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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지음 난다 | 2017 8 7

 

 

 에세이가 읽어 나가기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시간을 내서 하는 독서라면 항상 쌓여 있는 일거리와 문젯거리를 해치우는데 도움이 될만한 걸 읽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밀려오는 압박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보통 영화나 소설이 되는데, 가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과 같은 에세이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마에 손이 포개어질 때의 촉감은 손바닥보다는 이마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손으로 코를 만질 때와 손으로 어깨를 잡을 때 혹은 손으로 무릎을 긁을 때와는 달리 이마를 덮으며 손은 애써 감각을 양보하는 듯하다. 아마 이것은 오래된 습관이 만들어냈을 터이다. 대부분 우리의 이마를 짚어오는 손은 자신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정한 손인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고 거꾸로 자신의 손을 이마에 포갤 때 그 이마는 내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있는 상대의 것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작은 일과 큰일 중에서 -


대체로 에세이를 읽을 때면 제 감상평이 좋습니다. 자주 선택하지 않는 장르이다 보니, 손 가는대로 읽을 거리를 고르기 보다는 이미 내용이 검증된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감수성 짙은 제목의 이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검증된 작품으로 보여 읽어 볼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오늘 하루만 해도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썼고 잡지에 실을 인터뷰 글을 썼다. 오후에는 서대문에 있는 출판사에 들러 윤문을 할 원고 꾸러미를 잔뜩 들고 왔다. 주말에는 낡은 차를 몰고 경남에 있는 한 사찰로 취재를 가야 한다. 제법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돈을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도 있다. 나는 왜 거절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받아 두었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가난 자체보다 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 일과 가난 중에서


에세이 류의 책은 보통 읽어 나가다 보면 독자의 과거 속 감수성을 건드립니다독자는 책 속 내용이 내 삶의 것과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작가의 정제된 언어를 통해 느끼게 된 동질감은 내 경험을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기게 끔 해줍니다. Yes24에서 살펴 본 이 책의 소개 글이나 서평에서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나가자 아쉽게도 제게는 이러한 감수성을 크게 불러 일으키지 못했습니다다른 독자들의 호평글을 보면 제 공감의 부족이 책 내용에 기인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직장인의 삶 속에서 받는 스레스를 책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 제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서 되려 공감을 할만한 책 속 이야기에도 공감을 하지 못한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수성에 젖어 복잡한 머리 속을 잊어버리려 했으나, 실패한 탓에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쉽

게 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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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파텔, 패트릭 블라스코비츠, 조나스 코플러 저 / 유정식 역 | 도디드 | 2018813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허술,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을 읽어가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영단어 세렌디피티, serendipity’입니다. ‘세렌디피티, serendipity’는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단어로, 학위 과정 중 많이 들었고, 또한 직접 과학 실험을 하며 수차례 직접 경험하기도 한 단어입니다. 이 단어 세렌디피티가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은, ‘세렌디피티, serendipity’ 가 결과라고 한다면 이 책의 핵심 단어인 허슬, hustle’세렌디피티, serendipity’를 일으키는 과정을 칭하는 단어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허슬, hustle’은 주어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 당연하게 살아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인생을 원하는 대로 추진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허슬, hustle’은 내가 원하는 일은 기필코 일어나게 만든다는 정도로어 표현할 수 있는데, 솔직하게 우리네 식으로 말하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정도의 느낌 입니다.

 

책에서는 허슬, hustle’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과정이 필요하다고 알려줍니다. 먼저 일상을 공허하게 만드는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스스로 자신의 운명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되고 결국은 낙담이 습관으로 굳어져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책에서는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과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전적인 프로젝트와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도전적인 프로젝트와 환경 속에서 스스로 결단력 있는 선택을 하고, 필요할 경우 도중에 경로를 바꿔서라도 자신의 선택을 행동으로 바꾸어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책에 나와있는 말을 옮기면, 꿈을 빌리지 말고, 소유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은 실행입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남들과는 차별화시키고, 주위 사람들 속에서 기회와 행운을 찾아 일과 삶에서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으니, 남들과 차별화 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의미로 계속해서 허슬, hustle’을 반복합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정도는 누구라도 이미 알고 있는 상식 선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책이 최근에 출간 되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로 추천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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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개정판)

신채호 저 | 도디드 | 20121017

 


읽기 전


 얼마전 중국 청두(成都)에 있는 진사(金沙) 박물관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진사 유적지는 2000년대 이후에 발굴된 유적지로 기원전 1000년을 전후(前後) 한 고대 촉나라 문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 친구들에게 진사 문화에 대해 물어 봤을 때 잘 알지 못했습니다. 내심 어떻게 자신의 역사를 그렇게 모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저는 과연 기원 전 1000년을 전후로 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自問)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의 역사에 대해 저 역시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제 나라 역사도 알지 못하면서 남의 허물을 비웃은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볼 요량으로 이 책 조선상고사를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 사회의()”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으로 발전하고 공간으로 확대되는 심적(心的)활동 상태의 기록이니, 세계사라 하면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요, 조선사라 하면 조선 민족이 이렇게 되어온 상태의 기록이다.

 

무엇을라 하며 무엇을비아라 하는가? 깊이 팔 것 없이 얕이 말하자면, 무릇 주관적 위치에 서 있는 자를 아라 하고, 그밖의 것은 비아라 한다. 이를테면 조선인은 조선을 아라 하고 영().(:러시아).(:프랑스).() 등을 비아라고 하지마는 영...미 등은 저마다 제 나라를 아라 하고 조선을 비아라고 하며,무산(無産)계급은 무산 계급을 아라 하고 지주나 자본가를 비아라고 하지마는, 지주나 자본가는 저마다 제 붙이를 아라 하고.무산 계급을 비아라 한다.

 

이뿐 아니라, 학문에나 기술에나 직업에나 의견에나, 그 밖의 무엇에든지 반드시 본위(本位)인 아가 있으면 따라서 아와 대치되는 비아가 있고, 아 가운데 아와 비아가 있으면 비아가운데에도 아와 비아가 있다. 그리하여 아에 대한 비아의 접촉이 잦을수록 비아에 대한 아의 분투가 더욱 맹렬하여 인류 사회의 활동이 쉴 사이가 없으며, 역사의 전도가 완결될 날이 없다. 그러므로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인 것이다.

 

지금까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제대로 읽어 본 적이 그저 역사란 인류 사회의 () 비아(非我) 투쟁으로 시작하는 총론만 수박 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조선상고사 제대로 읽어 생각을 실천할 있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웠습니다.


 

읽고 나서

 

책을 읽으면서 가졌던 처음의 기대는 앞서 말했듯이 삼국시대 이전의 역사에 대한 무지 타파였습니다. 단군 왕검의 고조선(古朝鮮) 치우 천왕(値遇天王) 비롯해 제가 알지 못하는 고조선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친숙해지기를 바랬지만,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고조선 보다는 고구려(高句麗) 백제(百濟) 친숙하지 못했던 역사였습니다.

 

우선 고조선의 역사가 눈에 들어오지 않은 제일 이유는, 제가 가진 상고사에 대한 무지함 때문입니다. 사전 지식이 전무(全無) 상태에서, 책의 본문에 상세하고 친절한 주석(註釋)마저 없으니, 전후(前後) 맥락(脈絡) 따져 가며 읽기는커녕, 내용을 따라 가기에도 벅찼습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단군왕검(檀君王儉) 시대부터 삼조선이라 불리는 신조선, 불조선, 말조선 이야기까지, 저는 단군 신화 외에는 이전에 번도 접해 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조선상고사 일독(一讀)하기는 했으나, 진정한 조선 상고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無知)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조선 서술에 있어 지금보다 상세한 주석을 포함한 다양한 해설서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조선에 반해 고구려와 백제는 상대적으로 읽어 나가기가 수월했습니다. 정규 교육 과정 중에는 배운 삼국역사가 신라에 치우쳐져 있긴 했으나, 그래도 고조선에 비하면 고구려나, 백제에 대해 정규 교육 과정을 통해 배웠고, 그 외에 간간히 읽어 본 책이나 TV 드라마를 통해 본 내용들도 이 책 조선상고사에서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규 교육 과정에서는 배운 적 없던 내용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대표적으로 고구려 시조 주몽의 아내인 소서노에 대한 이야기나 차대왕(次大王), 을파소(乙巴素),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 장수태왕(長壽太王), 그리고 연개소문(淵蓋蘇文)과 같은 고구려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과 고구려의 북진정책과 남진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

백제 또한 근구수왕(近仇首王), 해외 식민지, 부여성충(夫餘成忠) 그리고 부여복신(夫餘福信)과 같이 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새로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익히 알지 못한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 외에도 책 전반부에 걸쳐 계속 볼 수 있는 책의 저자, 단재 신채오의 역사 의식 또한 제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중국의 체면은 살리고 치욕은 숨기는 춘추필법에 의거해 기술된 중국의 역사서 속 왜곡된 기술을 증거를 들어 비판하고, 또한 중화사상에 빠진 나머지 스스로 춘추필법을 따라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축소했던 우리나라의 사대주의자들 또한 비판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이 쓰여진 일제 강점기 였던 시대적 배경을 따져보면 민족주의적인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자주적으로 기술한다는 것이 나라를 빼앗긴 우리 국민에게는 당연히 필요했을 터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무조건적인 민족주의는 지양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그 당시 한중일 삼국의 시각을 전부 아울러 볼 수 있는 관점에서 살펴 보는 조선 상고사에 대한 해설서가 있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는 전혀 익숙하지 못한 이두를 근거로 고대 지명을 고증하고 고대사 속의 우리 영토를 유추해 가는 서술을 이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두와 이두문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읽을 거리가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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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8. 영통 메가박스



영화 '암수살인'의 관람은 완전히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점심 약속이 생겨 영통에 나갔다가, 식사 후 잡혀 있던 일정이 취소되면서 여유시간이 생겼고,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낼 궁리를 하다가 생각난 것이 근처의 메가박스였습니다. 그래서 누가 감독이며 배우인지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른채 여유 시간과 맞는 영화를 찾다가 이 영화 '암수살인'을 관람하였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암수살인'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야기 전개가 좀 독특합니다. 살인 사건을 다루는 범죄물 영화라면 형사든 범죄자든 특정 시각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액션 신 (action scene)이 기본이 되기 마련인데, 이 영화 '암수살인'은 플래시백 (flashback)을 통해 사건이 발생한 현장으로 돌아가기는 하지만, 범죄 현장에서 범죄 장면을 회상 할 뿐 형사와 범인 간의 추격전 같은 것은 없습니다.

