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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싼 조조표로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다 아무 내용도 모른 채 어디선가 들어 본 제목인 듯싶어 별 생각 없이 선택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사실 동막골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동막골이 마치 집장촌으로 유명한 용주골 같은 어감으로 느껴져서 한국전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몰랐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여자(강혜정)다. 시작하자마자 여자가 나왔는데 좌측 귀밑거리에 꽃을 꽃았다.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보던 광년이 같은 이미지다 싶었는데, 계속 보고 있노라니 강혜정의 여일 역은 정말 광년이였다. --;

 서양인 비행기 조종사. 그러나 나비를 보고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추락해 버리고 말고 후에 스미스가 자신의 이름임을 어린 동구에게 힘들게 알려줬다가 수미수라고 사람들에게 불리며 마치 스미골 놀림 받는 듯한 기분이었는지 영 찝찝한 표정이었던 연합군 스미스.

 왜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린 시절부터 북한 공산당이라면 응당 들고 있어야할 물건이었던 둥근 원형 탄약창(정확히 맞는지는 모른다)이 달린 따발총을 들고 있는 인민군. 그들은 쫓기고 있었고 결국은 셋만 남는다. 강한 인상의 인민군 장교 정재영과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나 싶어서 놀라고 나중에는 예상보다 훨씬 맡은 역에 충실해서 놀랐던 임하룡, 광년이를 좋아하게 되버린 인민군 소년 병사 류덕환.

 국군. 처음에는 몰랐는데 극이 좀 진행되자 저 청년 잘 생겼네 싶은 생각이 들게 했던 신하균과 그 시절 좀 놀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쓰는 서재경.

 이들이 어쩌다가 너무 외딴 산골인 탓에 전쟁은 커녕 총조차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막골에 모인다. 그리고 반목하는 그들. 하지만 나는 CG야 하고 외치며 사람에게 달려드는 큰 멧돼지를 함께 잡으면서 조금씩 친해지더니 스미스의 비행기가 실종된 지역에 공산군의 대공시설이 있을지도 모르니 민간인이야 어찌되던 말던 간에 그 지역을 다 폭격해 쓸어버리자는 양키 고유의 논리를 보여주는 연합군 사령부의 작전을 알고서는 그들은 순진무구한 동막골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동막골과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폭격을 유도할 심산으로 엄한 곳을 대공진지처럼 꾸민다. 하지만 눈치 없는 양키들은 이를 못보고 지나가고 동막골은 폭격에 위험에 처한다.폭탄을 퍼 부울 것 같자 그러자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동막골을 지키는 것이 된다. 이념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그저 멍청한 양키들의 이목을 끌려고 죽기를 작정하고 발악하더니 결국은 성공해 폭탄을 가짜 진지로 유도하는데는 성공하지만 이들도 결국은 죽고 만다.

 그럼 이제는 느낀 점.

 우선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월드컵 세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를 손꼽으라면 그 우선 순위에 있는 영화가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일 터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태극기~’에서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산군은 너무도 다르다. ’태극기~‘ 까지만 해도 분명이 주적이었던 북한군은 더 이상 적으로만 볼 수 없는 존재다. 아마도 사상이니 체제니 하는 것들이 더 이상 영화의 주관객층을 이루는 월드컵세대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일까. 

 사실 전쟁의 경험을 가진 세대나 간접 경험을 가진 세대에게 미국은 어찌되었건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였다. 그래서 여러 시대에 걸처 아무리 반미를 외쳐도 한국전쟁 세대에게는 헛된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월드컵 세대는 다르다. 전쟁세대들이 가진 미국에 대한 고마움은 그저 고리타분한 이야기 정도로 들은 것이 고작이며 전쟁의 간접 경험 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세대다. 그들에게 미국은 우리보다 분명 앞선 선진국이긴 하지만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였기 때문에 외면했던 미국의 치부를 전쟁세대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에게 북한은 우리 민족이고 미국보다도 더 친근한 존재다.


 하지만 이들에게 아쉬운 점은 있다.이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은 우리가 도와줘야할 국가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근거는 막연한 동포애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공산당이 과연 무엇인지 사회주의는 무엇이며 북한사회는 과연 어떠한 사회였는가 하는 것 같은 물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다. 진지한 고민 끝에 출발한 나온 한민족으로써 보이는 친근함 보다는 그냥 막연한 친근함이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보여진다. 처음에는 남북한 군으로 대립하지만 결국에는 사상이니 체제니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국군의 적은 북한군이고 북한군의 적은 남한군이었던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되려 적은 동막골을 폭격하려는 연합군처럼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시대의 흐름이라 칭하고 그러한 흐름에 이 영화도 맞추어져 있다고 한다면 그저 한 개인의 의견일 따름일까. 영화야 그저 재미있게 보면 되는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은 영화의 재미 정도에서 멈추지 말고 사려 깊은 고민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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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잠들었었나 보다

                             - 온 형 근

시계의 알람이 울린다.
쉽지 않았지만 깊게 잠들고 싶었고
그렇게 잠을 청했다.
이불 속에서는 늘 그러하였듯이
많은 그리움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 속에서 펄럭이며
먼지와 함께 그리움들은 늘 조금씩 썩어가고 있다.
균사덩어리로 뭉쳐있기도 하다.
기침을 할 때 마다 조금씩 떨리며 몸을 덜어내기도 한다.
그러한 것들 모두가 나를 깊게 잠들게 한다.
기적처럼 꿈을 꾸지 못한다.
뒤척이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나를 일어나게 하는 건
그리움에 매몰되지 않으려 하는 의식일 것이다.
어머님은 김치를 담그려
아침부터 마늘을 절구에 넣고 찧고 계신다.
쿵쿵 거리는 소리가 여태 내 안의 울림인 줄 알았다.
처음에 느렸다
조금씩 찢어지면 빨라지는 속도감을 느꼈을 때
내 안에서도 리듬이 일어나고 있었다.
온 몸이 젖었다.
깊게 잠들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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