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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방’이라는 제목이 어딘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연극 ‘라이방’은 2001년 이미 영화로 상연된 바 있는 작품을 연극으로 옮겨온 아주 특이한 케이스의 연극이었다. 보통 연극 무대에서 성공해 영화로 가져가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공간과 표현의 제약에서 훨씬 자유로운 영화에서 연극이라니, 발상 자체가 매우 신선한 그리고 은근슬적 보지 못한 영화도 같이 보고서 비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 더 놀라운 건 영화 ‘라이방’은 흥행작이 아니었다는 사실. 영화에서 연극으로 판을 바꾼 것도 놀라운데 흥행실패작을 대상으로 했다는 건 더 놀라왔다.

 극은 택시 기사 세 사람의 이야기다. 허름한 대포집에 앉아하는 농담 따먹기가 고작인 세 명의 택시 기사들은 오늘도 허림한 대포집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입만 열였다하면 여자 얘기에 허풍이지만 실은 겁 많고 소심한 진상과 열 여덟에 덜컹 낳아버린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기진 그리고 유일하게 대학물 먹은 덕에 문자를 써가며 이야기 하지만 결국엔 명예퇴직 후 택시를 운전하게 된 재범이 바로 그 셋이다.

 직업이 택시 기사인지라 나름대로 거친 단어를 써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떠벌리는 그들. 그러나 진상, 기진 그리고 재범은 모두 살기 빡빡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소시민이다. 그런 만큼 모두 세상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신세한탄하는 걸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지만 지금 내가 그리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가슴에 묻어둔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그들도 모두 가슴에 사연을 앉고 살아가고 있다.

 진상은 늘 허풍 치며 살지만 마음 속은 늘 무겁다.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서준 보증 덕에 한 번 써보지도 못한 빚이 계속 늘어나 늘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들은 어린 고등학생과 원조 교제하는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은 열여덟에 낳은 딸을 키우느라 자신은 결혼도 하지 못하고 사는 기진은 늘 그의 딸이 걱정이다. 피아노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유학도 가고 피아니스트도 되고 싶은 딸이 늘 가슴에 남아있다. 재범 역시 다를 건 없다. 대학까지 나왔지만 명퇴 당한 그가 할 수 있는 있는 별로 없는데다가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부인까지 부양해야 할 식구는 한 가득이다. 그런데다가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모은 돈을 사기 당해 한 순간에 날려 버려 가슴이 무겁다.

 그런데 이들의 고민들 결국은 돈이다. 남의 돈을 훔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의 절실한 현실과 경제적 압박이 결국 그들을 현금이 가득하다는 한 할머니의 집을 털러 가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이 찾아낸 건 돈이 아닌 할머니의 시체다. 시체를 보고 놀란 이들 셋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익명으로 119에 신고하는데 뉴스를 통해 죽은 할머니의 이불 속에서 현금 3억원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안 될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며 푸념이다.

 사실 극을 볼 때는 그냥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은 잘난 사람이거나 똑똑한 사람이거나 혹은 못난 사람이거나 할 것 없이 누구나 가슴엔 각기 다르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걸 안고 살아가는구나 싶었다. 나도 그렇고 이런 건 내 옆에 동료도 마찬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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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들어 한국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한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다양성과 전문성에서 많은 발전이 있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WBC에서의 한국 야구나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한국 골프 선수 혹은 피겨 스케이팅 같은 스포츠 영역에서만 아니라 반도체에서 시작해 평판디스플레이기기 그리고 그에 따라는 부품을 제조하는 산업 영역에 이르기까지 사회가 가진 모습이 풍부해진 것뿐만 아니라 그 깊이 역시 쉽게 무시하지 못할 만 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다양성과 깊이는 문화계에도 못지않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바로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영화다. 그리고 지금 말하려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 역시 그런 맥락의 연장인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운동인 조정선수가 남자 주인공 설경구의 영화 속 직업이다.

 영화 ‘사랑을 놓치다’는 제목이 암시해주는 그대로 사랑이야기의 영화다. 대신 보통의 사랑 영화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우여곡절 끝에 영화 속의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사랑을 하는 결말의 갖는 보통의 영화와는 달리 처음부터 서로를 잘 아는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사랑이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사러서로 어긋나며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 가기 까지도 그 사랑은 완전히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루어지고 있는데 놓치고서야 깨닫는 남자와 놓칠까 두려워 망설이는 여자의 10년에 걸친 순애보를 그린 영화’라는 표현이 더 이상 잘 맞아 들어갈 수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짝사랑과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무심함 그리고 흘러간 시간. 역시 서로를 기대하지만 조금씩 서로 맞지 않는 핀트에 서로 필요한 시점이면 늘 없는 상대방. 보면서 크게 웃거나 큰 즐거움을 얻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작은 웃음과 즐거움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영화다.

 게다가 ‘실미도’, ‘공공의 적’ 시리즈, ‘오아시스’ 그리고 ‘광복절 특사’까지 늘 시대와 불화하는 인물로 그 덕에 억울한 표정 하나만큼은 궁극의 경지에 다다른 설경구의 남성미 강한 이미지가 멜로 영화에서는 어떻게 변화되는지도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게 살펴 보기에 적합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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