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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야은 길재의 시구 중의 한 구절입니다. 이 구절이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보고서 떠올랐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연관이야 전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왠지 연극의 공간인 여관방은 의구(依舊) 한데 그 안의 사람들만 바뀌고 그 사람들의 사연만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 것입니다.

 연극 ‘Best & New -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는 제목이 암시해 주는 그대로 5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편의 연극인만큼 각각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긴 하겠지만, 그렇지는 못합니다. 그렇다손쳐도 각각의 에피소드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5가지 이야기 모두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5가지 이야기 모두가 내게 재미나지는 않았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그럼직한 이야기도 있었고, 실컷 웃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냥 그렇구나 싶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다 만족스럽진 못하다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공통적으로 사랑을 주제로 각각의 에피소드를 적절히 잘 풀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에피소드 ‘싱글즈’와 세 번째 에피소드 ‘바다 사나이’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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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이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보통 칭한다. 그래서 보통 한강의 기적이니 하는 식으로 사용하기 마련인데, 기적이라는 단어 속에는 이루려고 하는 것을 이루었다는 긍정적적인 의미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연극의 제목이 기적을 뜻하는 영단어 ‘미라클’이다.

사실 연극 ‘미라클’에서는 기적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영혼과 사람이 서로를 알아본다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기적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정말 기적이 일어났으면 영혼과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법도 한 듯한데, 결국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걸 보면 긍적적인 의미의 기적은 아니다.

 내용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식물인간이 된 인기그룹 멤버인 희동의 이야기다. 교통사고를 당해 몸은 병상에 중환자 상태로 누워있지만 영혼은 몸 밖으로 나와 병실에서 자신의 모습과 병실에 들어오는 사람을 늘 지켜본다. 거기에 담당의사와 간호사 미저리와 힙합스타일의 정신병동 환자 웨슬리, 옆 방 영혼인 길동 그리고 간호사 하니가 이야기를 꾸며간다. 결국은 희동은 외모도 예쁘지만 마음 또한 그 못지 않은 간호사 하니를 좋아하게 되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하니에게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리고 하니와도 친해지지만 결국은 안락사를 통해 희동은 하니와 이별을 하게 된다.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안락사라는 사회문제를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건 ‘미라클’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해결책까지 기대하는 건 너무 지나친 걸까?

 연극 ‘미라클’은 즐겁게 그렇지만 지나치게 가볍지 않은 좋은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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