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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초 편지라는 이름의 책을 보고 나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늘 그랬듯이 제목의 어감이 주는 편견에 먼저 사로 잡혀서 산야에 머물며 우리나라 고유종의 식물을 연구하는 재야학자 정도의 저자가 식물 이야기로 풀어낸 수필일 것이라 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그런 느낌으로 이 책 야생초 편지를 봤다.

 

 이상하게도 편견이 틀렸을 때면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이 책 야생초 편지의 경우도 내게는 마찬가지였다전혀 예상치 못했던 형무소 수감자가 풀어내는 편지 형식의 야생초 이야기요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그냥 순전히 저자가 형무소의 수감자이고 그 내용이 외부에 보낸 편지라는 사실 때문에 책을 보는 순간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떠올랐다그러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책 야생초 편지를 읽어 나갔다.

 

앞에도 잠깐 언급했지만이 책은 형무소에 수감된 저자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엮은 책이다비록 제목이 야생초 편지로 되어 있긴 하지만야생초 백과사전이나 도감 같은 책은 전혀 아니다여러 야생초를 기르며 얻은 자신만의 지식에 책에서 본 내용에 그치지 않고 야생초를 매개로 옥중 자신의 삶과 생각을 차분히 글로 옮겨 놓은 책이다사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봤던 철저히 정제된 단어로 이루어진 정제된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수 많은 야생초를 매개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덕분에 훨씬 쉽고 자연스럽지만 그 덕분에 관념의 깊이는 조금 덜 한 것 같다.

 

어떤무슨 풀이 책에 소개되었고 그 풀에 얶힌 에피소드가 무엇이니 하며 소개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대신에 형무소에 자신의 삶과 생활을 야생초를 매개로 담백하게 풀어가는 담담하면서도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성찰해 볼 수 있게 만드는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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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어처구니 이야기

관람일시 : 6 30 7 30

극장 :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풍선으로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남자손행.

무엇이든 훔치고 부수고 때리기 좋아하는 여자재수.

이 두 사람과 네 마리의 애완동물,

그리고 동화작가 초동이 함께하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소매치기를 마치고 돌아온 재수는 공원에서 열린 손행의 풍선 아트 공연을 본다.

손행의 지갑을 훔치려 접근했다가 되려 그의 마음을 훔치게 되는 재수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긴 손행은 그녀와 친구가 되기 위해 풍선으로 꽃을 만들며 그녀를 유혹하려 한다.

 

이 때 동화작가 초동과 그가 이끌고 다니는 네 마리의 애완동물이 등장하는데


 여기까지가 그림 같은 뮤지컬 어처구니 이야기의 프로그램이 소개하는 어처구니 이야기의 줄거리다소개글의 줄거리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역시 소개글의 줄거리는 어딘가 2% 부족함을 사람에게 느끼게 한다그건 지금 공연을 다 보고 느낌을 적으려는 지금의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어처구니를 그저 맷돌의 손잡이로만 알고 있었다그래서 분명 극의 내용 중에서 맷돌이 분명히 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그런데 웬걸, ‘어처구니는 내가 알고 있던 맷돌의 손잡이만 있는게 아니란다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붙어 있는 작은 조각상의 이름이기도 하단다그리고 이 극의 어처구니는 바로 그 조각상의 주인공들이다.

 

 사실 사람들의 눈높이란 대개 비슷비슷해서 나를 제외한 관객들 역시 대다수 이 극에서 말하는 어처구니를 대게 알지 못했을 테다이런 점을 떠올린다면 이야기의 진행을 돕는 이야기꾼이 있어서익숙하지 못한 등장인물과 그 이름이 가리키는 바를 설명해주면서 극을 진행해 갔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다른 사람의 관람평을 몇몇 살펴보아도 역시 스토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여기저기 보이는 걸 보면 내 느낌이 그다지 억지는 아닌 듯싶다.

 

 그렇지만 네 마리의 어처구니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었다각각의 동물을 세심하게 잘 연기하는 통에잠시 전에 기분 좋게 봤던 극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의 배경을 맡은 배우들과 약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는 여전히 공연 내내 아쉬움이 남았다.

 

 첫술에 배부르랴 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이왕 할 일이면 처음부터 잘하면 더 좋은 건 당연지사다이런 의미에서 이 공연 어처구니 이야기는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그렇지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무엇을 하던 어려운 법게다가 창작극이니 그 어려움이 더 하다하지만 앞으로 아쉬움을 차분히 보완해 가며 공연이 계속된다면 또 하나의 훌륭한 연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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