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처음으로 본 건 그의  2001년 작 ‘나쁜 남자, Bad Guy'는 내가 처음으로 본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 ’해안선, The Coast Guard',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Spring, Summer, Fall, Winter,,, And Spring', ’사마리아‘ 그리고 지금 이야기 할 ’빈 집‘까지 을 그의 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차례로 봤다. 대략 2001년 이후 김기덕 감독의 그의 영화는 다 봤다고 할 수 있겠다. 보통 사람들이 그리고 김기덕 감독 하면 떠올리는 것이 그를 선호하던 하지 않던 간에  좋던 싫던을 떠나서 작가주의적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는 점을 떠올린다. 이건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의 강한 할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작가주의적 경향은 내가 본 그의 모든 영화에도 인상적이었다.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영화 ‘빈 집’은 두 가지 영화 외적으로 관심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가 앞서 언급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잘 구축한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고 두 번째는 영화 개봉 당시 위안부 누드를 당당하게 주장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승연이 출연한다는 점이었다.

영화 내적으로는 대사가 별로 없는 영화라는 점이 이 영화 ‘빈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가 별로 없는 영화라는 점이다.이 될 것 같다. 거기에 공허한 눈빛으로 차분한 연기를 잘 보여준 이승연과 상대 배우 재희 역시 눈에 띄는 점이며 특히 재희는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배우였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배우란 걸 알 수 있었다.

 영화 ‘빈 집’은 대부분의 가정이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지만 실은 빈 집이란 걸 알려주는 한 번은 볼 만한 문제작이었다.




                       &



       질   경   이

                                     - 류 시 화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의 감정들까지도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뽑아 버릴수록 좋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질경이가
인생의 정원을 망가뜨린다고

그러나 아무도 질경이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한때 나는 삶에서
슬픔에 의지한 적이 있었다
여름이 가장 힘들고 외로웠을 때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슬픔만이 있었을 뿐

질경이의 이마 위로
여름의 태양이 지나간다
질경이는 내게 단호한 눈빛으로 말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또 타인으로부터
얼마만큼 거리를 두라고

얼마나 많은 날을 나는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
8월의 해시계 아래서 나는
나 자신을 껴안고
질경이의 영토를 지나왔다
여름의 그토록 무덥고 긴 날에
반응형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큐브, Cube  (0) 2005.09.18
아일랜드, The Island  (0) 2005.09.11
Samsara, 삼사라  (0) 2005.09.05
The Motorcycle Diaries,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0) 2005.09.04
Notebook, 노트북  (0) 2005.08.26
반응형

 'Samsara, 삼사라‘ 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 생경스럽다. 굳이 알지 못하는 뜻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그렇다생경스럽다. 그런 제목의 영화를 본다는 것. 그것은 재수없게도 익숙하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이자 나는 대중스런 남과는 다르다는 자만에 근거한 우월감의 발로다. 그렇다고 이런 재수없음사실 그것만이 내가 이 영화 ‘Samsara'를 보게 한 건 아니다. 극중 페마라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종려시 Christy Chung 라는 배우 역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유 역시 재수없는 자만심과 도찐개찐이다. 종려시라는 이름을 자주 들어 보았음에도귀에 익숙한 것 같은 이름이면서도 정작 그녀가 나온 영화는 한 편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93년 미스 차이나에 뽑일 만큼 예쁘다는 지극히 수컷다운 생각이 다른 이유였으니까영화 선택에 큰 작용을 했다는 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는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라마교에 입문해 수도승으로 성장한 타쉬가 3년 3개월 3주 3일 이라는 긴 수행을 마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랜 시간의 고된 수행은 예상치 못하게 전에는 몰랐던 여자가 눈에 들어오는 당황스런 결과를 낳는다. 그러다가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페마(Christy Chung)에 반하게 되고 탈속하여 그녀와 결혼하고 아들 카르마(Karama)를 낳고 살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사원에서만 살아온 타쉬에게 세상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페마와 결혼 하기로 되어 있었던 사내와는 부딪치기 일 수이고, 저울을 속이는 상인과의 거래를 거부하고 직접 도시로 가서 재배한 작물을 팔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통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하며 함께하지 않는다. 거기에 누군가 수확해서 팔아야할 농작물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발생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타쉬는 자신의 부인 페마만을 보고 탈속하여 그녀와 결혼했는데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수확 시기에 일꾼으로 고용하는 타국인 노동자 수자타와 관계를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거기에 사원에서 자신의 스승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타쉬는 종교에 다시 귀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부인과 아들 카르마를 남겨 둔 채 길을 떠나지만 사원으로 떠난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자 나는 우리나라 고전 소설 ‘구운몽’이 떠올랐다. 南柯一夢 남가일몽 이라 했던가? 육관대사의 수제자로 비범한 인물인 성진은 속세에 미련을 두고 속세에 환생하여 팔선녀와 더불어 갖은 영화부귀를 누리지만 그것이 한갓 허망한 꿈임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한다는 ‘구운몽’을 뛰어 넘지 못했을 것이지만 영화는 내 기대를 뛰어 넘었다.

 바로 Christy Chung이 연기한 페마다. 야쇼다라가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누구나 다 안다. 야쇼다라는 싯다르타의 부인이다. 싯다르타가 타쉬처럼 어느 날 밤 그녀와 자식을 남겨놓은 채 떠난 뒤 남겨진 야쇼다라는 어떠했을지 페마는 타쉬에게 구구절절이 이야기 한다. 페마는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믿으며 타고난 현명함으로 항상 놀랄 만큼 바른 판단을 하지만 그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이런 슬픔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페마의 장면이 그저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춘화를 보여주는 정도의 느낌에 불과했던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런 뛰어난 장면 덕에 이 영화 ‘Samsara'는 뛰어난 영화가 될 수 있었건 게 아닐까 싶다.



                            &



 그 대 에 게

           - 안 도 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 때 쓰러질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찬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반응형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일랜드, The Island  (0) 2005.09.11
빈 집  (0) 2005.09.11
The Motorcycle Diaries,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0) 2005.09.04
Notebook, 노트북  (0) 2005.08.26
웰컴 투 동막골  (0) 2005.08.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