 

간략한 영화 속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태오는 살인죄로 감옥에 투옥되어 있습니다. 가족이라고는 누나 한 명이 있기는 하지만 누나의 면회는 언감생심입니다. 태오에게는 그를 찾아올 사람도 관심을 가져 줄 사람도 없습니다. 더이상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태오는 형사인 김형민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은 총 7명의 사람을 죽였다는 자백을 하며, 형민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형민이 태오의 자백을 직접 듣기 위해 면회소로 찾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태오가 형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직 형사가 듣기에 도저히 실제 범인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디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오의 진술 속 7건의 살인사건은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제 (謎題) 사건들이라 태오의 진술 외에는 실체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공소시효 마저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라 현직 형사들에게는 노력 대비 얻을 성과가 별로 없는 사건들입니다. 그렇지만 형민은 태오의 너무나 디테일한 사건 진술에서 촉이 발동하여, 다른 형사 같았으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계륵같은 태오의 사건들을 파헤쳐 볼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형민은 태오의 진술을 하나씩 되집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발생한지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태오의 진술과 사건 현장에서 형민에게 보이는 것들이 놀랄만큼 정확합니다. 마치 그 자리에서 태오가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은 형민에게 태오의 진술이 거짓이 아니라는 확신을 더 갖게 만듭니다.

 

하지만 강태오는 만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형민에게 자신의 밝혀 지지 않은 범죄를 고백하나 싶더니, 형민의 재수사를 통해 나오는 증거를 자신의 상고 재판에 활용해 자신이 사법부에서 판결을 받았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선고를 15년에서 10년으로 줄이는데 성공합니다. 태오의 숨겨진 범죄를 밝히려다가 오히려 태오에게 이용 당하는 현직 형사 형민, 그렇습니다. 태오는 자신의 범죄를 적당히 흘려 형민의 관심을 유지하는 한편, 적절히 거짓도 함께 섞어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민을 방해합니다. 제게는 마치 교도소에서 형민을 상대로 두뇌 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태오의 진술은 개별 사건들의 시공간을 교묘하게 섞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그의 진술이 전부 사실처럼 보이지만, 실은 태오의 진술은 그대로 따라가면 태오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구조로 짜여져 있습니다. 형민은 퍼즐 놀이를 하듯 조금씩 흘리는 태오의 이야기 속 진실에만 집중하느라, 그가 쳐놓은 함정을 발견하지 못하고 연거푸 태오의 계획대로 움직입니다. 

 

 “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

 


그러면서 형민의 수사는 흔들립니다. 수사가 계속되면 계속 될수록 태오가 처놓은 그물에 빠져, 태오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만 강화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모를 태오의 진술과 형민을 도발하는 태오의 조롱, 그리고 같은 경찰 동료마져 형민에게 등을 돌리지만, 형민은 태오가 도발하며 던지는 실마리 속에서 태오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거두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형민의 눈에 실마리가 보입니다. 철두철미한 태오이지만 희생자가 태오를 만나지 전에 한 수술의 흔적은 태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태오가 알지 못햇던 희생자의 수술 기록과 암매장된 시신의 수술 흔적이 일치함을 형민은 결국 밝혀 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극 중 강태오를 연기한 배우 주지훈의 뛰어난 연기력입니다. 배우 주지훈의 이전 작인 '신과함께2'까지만 해도 저는 그를 그저 극 중 흐름을 깨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가진 잘 생긴 남자 배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강태오를 연기한 배우가 주지훈이 아닌 배우 진선규라고 생각했습니다. '범죄도시'에서 악랄한 조선족 범죄 조직원으로 인상적이었던 배우 진선규의 모습이 이 영화 '암수살인'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왠걸, 배우 주지훈은 이번 영화에서 완전히 연기력만으로 그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없이 이렇게 완성도 있는 범죄물을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치열한 각본 작업을 통해 이야기의 범위를 진짜 개별의 7건의 사건으로 넓히고, 그 속에서 잘 완성도 높은 잘 짜여진 두뇌싸움을 펼쳤더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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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서 저 / 심규호, 유소영 공역 | 황소자리 | 2016 3 3


읽기 전


이제 겨우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중국 생활이지만, 중국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네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생활 속에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다르다는 것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최근에는 부정적인 것들이 제 생활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치고 있어서, 이로 인해 다소 침울해져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책을 통해 중국문화를 이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회사에서 통역담당 직원에게 현대 중국을 대표할 만한 소설을 추천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이 한 사회 속 개인의 주관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대와 그 국가를 대표하는 소설 정도가 되면, 개인의 주관적이 이야기이더라도 그 국가와 시대의 모습을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권의 책을 소개 받았지만, 그 중 제가 낙타샹즈를 선택한 먼저 이색적인 느낌의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제게 낙타는 동물원 외에서는 접할 수 없는 동물이라 낙타샹즈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이야기 속에서 낙타가 나올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 중국 고전문학이 아닌, 근현대 문학 서적 중 한글로 번역된 책이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제가 낙타샹즈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추천 받은 리스트 중에서는 제가 해외에서 볼 수 있는 e-book 형태로 출판 것이 많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이 책 낙타샹즈 e-book으로 나와 있어서, 중국 땅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샹즈는 시골에서 북평으로 상경한 혈혈단신 인력거꾼입니다. 보통 인력거꾼이라면 대게 벌이가 시원치 않고, 희망도 없이 술이나 담배 혹은 매춘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는 족속으로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샹즈는 다릅니다. 비록 지금은 임대 인력거를 끌고 있지만, 샹즈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자가 인력거를 마련해 끌 꿈을 꾸고 있습니다. 자가 인력거를 끌게 되면 사납금을 낼 필요도 없어져서,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말주변이 없고 좀 우유부단하기는 하지만 샹즈는 매우 정직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 할 줄도 압니다. 그리고 인력거를 끌 때면 승차한 손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빨리 달릴 뿐만 아니라, 임대한 인력거일지라도 항상 소중히 여기고 정비를 하는데 수고를 거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록 3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샹즈는 결국 자신의 인력거를 마련합니다.

 

그런데 하늘은 샹즈의 행복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벌이를 더 해볼 요량으로 다른 인력거꾼들이 가기를 꺼려하는 곳으로 인력거를 끌고 가다가 그만 군대에 끌려가게 되고,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던 인력거 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구사일생으로 군인들 무리에서 낙타 세 마리를 끌고서 도망쳐 나오는데는 성공 하지만, 세 마리의 낙타로는 자신의 분신과 같던 인력거를 다시 마련하기에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렇게 샹즈의 3년 간 수고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인력거를 다시 사기 위해 맨 주먹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때부터 낙타를 끌고 돌아왔다는 이유로 낙타샹즈라 불리게 됩니다. ‘낙타 샹즈로 불리고 나서도 샹즈는 여전히 정직하고 인력거를 끄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 덕분에 인력거꾼이나 식모 같은 하인에게도 인격적 대우를 해주는 차오 선생집에서 전세 인력거를 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달리다가 차오 선생와 샹즈 모두 크게 다치고 인력거까지 망가지는 사고나 일어나 차오 선생집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걱정하는 일도 생기지만, 정작 진짜 불행은 그런 사고와는 무관하게 차오 선생이 가르치던 학생 중 하나가 차오 선생의 사상을 문제 삼아 당국에 고발하면서 일어납니다. 차오 선생과 그의 가족이 체포되는 걸 피하기 위해 북평을 떠나게 되면서, 샹즈는 일자리를 잃어버릴 처지에 놓입니다. 게다가 차오 선생의 전갈을 전하러 가는 길에 차오 선생을 체포하려는 쑨 형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군대에서 상사로 만났던 사람으로 샹즈가 힘없는 인력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일자리마저 잃어버릴 처지인데, 악질적인 쑨 형사는 힘없는 샹즈를 위협해 샹즈가 인력거를 사기 위해 모아 둔 돈마저 모조리 빼앗아갑니다. 이렇게 또다시 샹즈는 빈털터리가 되어 자신의 인력거를 끄는 꿈에서 멀어집니다.

 

오갈 때가 없어진 샹즈는 첫 인력거를 사기 전까지 일했던 인력거 사무소 인화차장으로 돌아갑니다. 인화차장의 주인 류쓰예는 젊은 시절 군대 경험뿐만 아니라 도박장이나 인신매매, 고리대금업 같은 지하세계에 있던 왈짜로 수단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는 못생긴데다가 심술궂고 사나운 자신의 딸 후니에와 인화차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인화차장은 사납금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많기는 하지만, 대신 숙소에 공짜로 묵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샹즈 같은 혈혈단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 게다가 류쓰예와 후니우 또한 일이 마치면 노닥거리거나 잠이나 자는 다른 인력거꾼들과는 달리 대여한 인력거일지라도 항상 정비하고 마당과 대문 앞까지 깨끗하게 쓸어 놓는 성실한 샹즈를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여자가 문제입니다. 늘 성실한데다가 신체까지 건장한 샹즈를 후니우가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후니우는 못생긴데다가 성격도 누구도 그녀를 거들떠 보려 하지 않습니다. 또 나이도 샹즈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런 그녀가 샹즈를 꾀어내 잠자리를 함께 하고는 아이가 생기지도 않은 아이가 생겼다며 대뜸 결혼할 것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자기와 결혼하면 더 이상 인력거를 힘들게 끌 필요도 없다고 말합니다. 예전의 샹즈 같으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인력거를 끌며 잘 사는 모습을 꿈 꿨겠지만, 자신의 꿈이 노력과는 무관하게 연거푸 물거품이 되자, 샹즈도 선듯 내키지는 않지으면서도 후니우와 결혼하게 됩니다. 결혼을 하자 후니우의 도움으로 다시 인력거를 사서 끌 수 있게 되지만, 류쓰예와 후니우의 갈등으로 샹즈의 삶이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인데다가 게으르고 낭비벽까지 있는 후니우를 부양하면서 샹즈마저 점점 게을러지고 여느 인력거꾼들처럼 타락해 갑니다. 그러는 사이에 후니우는 아이를 낳다가 죽음에 이르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샹즈는 마련했던 인력거를 다시 내다팝니다.

 

 그와 중에 이웃집 여자 샤오푸즈와 사랑을 꿈꾸며 잠시 희망을 가져보지만, 샤오푸즈 역시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사창가로 떠나고 결국은 삶의 무게에 눌려 나무에 목을 매달아 생을 마감하면서 잠시 가졌던 희망마저 사라집니다.

