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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적 개연성과 논리를 무시하고 황당한 상상력을 무기로 익살스러운 농담처럼 전개되는 영화를 가끔 보게 된다. 굳이 그런 영화를 분류한다면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개인적 성향이 공부하는 물리학만큼 이나 개연성과 논리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코드가 별로 맞지 않은 영화이긴 했지만 내 관심 영역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나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논리를 뛰어넘는다. 돌고래쇼에서 돌고래들이 펼치는 멋진 쇼가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사실을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돌고래들이 지구 인간들에게 알리기 위한 신호라는 말로 영화는 시작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가까이 지낸 친구가 사실은 전 우주의 필독서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이고 베텔게우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며, 몇 분 뒤면 지구가 멸망한다면서 외계에서 여행할 때 필수품인 ‘타월’을 챙기라며 재촉하면서 황담함은 이어진다. 자신의 집이 갑자기 철거대상이 된 것도 황당하고 격분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구가 은하수 우회도로 건설로 인해 철거대상으로 지정되었다니.... 그러다가 그들은 철거하러 온 외계종족의 우주선에 히치하이킹을 해버린다. 그리고는 15분만에 우리는 지구가 수많은 말뚝이 박힌 채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렇게 초반부가 시작되며 그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불행히도 내 코드와는 별로 맞지 않아서인지 그 후의 이야기는 별로 내 기억 속에 없다.

 재치있는 제목 그리고 황당무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전개. 내게는 이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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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反戰 혹은 反轉. 연극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소개하는 글을 보면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것이 ‘반전’이란 단어였다. 반전? 전쟁에 반대한다는 건지 사건의 형세가 뒤바뀌는 건지, 그것도 모른채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장 포스터에서 본 ‘반전’은 후자였다. 제목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좀 더 관심있게 들었더라면 당연히 후자였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을. 아무튼 ‘반전’이란 단어가 공연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눈에 계속 띄었고, 그 덕에 극을 보는 내내 이게 그 반전일꺼야 혹은 내용이 이렇게 흘러가다가 저렇게 반전하려나 하는 것 같은 생각들이 가득했다.

 줄거리는 이렇다. 돈을 보고 결혼한 남자와 그 남자와 이혼하려는 여자.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나름대로 음모를 꾸미지만, 그 음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남자의 교묘한 술책에 가까운 함정에 빠지게 한다. 그냥 그저그런 이야기가 이 때부터 사람을 경악케 하고 남자의 대단한 함정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으려는 듯하다가 남자의 술책을 예상하고 그것마저 속이기 위해 남자의 술책에 일부러 빠진 척 하는 여자의 막판 뒤집기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이 극을 본 후에 약간 있었는데 느낌의 강도면에선 이 연극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더 강하지 않았나 싶다.

 진솔한 하고 충실한 이야기와 그것을 연기로 잘 표현해주는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는 약간 다르지만 분명 교묘한 머리 싸움을 바탕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관객에게 충분한 즐길거리를 주는 극이었던 듯 싶다.

 아주 강추는 아니라도 비추도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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