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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은 천재였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 그리고 기지로 주위 사람들이 나를 경쟁의 상대가 아닌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재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모습을 영화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의 주인공 존 내쉬를 통해 봤다.

 기숙사 유리창을 칠판 삼아 자신의 생각을 적어나가는 모습.,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와 이론을 쫓기보다는 스스로의 아이디어와 이론을 정립하려 발버둥치는 모습. 아직 젊다는 말보다는 어리다는 말이 더 어울리지만 MIT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정말 영화 같이 찾아온 사랑. 거기에 냉전 시대 미국의 가장 큰 적인 소련의 암호를 해독하는 프로젝트. 그러나 언젠가부터 현실과 공상의 모호한 구분으로 스스로 파멸해가는 내쉬. 정신분열의 역경을 이겨내고 학생을 가르치고 자신의 연구에 충실하는 모습.

 사실 어린 시절 내가 바라던 모습과 지금 내게 바라는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앞서 말했듯 어린 시절 나는 스스로가 다른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의 모습을 원했지만 지금은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고 또 누구와도 함께 일할 수 있으며, 번뜩이는 기지와 재치로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 행동을 못 따라 오게끔 하기 보다는 체계적이로 합리적인 생각과 행동이 내 모습이 되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 반응을 미리 예상할 수 있게끔 해서 함께 일하기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비록 비범할 수 없는 천재적 기질이 부럽고, 역경을 멋지게 이겨내지만, 천재적 기질의 결말이 정신분열인걸 보면 천재적 기질 역시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드라마틱한 한 수학자의 삶을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잘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던 많은 찬사에 비한다면 기대보다는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을 왜 ‘뷰티풀 마인드’로 했는지 쉽게 알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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