 

이제 샹즈는 더 이상 예전의 샹즈가 아닙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손에 쥐어볼 요량으로 남을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 담배, 도박에 사창가에서 그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샹즈는 미래와 희망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장 방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돈을 버는 게 그의 관심사입니다. 그렇게 샹즈는 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푼돈을 벌어볼 요량으로 혁명 조직의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쓸모가 없어지자 거기에서도 버림 받습니다. 그렇게 그의 삶은 점점 더 절망 속으로 빠져 들어 경조사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읽고 나서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의 의도였습니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노력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그런 사회를 조롱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한 권의 책으로 미루어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책을 읽어가는 내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올랐습니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도 인력거꾼입니다. 샹즈가 새 인력거를 마련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인력거를 끌었다면, 김첨지는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을 사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인력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샹즈와 김첨지 둘 다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그래서 두 소설을 좀 더 상세하게 비교해보는 당시의 중국의 모습과 한국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정말 좋은 글이면 정반합(正反合) 과정을 통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시대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것에도 분명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잘 모르는 외국인의 눈에는 당시 시대의 모순에 대한 대안이 들어 있었다면 더 뛰어난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눈에는 낙타샹즈라는 제목보다 인력거꾼 샹즈가 더 적합해 보이는데, 왜 저자는 제목을 낙타샹즈라고 했을까요? 중국인의 삶에서 낙타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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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야스의 관찰에 의하면 예로부터 싸움에 진 편이 멸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긴 편 역시 머지않아 반드시 파멸의 길로 접어들고 만다. 승리한 뒤에 자만심에 빠지는 것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버릇이어서, 인간은 이겼을 때 어째서 이겼는지 살피는 일을 게을리한다. 그리하여 결국 노부나가도, 히데요시도 실패자가 되고 말았다는 엄격한 반성을 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인간의 생애에는 중대한 위기가 세 번 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될 무렵의 무분별한 색정, 그리고 장년기의 혈기만 믿는 투쟁심, 불혹을 넘어서 자신이 이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자만심."


대망’ 1 인간시대 대망시대 - 김인영

 

나는 정말 천지삐까리도 모르고 온 천지를 들이 받는 동물로 살다가, 30살이 넘어 인간이 됐다고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그런데, 정말 30살이 되고나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다른 사람도 좀 더 배려할 줄 알게 되었다. ‘대망의 글을 빌리자면 혈기만 밑는 투쟁심으로 가득찬 삶을 살다가 그 단계를 넘어섰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불혹(不惑)을 넘어섰다. 책에서는 불혹은 자신이 이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자만심이 생기는 시기라 말하지만, 아직 나는 아니올시요다. 30살이 넘어설 때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게되긴 했지만, 내가 불혹을 넘어서 달라진 것은 그것이 아니다. 되려 내 가치관에 따라 삶을 살아갈 주 알게 됐다는 점이 내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아직은 자만심을 가질만큼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자그만한 몇몇의 성공에 도취해 혹은 낮은 수준의 주위환경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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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키워주려는 셋사이 선사의 도움으로 대장 훈련을 받는다.

"너는 대장이 되고 싶으냐, 부하가 되고 싶으냐? 부하는 마음이 편하다. 목숨도 입도 주인에게 맡기면 된다. 그러나 대장은 그럴 수 없다. 무술 연마는 물론 학문을 닦아야 하고 예의도 지켜야된다. 좋은 부하를 가지려면 내 식사를 줄이더라도 부하를 굶주리게 해서는 안된다. 맛있는 것을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부하나 생각하는 일, 대장은 아지랑이를 먹고도 통통하게 살찌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 있어야 한다."

-      대망 1권 인간시대 대망시대 (김인영)

 

책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셋사이 (雪齋) 선사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게 가르친 대장 훈련이 내게도 유용할까?”

 

 사실 나는 책 속에서 셋사이 선사가 가르친 대로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면 굶어 죽기 십상(十常)이라고 배웠다실제로 내 생활에서도 그랬다. 인격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어설프게 옛말을 따르려다가, 다리가 찢어진 뱁새가 되고 말았다


 나처럼 아직 수양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보다는 직무에 맞지 않는 사람을 동기 부여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라는 짐 콜린스, Jim Collins의 이야기가 더 현실성 있다. 그리고 짐 콜린스가 그의 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에서 말하는 적합한 사람들을 적합한 자리에 앉히고 부적합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해야 우리는 버스를 멋진 곳으로 몰고 갈 방법을 알게 된다는 서술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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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 문학동네 | 2013 8 5

 

 

1. 읽기 전

 

길고 길었던 학생 생활을 마치고 생계형 직업인의 길로 들어서면서 제 책 읽기는 멈추었습니다가뭄에 콩 나듯 희소한 성취의 즐거움과 가뭄에 가문 논에 물 대듯 바삐 움직이는 노곤한 일상 속에서 속에서 생계인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반복하며 살아 왔습니다그러다가 갑자기 생활의 본거지를 중국으로 옮겼습니다그리고 4개월이 지났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타지의 낯설음을 조금씩 허물고서 정신없던 노곤한 일상을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으로 바꾸어 갔습니다 순전히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에 대한 반동(反動)이 뜬금없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서점 사이트를 들락거리다가 TV에서 흘려본 ‘알뜰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의 이름이 눈에 띄었고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 입니다.

 

2. 읽으며

 

 책의 이야기는 이름이 은희인 딸과 함께 사는 김병수라는 이름을 가진 한 노인의 이야기 입니다놀랍게도 김병수는 연쇄살인범입니다그의 첫 살인은 가족을 부당하게 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항거에서 시작되었습니다그런데 당위에서 시작한 살인이 그의 내면 깊이 파고들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쾌락으로 변해가자, 그 쾌락은 김병수를 연쇄살인마로 만들었습니다.

  

 그의 딸 은희는 마지막 희생자인 은희 엄마가 김병수에게 살해 당하기 전자신의 딸만은 지켜달라는 소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한 김병수의 유산입니다. 김병수는 은희를 입양해 25년간 키웁니다은희를 입양하고서 김병수는 교통 사고로 뇌를 다칩니다. 교통사고는 그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뇌 손상으로 살인이 그에게 가져다 주는 희열을 사그라지게 만들어 30년간 지속된 연쇄살인이 멈추었지만, 가까운 사람부터 잊어버리는 심한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요근래 김병수가 사는 지역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해 연일 뉴스를 장식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츠하이머로 그의 기억이 점점 더 허물어져 갑니다. 허물어진 기억으로 인해 김병수는 혹시 뉴스에 나오는 연쇄살인이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이 저지른 건 아닌가 의심합니다. 그 때 김병수의 앞에 박주태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연쇄살인범은 연쇄살인범을 알아봅니다. 김병수의 눈에 박주태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연쇄살인범입니다. 그런데 박주태가 자신의 주위를 멤도는 줄 알았는데, 다음 타겟은 자신이 아닌 딸 은희입니다. 병수의 눈에는 주태에게 잔혹하게 살해 당할 은희의 미래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박주태가 은희를 죽이기 전에 먼저 자신이 박주태를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가 문제입니다. 박주태에게 맞서 은희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메모하고 녹음을 해도 그의 기억은 계속해서 허물어집니다. 아무리 간절하게 몸부림을 처봐도 허물어져가는 기억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그의 간절한 몸부림은 책을 읽어 가는 독자의 머리 속에 각인됩니다. 그리고 작가의 탁월한 반전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기 전까지 각인된 그의 모습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실 반전의 힌트는 처음에 등장하고 끝에도 등장하는 반야심경의 한 대목에서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공 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없으며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형체와 소리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무명도 없고 또한 무영이 다함도 없으며늙고 죽음도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리나. (11~12 , 148 )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면소설 속 김병수의 허물어져가는 기억도 결국은 애써 붙잡을 필요가 없는 허망한 것일 뿐입니다김병수의 기억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띠까지가 망각에서 오는 착각일까요

 

3. 읽고서

 

먼저 책이 너무 쉽게 술술 잘 읽혀서 놀랐습니다오랜 시간 책을 손에서 놓고 있었음에도 작가가 펼치는 간결한 문장은 책이 술술 읽히도록 만듭니다.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은이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반전이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큰 틀에서 기억에 대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영화 ‘메멘토’와 이터널 션사인 ’이 떠올랐습니다. 다시금 메멘토이터널 션샤인을 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내내많지 않은 등장 인물과 정적이고 제한된 배경 그리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습에서 연극 소재로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런데 다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2017년 배우 설경구를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습니다관심이 있다면 책과 영화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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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3살이 된 예쁜 딸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아내는 예쁜게 아니라 귀여운 거라고 자꾸 말하지만, 저도 고슴도치 부모를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그저 예쁘게만 보입니다.

그런데 '뽀로로'와 '타요'면 충분했던 이 아이가 저는 '만화'라고 부르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겨울왕국'에서 공주님만 찾더니, 관심이 '모아나'로 넘어가고, 또 '도리'에게 관심이 갔다가 요즘은 '인사이드 아웃'을 계속해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오븐 클라우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순전히 요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제 3살배기 딸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TV에 노트북을 HDMI로 연결해서 보여줬었는데,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매번 밥 때마다 핸드폰이나 태블릿으로  '뽀로로'나 '타요'를 보여준게 문제였습니다. 어느순간부터 밥을 먹으면서 '엘사 공주님'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


처음에는 매번 UBS에 저장해 태블릿이나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여 줘야 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하자 마자 얼마나 귀찮을까 싶은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Baidu를 비롯해 Google Drive, MS Office online, MEGA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태블릿으로 밥 먹이며 만화를 보여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큰 화면으로 보여 주어야 할 때는 TV나 프로젝터에서 지원하는 스크린 쉐어 기능을 활용하면 태블릿의 화면을 대화면으로 옮기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사용하기에는 Baidu나 MEGA가 큰 문제가 없지만, 딸래미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내에게는 Baidu나 MEGA가 별로 입니다. 


그래서 아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다가 발견 한 것이 바로 '오븐 클라우드'입니다. 게다가 '오븐 클라우드'는 비디오 스토리지를 지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니 만큼, 딸아이에게 만화를 보여줘야 하는 제게 아주 딱입니다.


만약 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오븐 클라우드'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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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26

관람장소 : 메가박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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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볼 생각을 한 건 순전히 이 영화가 흥행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관람 전까지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혹은 어떤 감독이 만든 영화인지, 심지어 제목이 광해였음에도 광해군의 이야기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관객이 7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와 함께 매겨진 높은 평점이 관람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은 배우 이병헌입니다. 배우 이병헌은 벌써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은 배태랑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방송국 탤런트 시절부터 준수한 외모와 걸맞는 멋진 배역으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병헌이란 배우는 제게 그저 잘생긴 연기자일 뿐이었는데, 이러한 인식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달콤한 인생’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같은 영화에서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걸 보고서 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TV 드라마 올인이나 영화 .아이.같은 작품이 성공하면서 뵨사마월드스타니 하면서 언론 플레이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과 복잡해 보이는 그의 사생활은 배우 이병헌에 대한 관심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다시 배우 이병헌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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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제목 그대로 주색(酒色)을 일삼아 폭군이라 알려진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작정하고 첫 시작부터 광해군이 가진 폭군의 이미지를 보려 주려는 듯이 광해군이 수라상을 뒤엎으며 역정(逆情)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내 임금에게 진상된 음식에 독이 든 것으로 의심되어 일어난 일이란 걸 알려주지만, 벌써 관객의 머리속에는 역시 광해군 = 난폭한 폭군(暴君)이라는 생각이 사로 잡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절대군주의 자리에 있지만 늘 반대 세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노심초사하면서도 임금만이 가질 수 있는 독단적인 모습과 예민하고 날이 선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시작은 다분히 감독의 의도로 보입니다. 독살 위기를 여러 차례 경험한 광해군이 자신의 대역을 찾을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역사 속 팩트(fact)에서 픽션(fiction)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도승지 허균은 명을 받고 임금과 닮은 이를 찾아 나서면서, 드디어 픽션을 이끌어갈 하선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하선은 저잣거리 술판에서 조정과 권력 신랄히 풍자하고 야한 음담패설로 흥을 돋아 주는 만담꾼입니다. 다양한 사설로 술판의 좌중을 휘어 잡지만, 그가 이야기 하는 풍자는 푼돈을 벌기 위한 것일 뿐 철학이나 신념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오로지 임금과 비슷한 생김새라는 이유로 허균에게 발탁됩니다.

