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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맨, Inside Man'이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어감은 내부 고발자 정도를 떠올리게 했다. 부당한 일이 빈번한 특정 조직의 범죄를 긴장감을 가지고 표현한 영화가 아닐까하는 지레짐작이 이 영화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영화는 은행 강도 이야기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적어도 천 번 이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음모나 조작같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채로 풀어내는 감독 Spike Lee, 스파이크 리가 연출을 맡았단 말인가. 거기에 Denzel Washington, 덴젤 워싱턴과 Jodie Foster, 조디 포스터 같은 지적인 이미지가 유난히 강한 배우와 나와 친숙하지 않았지만 Clive Owen, 클라이브 오웬이라는 꽤 유명한 배우까지 고작 흔해 빠진 은행 강도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라니 싶었다.

 순전히 인상적이지 못했던 영화 제목의 어감과 흔해 빠진 은행 강도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로 인한 그저 그럴 것이라는 편견 탓에, 별 기대 없이 영화를 봤다. 복면을 한 강도떼가 은행 앞에서 승합차에서 떼거리로 내려 은행을 습격하고 직원을 협박해 금고 문을 열고 돈을 챙겨 달아난다는 뻔한 스토리를 예상하고 있던 차, 하지만 이게 웬걸. 범인들은 은행에 있던 인질들을 준비해온 자신들의 강도 유니폼과 같은 옷으로 갈아입게 만든다. 그야말로 누가 범인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림으로써 뻔한 이야기를 상상해 심드렁한 관객의 흥미를 단번에 집중시킨다. 이런 색다른 은행 강도 이야기가 끝이 아니다. 얼굴이 가려진 채 석방되는 인질의 모습을 확인한 경찰이 ‘아랍 놈이잖아’ 라고 소리치며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나 게임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흑인 꼬마 아이의 모습은 감독이 미국 사회에 가진 불만을 스쳐가는 말로 이야기하듯 풀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인질들에게 범인과 같은 옷을 입게 함으로서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평범한 강도 인질극으로 위장하여 진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없게 하는 은행 강도와, 서로의 계획을 읽기 위해 팽팽하게 대치하는 협상가와의 대결. 그 속에 또 무엇인가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해 주는 상류층의 분쟁을 은밀하게 해결하는 변호사의 등장. 거기에 어떤 위험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실현시켜 나가는 지적이고 정의로운 이미지의 덴젤 워싱턴이 지적이가 보다는 의협심은 있지만 상대를 적당히 이용해 타협하는 일상인에 가까운 모습으로의 변신이나 선량한 피해자지만 거기에 당당하게 맛서는 강인한 이미지의 조디 포스터가 백인 화이트 칼라로 상반되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등장하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의 또 다른 흥밋거리다.

 이 영화 ‘인사이드 맨, Inside man'은 식상한 소재라도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면 너무나 흥미 있고 재미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 시켜 준 영화였다.

 추.천.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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