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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당일 날 제법 아팠다. 근래 내 주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버거움을 느끼면서도 지속적으로 무리를 한다 싶더니, 역시나 아프고 말았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정신적으로도 다른 사물에 대한 관심이나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았다. 그래서인지 정작 ‘윤효간 피아노콘서트 <피아노와 이빨>’의 공연 당일이 되자, 집에서 나가기조차 싫었다. 마냥 이불 속에서 자고 싶었지만 같이 가자고 미리 잡아둔 선약이 주는 의무감 탓에 결국은 집을 나섰다. 공연장을 향해 가는 동안 생각해 보니까 피아노 콘서트는 처음이다. 하지만 피아노 소품을 연이어 연주하는 것에 약간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제목을 통해 떠올렸다. 그리곤 공연장으로 입장.

 실은 윤효간이라는 연주자를 잘 알지 못한 채 공연을 보러 아니 들으러 갔다. 피아노 콘서트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드라마 보듯 보시면 된다는 그의 말이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이내 자신이 유명한 편곡가라는 소개에서 익숙하지 못한 분야라는 데서 오는 당혹스러움이 엄습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잘못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여러분이 아는 음악은 남의 노래이고 모르는 곡은 자신의 곡이라는 말로 시작해 이어지는 그의 연주는 내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 거기에 이어지는 과장이나 허풍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가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끔 했다. 마치 자랑마저도 익숙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느낌이랄까...

 콘서트인 만큼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Hey Jude, Stairway To Heaven, We are the champion 같은 팝송과 풍금이 흐르는 교실, 눈물 같은 자작곡 그리고 엄마야 누나야나 오빠생각 같은 동요 외에도 마법의 성처럼 귀에 익숙한 가요까지 잔잔함과 열정을 오가며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물론 원곡의 느낌보다는 공연의 서두에서 밝힌 유명한 편곡가라는 말 마냥, 편곡으로 익숙하지만 색다른 느낌의 음악이 그의 음악이었다. 음악가 윤효간의 음악과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편안했다. 비록 공연의 한 부분이라는 미술의 부분이 사정상 빠지기는 했지만, 보통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정확하게 짜여진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의 공연과는 너무 달리, 여유를 가지고 진행을 해 가지만 자신의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인식하고 가지는 여유와 자유로움은 그 속에 정확하게 짜여진 레퍼토리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2시간의 공연 시간은 피아노 콘서트라고 칭하기 보다는 꿈, 희망, 열정을 가지고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음악인 윤효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 거기에 그의 연주와 노래를 들을 때면 지그시 눈을 감고 편안히 감상한 덕분인지 엉망이었던 컨디션까지 공연 후 회복된 건내게 공연 관람 후의 나만의 팁이었다. ‘식상(食傷)함’과 ‘익숙함’ 이라는 두 단어가 공연 내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는데, 공연자가 의도한 바인지 혹은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그간 내 일 있어서 익숙함 보다는 식상함에 빠져 부정적으로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자성의 여유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덕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뜻.깊.은. 공연이었다.

 강.력.추.천.

 Commented by 모모 at 2006/11/28 22:38  
글을 읽어보니까 한번 꼭 가보고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6/11/29 00:09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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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맨, Inside Man'이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어감은 내부 고발자 정도를 떠올리게 했다. 부당한 일이 빈번한 특정 조직의 범죄를 긴장감을 가지고 표현한 영화가 아닐까하는 지레짐작이 이 영화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영화는 은행 강도 이야기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적어도 천 번 이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음모나 조작같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채로 풀어내는 감독 Spike Lee, 스파이크 리가 연출을 맡았단 말인가. 거기에 Denzel Washington, 덴젤 워싱턴과 Jodie Foster, 조디 포스터 같은 지적인 이미지가 유난히 강한 배우와 나와 친숙하지 않았지만 Clive Owen, 클라이브 오웬이라는 꽤 유명한 배우까지 고작 흔해 빠진 은행 강도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라니 싶었다.

 순전히 인상적이지 못했던 영화 제목의 어감과 흔해 빠진 은행 강도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로 인한 그저 그럴 것이라는 편견 탓에, 별 기대 없이 영화를 봤다. 복면을 한 강도떼가 은행 앞에서 승합차에서 떼거리로 내려 은행을 습격하고 직원을 협박해 금고 문을 열고 돈을 챙겨 달아난다는 뻔한 스토리를 예상하고 있던 차, 하지만 이게 웬걸. 범인들은 은행에 있던 인질들을 준비해온 자신들의 강도 유니폼과 같은 옷으로 갈아입게 만든다. 그야말로 누가 범인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림으로써 뻔한 이야기를 상상해 심드렁한 관객의 흥미를 단번에 집중시킨다. 이런 색다른 은행 강도 이야기가 끝이 아니다. 얼굴이 가려진 채 석방되는 인질의 모습을 확인한 경찰이 ‘아랍 놈이잖아’ 라고 소리치며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나 게임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흑인 꼬마 아이의 모습은 감독이 미국 사회에 가진 불만을 스쳐가는 말로 이야기하듯 풀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인질들에게 범인과 같은 옷을 입게 함으로서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평범한 강도 인질극으로 위장하여 진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없게 하는 은행 강도와, 서로의 계획을 읽기 위해 팽팽하게 대치하는 협상가와의 대결. 그 속에 또 무엇인가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해 주는 상류층의 분쟁을 은밀하게 해결하는 변호사의 등장. 거기에 어떤 위험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실현시켜 나가는 지적이고 정의로운 이미지의 덴젤 워싱턴이 지적이가 보다는 의협심은 있지만 상대를 적당히 이용해 타협하는 일상인에 가까운 모습으로의 변신이나 선량한 피해자지만 거기에 당당하게 맛서는 강인한 이미지의 조디 포스터가 백인 화이트 칼라로 상반되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등장하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의 또 다른 흥밋거리다.

 이 영화 ‘인사이드 맨, Inside man'은 식상한 소재라도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면 너무나 흥미 있고 재미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 시켜 준 영화였다.

 추.천.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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