 

하선이 궁중에서 처음 맡은 역할은 광해군이 궁 밖으로 출타했을 때 임금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임금의 궁 밖 외출은 야심한 밤에 있는 통에 하선은 허수아비 임금 노릇을 하더라도 궁내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없어서 심심한 걸 제외하고는 별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이야기가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갈 리가 없습니다. 궁 밖으로 출타한 광해군이 독에 취해 갑작스럽게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반대 세력에게 놀아나선 안 된다는 생각에 도승지 허균은 대담하게도 광해군이 일어날 때까지 하선을 광해군의 대역으로 내세울 생각을 하고 하선은 이렇게 허균이 지시하는 대로 왕의 대역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나고 자란 하선이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의 대역을 수행하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혹시 누가 알아챌까 싶어 처음엔 입도 떼지 못합니다. 그뿐 아니라 걸음걸이를 비롯해 수라상을 받고 매화틀을 사용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상조차 모두 하선에게는 생경(生硬)해 지켜보는 관객의 긴장감이 긴장할 정도 입니다. 국정 업무도 다를 바 없습니다. 행여 누가 알아채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허균이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도 하선에게는 벅찹니다. 



그랬던 하선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모습을 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허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자신의 안위와 왕권 유지에만 염려하던 광해군과 달리 정치 술수는 몰라도 저잣거리 백성의 입장에서 궐()안 일을 이해하고 인간미 넘치는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기미 나인 사월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웃음을 잃어 버린 채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중전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국정 업무도 마찬가지 입니다. 조정 대신들이 백성을 위하려던 대동법(大同法)을 부유한 지주들 위해 반대하고 명()나라와의 명분을 위해 백성을 동원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에 분노하고 질타합니다이렇게 하선이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이야기도 클라이막스에 이릅니다. 감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독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광해군이 깨어나는 것으로 픽션의 세계에서 팩트의 세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광해군을 몰아 내려는 조정 신료(臣僚)들의 역성혁명(易姓革命)을 꾸미는 사이에 진짜와 가짜는 자리를 바꾸는 것으로 영화 속 픽션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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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꼽을 수 있는 첫 번째 재미는 전혀 다른 성격의 군주 광해군과 천민 하선의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 이병헌입니다. 카리스마 넘치지만 불안해 하는 광해군과 한없이 가볍지만 인간미 넘치는 하선을 절제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인상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도승지 허균의 역을 연기한 배우 류승룡 또한 영화 속에서 계속되는 이병헌과의 클로즈 샷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냅니다. 거기에 튀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조내관과 조금은 과장 섞인 연기가 재미났 도부장, 그리고 영화 써니에서 너무너무 예쁘게 봤던 사월이 심은경과 중전 한효주까지 누구하나 나무랄 데 없이 맛갈스러운 연기를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해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 수록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는 계속 되었던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결국 극장을 나서면서까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감히 관람해 보기를 추..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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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08

관람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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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에 전해 들었던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제목은 제게 큰 기대를 갖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이 오랜 기간 방송되고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저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흥미는 꽤 오래 전부터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극에서도 막연히 젊은 층과 소통에는 문제가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람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직접 가서 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더라는 호평에 팔랑거리는 귀가 호응을 해 관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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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의 전체적인 플롯(plot)은 간단합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청혼을 하려 던 한 남자와 그의 연인을 그 자리에서 빼앗아 결혼한 남자가 25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 서로 앙숙이 되어 전국노래자랑에서 맞붙는다는 이야기로 어찌보면 현실성 없고 유치하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거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더해져 앙숙이 되어 싸우는 두 집안의 자녀가 노래를 함께하며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으로 원수였던 두 집안은 서로 화해에 이르게 되는 내용빈다.  순전히 극 중 플롯만에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이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플롯을 분석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이 극의 단순한 이야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익숙한 스토리에서 드는 아쉬움에 주목하기보다는 연이어 전개되는 배우들의 코믹하고 개성 있는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관람하고 극 속에 등장하는 익숙한 90년대 히트곡을 함께 즐긴다면 극을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아울러 여러 차례 등장해 개콘 정태호의 브라우니와 낸시랭 코코 샤넬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강아지와 외치면 이루어지는 이~태일그리고 누가 봐도 의심할 수 없는 송해의 모습 같은 익살스러운 에피소드가 주는 재미는 또한 기발한 플롯만이 극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미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한 적 있어서 링크로 대신합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 ,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의 전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의 넘버는 모두 가요로 채워져있습니다. 90년대 히트곡이 주류를 이루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흘러간 노래로만 구성된 건 아닙니다. 참고로 등장하는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show>, <사랑의 서약>, <나 어떡해>, <트위스트 킹>, <허니>, <이밤의 끝을 잡고>, <뮤지컬>, <연예인>, <매일 그대와>, <여러분>,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하하하쏭>, <난 괜찮아>, <마이 로미오>, <전쟁이야>, <난 행복해>, <사랑의 서약>, <챔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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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은 분명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펼치는 배우들의 열정도 뛰어났고, 좀 더 스토리를 다듬고 꾸미면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먼저 멀티맨 부분입니다. 멀티맨을 연기한 배우 정상훈의 호평을 여러 차례 듣고서 관람한 터라, 배우 김대종이 펼치는 멀티맨 연기와 노래를 눈 여겨 봤는데, 연기에 있어 그의 뜨거운 열정은 더할 나위 없었지만 힙합을 부르는데도 나오는 트로트 필은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여 주인공 세현 역의 김보경의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음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힙합은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다른 넘버에서 높은 음조의 목소리가 다른 배우들의 소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수차례 거슬렸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연출자가 더 신경써야 할 듯흡니다. 


렇다고 해서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좋지 않은 공연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7080세대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바탕으로 무리없이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극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더 발전해 나갈 여지가 큰 공연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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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01

관람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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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끄럽게도 미술에 관해서는 까막눈입니다. 서양 미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 와 같은 포스트를 통해 앞서 수 차례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지함은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덕수궁 미술관 혹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들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가끔이나마 찾아 가게끔 만듭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루브르박물관전관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라 해 봤자 모나리자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수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무지에 대한 반발과 호기심이 미술관으로 발길을 향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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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브로셔(brochure)를 보고서 안 사실입니다만, ‘루브르박물관전 2006년에 이미 개최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의 2번째 루브르박물관전입니다. 비록 첫 전시는 보지 못했지만, 같은 주제로 열리는 두 번째 전시회이니만큼 막연히 전시 내용과 구성이 알차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루브르박물관전의 주제는 그리스 신화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를 비롯해 헤라, 아프로디테, 가이아, 포세이돈, 하데스, 그리고 헤르메스 같은 다양한 신들의 신화 속 모습을 고대 유물을 비롯해 조각 그리고 회화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방대한 유물과 예술 작품을 소장한 루브르박물관의 장점을 잘 보여줍니다. 바로 고대부터 중세에 이후 까지 시대에 따라 동일 주제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제 관심을 끈 건 사랑의 신 에로스그의 연인 프시케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그리스 신화 속에도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링크(릴르스의 행복한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은 이번에 처음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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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루브르전의 주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스 신화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누가 뭐래도 성경과 더불어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축입니다. 순전히 이러한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이번 루브르박물관전은 뛰어난 예술 작품과 그리스 신화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모나리자같은 회화 작품이나 비너스같은 조각상 혹은 이집트 유적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루브르박물관전의 주제는 그리스 신화이니, 제 눈에 비친 전시회는 앙꼬 없는 찐빵 격입니다. 혹시나 또다시 루브르박물관전이 열린다면 사람들이 루브르에 대해 떠올리는 앙꼬 작품들이 더 많이 전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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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8 / 18, 2012 / 08 / 25

관람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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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스크린이 아닌 관객 바로 앞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를 보여 주기 때문에, 동일 배역이라도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극을 볼 때면 누구나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이야기하려는 연극 슬픈대호를 관람 할 생각을 하고 관심을 가진이는 바로 배우 문천식입니다. 사실 문천식은 연극 배우보다는 TV 코미디언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어서, 내심 연극 슬픈대호에서도 슬프더라도 재미난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슬픈대호를 키워드로 검색하자 나오는 것들은 인질극’, ‘스톡홀름 증후군’, ‘테러와 같은 만만치 않은 내용의 것들이었고, 그래서 가볍게 웃고 즐길 내용은 아니겠구나 하는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극의 연출자는 과연 이 연극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하는 것이 궁금증을 가지고 연극 슬픈대호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배우 문천식에 대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실 그저 좀 덜 재미난 코미디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리저리 찾아보니 2004 TV 드라마 ! 필승 봉순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TV 드라마에서 연기를 펼쳐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극 아트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도 함께 참여한 나름 중진 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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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제한적인 무대와 등장 인물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더더욱 극단적인 상황을 하고는 고정된 배경에서 제한된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가기 마련입니다. 이 연극 슬픈대호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시계방을 배경으로 시끄러운 싸이렌 소리와 함께 도망치듯 시계방으로 들어온 정치인 테러범이라는 한 남자와 시계방 주인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정치인 테러범이라면 그래도 무서운 흉기에 체격도 듬직하고 정치적 성향도 뚜렷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계방으로 뛰어 들어와 주인을 인질로 잡은 심대호란 인물은 조그마한 체구에 허리도 구부정합니다. 게다가 무기라고는 조그마한 망치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들리는 라디오 뉴스에서는 세상 살기 힘들어 자동차 유리를 망치로 내려쳤다는 심대호를 치밀한 계획을 가진 정치인 테러범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종북 세력이라는 둥하며 떠들어댑니다. 그리고 그런 뉴스를 들은 심대호는 그게 아니라며 가방에 든 소주를 꺼내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계방 주인 인질범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털어 놓습니다. 심대호는 고아였습니다. 그러다가 서른이 되면서 한 김순희라는 한 여자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였고 강간 및 강도죄로 심대호는 감옥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게 4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또 순희를 찾아가서는 폭행죄로 7, 보호 감호로 7년씩 2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런 심대호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동차 유리창을 망치로 내려친 게 뭐가 그리 잘못한 거냐며 되려 인질인 시계방 주인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대치 중인 경찰에게 인질의 목숨을 협박하며 김순희를 데려 오게끔 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그 때 니 내 사랑했나?’

