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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엄청난 영화광인 감독들이 한 번씩 만들곤 하는 영화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한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그런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예는 없지만 영화에 대한 깊은 열정과 사랑을 그런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극이다. 연극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격정만리’. 연극을 보자마자 바로 이 영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생각났다. 모르긴 몰라도 이 연극을 만든 사람들 역시 지독한 연극쟁이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연극‘ 격정만리’는 연극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도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었던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그리고 남북분단의 시기에 한국 연극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 그것보다 한국 연극사라고 하는 편이 더 낳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는 전혀 익숙한 장르이지만 1928년에는 익숙했던 ‘조선신파 북극성’극단의 신파극 ‘장한몽’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짤막하게 신파극의 맛을 보여주고는 그 시대의 사회의 흐름을 쫓아 사회주의 색채가 진한 연극으로 주인공들의 무대는 옮겨진다. 연극은 노동자와 농민의 대변자가 되어야함을 역설하는 부류와 신파극을 민족 연극으로 부흥시켜 조선 냄새나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하는 부류로 사람들은 나뉜다. 그리고 일본의 회유와 그들에 동조하라는 협박까지 연극인들을 죄여온다. 그리고 해방, 그렇지만 역시나 좌익과 우익으로 나뉜 연극계는 달라짐이 없고 회유와 동조 역시 달라진게 없다.

 제대로 알려지지도 다루어진 적도 없는 우리 연극 초기 배우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고 극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했던 그들이 진정한 배우이며 정말 멋져보였다. 게다가 공연 내내 음악이 실제로 연주되고, 배우들이 직접 노래함으로써 극의 재미를 더 살렸고, 그 덕에 뮤지컬 같은 느낌도 좀 있었다. 되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어설픈 뮤지컬 표방 극보다 더 뮤지컬 같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솜씨가 하나같이 수준급들이다.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에 따라 대립하는 모습이 결코 연극 슬픈 우리 역사의 흐름이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 같아 슬픈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극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각자 가치와 신념에 따라 행동했던 그 시대 진정한 연극인들과 대중의 인기와 자본에만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 지금의 TV 스타가 비교되어져 지금의 스타에게도 그 시절 같은 진짜 배우, 광대의 모습이 보였으면 하는 소망도 들었다.

‘격정만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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