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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브룩 지음인균 옮김 추수밭 | 2008년 6

 

얀 베르메르, Jan Vermeer (1632~1675)는 그의 작품  진주 귀고리 소녀가 영화화 되어 근래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다. 19세기 중반에 가서야 진가를 인정받았던 탓에 확인된 작품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그의 생애도 역시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대규모 위작 사건까지 있었던 탓에 시답지 않은 미술 입문서 두 서너 권이 미술에 대한 지식의 전부인 내게도 그의 이름은 몇 차례 들어본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다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거리가 가득한 베르메르에 대한 책이 한 권 출간되었다바로 지금 이야기하려는 베르메르의 모자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자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 큰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거들떠 볼 필요가 없다솔직히 말해 책에 실린 그림도 감상도 독자의 눈을 사로 잡기에는 너무 모자라다차라리 베르메르의 관한 다른 책을 펼쳐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그럼 이 책 베르메르의 모자는 펼쳐볼 가치도 없단 말인가이런 의문은 17세기를 전후로 한 무역을 매개로 한 문물 교류사의 입장에서 본 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의 내용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사물을 매개로 그 시대의 사회상에 관한 내용이다. 8개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통해 17세기를 전후로 한 세계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풀어 나간다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해상 무역을 점령했던 16세기부터 네덜란드가 그 영광을 가져간 17세기그리고 프랑스의 침공으로 쇠퇴한 네덜란드를 대신해 18세기 세계사에 강자로 떠오른 영국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들이다.

 

 어떻게 지금은 5대호 주변의 캐나다의 영토에서 나온 비버 가죽이 유럽으로 건너가 그림의 소재가 되었는지중국의 청화백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럽에 전해 졌는지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점령한 남아메리카의 은과 담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결국에는 중국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와 그로 인해 발생한 일들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KBS의 6부작 다큐멘터리 도자기를 통해 어떻게 중국의 도자기가 만들어지고 전세계로 나가게 되었는지중국 CCTV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국굴기’ 12편 중 1~4편의 내용인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에 관한 내용을 통해 16~18 세기에 걸쳐 바다에서 통해 어떻게 그 나라들이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두 가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양의 시각에 더 치우쳐 16~18 세기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었다면 이 책 베르메르의 모자는 서양의 시각에 더 가까운 입장에서 그 시대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 베르메르의 모자는 순전히 베르메르에 대한 관심만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때는 완전히 낚인 듯한 기분을 들게 했지만저자가 책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바를 알고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비교해가며 읽어나가자 처음 가졌던 기대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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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련이 그리고 이외수가 쓰다 해냄 | 2008년 3

 

 내가 작가 이외수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다그 때 소설 벽오금학도를 보고서 무척 독특한 유형의 작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이름은 내 기억에서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그랬던 그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 건 순전히 TV 때문이었다재방송으로 방영되는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가 지금 살고 있는 감성마을이라는 곳과 그의 기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두 차례에 걸친 쇼 프로그램에 나온 그의 모습은 그의 이름이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그리고 접한 책이 바로 하악하악’ 이었다.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채독특한 자신만의 모습으로 평생 글을 써왔고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TV 속 이야기 탓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하악하악’ 은 읽기도 전부터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그런데 웬걸책을 직접 펼쳐보자 활자가 인쇄되어 있는 부분보다 여백이 훨씬 많은 것이 아닌가거기에 세밀하게 묘사된 물고기 그림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글의 내용과도 딱히 연관이 없어 보이는 물고기 그림들과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지 못하는 짤막짤막한 내용으로 과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작가가 가진 생각을 도저히 사려 깊게 펼쳐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게다가 하악하악이라는 제목에 쩐다캐안습 그리고 즐같은 장()의 제목은 뭐란 말인가?

 

 사실 책의 내용을 약 1/3 정도를 읽어 나갈 때까지 책에 대한 불만은 그대로였다작가의 말 맞다나 완전 낚인게 캐안습이었다그러던 것이 절반 정도 읽어나가자 슬슬 형식과 내용이 익숙해 지면서 재미있게 다가 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 하악하악은 깊은 사고를 합리적으로 천천히 풀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오히려 작가가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상념에 대한 메모 형태의 직관적인 편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비록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왜 책의 제목이 하악하악인지 그리고 도대체 왜 물고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짧은 문단들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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