 

그리고 또 한 명의 대호, 시계방 주인 강대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강대호는 법 한번 어기지 않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방 전문대지만 학교도 졸업하고 학교에서 만난 첫 사랑과 결혼해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흐름에 뒤쳐진 시계방은 그의 생활을 지탱해주지 못합니다. 빚이 늘고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아 힘겨워하는 찰나에 심대호가 시계방으로 들어와 자신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심대호의 어긋난 사랑 이야기를 듣고, 강대호도 아내를 만난 이야기부터 딸이 공부를 잘한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종착역은 빚으로 힘들어하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보험을 들었고, 제발 자신의 다리를 하나만 잘라 달라고 심대호에게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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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사회가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연극 슬픈대호는 힘들어하는 두 사회 약자를 보여주며 부조리함을 고발하는데 충분히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사랑을 만나기 위해 인질을 사로잡고, 보험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다리를 자르려는 행동이 이 시대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웃고 있어도 가슴 한 켠에는 눈물을 왈칵 쏟아 낼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참고 살아갑니다. 또 살아가야 합니다. 지난 사랑을 찾으려고 인질을 사로잡는 것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리를 자르는 것도 잘 살아가는데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연출자는 이런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그저 웃고 즐기는 연극이 아니라 시대 정신을 이야기하는 연극은 분명 바람직합니다만, 극단 차이무에서 이것이 차이다라는 타이틀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멀티우먼으로 등장해 수많은 인물을 보여준 배우 공상아의 연기는 분명히 극 속 재미와 함께 그녀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대사를 씹고 웅얼거리는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치아 교정으로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 프로 배우인 점을 가만하면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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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8 / 17

관람장소 :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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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초반에는 저는 시네마 키드(cinema kid)를 꿈꿨었습니다. 하지만 훌쩍 흘러 버린 시간은 지난 모습을 싹 지워 놓았습니다. 지금은 모습은 시네마 키드는 고사하고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춘 게 1년은 족히 넘었습니다. 심지어 컴퓨터로 TV 버라이어티 쇼를 다운 받아 볼 망정 영화는 관심 밖의 존재였습니다. 이렇게 영화와는 담을 쌓은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극장을 찾을 때는 그래도 시네마 키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무언가가 있을 걸로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영화가 아닙니다. 코엑스에서 갑작스레 생긴 빈 시간에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이 영화 도둑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최소한의 기다림 때문에 선택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 도둑들이 매력이 덜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감독 최동훈은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타짜’를 통해 그의 스토리 텔링 실력과 연출이 탄탄하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 준 바 있습니다. 거기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배우진 또한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게 합니다. 연기력과 충무로 티켓 파워를 모두 겸비한 배우 김윤석을 시작으로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그리고 김수현까지, 영화 두서너 편으로 주연을 나눠도 될 만큼 배우진이 탄탄합니다. 아울러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다는 보증이 되곤 하는 천만 관객 돌파 소식도 영화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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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제목 그대로 도둑들이 보여주는 훔치다가 알맹이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관객이 얼마나 짤 짜인 이야기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긴장감 넘치게 물건을 잘 훔쳐 내는지가 주목하길 원합니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첫 장면에 배우 신하균의 카드를 꺼내어 이들이 첨단 보안 장치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고 폼 나게 한탕 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 도둑들의 메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그리고 첫 장면에서 감독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즈를 입은 배우 전지현의 모습을 남성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니들 영화 선택 잘했어!’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면서 시작합니다. 이 전략, 제게는 먹였습니다.

 

 이천만 불의 값어치를 가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내기 위해 마카오박이 뽀빠이, 펩시, 예니콜, 씹던껌, 그리고 잠파노로 뭉친 한국팀과 첸, 쥴리, 앤드류, 그리고 조니로 뭉친 중국팀을 소집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런데 모인 도둑들이 모두 동상이몽(同床異夢)입니다. ‘태양의 눈물을 훔친다는 공통 분모가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치고 싶어하는 뽀빠이나 펩시부터, 위험한 다이아몬드 보다는 안전한 현금을 차지하려는 첸, 베일 속에 숨겨진 홍콩 뒷골목의 거물 웨이홍을 잡으려는 쥴리 등 전부 다 각자의 꿍꿍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신들의 갖은 수를 부려가며 시나리오대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태양의 눈물을 훔쳐내는데 성공하자 예상치 못한 사랑이 이야기 속에 끼어듭니다. 마카오박의 뒷통수를 치겠다는 펩시와 뽀빠이와 마카오박 사이에는 뭔가 이야기리가 있겠다 싶었는데, 첸과 씹던껌 로맨스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태양의 눈물을 차지하지 위해 쫓고 쫓기는 액션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스토리는 직접 영화를 통해 보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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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 도둑들을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무언가 아쉽습니다. 감독 최동훈의 전작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야기 전개도 서양 영화에서 본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이탈리안 잡오션스 일레븐이 보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최감독의 페르소나(persona)로 그간 보였던 배우 백윤식이 등장하지 않는 점은 의외였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배경의 많은 부분이 홍콩과 마카오이니 만큼 영화 속에서 중국어가 자주 들립니다. 잘 모르는 제가 듣기에는 한국 배우들의 중국어가 매우 능숙한 것처럼 들리는데, 중국인이 듣기에도 능숙하게 들리는지 아니면 ‘LOST’에서 배우 대니얼 대 킴이 하는 어색한 한국말처럼 들리는지가 갑작스레 궁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 전지현의 타이트한 차림새 말고 싼티나는 말과 맛깔스러운 욕설도 제게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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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하룻밤 : 시즌 7

 

관람일 : 2012 / 08 / 11

관람장소 :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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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만에 연극 관람을 했습니다. 제목은 극적인 하룻밤’. 사실 시즌 5인지 6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관람한 적이 있어서, 이 극의 코믹적인 요소를 포함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번에는 큰 줄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가벼움 마음으로 편하게 웃고 즐길 생각을 가지고서 세세한 에피소드와 바뀐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봤습니다.


 이 연극은 사실 남녀의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유사(有史)이래도 지금까지 계속 회자(膾炙)되는 풍부한 이야기 소재이지만, 한 꺼풀 벗겨 시대와 배경 혹은 등장인물을 배제해 놓고 보면, ‘아담과 이브시대의 사랑 이야기나 지금의 사랑 이야기나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연극 극적인 하룻밤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사실 어디선가 들어 봤음직한 일반성을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소리 반 공기 반같은 최근 이야기나 통속적이지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믹한 요소가 이 연극만의 특수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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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서핑을 하다가 이 연극 전체 내용을 단 한 단락으로 정리해 놓은 걸 봤습니다. ‘1♡2 3♡4 → 1♡4 3♡2’ 느낌이 오시나요? 극 속 이야기는 결혼식에서 시작됩니다. 결혼식에 반대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는 말에 넌지시 손을 올리는 정훈과 시후가 연극 극적인 하룻밤의 두 주인공입니다.

 앞서 한 단락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훈과 시후는 결혼식 신랑, 신부의 전 연인들입니다. 그리고 그 둘은 전 연인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반대하는 전 연인들이라는 사실 말고는 이들의 공통분모는 부족합니다. 여기서부터 연출가의 펼쳐 보이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연출가는 부족한 공통분모를 피로연장의 연어초밥 에피소드로 뛰어 넘습니다. 사실 보면서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마지막 남은 연어초밥을 먹은 정훈에게 시후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연어초밥을 먹었다며 다짜고짜 시비를 겁니다. 그리고 이 시비를 통해 이 둘은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함께 보냅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시후가 가진 전 연인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록 즉흥적인 감정의 선택의 결과였지만, 시후는 정훈에게 호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정훈에게 시후는 성에 차지 않고, 정훈은 시후와의 관계를 매몰차게 정리합니다.

 

 그렇게 정훈이 원하던 대로 이 둘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헤어짐은 부동하던 정훈의 마음을 동하게 합니다. 그렇게 동한 마음은 호감을 거쳐 그리움으로 변하고, 정훈은 시후를 찾기 위해 교통사고로 죽은 결혼식 신랑의 장례식장을 찾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정훈은 시후를 다시 만나지만 정작 시후는 정훈에게 별 감정이 없습니다. 그래도 정훈은 시후에게 끈덕지게 대시하고 대시해서 이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행복한 결말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 둘이 다시 헤어짐으로 극이 마무리 되기 때문입니다.

 


 ()

 

이 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웃고 즐기면 그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관람에서는 웃고 즐기는 가운데 시후가 정훈에게 호감을 보일 때는 정훈이 매몰차게 거절하더니 정작 그녀가 떠나고 난 후 정훈이 보여주는 모습이 크게 보입니다.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내던 지난 시절이 연극을 보는 중에 살짝 떠오른 탓일 겁니다.

 

그리고 배우에 대해 하나 덧붙이면, ‘서홍석-조헌정배우의 조합이었는데, 정훈에 비해 시후의 전달력이 상대적으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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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 지음 |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4

 
 

1. 들어가기 전
 

 얼마 전 동생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The Shallows’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세계적 대가의 글은 다르다며 극찬(極讚)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얼굴은 떠오르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쩔쩔 매거나 가끔 어머니의 휴대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하는 제 모습에 떠오른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로 저도 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프롤로그(prologue)에서 맥루한, Herbert Marshall McLuhan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를 언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미디어 속 콘텐트에 주목하지만, 콘텐트뿐만 아니라 미디어 곧 스스로 메시지가 되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자가 인터넷을 미디어로 규정하고 미디어로써 인터넷을 분석하고 이야기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 예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예상이 틀렸다는 건 이 책의 관심사가 오로지 컴퓨터, 검색, 그리고 기억 같은 키워드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가지는 놀라운 가소성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문자와 인쇄술 같은 혁명적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지 천천히 살펴 봅니다. 이렇게 전통적 학설을 통해 어떻게 사고가 깊어지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서 미디어로써 인터넷으로 관심을 옮겨갑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기존 미디어가 쇠락(衰落)해 가는 것에서 시작해 멀티태스킹, multi tasking과 하이퍼텍스트 hyper text로 인해 뇌가 어떻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로 인해 혹사 당하고 산만해지는지에 대해 살펴 봅니다. 또한 인터넷의 효율적인 정보 수집으로 얻을 수 있는 뛰어난 결과물에 주목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로 인한 역기능(逆機能)입니다. 끊임없이 갱생하는 기억 속에서 깊이 있는 사색(思索)이 나오기 마련인데, 인터넷이 가진 극단적인 효율성과 즉각성은 흔히 디지털 치매라 이야기 하는 망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검색을 이용한 기억의 아웃소싱은 결국 문화를 시들게 할 것이라며 저자는 개탄(慨歎)합니다.

