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초 편지’라는 이름의 책을 보고 나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제목의 어감이 주는 편견에 먼저 사로 잡혀서 산야에 머물며 우리나라 고유종의 식물을 연구하는 재야학자 정도의 저자가 식물 이야기로 풀어낸 수필일 것이라 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으로 이 책 ‘야생초 편지’를 봤다.
이상하게도 편견이 틀렸을 때면,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 이 책 ‘야생초 편지’의 경우도 내게는 마찬가지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형무소 수감자가 풀어내는 편지 형식의 야생초 이야기요,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냥 순전히 저자가 형무소의 수감자이고 그 내용이 외부에 보낸 편지라는 사실 때문에 책을 보는 순간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 ‘야생초 편지’를 읽어 나갔다.
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책은 형무소에 수감된 저자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엮은 책이다. 비록 제목이 ‘야생초 편지’로 되어 있긴 하지만, 야생초 백과사전이나 도감 같은 책은 전혀 아니다. 여러 야생초를 기르며 얻은 자신만의 지식에 책에서 본 내용에 그치지 않고 야생초를 매개로 옥중 자신의 삶과 생각을 차분히 글로 옮겨 놓은 책이다. 사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봤던 철저히 정제된 단어로 이루어진 정제된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수 많은 야생초를 매개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덕분에 훨씬 쉽고 자연스럽지만 그 덕분에 관념의 깊이는 조금 덜 한 것 같다.
어떤무슨 풀이 책에 소개되었고 그 풀에 얶힌 에피소드가 무엇이니 하며 소개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대신에 형무소에 자신의 삶과 생활을 야생초를 매개로 담백하게 풀어가는 담담하면서도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볼 수 있게 만드는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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