 하나의 약혼자 요시로가 기다리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하지만 앞자리의 요시로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말과 태도는 보통 결혼식을 앞둔 딸과 아버지 같지가 않다. 이렇게 해서 이 책 ‘내 남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들의 이야기를 2008년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2005년 11월 요시로와 오래된 시선, 2000년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선, 2000년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1996년 3월 고마치와 잔잔함, 그리고 1993년 7월 하나와 태풍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작중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준고와 하나가 어떻게 부녀관계가 되었고, 현재의 기묘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그리고 그들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그들의 과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책 ‘내 남자’는 퇴폐적이라는 느낌이다. 거기에 남녀의 인연이란 질기고 또 질긴 것이라는 책 속의 이야기 역시 머리 속에 남는다. 아울러 작가가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와 준고의 행동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이야기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와 오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과 함께, 정신분석학 책을 다시 읽어 본 다음, ‘내 남자’ 역시 작가의 의도를 거슬러 시간 순으로 다시 읽어나간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난새의 내가 사랑한 교향곡 :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가려 뽑은 불멸의 교향곡 (0) | 2009.01.28 |
---|---|
트와일라잇, twilight (0) | 2009.01.24 |
다 지나간다 (0) | 2009.01.04 |
쌍둥이별, My Sister’s Keeper (0) | 2008.12.28 |
핏빛 자오선, Blood Meridian (0) | 2008.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