 

 

3. 읽고서
 

 책을 읽고서 사실 그다지 깔끔한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내심 미디어가 메시지를 규정하고 도구가 인간을 확장시킨다는 맥루한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기대했었는데, 저자 역시 문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만 봐도 인터넷의 사용이 늘면서 독서의 양이 줄었고, 생각의 흐름이 긴 글쓰기의 양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안 제시를 기대했습니다만 제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터넷을 내려 놓고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깊이 있는 사고를 놓치는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는 정도로 이 책에 의의를 두면 적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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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뮐러 지음 | 홍경호 옮김 | 삼중당 | 1986 7

 
 

1. 들어가기 전


 인생이 갖는 무더운 여름에도, 찌푸린 가을에도, 차디찬 겨울에도 때때로 봄과 같은 날은 찾아 온다.     

 
  
누구나 책장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방치(放置)된 책이 여럿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나 아주 오랜 전에 읽고는 그저 꽂아 놓은 책이 여럿 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책장 속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독일인의 사랑이 역시 이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 봤습니다. 그러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럴 듯한 단어와 문장마다 색색의 형광펜을 그어 놓은 중학생 시절과 그 때 다니던 단과 학원 옆 헌 책방을 드나들 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2. 내용
 

나는 결국, 전날 저녁에 절망했던 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위안을 찾아냈으며, 그리하여 미래의 하늘에는 한 조각의 구름도 없어 절대로 흐려지는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책 속 이야기는 작중(作中) 화자(話者)인 내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화자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마치 수필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8가지 회상(回想)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의 흐름을 축으로 펼쳐 놓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작중 화자가 곧 저자(著者)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저자인 뮐러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수필도 자서전도 아닌 엄연한 문학 작품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는 19세기 독일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귀족계급의 영주는 아닐지라도 그의 가족은 중산 계층의 시민으로 영주도 교류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 덕분에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영주의 성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주의 자제들과 함께 놀며 자랍니다. 그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 층으로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인 영어에도 능숙하며 음악과 철학 그리고 시를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주의 장녀지만 아파서 늘상 침대에 누워서 지냅니다. 그는 아픈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리아는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모습이지만 금세라도 죽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 그는 천천히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뜨거운 남녀의 사랑이 아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 시대의 철학과 음악, 문학 그리고 종교를 아우릅니다. 이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이 둘의 사랑은 막을 내립니다.

 
 

3. 읽고 나서
 

 소설을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서 허구(虛構)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칭합니다. 하지만 저는 100% 허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일인의 사랑과 같이 자전적 느낌이 강한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거짓인양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마련이고 허구는 그 속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과연 먼저 궁금했던 건 어디까지가 저자 뮐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진실일까 하는 점과 작중 화자의 나이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점이야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저 넘겨버려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청년의 시각에서 서술인지 혹은 중년이나 노년의 시각에서의 서술인지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 속에서 보여 주는 낭만주의가 실제 그의 삶에서 기인(起因)한 것인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기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한 독일인의 사랑이 아닌 독일인의 사랑으로 정한 것 또한 과연 책 속에서 보이는 관념적 사랑이 그 시대의 보편적인 형태였음을 나타내려 함인지 또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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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여섯 살쯤 되었다. 그리고 여섯 살짜리가 기뻐할 수 있는 만큼 기뻐했다.

                                                           - 독일인의 사랑

 
 
책을 읽어 나가다가 문득 이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도 결국은 자기 연민으로 흘러버릴 거라는 예감은 이 구절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합니다.

 

 저도 분명 여섯 살 때는 여섯 살짜리가 기뻐할 수 있을 만큼 기뻐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냥 나이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사회적 환경이 중요합니다. 사실 제가 처한 환경을 운운하며 불운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불우한 환경만 따지면 어디서건 제 경우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분명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떻게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경우에 따라 표현을 해야 할 때에 대한 판단기준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대개 어려운 환경은 적절한 조언자를 구하는 것에서도 인색하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여전히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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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9 6
 

 1. 책 나눔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알게 된 건 순전히 블로그 Read & Lead덕분입니다. 주인장이신 buckshot님께서 나눔, 알고리즘’이라는 포스팅을 통해 책 나눔을 실천하셨는데, 그 떄 냉큼 신청해서 선물로 받은 것이 2009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를 기점으로 논문과 일에 극심하게 찌들어 살게 되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이 둘에만 집중하기로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것이 두부 자르듯 한 순간, 만족스러운 상태로 갑작스런 변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이후로 여전히 논문과 일에 끌려 다녔고, 그러는 사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포함해 쌓여 있는 여러 책에는 눈길을 제대로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용기를 내어 다시 책을 집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가 Prologue부터 그간의 제 일상을 비웃 듯, 제 생활은 잘못되었고 문화가 밥 먹여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 놀라움과 진부함

정말로 두럽습니다

예전엔 통장의 잔고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퇴직 후 길고 긴 노년을 무엇으로 버틸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일 년 남짓 맨해튼 여기저기를 헤매보면서 정말로 두려운 대상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20년 넘게 한 극장에서 같은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 몇 시간을 서서 봐도 다 못 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세계 명화가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 신문의 비즈니스 섹션보다 아트스타일면이 더 두꺼울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습니다.

– Prologue 중에서

 문화가 밥 먹여주냐구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신이 더 낳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사회나 로펌이 고객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 Prologue 중에서

  
 
책을 보면서 저는 깜짝 놀았습니다. 비록 통장에는 잔고가 별로 없고 퇴직 후 긴 노년을 버틸 대책도 없지만, 이건 제게 당장 당면한 문제는 분명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 닥치지도 않은 문제를 두고서, 제가 속해 있는 집단이 걱정하고 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취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인식하지도 못한 채 이러한 걱정의 행렬에 참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속해 있는 조직이 제게 끝임없이 앞만 보고 달릴 것을 수시로 주문하지만 그래도 저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당장 제 색깔을 낼 수는 없지만 결코 잊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저도 사회의 담론 안에서 허우적 거리고만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놀라움으로만 다가온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인식하게 된 우리사회의 취약점을 진지하게 풀어 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2008년 여름에 출간 된 책 속의 문제의식이 2011년 가을까지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일본에 눌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가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기 위해서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net cracker나 역(
) nut cracker라는 용어로 이 책의 저술 시점을 전후로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차례 지적되었습니다. 저 또한 Seri 보고서를 통해 여러 차례 비슷한 내용을 봤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 가을이 맞이 하는 시점에서 읽어 보기에는 아쉬움이 분명있습니다.

 
 
 3. 글쓰기
 

  우리는 지금 자본 집약의 제조 산업이 갖는 한계가 보고서가 아닌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바일 사업을 두고서 벌이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의 싸움은 앞으로 다른 영역으로까지 넓혀 질 것이 자명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심화 될 수록 문화 산업은 책 속 저자의 주장처럼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돌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야기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컬쳐 비즈의 중요성을 역설하다가 갑자기 문화 비즈니스에 적합한 소통 능력에 대한 이야기로 관심을 옮겨가고 그 핵심은 글쓰기라고 단언합니다. 사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이미 생각하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 역시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화 비즈니스를 통해 억눌린 샌드위치가 아닌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어야함을 이야기하는 책의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내용이 갖는 유의미와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둘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해줄 내용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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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urkish March가 귀에 들렸다. 그 사람이 생각났다.
많이 힘겨워했고 하면서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음악 소리 마냥 맑고 밝은 것만 남아 있다.
2011.06.24 



더 많이 사랑할까봐 두려워하지 말아라

믿으려면 진심으로 그러나 천천히 믿어라

다만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  공지영

3달 정도 전에
HJ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메모.
결국은 보내지 못했다.
2011.06.27



나를 보며, 나를 위해 웃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1.06.28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던 것도 끊어졌다.
그 친구는 벌써 다 잊어 버렸을 끊어 버린 것일 텐데
나는 아직도 이러고 있구나.
10년이 지나면 잊혀질까...
2011.06.29 


끊어지니까 더 그립다.
서럽게 울던 때가 생각난다.
2011.06.30 


마음 속 한 구석이 비어있다.
아직 마음에 바람이 분다.
2011.07.01 


비가 많이 내렸다.
그냥 비를 맞으며 추적추적 다니고 싶었다. 

우산을 썼다.
내리는 비를 막아주는 것이 우산인데
내가 집어든 우산은
우산대 사이사이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순간  내 모습이 보였다.
2011.07.03 


바람이 불면 바람에 계속 흔들렸다.
오랜동안 그랬더니
이젠 바람이 아닌데도
움츠린다
2011.07.04 


노력은 외면하지 않는다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리움은 잊혀지지가 않는구나

참 외롭네....
2011.07.05 


가슴 속 깊숙히 있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2011.07.06 


그리움아
멀리 날아가라

되뇌이고 되뇌이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행복해 졌으면....
2011.07.22 


이번 물난리에
우면동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계속 신경 쓰인다.
나와는 더이상 상관없는 일이라고
떠올리려 애써도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가시지 않음은 왜일까.

아무쪼록  
아무일 없이 건강했으면...
2011.07.28 


달이 바뀌었다.
여전히 생각나고 그립다.
그리고
여전히 한 번씩
울컥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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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2011.05.20 


울지마, 톤즈 극장판을 보다
울지마, 톤즈 극장판을 내게 권한 이가 있었다.
TV 속 다큐멘터리로 이미 봤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내게
관람을 권했을 때, 그러겠노라고 했다.
약속이 의미 없어지고만 지금, 3달은 족히 지나서 지킨다. 
2011.05.22 

 
날이 저물었다.
길을 나섰다.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카시아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을지 궁금했지만,
굳이 찾지 않았다.
2011.05.23
 

쉬운 물음이 들렸다.
옳고 싶으세요? 행복하고 싶으세요?
옭은게 능사가 아니다. 행복해지자.
2011.05.24


부유함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빈곤은 마음을 단련시킨다.
2011.05.25 


슬픈 지도 - 정채봉

사랑하는가?

