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영화를 보다가 보면 가끔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접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런 영화를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들 모두가 지독한 영화광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책 읽어주는 여자’를 읽으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영화에서 통용되는 사실이 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살펴본 저자의 이력은 정확히 내 생각이 맞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교수, 작가, 그리고 비평가라는 그의 이력은 분명 책을 가까이 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책 ‘책 읽어주는 여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읽어주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여자가 어떻게 책 읽어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청자(聽者)와 어떻게 대면하게 되었으며, 또 그들과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어나는지를 그 여자의 관점에서 찬찬히 풀어간다.
그녀가 책을 읽어주는 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녀의 책 읽는 목소리가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과연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소리 내어 읽을까? 내 경우만 봐도 논문을 볼 때야 가끔 더 집중하려는 의도로 소리 내어 읽는 경우는 있어도, 그것이 책의 형태를 띌 경우는 묵독(默讀)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 주위를 둘러봐도 이것은 비단 나만의 경우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 이 후 내 주위 사람들에게서 역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단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예외다). 그러니 내가 내 스스로 책 읽는 목소리를 인지하게 되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책을 읽어 가면서 든 궁금증 하나가 누군가가 내게 책을 읽어 준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책 읽어주는 여자는 책에서 온전히 청자에게 책을 읽어 주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녀도 의식하지 못했지만, 책을 읽어 주는 행위를 매개로 청자의 욕망을 실현 시켜주는 매개체로써까지 그녀의 역할을 연장시킨다. 그럼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는 순전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기 위한 매개가 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작가는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데까지 의문이 생긴다. 또한 누군가가 내게 당신의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답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독서인데, 그럼 과연 내게 책을 읽는 행위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것에까지 질문이 확장된다.
이 책 ‘책 읽어주는 여자’는 소설을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과연 책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바와 내게 책 읽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계기를 가져다 준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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