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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나는 보지 못했지만, 영화 ‘왕의 남자’로 인해,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남성이 많은 곳에서 회자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메트로 섹슈얼이니 어쩌니 해서 세련된 매너에 여성적인 감성 그리고 강인한 분위기 같은 모습을 두고 말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시작에서 이 연극 ‘아름다운 남자’를 논하려면 그냥 이 창을 닫아라. 놀라우리만큼 상관없으니까.


 연극 ‘아름다운 남자’는 참으로 희안한 연극이었다.  보통 연극을 본 몇 차례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극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보면 좀 더 쉽게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있기는 하지만 비록 사전 지식이 없다손 치더라도 금세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있는데 보통인데, 이 ‘아름다운 남자’는 그렇지 못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탈춤과 현장에서 바로 연주되는 고유 악기의 소리가 전통과는 친숙치 못한 내게 매우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리라.


 사실 작품만을 놓고 본다면 매우 좋다. 시대적 트렌드의 반영이라는 미명하에 20대 중후반의 여성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쏟아져 나오는 농담 따먹기 말고는 별다른 내용이 생각나지도 않는 그저 그런 극과는 달리 철저히 작가주의적 연극이 느낌이 강하다. 뚜렷한 자신만의 색체를 갖는 것 같아 매우 좋다. 다만, 그 덕에 관객이 다가가기가 조금 어려웠다는 점이 아쉽다.기는 하지만 다음 작품은 이 보다 더 뛰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켜 주었다.


 이야기는 TV 드라마가 아니면 흔히 접하기 어려운 고려시대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무신시대이자 몽고의 침입으로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가시대가 그 배경이다. 세 명의 학승(공부하는 과정에 있는 스님) 만전, 길상 그리고 통수기의 이야기이다. 몽고군의 침입과 그들의 내정간섭, 왕인 고종보다 더 기세등등한 무인 최우 그로인해 부패한 정치와 관리들 속에서 세 명의 학승은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한다. 최고의 권력자인 최우의 양자로 들어가는 만전, 이와는 반대로 무인 권력에 반한 이언년의 난에 가담해 최우를 살해하려다가 죽음을 맞이한 길상. 이 둘과는 달리 궐력 부패와 권력 싸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팔만대장경 집필에만 몰두하는 통수기. 이들의 다른 삶은 지극히 대비되고 결국 아름다운 남자는 휘몰아치는 시류에 편승해 가는 사람들과 달리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통수기를 두고 극은 아름다운 남자라고 칭하지 않나 싶다. 그 외에 이규보와 지공대사의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나 극을 본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 떠오르는게 별로 없으므로 패스....


 새로운 형식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극을 꾸몄다는 사실은 분명 만점 감이지만 철저한 사전 지식 없이 보기에는 너무나 어려워 극 중간중간에 해설자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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