눈물의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슬픈 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2011.05.26


수도원에서 - 정채봉

어떠한 기다림도 없이 한나절을
개울가에 앉아 있었네
개울물은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쉼도 없이 앞다투지 않고
졸졸졸
길이 열리는 만큼씩 메우며 흘러가네
미움이란
내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네
2011.05.27


자존(自尊,self-regard)이 사라져버렸다.
2011.05,29 


태산은 흙과 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높음을 이루었고,
양자강이나 넓은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토록 넉넉해진 것이다
- 한비자
2011.05.30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2011.05.31 


문득,
그립고  쓸쓸하다.
2011.06.01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 갈 줄 알아야하는데
한심스럽게도 한탄 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어리광과 나약함 속에서
벗어나라.
2011.06.02

 
모순 
防牌 - 창과 방배의 뜻으로,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아니함.
혼자 있으니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런데 외롭고 쓸쓸하니까 더 혼자 있고 싶어집니다.
2011.06.03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구슬프게 떠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슬펐다. 
2011.06.05 


그리움, 슬픔 그리고
소주가 간절히 생각나는 밤이다.
2011.06.06
 

잃어버린 자존(自尊,self-regard)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2011.06.12 


둥글고 큼지막한 보름달이 동쪽하늘에서 보였다.
보름달 속에 살고 있는 토끼가 계속 눈에 보인다.
방아 찧는 토끼가 어떻게 보이냐며
웃음 짓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또다시 슬픈 지도를 펼친다.
2011.06.16 
 

안시리움, Anthurium
꽃말 : 번뇌 
2011.06.22 


베고니아,  begonia
꽃말 :  짝사랑
20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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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87 6

 

1. 변명(辨明)

 

 지난 시절 꽤 오랜 기간 동안 읽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길었던 학생 시절의 매듭은 즐거움을 위한 읽고 쓰기는 낮은 수준의 욕구충족(欲求充足)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하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사회적 경쟁력(競爭力)이 생길 때까지 즐거움의 추구는 유예(猶豫)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은 참는 것이 능사(能事)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유예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배가(倍加)될 만큼 세상살이가 쉬울 리 없습니다. 사라진 즐거움의 공간(空間)에 욕심(慾心)과 초조(焦燥)함이 대신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일상에 더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꼴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워하다가 이제야 욕심과 초조함을 떨쳐버리려 합니다.

 

2. 같음 그러나 다름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이문열, 李文烈젊은 날의 肖像을 처음 읽은 건 15년 전쯤으로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작가 이문열은 작가 이어령과 함께 제가 선호(選好)했던 작가로 그 시절 저는 그의 지나친 교양주의(敎養主義)도 남발(濫發)하는 한자어(漢字語)도 좋았습니다. 마치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교양도 함께 고양(高揚)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치를 잃어 가던 이념(理念)의 희미한 꼬투리를 잡고 고민하고 동경했던 그 시절과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을 수 없습니다. 나름의 가치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인지 혹은 무가치 했던 보수적 가치의 편승(便乘)에도 대한 거부감이 없을 만큼 무뎌져 버려서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3.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감상

 

 책은 영훈이란 이름의 화자(話者)가 회상(回想)하는 자전적(自傳的)이야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1부 하구(河口),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그리고 3부 그해 겨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강진, 학교, 그리고 학교를 떠난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배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나로 칭해지는 화자의 정신적 성장기(成長期)로 봐도 무방(無妨)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3가지 이야기를 작가가 스킬, skill을 동원해 엮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가 이문열 특유의 넘치는 문자(文字) 사용과 각종 문철(文哲)의 직간접 인용을 통한 교조(敎條)적 서술 그리고 과장(誇張)과 미화(美化)은 여전합니다. 이런 특징이 어린 시절 작가 이문열을 선호하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작가 이문열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구도자(求道者)의 가치관이나 준엄(峻嚴)한 자기 반성적 성향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과장과 미화를 통해 외연적(外延的)으로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疑懼心)들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담고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르고, 그 둘의 합치(合致)는 소설가(小說家)가 아닌 사상가(思想家)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이므로 아쉬움과 의구심을 넘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4. 맺음말

 

1981년에 출판된 소설을 2011년에 읽는 느낌은 참으로 기이(奇異)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15년 전 생각에 대한 향수(鄕愁)와 그 때와는 달라진 지금 모습과의 대비(對比)뿐만 아니라 근래 방황하는 내 자신에게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그 기이함은 첫 번째라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달라진 시대상과 가치관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신선함이 과연 이 책을 고전(古典) 반열에 오르게 할 지 그리고 지금 통용해도 좋은 60, 70년대의 시대적 가치를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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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랜만에 산에 올랐습니다. 죽도록 움직이기 싫었지만, 방에 혼자 있으면 슬픔 생각에 더더욱 빠져 괴로워할 것이 눈 앞에 선해서 억지로 산에 올랐습니다.

 

☞ 바람이 붑니다. 산에 올랐더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기로 제게 불어 옵니다. 밖에서만이 아닙니다. 마음 속에서도 거친 바람이 붑니다. 안이건 밖이건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지 않고 바람에 맞서고 싶지만, 저절로 움츠려 듭니다.

 

☞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먹먹한 가슴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온통 실수투성이입니다. 어느 때라면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행동과 일이 움직이는 몸을 계속 따라 다닙니다.

 

☞ 억지로나마 산에 오르는 중, 절반이 쪼개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봤습니다. 아마도 지난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쪼개져 절반은 바닥에 쓰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진 나무가 살겠다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생명은 끈질깁니다. 잠시나마 스스로를 내려 놓고 싶어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 밤이 되면 혼자만의 생각에 점점 빠져듭니다. 새벽녘이 되면 망상에 시달립니다. 
 
 
☞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괜찮게 보이던 허울을 벗겨내자 개차반인 내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 헤어짐이 왜이리 서러운지... 세상에서 밀려난 느낌입니다. 저는 참 무기력한 존재입니다.


☞ 지쳐 쓰러질 정도로 움직이면 마음도 몸을 따라 지쳐 쓰러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먹먹한 가슴은 육체가 좌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 거울을 쳐다 봤다가 깜작 놀랐습니다. 
거무죽죽... 사람의 안색이 아닙니다. 

☞ 
머리와 가슴이 계속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 둘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버거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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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 : 2010_09_19 ()  18:00

 

최근 유명환 전 장관이 딸의 특채로 낙마(落馬)하면서 큰 사회적 반향(反響)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MB가 천명( )공정한 사회에 대한 화두와 엮여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도 과연 사회 상류층은 정말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따로 살아가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며칠 전 관람했던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스때문입니다.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슨을 키워드로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검색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영국 신예 작가 조 펜홀, Joe Penhall 의 블랙 코미디 덤쇼, DUMB SHOW’를 한국 실정에 맞게 번안하여 무대에 올렸다는 사실과 극 속에서 옐로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덤쇼라는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자 조 펜홀의 전작을 섭렵한 경험이나 그의 작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터라, 이 부분은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 접해 본 옐로 저널리즘에 대한 궁금증과 현실에 바탕을 둔 비허구적인 인물을 무대화하여 대중들에게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 제시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연출자 박혜선의 이야기에 더 눈이 갑니다. 실제로 연출자는 유명 코미디언 이면의 어두운 삶과 자신의 성공을 위한 기회주의적 사고 방식, 그리고 사생활 보호와 언론의 자유 같은 소재를 가지고 원작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고 비평적인 시선을 통해 극을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01234

극 속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최고의 풍자 코미디언 강한철은 자신의 쇼 를 끝내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프라이빗 뱅크 직원 민상규와 윤미래를 만난다. 그들은 강한철에게 프라이빗 뱅크의 비밀 사교 모임의 강연을 부탁하고 더불어 은행의 고객이 되어 주기를 제안한다
행사 당일, 강연을 위해 다시 호텔을 찾은 강한철과 윤미래. 강한철은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취중에 미래에게 유명인으로써의 힘든 삶을 드러낸다. 그러던 중 강한철은 엑스터시를 복용하고 그녀에게도 권하자 당황한 미래는 그를 밀쳐낸다. 약속한 강연 시간이 되어 스위트룸을 찾은 민상규는 강한철에게 비디오카메라를 보여주며 자신과 윤미래는 프라이빗 뱅크 직원이 아닌 썬데이 매거진의 이항복과 오나래 기자임을 밝힌다. 그들은 한철에게 자신들의 인터뷰에 응해 줄 것을 제안하고 한철은 그들의 함정취재에 말려들었다는 걸 깨닫고 몹시 분노하는데......Synopsis 중에서

 

극의 초반부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빠른 대사 처리였습니다. 배우들은 많은 양의 대사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발음을 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른 듯한 대사 전달은 오히려 전개의 인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연출자가 의도한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같은 대립되는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상류층의 이중성과 부도덕함 그리고 황색 언론 기자처럼 신분 상승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통해 최근의 사회상을 반영하려고 애쓴 흔적이 그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먼저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극이 전개되지만 종반부에 이르자 조금 지루했던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상을 잘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만 문제 제기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기 못합니다. 아쉬운 사회상 반영에 그치지 않고, 나아갈 바까지 제시해 줄 수 있으면 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극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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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



 1. 졸업


취업이라는 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학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 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간미, 그리고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요소가 무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 12 쪽 중에서


 제가 이 책 스무살을 부탹해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 즈음이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장을 정리하던 차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의 시간 동안에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것이 졸업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학생으로만 살아오다가 얼마 전 학위를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학생의 이름을 놓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같은 구직활동을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보다 10년은 늦은 시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고서 정리를 했다면 분명히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동조화 현상의 심화로 비록 일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그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 제게도 당면한 문제가 되고 최근 한 대기업에서 임원, 기술, 그리고 인사 면접을 직접보고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면서, 책 속 이야기는 더 이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한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불합격자가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꿈을 이룬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거야.  – 52



2. 책 속 이야기


30대에 비정규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율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뒤진다더라. 결국 말이지,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세상이야.  – 59 쪽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미즈코시 치하루를 포함해 7명인 취업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전원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속 이야기를 치하루를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턴 과정, 그리고 실제 취업을 위해 도전하기까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인턴 과정을 통해 치하루로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인 윤리와 직업 윤리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7명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서로서로를 도와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여기서 해피엔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동아리 내적 문제에도 작가는 치하루를 통해 관심을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으려 모두가 애쓰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심지어 압박감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하루와 동아리 구성원들은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뒤쳐지는 사람도 함께 하려는 마음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소개서를 처음 읽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 159 쪽 중에서



3. 감상



 저는 면접이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머리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입사 지원자도 똑같은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394 쪽 중에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제 스스로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게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먼저 부끄러웠던 것은 스스로 책 속 주인공들만큼 취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사람들에 비해 5 ~ 10년은 늦은 진출인 만큼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내딛어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만큼 자기 소개서나 면접은 저를 처음 보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끄러울 수준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입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본 치하루의 모습은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년 동안 갈고 닦은 스킬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갔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만들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솔직하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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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손마사요시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0년 전 쯤으로 IT 산업의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그는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재일 한국인 3세로 컴덱스를 비롯해 야후재팬 이끌면서 각종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일본 IT 산업에서 떠오르는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가지 못해  IT 버블은 수그러들었고 엄청난 액수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언론 뉴스와 함께 그의 사업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이내 잊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브로드밴드 서비스인 야후BB 성공과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재팬 인수 후 소프트뱅크 모바일로 성공으로 언론 지상에서 다시 그의 이름을 종종 볼 수 있더니, 일본 프로 야구단인 소프트뱅크 호크스 인수와 일본 내 iPhone의 독접 판매를 통해 아시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며 재기에 완성히 성공했습니다.


