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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여타 주변국으로 이루어져있다고 그저 알고 있었을 뿐 인 남미. 사실 생각해 보면 남미는 아프리카만큼이나 우리와는 먼 곳이다. 단순히 수치적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상으로다 말이다. 그리고 체 게바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체 게바라 평전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고 베레모를 쓰고 시거를 문 모습을 그의 모습을 그린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지금 말하려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는 결국 남미와 체 게바라에 대한 영화다. 그렇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그 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남미라고 느껴지는 건 평소 거의 접할 수 없었던 포르투갈어로 생각되는 익숙치 않은 언어와 그저 막연히 생각해 왔던 남미 스타일이 이런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면들뿐. 게다가 체 게바라라는 이름은 영화가 끝나면서 언급할 뿐이다.

 그럼 글을 시작하면서 꺼냈던 ‘남미’와 ‘체 게바라’를 잊어보자. 그럼 영화는 그냥 road movie일 뿐이다. 푸세와 알베르토라는 두 젊은 청년이 우리로 보면 국토 횡단하는 정도의 의미로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해 남미대륙을 횡단하려한다. 그러면서 아직 알지 못했던 여러 사회상과 남미 고유의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내적 성장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남미’와 ‘체 게바라’를 떠올려보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해 보면 1952년 두 명의 아르헨티나 열혈 청년 어네스토 게바라와 알베르토 그라나다는 여러 모로 팍팍한 상황에 처해 있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달랑 오토바이 한 대로 횡단하는 대장정의 길에 나선다. 8개월 동안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펼치는 내밀한 여정을 통해 그들은, 낙후한 정치 사회적 문제로 신음하는 민중과 곳곳의 피폐함을 직접 목도하며 그 뜨거운 무엇을 서서히 느낀다. 그리고 급기야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되돌아보며 난마처럼 얽힌 나와 사회의 관계에 시선을 던지며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성찰은 푸세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혁명적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체 게바라’로 이끈다.

 그러나 내게 이 영화 ‘The Motorcycle Diaries’는 개인적 관심이 ‘체 게바라’에 미친 적이 없어서인지 ‘남미’와 ‘체 게바라’라는 두 단어를 잊고 본 두 젊은 청년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는 road movie 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아쉽게도 갖지 못했다.




                          &



          편        

                                - 황 동 규


내 그대를 사랑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것이다
언젠가 그대가 한없는 괴로움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그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할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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