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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인상적인 공연을 가끔 만나게 되기는 하지만 연극 그 놈은 없고 그녀는 갔다는 제목이 주는 인상이 더욱 강한 극이었다. 거기에 지미, 총알, 덧니 그리고 구찌란 이름의 4명의 등장 인물의 이름만도 무엇인가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그런 이야기가 되겠구나 하는 예상을 하게 만들었다.

 늘 그렇듯 극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한 탓에 연출자가 극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치열한 현실과는 괴리된 채 살아가는 연인들의 무의미한 일상의 연속과 그 안의 퇴폐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키스, 싸움, 섹스, 춤과 노래 그리고 마약까지. 어떠한 사회적 구속도 거부한 채 그들만의 자유분방함 같은 것들은 있었지만 거기에 현실에 대한 허황됨도 함께 가지고 있는 탓에 짐 모리슨을 동경하는 모습까지도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았다거기에 처음으로 연극을 통해 눈앞에서 본 동성애 코드와 마약의 환각 상태에서 극중 인물들이 나누던 대화까지 극을 통해 내가 느낀 부자연스러움은 결국 불편함까지 가고 말았다.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선배의 작업실을 빌려 음악과 술에 젖어 사는 지미, 지미와 다투고는 BMW를 가진 돈 많은 옛 연인에게 전화하는 덧니, 유흥업소에서 일해보려 하지만 금새 나온 구찌 그리고 유흥업소에 일하게 된 구찌를 떠받들며 차로 데려다 주는 총알. 거기에 술, 담배, 섹스, 마약… 우울하고 철없는 한심한 인생들의 모습이라는 말 말고는 할 수가 없다. 비록 그들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입시켜 보려 하긴 하지만 그런다고 그들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은 이 시대가 가져온 청년 실업이라는 내 또래에게는 꽤나 심각한 문제였을까? 실은 잘 모르겠다.

 연출자가 극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극 중 내용이 가져다준 불편함과 알 듯 말듯한 내용이 가져다 준 충격이 훨씬 인상적인강렬했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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