이런 찰나에 우연치 않게 트위터에서 리트윗된 내용을 통해 2010년 3월29일 소프트뱅크의 내년 졸업자 채용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 LIVE 2011 연설과 2010년 6월25일 소프트뱅크 30주년을 맞이한 주주 총회에서 손정의 사장의 발표한 소프트뱅크 향후 30년 비전 발 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영상물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높은 뜻을 의미하는  高志입니다. 영상물 속 손정의는 자신의 高志는 ‘정보 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이며 이를 디지털 정보혁명으로 지혜와 지식의 공유를 실천하고자 치열하게 살아 왔음을 역설(力說)합니다.  실제 영상을 보면 그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손정의를 두고 아시아의 스티브 잡스니 어쩌고 하지만 사실 제 눈에 비친 그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 something new를 만드는 사람은 아닙니다. 컴덱스를 비롯해 야후재팬, 야후BB 그리고 소프트뱅크 모바일까지 모두가 기존에 있던 것들입니다. 그가 다른 점은 자신의 高志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폭 넓고 깊이있는 사색을 통해 도출해 내고, 엄청난 실행력을 통해 현실화하는데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런만큼 뛰어난 성과 추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면 당연한 것이고, 뛰어난 성과 추구를 위해 강력한 실행력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물론 강력한 실행은 곧 강력한 리더십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高志가 의미하는 바람직한 가치관은 그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손정의의 이야기는 제 관심을 사로 잡았습니다. 강력한 실행을 바탕으로한 성과가 경쟁력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高志가 의미하는 바람직한 가치관을 튼튼히 하지 못한 실행은 손정의의 것처럼 10년, 20년 그리고 30년 동안 계속 수 없습니다. 당장의 성과보다 자신의 高志가 먼저였던 덕분에 손정의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高志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난 후 가지는 실천의 중요성을 이번 기회를 통해 거듭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덧말. 시간을 내어서 링크되어 있는 동영상을 차분히 살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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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학 특강

 작년 여름부터 각종 예능 버라이어티에 맛을 들여 웹에서 다운 받아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관심사가 다큐멘터리를 위주로한 교양 프로그램으로까지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국민성공시대, 성공학 특강'을 다운 받아 봤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EBS에서 2008년에 방영된 것으로 서울대 황농문 교수, 류태형 박사, 중소기업 사장인 배명직, 구두닦이 한대중, 그리고 한스 컨설팅의 한근태 교수까지 5명이 10회에 걸쳐 성공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5명의 연사 중에서 서울대 재료과의 황농문 교수와 서울과학종합대학의 한근태 교수가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황농문 교수는 예전에 그의 책 '몰입'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한근태 교수는 칼럼을 통해 종종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2. 소통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보면서 이들이 들여주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 보다 강연자의 소통 방법이 더 관심이 갑니다. 특히 서울대 황농문 교수와 류태형 박사가 소통 능력에 측면에서 대비되었습니다. 

 사실 황농문 교수가 이야기하는 몰입에 대한 내용은 여타 강의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매우 신선하고 실제적인 내용들입니다. 이는 그의 책을 직접 읽어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류태형 박사는 70년대 가치를 고수하는 보수적 인물이고, 또한 강연 내용도 그의 보수적인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황농문 교수보다 류태형 박사의 강연이 훨씬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황농문 교수의 방송은 분명히 책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내용인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별 감흥이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분명히 좋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접근은 지나치게 논리적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내용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그 덕분에 논리적으로 자신이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마치 논문을 읽는 듯이 재미가 없습니다. 이에 반해 류태형 박사는 그야말로 재미난  이야기꾼입니다. 논리의 힘을 빌어 하나씩 생각해 보면 그의 이야기는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러한 논리가 재미난 이야기 사이사이에 숨겨진 탓에 거부감이 별로 없습니다. 거기에 관객의 호흥까지 더해지자 그의 빈약한 논리는 힘을 더합니다. 




3. 시사점

 사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처음에는 뛰어난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객과의 충분하지 못한 소통으로 빛을 바랜 황농문 교수의 소통 방법에 대한 아쉬움과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류태형 박사의 뛰어난 소통 능력에 대한 대비를 할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조금 달리합니다. 비록 황농문 교수의 소통 방법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지라도 논리적 접근을 기본으로하는 논문의 입장에서는 류태형 박사의 스타일보다는 우수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면, 류태형 박사의 경우 일반 대중을 상대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탁월하게 전달하지만 만일 전달 대상이 일반 시청자가 아닌 전문가 집단이었다면 그의 방법 역시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사 소통 방법을 선택해 사용할 줄 알아야겠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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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

 TV에서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이미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전역을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어서, 서울을 여행지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응당 외국 관광객이 바로 본 서울의 이야기가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TV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두 여행자는 한국인입니다. 이들은 서울 토박이에 전세계를 여행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인 전문 여행가의 눈에 비친 서울.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의도였습니다.

 이야기는 인천공항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여행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한국여행을 소개한 영문 책자을 바탕으로 하고 3일을 견딜 수 있는 최소 경비만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두 서울 토박이의 여행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흡사 유럽으로 배냥 여행으로 떠나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이들의 눈에 비친 서울을 꽤나 낯설다는 것에 있습니다. 서울은 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공간이지만, 여행 책자를 통해 본 서울의 모습은 이들에게 익숙한 서울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평소에 접하고 생활했던 것을 접하기 보다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나 관심이 없었던 것들이 더 많이 눈에 보입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있어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모습과 내부인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 다름은 서울에 대한 '무관심'에서 왔고, '왜곡'에서 왔습니다.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낯설음.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 봤을 때, 다르게 보이는 것이 비단 서울의 모습만은 아닐 겁니다. 비록 잠깐의 TV 시청을 통해 가져본 생각이지만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찾아야 또 하나의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2. SJ양

 SJ양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학부 4학년 여름 방학이 었던 2002년 여름에 알게 된 사람입니다. 행동하지 않고 고민만 한다고 해결책이 나올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상을 벗어나서 생각해 볼 요량으로 상하이에서 시작해 시안과 충칭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여러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을 거쳐 베이징으로 나오는 여정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때 함께 간 많은 친구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종종 그들을 봅니다. SJ양도 그 시절 함께 간 친구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SJ양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족히 3~4년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주말에 잠깐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 기억 속 SJ양은 지금껏 23살의 어린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인상이 강했던 건 그 시절 SJ양의 나이가 23살이기도 했지만, 자그마한 체구 덕분에 더 어리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 SJ양은 어엿한 4년차 직장인이자 사회인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경험에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저보다 더 다양합니다. 거기에 그간 그녀가 겪은 풍파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SJ양을 마냥 어린 친구로 떠올리고 있던 만큼, SJ양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격려를 해 줄 요량으로 봤습니다만, 오히려 그녀의 내공에 보통이면 입도 떼지 않았을 제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분명 또 다시 한동안 보지 못하다가, 이번처럼 갑작스레 연락이 닿아 볼 것이 확실한 SJ양이지만, 다음에 볼 그녀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자뭇 기대가 됩니다. 물론 저도 그녀 못지 않게 무럭무럭 자라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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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 피셔, Len Fisher 지음 | 박인균 옮김 | 추수밭 | 200910

 


1. 멀게만 보였던 게임이론 (theory of games)


 제가 게임이론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군사 전략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보고서를 통해서였습니다. 사실 '군사전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매력에 솔깃했고 내심 흥미로웠습니다만, 바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웬지 ‘게임이론’은 제가 공부하는 과학보다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려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장 전략적 판단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으로써의 게임이론’을 제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는 점 또한 즉각적인 관심을 갖는데 주저함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게임이론은 오랜 시간동안 매력적이긴 하지만 저와는 별반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책인 가위바위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이 책의 저자 렌 피셔, Len Fisher 때문입니다. 예전에 그가 Physics takes the biscuit라는 제목으로 물리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커피와 비스킷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 최고의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Nature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런 독특한 주제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도 있고 이런 내용이 Nature에 나올 수도 있구나하며 신기해했었는데, 신기한 물리학자라고 생각했던 렌 피셔가 이 책의 저자였고, 물리학자의 눈에 '게임이론'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 내시 균형, Nash equilibrium


 '게임이론'을 설명하는데 핵심은 '내시 균형'입니다. 사실 '게임이론'이니 '내시 균형'이니 하니까 처음부터 그 내용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핵심은 간단한 법입니다. 역시 내시의 균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시는 실제 사회적 상황에서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고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태를 균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균형상태에서 단독으로 누군가 전략을 바꾸면 전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내시가 발견합니다. 그리고 협력적 해결책(협상한 협의안)이 내시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하나 또는 둘 모두 이후 전략을 바꾸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하면서 협력은 깨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게임이론의 장점


 사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윤리나 도덕 같은 내적 규율을 통해 협력을 이루어 나가는 것 만큼 좋은 선택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생활의 대부의 경우, 윤리와 도덕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 발달하게 되고, 이러한 외부 규율에 통해 사람들을 서로 협력합니다. 하지만, 만사를 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또한 모두가 알고 있듯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러한 점에서 내시 균형에 바탕을 두고 외부 규율 없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게임이론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한 알고보면 그 내용 역시 매우 간단하면서도 그 결과는 강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직접 자신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책에서는 이야기하는 여러 딜레마를 실험해 보면서 자신이 펼치는 '게임 이론'의 효과를 이야기합니다.

 


4. 아쉬움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게임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도 별 부담이 없는 평이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자의 실생활을 속에서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의 당위성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분명 저자가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예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지만, 저자가 물리학자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현상을 통계적 접근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하며, 그 속에서 게임이론과 내시 균형을 적용하며 정당성을 주장했었으면 훨씬 더 책의 내용이 알찼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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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록웰, Norman Rockwell 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시골의사 블로그를 통해서 였습니다. 그의 블로그에는 수많은 화가와 그들의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 제 관심을 끈 것이 바로 노먼 록웰의 자화상입니다.


Triple Self-Portrait
1960
The Saturday Evening Post, February 13, 1960 (cover)
Oil on canvas
44 1/2 x 34 3/4 in.
The Norman Rockwell Museum at Stockbridge (Massachusetts)

 


 

 이 그림을 보자마자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을 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거울을 통해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그가 그리는 모습은 훨씬 더 젊고 멀쑥한 모습입니다. 제게 이 그림은 보이는 모습이 현실의 모습과 다를지언정 꿈이나 바램이 투영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정말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캔버스 좌측 상단에는 스스로 바라는 모습이 우측 상단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이 걸려 있는 걸 보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지만 그려야 할 자신의 모습은 벌써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현실은 비루할지라도 삶은 꿈과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림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 그림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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